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05)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05화(105/213)
* * *
낡은 창고 건물.
널따란 공간 한가운데에는 수많은 아이들이 갇혀있는 원통형 감옥이 있었고, 그 아래쪽에는 복잡한 문양의 마법진이 자리했다.
그 옆에는 흑마법사 클로버 5가 마치 죽은 듯이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별안간 몸을 들썩거리더니 신음성을 흘렸다.
“끄윽….”
쿨럭―!
곧 하얀 가면 아래로 핏물이 흘렀다.
분신이 죽은 여파였다.
에반 베르딘과 대화할 때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실제로는 분신이 파괴당할 때의 데미지는 상당했다.
‘이거, 이거… 정말 곤란한데.’
조직과 그는 이번 계획을 위해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흑마법을 완벽하게 구동시키기 위해서는 666명의 어린아이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
이제 그 숫자가 얼마 남지 않았거늘….
‘하필 이런 때에 리에트 공작가와 신전에 발각되다니.’
특히 신전에게 들키게 된 것이 치명적이었다.
이 모든 일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 베르딘 후작이 자신의 실험을 위해서 입적했다는 막내 공자라니….
‘쿡쿡… 재밌네, 재밌어. 분명 조직이 루크 공작령에서 준비하던 일도 그 꼬마가 망쳐놨다고 들었는데.’
이쯤 되니, 혹시나 동지였던 베르딘 후작이 다른 마음을 품은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갔다.
한 번은 자식 관리에 실수했다고 할 수 있어도, 똑같은 일이 두 번이나 일어난다고?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했다.
“…연결.”
웅… 웅… 웅….
그가 품속에서 통신용 수정구를 꺼냈고, 잠시 후 구슬 안쪽에는 또 다른 흑마법사가 나타났다.
하얀 가면의 왼쪽 눈 아래에 새겨진 문양은 클로버 2.
[클로버 5, 무슨 일인가?]“아무래도 죽음의 안개를 당장 발동시켜야 할 것 같아서요.”
꿈틀.
[아직 제물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만?]수정구 너머로 날카롭게 묻는 클로버 2.
클로버 5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조금 난감하다는 듯이 말했다.
“에, 그게 그러니까… 이곳 위치가 발각되어서 말이죠.”
[뭐라고?! 이런 멍청한 새끼! 이번 작전의 중요성을 모르는 거냐?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들킨 거지?]얘기를 듣자마자, 클로버 2가 불같이 화를 냈다.
하지만 클로버 5는 태연했다.
오히려 재밌다는 듯이 웃음소리를 흘렸는데.
“쿡쿡쿡… 저도 정말 어쩔 수 없었다구요. 설마 서부에 있는 동지에게 통수를 맞을 줄은 몰랐다니까요?”
[으음? 동지에게 통수를 맞았다고?]“네에.”
그는 클로버 2에게 이번 일의 전말을 쭉 얘기해줬다.
에반 베르딘이 황자와 황녀를 데리고 제물이 될 아이들을 모으던 거점을 공격했고, 그로 인해서 리에트 공작가와 신전에게 발각됐다고.
[클로버 7의 사생아가 또…!]“이거, 이거~ 이쯤 되면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 아닐까요?”
[이런 X바아아알! 클로버 7! 이 음침하고 시커먼 새끼가 설마 감히 배신을?!]클로버 2는 어떤 이유에서든지 실패를 용납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원래대로라면 클로버 5도 화를 면치 못했겠지만, 지금 클로버 2의 분노는 온전히 클로버 7 ‘베르딘 후작’에게 향하고 있었다.
“쿡쿡… ‘죽음의 안개’는 어떻게 할까요? 이대로 있다가는 아예 아무것도 못 해보고, 마법진이 파괴될 것 같은데요.”
뿌드득.
[…당장 발동시켜라.]“클로버 7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건 네 소관이 아니니 신경 끄도록.]“흐으으음, 뭐… 그렇게 하도록 하죠.”
핏―
통신은 여기까지였다.
다시 수정구를 품속에 넣은 클로버 5가 창고 중앙의 마법진으로 걸어갔고, 원통형 철창에 갇혀있던 어린아이들은 공포와 두려움에 가득 찬 눈망울로 올려다봤다.
그래봤자 흑마법사에게 있어서 지금 눈앞에 있는 것들은 어떤 도구나 재료에 불과했다.
‘쿡쿡쿡, 어디 보자… 제물의 숫자는 육백삼십 명 정도인가?’
아쉬웠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666명을 채워서 완전하게 발동시킬 수 있었을 텐데.
“에휴, 완전한 죽음의 안개가 이 땅에 구현되는 것을 꼭 보고 싶었는데 말이지.”
‘죽음의 안개’는 수천 년 전에 고대의 흑마법사가 악마들이 사는 마계의 안개를 아르바니아에 구현한 것이라고 했다.
주변 환경을 흑마력에 오염시키고, 접촉하는 생명체에게서 생명력을 빼앗아 점진적으로 스스로 성장하는 재앙.
당시 기록에는 대륙의 절반 정도를 파멸로 몰아넣었다고 알려져 있었으니, 비록 완전한 상태가 아니더라도 얼마나 거대한 비극을 가져올지….
클로버 5는 기대가 됐다.
“자, 그러면 이제 시작해볼까?”
키이이이잉―
그가 마법진을 발동시키자, 곧 기이한 공명음이 울리기 시작하면서 바닥면이 새까만 빛을 냈고, 곧 검은 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는데―
털썩.
“가, 갑자기 몸이… 꺄아아악!”
“끄아아아아! 아파! 너무 아파요!”
마법진 위에 있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자리에 쓰러지더니, 고통을 호소하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클로버 5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곧 원통형 감옥 안쪽에는 수백 명의 아이들이 바닥에 쓰러져서, 마치 살충제라도 맞은 해충들처럼 부들거리며 경련을 일으키게 되었다.
슈우우우우―
“드디어 죽음의 안개가…!”
“힘이… 힘이 넘친다!”
점점 더 짙게 피어오르는 새까만 안개.
클로버 5와 그 부하들은 죽음의 안개가 몸 안으로 스며들어와서 전신에 어둠의 마나가 충만하게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런 상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쿡쿡쿡… 하하하하핳! 어서 와라! 오는 족족 다 죽여줄 테니까!”
미친 사람처럼 광소를 터뜨리는 클로버 5.
그는 살기로 점철된 눈빛을 번뜩이며, 다가오는 적을 기다렸다.
철창 안에 갇혀있는 아이들은 점점 말라비틀어져서 죽어가고 있었고, 마법진에서는 끊임없이 검은 안개가 흘러나왔다.
슈우우우우….
어느새 창고 안을 가득 메운 검은 안개.
이것은 버려진 물류단지 전역으로 뻗어 나가면서 흑마력으로 주변을 오염시켜 나갔다.
* * *
타다다닷―
낡고 허물어진 창고들 사이로 일단의 무리들이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꽤나 특이한 인원 구성이었는데, 여기에는 나를 포함한 황족과 귀족의 자제들과 2황비궁의 기사들, 신전에서 나온 사제와 성기사들까지도 있었다.
“베르딘 공자님, 목적지까지는 얼마나 더 가야 합니까?”
“이 속도라면 10분 정도일 거예요.”
대답은 옆에 있는 아리아드네에게서 나왔다.
지금 우리가 향하는 곳은 흑마법사가 모종의 마법진을 발동시키려 하는 창고.
놈들이 준비하는 것이 이전 생에 동부에서 일어났었던 대재앙 ‘죽음의 안개’라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절대로 그 참상이 다시 일어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이것 때문에 리에트의 가세가 크게 약화되었고, 이는 황제의 권력이 강해지는 결과를 낳게 되었지.’
반대로 여기서 ‘죽음의 안개’를 별 피해 없이 막아내면 리에트의 세력은 유지될 것이었고, 향후 황제를 죽이는 데 조금이라도 유리한 상황이 될 터.
게다가 내가 무림으로 차원이동했던 것이 흑마법사들과 연관이 있었으니, 어떤 식으로든 가서 부딪히는 게 맞다.
그런데 그때.
슈우우우우….
“저건?!”
골목 앞쪽에서부터 이 버려진 물류창고단지를 완전히 뒤덮는 거대한 검은 안개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미리 알고 있던 동부의 그 끔찍한 재앙.
죽음의 안개였다.
“젠장… 루이스 사제! 성기사들과 함께 신성결계를 부탁하지!”
“알겠습니다!”
우우우웅―
근육질 사제 루이스는 곧바로 성기사들과 함께 기도문을 읊기 시작하더니, 우리를 둘러싸는 거대한 황금빛 방어막을 만들어 냈다.
“홀리 실드(Holy Shield)!”
파아아아앗!
그러자 농밀한 어둠의 마나로 이루어진 검은 안개 속에서도 당장은 무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츠즈즈즈―
“크윽! 이 정도로 짙은 흑마력이라니….”
“홀리실드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버티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한시라도 빨리 죽음의 안개가 피어나는 근원지를 파괴해야 했다.
다행히 우리 파티에는 어리지만, 바람 속성 마법사가 있었고.
“리에트 공자! 바람 마법으로 길을 열어주시오!”
“아, 알겠어요.”
슈화아아아아―
덕분에 바람으로 안개를 걷어내며, 빠르게 전진할 수 있었는데… 아쉽지만 이것도 트리스탄 리에트의 마나가 다 소진되기 전까지였을 뿐.
이후로는 신성력으로 흑마력 안개를 정화시켜 나가면서 힘겹게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우리는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 * *
처억.
“이거, 이거~ 용케 도망치지 않고 여기까지 왔군?”
“…흑마법사.”
마법진이 있는 창고 안쪽의 모습은 과연 아리아드네가 말한 그대로였다.
중앙에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고, 그 위에 쓰러져 있는 수많은 아이들.
이들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가둬놓은 원통형 철장까지.
흑마법사 클로버 5와 그 부하들은 그 앞쪽에 진을 치고 있었다.
숫자는 대략 서른이 좀 안 되어 보였는데.
“저놈들… 상태가?”
“…쉽지 않겠군.”
눈과 코와 귀, 그리고 입에서 끊임없이 검은 안개가 새어 나오는 것이 뭔가 심상치 않았다.
느껴지는 기운도 예사롭지 않았고.
“쿡쿡쿡! 보아하니, 그 알량한 신성력을 믿고 여기까지 왔나 본데… 과연 나와 내 부하들을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이죽거리는 흑마법사.
당장 이놈부터도 아까 싸웠던 분신과는 품고 있는 마나 자체가 차원이 달랐다.
그에 비해, 우리 쪽 근육사제와 성기사들은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 신성력을 상당히 소진한 상황.
확실히 전력상 열세라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
나는 근육사제 루이스에게 말했다.
“아까 말했던 대로 부탁하지.”
“크흠… 정말로 가능한 것 맞습니까?”
“물론이다.”
우리의 작전은 다른 게 없었다.
여기 하버에 버금가는 이 근육사제와 성기사들이 나를 마법진이 있는 곳까지 데려다주면, 내가 특수능력 ‘마법 무효화’를 사용해서 마법진을 해체시켜 버릴 거다.
끄덕.
“알겠습니다.”
아직 완전히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루이스는 내 말을 믿어보기로 한 것 같았다.
아무래도 루크 공작령에서 함께 흑마법사와 싸운 것이 조금이나마 신뢰성을 더해 준 듯했다.
뭐… 애초에 믿을 게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겠지만.
“지금부터 성기사들은 마법진이 있는 곳까지, 이 검은 안개를 뚫고 간다!”
“세르네아 님의 이름으로, 사특한 존재들과 그 힘을 멸하라!”
“홀리 실드(Holy Shield)!”
우우우우웅―!
루이스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성기사들이 다시금 신성결계를 강화했다. 그리고는 대열을 유지하며 창고 중앙의 마법진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는데―
“아하하하핳! 죽음의 안개 마법진을 파괴하겠다고? 우리는 구경만 할 것 같나 봐?”
“클로버 5님의 명령이시다! 저놈들을 조져!”
“세르네아의 개들부터 죽여라! 그러면 나머지는 죽음의 안개 속에서 알아서 죽게 되어 있으니까!”
흑마법사와 그 부하들은 각자 무기를 들고 홀리 실드를 펼치고 있는 성기사들을 공격했다.
“네놈들 상대는 우리다!”
“그아아아압!”
슈와아악―
카앙!
우리쪽에서 움직인 것은 하버와 2황비궁의 기사들.
나는 흑마법사와 직접 대치했다.
“이봐, 이봐~ 베르딘의 사생아 공자님? 아까는 내 분신을 상대로 잘도 날뛰어줬겠다?”
“후후… 분신이라서 아쉬웠지. 이번에야말로 네놈 심장에 칼을 박아주마.”
“쿡쿡쿡! 분신과 본체는 완전히 다를 텐데?”
피식.
“글쎄? 뒤지면 다 똑같던데.”
내가 가소롭다는 듯 웃어 보이자, 흑마법사가 광소를 터뜨렸다.
“아하하하핳! 역시 건방지네! 과연 언제까지 이렇게 고깝게 굴 수 있을지, 한번 보자고!”
츠화아아아아―
그와 동시에 전신에서 피어오른 새까만 흑마력.
말장난은 여기까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