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08)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08화(108/213)
* * *
리에트에서 큰 사건을 겪은 후.
공작과 몬스터 사체 제품에 대한 계약이 체결되고, 우리는 곧바로 베르딘으로 돌아왔다.
갑작스러운 사고가 터지는 바람에 원래 열흘로 잡혀있던 일정이 2주로 늘어나 버렸는데, 오랜만에 돌아온 영지에서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드디어 오셨군요, 에반 공자님!”
“플뤼드, 잘 지냈나?”
“예. 사업도 순항하고 있습니다.”
여독을 풀고,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플뤼드였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동안 추진되었던 사안들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일단 저희 베르딘이 속해있는 서부권은 육로를 통해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군. 실적은 어떻지?”
“준비된 물량은 전부 계약 완료됐습니다. 판매처는 여기 있습니다.”
스윽.
플뤼드가 건네준 명단에는 제국 서부 귀족가가 대부분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소수지만, 몬스터 가죽 방어구를 사지 않은 가문들이 있기는 했다.
“그렌 백작가와 몇몇 곳들은 빠져있군. 이들은 왜 안 사겠다고 하던가?”
“아, 그들은 안 사겠다고 한 것이 아닙니다.”
“으응? 그런데 왜 구입자 명단에 없지?”
“그건 제가 그들에게 팔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뭐라고???”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싶었다.
내가 의아하다는 듯 쳐다보자, 플뤼드가 즉시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놈들은 불경스럽게도 에반 공자님을 조롱하고 비웃은 자들입니다. 그래서 본보기로 삼았습니다.”
서부에서 너도 나도 다들 몬스터 가죽 방어구로 무장하는데, 베르딘에서 몇몇 영지들에게만 거래를 안 해주면 어떻게 될까?
전력의 격차는 점점 벌어질 것이고, 결국 심각한 안보 문제가 발생할 터였다.
뭔가 획기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결국 주변 영주들에게 잡아먹히게 되겠지.
“크크큭… 감히 에반 공자님을 욕보이다니, 그런 것들은 모두 사라져야 합니다.”
“그, 그렇군….”
광기가 넘실거리는 청‧적안의 오드아이를 마주 보면서, 일순간 나는 괜히 오싹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분명히 예전에 겪어본 것 같은 이 느낌은 분명히….
‘맙소사, 이런 식으로 또 다른 미친 상인이 역사에 등장하게 되는 건가?’
물론 내가 이전 생에서 겪었던 것과는 미쳐있는 포인트가 좀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뭐… 이번 기회에 누가 갑이고 을인지 확실히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맞습니다. 이제 아마 알아서들 기겠죠. 무능한 버러지들이 다시는 에반 공자님께 무례하게 굴지 못하도록 철저히 밟아놓겠습니다.”
또다시 광기로 눈빛을 번뜩이는 플뤼드.
왠지 조금 무섭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든든했다.
“중부로의 유통은 어떻게 돼 가고 있지?”
“문제없이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전에 마나석을 받아오면서 루크 공작가와 체결했던 계약 내용대로, 정해진 물량까지는 70% 가격에 공급할 계획입니다.”
“좋군.”
중부에서 루크 공작가가 몬스터 사체로 만든 무구들을 판매하기 시작하면, 카니온 후작에게 붙었던 귀족들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된다.
아마 이 부분은 카니온도 결국 루크에게 손을 벌리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 동부로도 유통을 준비하면 될 거다. 이번에 리에트를 방문했을 때, 계약을 체결하고 왔으니까.”
“오오! 조건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우리가 정가의 70%에 넘기는 대신, 리에트에서 수입해 들여오는 물품들을 60%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리에트의 수입 물품들을…!”
얘기를 들은 플뤼드가 깜짝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다.
비록 수입 물량이 우리가 리에트에 몬스터 사체 제품을 판매하는 금액 내로 한정되어 있긴 하지만, 이건 베르딘에 상당히 유리한 계약이었다.
아무래도 리에트가 막아야 하는 입은 2황비궁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에.
“역시 에반 공자님이십니다! 이걸로 우리 무역 품목이 좀 더 다양화될 수 있겠습니다!”
안 그래도, 플뤼드는 사업의 다각화를 위해 제품 개발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영지전의 보상으로 프레이아 백작령에서 이주해온 직공들이 큰 도움이 되고 있었는데, 손재주가 좋아서 몬스터 가죽 제품들의 품질도 향상되고 새로운 제품들도 생산 가능했다.
“몬스터 뼈를 이용한 제품들은?”
“아버지가 공자님께 만들어드린 검처럼, 몬스터 뼛가루를 갈아서 철에 혼합시키는 형태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되면 일반적인 강도는 보통 철보다 떨어져서, 오러를 다룰 수 있는 기사들에게만 우선 지급하고 있다고 했다.
몬스터 뼈를 통으로 깎아서 무기를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그건 글렌과 대장장이들의 무공 수준이 한참은 더 올라야 가능할 것 같았다.
“수고했다. 나머지는 차후에 의논하도록 하지.”
“예, 공자님. 살펴 가십시오.”
이후, 플뤼드 상단을 나와서 향한 곳은 베하마그 산맥의 마나석 광산 개발 현장이었다.
* * *
“거기! 4번 갱도는 길목을 좀 더 넓혀야 해요!”
“예, 공녀님!”
“통로에 달려 있는 마나석 전등 회로는 모두 광산 중앙의 마력 공급 마법진으로 연결시켜요.”
“알겠습니다.”
“루크 공녀님, 마나석 저장 창고는 외벽 마감재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나 파동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차단석을 쓰는 게 좋아요. 없으면 마탑에 구매신청 해놓으세요.”
에반이 2주 동안 휴가를 가 있는 사이, 아인세라는 베하마그 산맥의 마나석 매장지에서 광산 개발 공사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었다.
겨우 열 살인 공녀가 이럴 필요는 없었지만, 한사코 따라가겠다고 나섰는데….
‘후훗,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덕분에 그녀는 베하마그 마나석 광산의 구조를 빠삭하게 알 수 있게 되었고,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서 약간의 ‘보험’도 들어놨다.
그렇게 공사가 한창일 때.
우우웅―
텔레포트 마법진이 작동하더니, 마침 기다렸던 인물이 등장했다.
칠흑처럼 새까만 머리카락.
그와 대비되는 창백하리만치 하얀 피부.
조각 같은 날카로운 얼굴선.
차가운 눈빛.
이 모든 것이 지금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는 소년을 설명하고 있었다.
외형은 베르딘 후작가의 사생아이지만 그 속에는 누군지 모를 존재가 깃들어있는 ‘빙의자’이면서, 그와 동시에 ‘회귀자’인 ‘에반 베르딘’.
소년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느릿느릿하게 물었다.
“아인세라, 여기에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보면 모르겠어? 여기 광산 개발 도와주고 있잖아.”
“아니… 이걸 왜 네가 하고 있냐는 말이다.”
“글쎄? 나는 그냥 너도 기다릴 겸 해서 온 거야.”
씨익 웃으면서 천연덕스럽게 넘어가는 아인세라.
에반은 할 말이 많아 보였지만, 그녀는 자연스럽게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그런데 너는 도대체 휴가 간다던 애가 무슨 짓을 하고 온 거니?”
…움찔.
“뭐가?”
스스로도 찔리는 게 많은지, 소년이 살짝 당황했다.
곧바로 표정 관리에 들어가긴 했지만, 아인세라는 순간적으로 에반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어머? 뭐가아아? 동부에서 그 난리를 쳐놓고, 지금 내가 뭘 말하는지 모르는 거야?”
“…리에트 공작령에서의 일은 어쩔 수 없었다. 나도 우연히 휘말리게 된 것이라서.”
“우연?”
소녀의 고운 미간이 꿈틀거렸다.
아인세라는 날카로워진 연녹색 눈동자로 에반을 노려보더니, 뾰족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미래에 동부의 대재앙으로 번져나갈 죽음의 안개를 미연에 차단한 대사건이, 그저 우연이라는 거니?”
아인세라는 소년이 이 모든 것을 미리 알고 계획적으로 벌인 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실제로, 에반 베르딘은 이번 일을 통해서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됐다.
사특한 자들이 동부에서 사악한 음모를 꾸미는 것을 밝혀낸 데다가 3황자까지 구해낸 셈이 되었으니―
2황비궁과 리에트 공작가, 양쪽에 빚을 지운 셈이었다.
“이상하네~ 분명히 미래의 정보를 활용해서 뭔가를 할 때는 사전에 알려주기로 했을 텐데?”
“…의심하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사실이다.”
“아무것도 몰랐는데, 어쩌다 보니 휘말렸다고?”
“정확하다.”
에반은 단호하게 말했지만, 아인세라는 여전히 미심쩍은 눈치였다.
하지만 서로를 속였을 때 발동하는 마법이 정말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보면, ‘진짜인가?’ 헷갈리기도 했다.
게다가 이와는 별개의 의문도 있었는데―
‘애초에 얘는 죽음의 안개가 흑마법사의 짓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지?’
이건 무려 6회차인 자신조차 모르는 내용이었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 그녀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혹시 에반 베르딘이 흑마법사들과 뭔가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닌지….
지난번 루크의 영지에서 ‘환각분 대유행 사건’도 자신은 몰랐는데, 알고 보니 배후에 흑마법사가 있었다.
‘그냥 자신에게 도움이 되니까, 흑마법사들을 처단하는 걸까?’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아인세라가 바라보는 에반 베르딘은 결코 남 좋은 일만 하는 자선사업가가 아니었다.
‘끄응… 잘 모르겠네.’
그녀가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광산 개발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지?”
“아! 그건….”
소년의 질문에, 상념에 잠겨 있던 아인세라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차피 당장은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
그렇다면 차후에 좀 더 알아보기로 하고, 그녀는 광산 개발의 진행에 대해서 얘기하기로 했다.
“일단 인프라 작업은 거의 다 끝나가고 있어. 우리 루크에서도 고급인력들을 상당히 많이 투입했거든.”
“그러면 채굴은 언제부터 할 수 있게 되는 것인가?”
“빠르면 2주 정도 뒤부터.”
간혹 마나석에 불순물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는 경우에는 따로 정제작업이 필요한데, 베하마그 산맥에 있는 마나석은 순도도 엄청 높아서 따로 그런 과정이 필요 없었다.
“어쨌든 특별히 별다른 문제는 없다는 건가?”
“그런 셈이지.”
“다행이군. 앞으로도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의논해주길.”
“물론이야.”
그때, 에반이 뭔가가 퍼뜩 떠올랐다는 듯이 물었다.
“마탑 지부장 에르몬드는 만나봤나?”
“응. 잘 만났고, 마도공학에 관련된 논문은 마침 어제 발표했어. 내 이름은 공동 저자에 들어갔고.”
에반과 미리 약속된 사안이었다.
그를 대신해서 마도공학 논문 집필을 조언해 주고, 대신 거기에 이름도 올리는 것으로.
소년이 씨익 웃어 보이며 장난조로 말했다.
“오, 그래? 축하한다. 이제 10살에 마도공학의 시발점이 될 논문을 저술한 천재가 됐군.”
“…에휴. 난 정말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어.”
여전히 우려스럽다는 아인세라.
아무래도 계획적인 성향의 그녀에게는 미래의 불확실성이 자꾸만 늘어가는 게 걱정이 많이 되는 것 같았다.
정작 에반은 가볍게 어깨만 으쓱일 뿐이었지만.
“까짓거, 안 될 게 뭐가 있겠나.”
“그래그래… 어쨌든 너 오면, 에르몬드 님이 마탑 지부에 한번 와 달라고 하시던데?”
에르몬드가 아인세라에게 에반을 만나게 되면 전해달라고 부탁했던 말이었다.
“안 그래도 연락은 받았다. 무슨 일인지 아나?”
“아니. 그건 모르겠는데, 그래도 꽤 중요한 일 같던데?”
“알았다. 지금 가보도록 하지.”
* * *
나는 그길로 마탑 지부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지부장인 에르몬드에게 다소 흥미로운 제안을 들었다.
“그러니까… 마탑주가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