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03)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03화(103/213)
후우우웅―
“단숨에 쳐 죽여주마!”
가공할만한 어둠의 마나를 싣고 날아오는 주먹.
역시 흑마법사는 쉽게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비록 아까 싸움에서 내가 저놈의 팔을 잘라내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안티 매직’이라는 숨겨놓은 카드 덕분이었으니까.
‘이건… 무조건 피해야 한다.’
웅― 웅― 웅―!
나는 심장에 있는 서클을 운용해서 ‘초감각’ 능력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신체 반응속도가 일순간 극대화되었고―
후…우…우…웅…….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날아오던 주먹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왼쪽!’
스…르…르…륵….
나는 즉시 암영무흔보(暗影無痕步)를 펼치며, 간발의 차이로 날아오는 흑마법사의 주먹을 피했다.
그러고 나서 롱소드를 횡으로 길게 휘둘렀고, 칼날의 궤적을 따라서 검은 초승달 형상의 오러가 터져 나왔다.
‘흑월아(黑月牙)’라는 이름의 검초였다.
스아아악―
콰광!
“크악!”
나는 의도적으로 왼팔이 잘려 나간 스페이드 4의 사각지대를 노렸다. 덕분에 놈에게는 계속 빈틈이 생겨났고.
“으으윽! 이 비겁한 새끼가아아아!”
후우우웅―
“후후, 재미있군. 비겁하다고?”
촤악!
“끄윽…!”
“기껏 상대의 약점을 만들어놓고, 그것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멍청한 짓이지.”
촤악― 촤악― 촤왁―!
“끄악!”
베고,
베고,
또 벤다.
집요하게 왼쪽으로 파고들면서.
만약 컨디션이 멀쩡한 상태에서 정면승부를 했다면, 정말 어려운 상대였겠지만… 이 약쟁이 흑마법사가 신체적인 핸디캡을 극복하고 내 상대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어느새 온몸에 칼자국이 난 스페이드 4.
“흐… 흐흐…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나도 다 생각이 있다!”
홱.
놈은 초감각을 쓰는 나를 절대로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방법을 달리한 듯했다.
공격대상을 바꾸는 것으로.
“네놈은 계속해서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빠져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과연 고귀하신 황자랑 황녀는 내 주먹을 피할 수 있을까?”
“…뭐라고?!”
파앙―
궁지에 몰린 흑마법사가 알렌과 아리아드네에게로 몸을 날렸다.
내가 가장 우려하던 상황.
‘크윽, 결국 이렇게 나오는 건가?’
이렇게 되면 나는 정면에서 놈의 공격을 막아내야 했다.
황자와 황녀를 다치게 할 수는 없으니까.
뭐… ‘초재생’이 있으니까, 여차하면 몸으로 막아내면서 칼을 꽂을 생각이었다.
동귀어진(同歸於盡)의 수법.
좀 아프기야 하겠지만 죽지는 않을 테고, 이건 ‘초재생’ 능력을 모르는 상대 입장에서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의외의 한 수가 될 게 분명했다.
그런데 그때.
빙긋.
“알렌, 잠깐 기다리고 있으렴.”
“어어…?”
파밧―!
“누나?!”
아리아드네가 돌연 스페이드 4를 향해서 몸을 날렸다. 그러자 안 그래도 맹렬한 기세로 돌진해오던 상대와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곧 있으면 충돌할 상황.
“2황녀님?!”
“크하하하! 귀하게 자라서 그런지, 황녀님이 겁대가리가 없으시군!”
후우우웅―
스페이드 4는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으며, 아리아드네를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
이번에는 상대가 가녀린 황녀라는 것을 감안해서 오러는 두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위협적인 공격임에는 분명했다.
“안 돼! 위험해!”
“이런 젠장 할-!”
나는 어떻게든 속도를 높여서 흑마법사의 주먹이 황녀에게 닿기 전에 막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늦은 것 같았는데…?
스아아아―
아리아드네에게서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언젠가 한번 비슷한 느낌을 겪어본 것 같았는데, 문득 떠오른 것이 유소년 검술대회에서의 대결이었다.
“후훗… 미안하지만, 당신 같은 무뢰배와는 옷깃도 스치고 싶지 않네요.”
쐐애애애액―
날아오는 주먹에 맞서, 한줄기 빛살이 되어서 나아가는 레이피어.
순간, 얇고 가느다란 칼날에서 어떤 이질적인 기운이 훅― 빠져나와 스페이드 4에게로 스며들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는데.
파스슷―
“으, 윽?! 이건 대체…?”
기세등등했던 스페이드 4의 거구가 갑자기 크게 휘청거렸다.
가면을 쓰고 있기에 표정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눈빛이 크게 흔들리는 것으로 봐서는 이놈도 많이 당황한 것 같았다.
물론 지켜보는 나도, 알렌도 놀란 것은 마찬가지.
‘저 힘은 도대체 뭐지…?’
내가 잠깐 멍―하게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다급한 외침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에반 공자! 지금이에요!”
“아!”
흑마법사는 자리에 멈춰선 채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스턴(Stun) 상태에 빠진 것 같았다.
‘기회다!’
일격필살(一擊必殺).
뒷골목에서 싸울 때만 해도 생포해서 정보를 얻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지금 그런 여유는 없었다.
언제 지근거리에 있는 또 다른 흑마법사가 언제 지원 올지 모르는 상황이니, 한시라도 빨리 놈을 처리하고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파앙―
“그아아아아!”
나는 지면을 박차며 더욱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는 흑마법사의 넓은 등판, 정확히 심장이 있는 곳을 향해 칼날을 찔러넣었다.
푸욱.
“커헉…!”
검초 마검관천(魔劍貫天).
그것은 한 점에 모든 힘을 집중시켜, 흑마력 약물로 강화된 근육을 뚫고 들어가 정확히 심장을 꿰뚫는 한줄기 어둠이었다.
주륵―
“이, 이럴… 수가… 내, 내가 이런 곳에서….”
곧 하얀 가면 아래로 시뻘건 핏물이 흘러내렸고, 흑마법사 스페이드 4의 거체가 맥없이 허물어졌다.
* * *
아리아드네가 가지고 있던 비장의 한 수.
그것은 상대의 영혼에 직접 타격을 가하는 소울히트(Soul Heat)였다.
비록 흑마법사 중에는 저주받은 술법으로 영혼을 다루는 이들도 있긴 하지만, 적어도 지금 상대했던 자에게는 반드시 먹힌다는 확신이 있었다.
이 흑마법사는 금지된 약물을 통해서 신체능력이나 마력을 강화시키는 타입이었으니까.
‘아예 육체와 영혼을 분리해 버리기에는 힘이 부족하겠지만, 적어도 움직임은 멈출 수가 있겠지.’
파스슷―
“으, 윽?! 이건 대체…?”
일순간 외팔 흑마법사의 거구가 크게 크게 휘청거리면서, 놈이 크게 당황했다.
여기까지는 예상대로였다.
그런데 이후에 벌어진 상황은 그녀로서도 놀라웠다.
쿠웅….
태산이라도 무너뜨릴 듯 가공한 기운을 뿜어내던 거구가 거친 창고 바닥에 엎드러졌다.
약효가 떨어져 가는지, 다시 원래의 크기로 줄어 들어가는 시신.
가슴팍에 뚫린 관통상에서는 채 식지 않은 피가 꿀렁꿀렁 새어 나와 주변을 붉게 물들였다.
[…방금 제가 뭘 본 건 가요?] [맙소사… 이 정도로 깔끔하고 정밀한 찌르기는 저도 처음입니다.]아리아드네와 유령 여기사 줄리아는 직접 눈으로 보고도 좀처럼 믿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에반 베르딘이 보여준 한 수는 충격적이었다.
[일순간이었지만, 분명 칼날에 실은 오러를 모조리 칼끝에 집중시킨 느낌이었어요. 심지어 칼끝이 상대에게 닿는 순간에도 오러가 사방으로 터져나가지 않고, 직선 방향으로만 뻗어 나가는 듯한….] [예… 솔직히 저도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지금 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전율’ 그 자체.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별것 아니라는 듯, 흑마법사의 죽은 시신을 내려다보는 눈빛은 무심하기만 했다.
그런데 그때.
짝짝짝―!
“이야~ 대단한데? 스페이드 4를 죽이다니.”
한쪽 구석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왔고, 돌아본 그곳에는 어느새 검은 로브에 하얀 가면을 쓴 사내가 서 있었다.
흑마법사 ‘클로버 5’.
옆에는 서른 명 정도 되는 부하들도 함께였는데, 에반은 나머지는 신경 쓸 가치도 없다는 듯 오직 흑마법사만 노려봤다.
“…네놈이 다른 창고에 있던 흑마법사로군.”
“오오? 뭐야, 내가 지키고 있던 창고 위치도 알아냈던 거야? 대체 어떻게 알았대?”
“다 방법이 있지.”
“그래? 역시 대단한걸!”
눈앞에 있는 클로버 5는 스페이드 4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방방 뜨는 목소리에, 뭔가 푼수 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 경박함 너머로 느껴지는 기운은 결코 예사롭지 않았다.
‘…적어도 황자와 황녀를 데리고 상대할 수 있을 만한 위인은 아니다.’
게다가 이미 싸워본 전적이 있었던 스페이드 4와는 달리, 어떤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
그렇다면… 도망치는 수밖에!
[두 분 모두 창고 벽을 부수고 눈을 감아주시지요!]“앗… 지금 이 목소리는?!”
갑자기 귓가에 에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전음을 처음 접한 아리아드네가 당황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놀란 것은 알렌도 마찬가지였지만, 다행히 행동은 빨랐다.
파밧!
“하아아압!”
슈와아악―
어린 황자가 갑자기 뒤쪽의 벽면으로 몸을 날렸고, 검을 뽑아 그대로 내리쳤다. 그러자 칼날에 푸른 오러가 일렁이며, 허름하고 낡은 창고의 벽면을 강타했다.
콰광!
와르르르―
요란한 굉음과 함께 무너져 내리는 벽면.
거기에는 딱 어린아이들 한두 명 정도가 지나갈 정도의 구멍이 생겨났다.
“뭐야, 뭐야? 도망가려고?”
스아아아―
고개를 갸웃거리는 흑마법사 클로버 5에게서 즉시 마나의 흐름이 느껴졌다.
무슨 마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선수를 뺏길 수는 없지.
나는 질끈 눈을 감고서, 마치 아티팩트인 것처럼 왼쪽 손목의 팔찌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아까부터 준비해놨던 마법을 발동시켰다.
“플래쉬(Flash)!”
파아아아앗―
마나를 이용해서 일순간의 섬광을 만들어내는 2서클의 기초마법.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흑마법사의 허를 찌를 수 있었다.
“끄악! 젠장, 시야가…!”
“지금입니다! 뛰어요!”
타다다닷―
일순간 앞을 못 보게 된 클로버 5의 귓가에, 곧 황급히 달아나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으으… 고작 플래쉬 따위로 이런 못된 장난질을 쳐?!”
파앙― 파앙― 파앙―
흑마법사 클로버 5는 고함을 치며,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향해 어둠의 마나를 뭉친 마력탄들을 마구 쏴댔다.
콰광―
콰과과광!
그렇게 1분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슈우우우우….
다시 시력이 돌아온 흑마법사의 시야에는 여기저기 파인 창고 바닥과 박살이 난 벽면이 보였다.
하지만 에반 베르딘과 3황자.
그리고 2황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 * *
타다다닷―
창고에서 무사히 빠져나온 뒤.
나와 알렌, 아리아드네는 버려진 물류단지의 창고 건물 사이사이를 달리고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한 수로 허를 찌르긴 했지만, 아마 시간을 많이 벌지는 못할 터.
“에반 공자! 혹시 다음 계획도 있나요?”
“여기까지 오는 길에 일부러 흔적을 남겨놨으니, 지금쯤이면 제 호위기사인 하버와 2황비궁 기사들이 부지런히 오고 있을 겁니다.”
“아하! 친구, 그러면 우리는 그때까지만 도망쳐다니면 되겠네?”
“…예. 하지만 결국에는 싸우게 되긴 하겠죠.”
우리는 오늘 여기에 처음 와봤다.
반면에, 저들은 이곳에서 꽤 오랜 기간 공들여서 작당 모의를 한 것 같았으니, 이곳 지리에 제법 빠삭하지 않을까 싶다.
필히 전투가 일어나게 될 것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
아리아드네가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죠?”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한번 들어보시지요.”
나는 내가 계획해둔 바를 풀어놨고, 얘기를 다 듣고 난 뒤에 알렌은 눈빛을 반짝거렸다.
“헤에! 진짜 이런 게 가능한 거야?!”
“후후, 물론입니다.”
“놀랍네요. 그런데… 정말로 되는 거 맞겠죠?”
아리아드네는 아직 반신반의하는 것 같았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씨익.
“2황녀 전하. 그건 직접 확인하시지요.”
우리는 곧바로 행동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