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13)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13화(113/213)
“예? 그게 무슨….”
“말 그대로일세. 자네 몸 안에 깃든 기운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기운이라는 것이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기운이라고?
그런데 내 몸이 품고 있다면서.
그러면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시점에서부터, 존재할 수 없는 기운이라는 말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
나는 듣기는 들었으나, 무슨 말인지 몰라서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좀 더 쉽게 말씀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에잉! 말 그대로다. 자네 몸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뜻인 게야.”
하지만 여전히 나와 아인세라가 하나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노인이 기다란 수염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우―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자네의 몸이 품고 있는 기운은 절대로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생명체의 기운이 아닐세.”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생명체의 기운이 아니라면…?”
“한마디로 ‘인위적인 존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야.”
“이 몸이…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입니까?”
“내게는 그렇게 보이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비정상적인 마나의 흐름은 만들어질 수가 없을 테니 말일세.”
“맙소사….”
마탑주의 얘기는 충격, 그 자체였다.
하지만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는 모종의 불안감이 새벽안개처럼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어쩌면 이 얘기들이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처음부터 나도 수상하게 생각해오긴 했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소년의 몸뚱이.
‘에반 베르딘’의 몸은 너무나도 이상한 점이 많았다.
심장에 자리 잡고 있던 어둠의 마나도 그렇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심장부에 마나서클이 생겨나는 것도 그랬다.
‘심지어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나는 서클이 마치 심장 안쪽에 형성된 듯한 느낌이 들지….’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게다가 서클이 형성될 때마다 발현되는 특수한 능력들은 또 뭐라는 말인가.
초재생, 초감각, 속성변환, 그리고 마법무효화까지.
하나같이 기괴하고 기상천외한 능력들이었다.
어제 5서클을 달성했으니 분명히 또 무슨 능력이 생겼을 텐데, 이쯤 되니 이번에는 어떤 능력이 생겨났을지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서클과 오러를 동시에 다룰 수 있다는 것도….’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무엇보다 이번에 마나허브로 만든 영단을 흡수하려고 했다가 빠져든 심상세계.
칠흑처럼 새까만 암흑의 대지 위로 핏빛 하늘이 펼쳐져 있고, 땅에 수많은 사람들이 박혀있어서 고통받고 있는 모습은… 누가 봐도 역천(逆天)이지 순리적이지 않았다.
이렇게 내가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아인세라가 메시지 마법으로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에반, 저 얘기… 진짜야?] […나도 모른다.] [뭐?] [내가 말하지 않았나. 지금 쓰고 있는 몸은 원래의 내 몸이 아니고, 과거로 회귀해보니 이 몸에서 눈을 떴다고.] […맙소사.]좀 갑작스럽기는 했지만, 이건 좋은 기회였다.
그동안 나는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고 싶었지만, 도통 알아볼 방법이 없으니까.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몸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얘기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필시 이 몸은 흑마법과 연관되어 있을 터.
“혹시 이 몸은 ‘언데드’인 겁니까?”
“뭐, 뭐라고?? 언데드?!”
질문을 듣고 옆에서 깜짝 놀라는 아인세라.
하지만 마탑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언데드는 흑마법사 놈들과 숱하게 싸우면서 많이 겪어봤네만, 그것과는 아예 다른 종류인 것 같네.”
“그러면 마탑주님께서 보시기에 이 몸은 어떻습니까?”
“쯧쯧, 자네 몸을 나한테 물어보면 어쩌자는 겐가?”
“…마탑주께서도 말씀하셨다시피, 제가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라서 말입니다. 혹시 제 몸에 대해서 또 말씀해 주실 만한 것은 없습니까?”
“흘흘흘… 그 거대한 베하마그 산맥에서 마나석 광산을 찾아낸 재밌는 꼬마가 있다기에 만나보고 싶었건만, 이렇게까지 흥미로운 연구 소재일 줄은 몰랐구먼.”
눈빛을 반짝이며 연신 수염을 쓸어내리는 노인.
그는 아무리 자신이 ‘9서클의 대현자’라고 불리는 마법사라고 해도,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지는 않다고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늙은이가 꿰뚫어 볼 수 있는 존재들은 나보다 하위차원에 있는 것들이네. 이건 단순히 신분이나 부(富)의 많고 적음을 얘기하는 게 아닐세.”
마탑주는 이것을 ‘영혼의 격’이라 불렀다.
“그런데 놀랍게도 자네와 옆에 있는 꼬마 숙녀는 내게도 잘 보이지가 않아. 정말이지, 어디서 이런 엄청난 꼬맹이들이 튀어나왔는지, 두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을 정도일세.”
특히 나를 통찰하려고 할 때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느껴진다고 했다. 마치 ‘신’을 대하는 듯한….
‘음…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긴 하군.’
무림에서 천마로 군림하던 시절.
대외적으로 알려진 내 무위는 ‘탈마경(脫魔境)’이었다.
하지만 밀교의 비전술법을 통해서 차원이동을 하면서, 나는 그 이상의 경지에 도달하게 되었다.
입신경(入神境).
이는 인간을 초월하여 신의 영역에 발을 들인 것을 뜻했다.
‘만약 내 원래의 몸을 가지고 넘어왔다면 마신경(魔神境)에 오르는 것도 가능했을지 모르지.’
정파에서는 신화경(神化境)이라 부르며, 무공을 모르는 일반인들에게도 흔히 ‘우화등선’으로 알려져 있는 경지.
속세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신선’이 되는 것이다.
그래.
여기까지는 마탑주가 왜 이렇게 말하는지 알 것 같았다.
문제는 이어지는 다음 얘기들.
노인이 심각한 표정으로 나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헌데, 자네는 영혼도 영혼이지만, 육체도 심상치가 않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까 말한 것처럼 자네의 육체를 둘러싼 마나의 흐름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일세. 모든 인과관계가 틀어져 있다고나 할까나.”
“인과율이… 깨져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역시 이해가 빠르구먼.”
하….
여기까지 얘기를 들으니, 머리가 띵하다.
내가 심란해하는 가운데, 마탑주가 본론을 꺼냈다.
“사실 내가 오늘 자네를 만나고자 한 것은 부탁할 것이 있어서라네.”
“부탁… 입니까?”
“그렇다네.”
그가 얘기한 부탁은, 아인세라가 사전에 언질을 줬던 것처럼 ‘고대 마도 유적’에 관한 것이었다.
“몇 년 전, 우리 마탑에서는 제국 남부에 고대 마도의 유적이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알게 되었다네. 그래서 은밀히 그 일대의 땅을 사 모으기 시작했지.”
그런데 최근 들어서 남부 귀족들의 수장인 클리에르 공작가에서 이것을 알고, 마탑에서 사들이려는 지역의 일부를 먼저 확보했다고 한다.
‘클리에르 공작가…?’
황후의 본가이면서, 2황자의 외척 세력이었다.
얘기를 들은 아인세라가 살짝 당황했다.
[미래가… 또 달라졌어.] [음, 역시 그렇게 된 건가….]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흘러가면 좋기야 하겠다만, 어차피 내가 개입된 것부터가 지난 생이랑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클리에르 공작가에서도 그곳에 유적이 묻혀있다는 것을 아는 겁니까?”
“원래는 몰랐었다네.”
“그 말은…?”
“황후 쪽에서 마탑 마법사들 몇몇을 매수했더구먼. 지금이야 부탑주를 통해서 즉각 조치하긴 했네만… 어쨌든 마도 유적에 관련해서는 이미 노출이 됐다더구먼.”
덕분에 시간을 두고 느긋하게 찾으면 될 일이, 클리에르 공작가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한다.
“베하마그 산맥에서 마나석 광산을 찾았다는 능력이라면 마도 유적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네만, 어떤가?”
“흠… 정확한 것은 현장에 가봐야 알겠지만, 아마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나는 마나석 광산을 찾았던 방법의 원리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줬고, 마탑주는 내 얘기를 무척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으로 들었다.
“호오… 이건 또 굉장히 참신한 발상이로구먼. 마나 파장을 넓게 뿌려서 반사되어 돌아오는 파장을 보고, 거기에 어떤 물질이 있는지 유추해낸다니!”
“예. 마나를 보유하고 있는 물질은 외부의 마나 파장을 접했을 때, 반응이 다를 것 같아서요.”
“흘흘흘! 이거 또 새로운 연구 주제를 발견했구먼.”
마탑주는 물론이고, 아인세라까지도 놀란 표정이었다.
[넌 마법사도 아니면서 도대체 그런 걸 어떻게 아는 거야?] […마나를 다루고 연구하는 것이 마법사뿐이라는 생각은 버려라.]적당히 둘러댄 말이었지만, 이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편견이기도 하다.
어쨌든, 얘기를 들은 마탑주는 내가 얘기한 방법에서 충분히 가능성을 엿본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번 유적발굴에 관해서 마탑을 도와주지 않겠나?”
“대가로 제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흘흘,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구먼.”
마탑주가 못 말리겠다는 듯이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는 허연 수염을 쓸어내리며 넌지시 물었다.
“자네가 따로 원하는 바가 있는가?”
“몇 가지가 있습니다만.”
“기탄없이 말해보시게. 최대한 들어주도록 할 터이니.”
“감사합니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아인세라와 미리 의논해놨던 요구사항들을 얘기했다.
“일단 루크 공녀와의 동행을 원합니다.”
“어려운 부탁은 아니로군. 가능하네.”
“그리고 고대 마도 유적이니만큼, 아티팩트들이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 유적 발굴에 성공했을 시, 저와 루크 공녀도 원하는 물건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흘흘흘… 유물을 갖고 싶다라….”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노인.
나와 아인세라는 그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 내심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마침내 눈을 뜬 마탑주는 흔쾌히 우리 제안을 수락했다.
“다만 조건이 있네. 자네들이 충분히 좋은 것을 고를 수 있도록 해줄 테니, 먼저 우리 쪽에서 두 개를 고른 후에 남은 것들 중에서 한 가지를 고르시게.”
“흐음… 유적에 대한 정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닌가 보군요?”
“흘흘, 이거 능구렁이가 따로 없구먼.”
내 추측대로, 마탑에서는 유적지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티팩트 리스트들을 어느 정도 추정하고 있었다.
이 중에서 우선순위로 확보해야 할 물건들도 어느 정도 정리되어 있었고.
“아마 유적지 내부에는 다량의 마도서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네만… 서적들은 모두 마탑에 양보해줬으면 좋겠네.”
이것도 아인세라에게 들어서 익히 아는 내용이었다.
나는 좀 고민해보는 척하다가 마탑주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흘흘흘, 잘 생각했네. 아마 유적 발굴에 성공한다면 자네들에게도 큰 유익이 따를 걸세.”
“물론입니다. 그러면 발굴 작업은 언제부터 착수하면 되겠습니까?”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
이에 관련해서, 마탑주는 필요하다면 루크 공작과 베르딘 후작에게 따로 연락을 넣어주겠다고 했다.
물론 마도 유적에 대해 직접 말할 생각은 아니었고, 마탑주의 연구에 두 사람이 필요하다고 적당히 둘러댈 생각이었다.
“마침 두 사람이 모두 이번에 나온 마도공학 논문과 연관이 있으니, 이걸로 둘러대면 되겠구먼.”
마침 나도, 아인세라도 팔불출 아버지에게 뭐라고 둘러댈지 핑곗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잘됐다 싶었다.
“어머… 그러면 저는 좀 부탁드릴게요.”
“흠흠, 저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흘흘흘! 나와 마탑이야말로 잘 부탁하도록 하겠네.”
마탑주와의 대화는 여기까지였다.
우리는 왔던 길로 되돌아 나와서 에르몬드를 만났고, 텔레포트를 통해서 다시 마탑 베르딘 지부로 돌아왔다.
그리고 며칠 뒤.
우우우웅….
파아아앗!
제국 남부의 클리에르 공작령.
나와 아인세라는 마탑의 도움을 받아, 그들의 이곳 지부로 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