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18)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18화(118/213)
[하… 은인이시여. 이제 보니, 당신은 저보다 더 지독한 속박에 매여있군요.]촤륵―
[이것 말인가?]나는 손목에 매인 검은 쇠사슬을 흔들어 보였다.
확실히… 여인이 밴시였을 때 채워져 있던 사슬은 쉽게 베어낼 수 있었지만, 심상세계에서 내 손목에 채워져 있던 사슬은 끊어낼 수 없었다.
[…예, 맞아요.]스윽.
그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뒤쪽에 죽은 듯이 쓰러져 있는 에반 베르딘의 몸을 가리켰다.
[저는 마법사들의 실험으로 만들어낸 이 저주받을 공간에 갇혀있었지만, 당신을 옭아매고 있는 저것은… 이곳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네요.] [뭐라고…? 저 몸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있나?]하지만 여인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저도 저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영혼이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아는 것들이 있어요.] [그게 뭐지?] [아마 당신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저기에는 셀 수도 없을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의 영혼이 느껴져요.] […….]아 말을 듣고, 나는 심상세계에서 봤던 광경이 떠올랐다.
검은 대지 위에 수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박혀있던 것.
그들은 거기에서 옴짝달싹 못 하면서 고통을 호소하고 괴로움을 겪고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침묵하는 가운데, 밴시였던 여인이 내게 말했다.
[당신도 저기에 매여 있지만, 그래도 당신은 저기에 갇혀 있는 수많은 영혼들과는 좀 달라요.] [그래? 어떻게 다르지?] [당신을 옭아매고 있는 저것은… 아직까지 당신을 완전히 제어하지 못하고 있어요.]여인은 그 증거로, 내가 저 몸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을 꼽았다.
그녀의 경우에는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방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무조건 죽이게 되어있었다고 했으니까.
[몸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라.]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지난번 운기조식 때, 결국 영약의 기운을 단전으로 보내지 못하고 심장에 뺏겼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이 밖에도, 나는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여인의 몸은 이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투명해졌고, 곧 완전히 사라지게 될 듯했다.
[…더 얘기를 나눌 수 없는 것이 아쉽군.]모처럼 잡은 단서였으니, 내 입장에서는 당연했다.
그런데 여인은 가만히 빙긋 웃어 보였다.
[너무 아쉬워하지 마세요. 제가 볼 때, 당신은 그분을 만날 자격이 있으니까요.] [그분?] [네. 사실 여기에 ‘영혼’의 형태로 잡혀있는 건 저뿐만이 아니랍니다.]그녀는 이 공동묘지에서 한가운데 있는 무덤이 지하의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이동하는 포탈이라고 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어떤 검에 봉인되어있는 한 영혼이 있다고 말했는데, 나는 듣자마자 떠오르는 게 있었다.
[설마… 에고소드인 ‘프라가라흐’를 말하는 건가?] [아! 후대에는 그분이 ‘에고소드’라고 전해지게 되었나 보군요.] [네 말에 따르면, 살아있던 사람의 영혼이 거기에 갇히게 된 것이로군?] [맞아요. 그분을 만나시면, 제가 말씀드린 것보다 더 많은 얘기를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포탈은 한번 사용되고 나면 영구적으로 소멸한다고 했고, 시동어도 알려줬다.
여기까지 말해주자, 이젠 정말로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저를 구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당신과 그분은 분명히 서로가 서로를 도울 수 있을 거예요.] [서로 도움이 된다고?] [예. 그분은…….]슈우우우…….
“…아, 떠났군.”
여인은 마지막까지 도움을 주려고 했지만, 이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나 역시도 이제 시간이 됐는지, 손목에 감겨있는 사슬이 점점 에반 베르딘의 몸이 있는 쪽으로 당기고 있었다.
촤륵… 촤르륵….
‘영혼 상태로 육체 밖에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대략 20분 정도인가.’
그러나 이 능력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마치 초재생이나 초감각이 그러하듯이.
스르르르….
나는 에반 베르딘의 몸 안으로 홀연히 스며들었고, 이내 한동안 익숙했던 그 몸의 감각으로 되돌아왔다.
새까만 흑발에 창백하리만치 하얀 피부.
열 살짜리 소년의 육체로.
* * *
‘휴우… 이, 이제 다 끝난 건가?’
밴시가 뿜어내던 압박감이 사라지자, 클리에르의 마탑지부장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무리 고대마도인들이라도 그렇지, 설마 침입자들을 막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유령을 만들어놨을 줄이야.
끼이이익―
어느새 뒤쪽을 보니, 자신들이 들어왔던 붉은 철문이 나타나서 다시 열려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푸른 철문이 나타나서 반대편에 열려 있었고, 이제 그는 준비해온 계획을 실행할 때가 됐음을 느꼈다.
뒤늦게 따라 들어온 클리에르 공작가의 인원들과 흑마법사들도 붉은 철문 너머에 숨어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클리에르 마탑지부장이 은밀히 전해주는 정보를 통해서 미로의 모든 함정과 기물들을 손쉽게 돌파했다.
“에반! 너, 괜찮아?”
“으윽… 좀 어지럽긴 한데, 크게 문제가 있진 않다.”
마침 저 괴물같은 애송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좀 전에 유체이탈을 한 것으로 보이는 에반 베르딘도 그에 따른 반동이 있는 것 같았다.
‘크크큭, 이제 너희들의 쓸모는 여기까지다!’
콰득… 콰드득….
그는 몰래 주문을 영창했고, 에반과 아인세라에게서 조금 떨어진 지면이 미세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히죽.
‘잘 가라.’
그리고는 마침내 시동어를 읊조렸다.
* * *
“스톤 니들(Stone Needle)!”
뒤쪽에서 들려온 외침.
나는 유체이탈에 의한 반동으로 몸을 추스르고 있다가, 때아닌 마법 발동에 쌔―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푸욱.
“커…헉!”
“에반?!”
지면에서 갑자기 돌로 만들어진 송곳이 솟아올라서, 내 복부를 꿰뚫었다.
옆에 있던 아인세라는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졌고, 다른 마탑의 마법사들은 아연실색하여 도통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지, 지부장님?!”
“이게 도대체 무슨… 왜 베르딘 공자를…?”
그리고 내가 공격당한 타이밍에 맞춰서 신원미상의 인원들이 붉은 철문 너머에서 들이닥쳤다.
스스스슥―
“마탑 마법사들을 제압해라!”
“에반 베르딘과 아인세라 루크는 포위망을 구축한다!”
대부분이 어디서 왔는지 모를 놈들이었는데, 개중에는 외형만 봐도 어디 소속인지 알 수 있는 자들도 있었다.
검은 로브에 하얀 가면.
뿌드득.
“흑마법사… 또 네놈들이냐?!”
복부에 쑤셔박혔던 돌송곳을 뽑아내고, 나는 이를 갈며 노려봤다.
정말 지긋지긋할 정도로 엮이는 놈들이었는데, 이건 흑마법사들에게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그건 우리가 할 소리다, 베르딘의 애송이.”
“…얌전히 묶여있겠다면 목숨만은 살려주도록 하지.”
흑마법사는 총 세 명이었는데, 그들 중에서 스페이드
5가 적혀 있는 자가 슬쩍 제안했다.
하지만 지나가던 개가 웃을 소리로 치부해버렸다.
“하, 지금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는 거냐?”
“…우리는 여기에서 목표로 하는 아티팩트들만 확보하면 된다. 너 따위 애송이의 생사여탈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뜻이지.”
“후후… 지랄도 유분수로군.”
물론 나도 아버지인 베르딘 후작에게 흑마법사들과 싸우지 말라는 당부를 받긴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놈들이 나를 건드리기 전까지의 얘기일 뿐.
이미 저 새끼들이 이따위로 내 통수를 쳤는데, 가만히 당해주기만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에반! 저놈들… 꽤 강해.] [나도 안다.] [어떻게 할 거야?]바짝 긴장한 아인세라가 메시지 마법으로 대응 방안을 물었는데,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튀어야지.] [어떻게? 너… 부상도 심한데, 저놈들을 뚫을 수 있겠어?] [아니. 지금 이런 상황에서 포위를 뚫는 건 좀 곤란하지.] [뭐라고??? 그러면 어떻게 할 건데?]아인세라는 황당해하면서 잔뜩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내가 이죽거리니까 장난을 치고 있다 생각하는 모양이었는데, 나는 제법 진지한 목소리로 전음을 보냈다.
[내가 셋을 세면, 나를 데리고 공동묘지 중앙으로 블링크를 써.] [묘지 중앙? 거기에 뭐가 있는 거야?] [시간 없다. 하나. 둘.] [칫! 뭐가 제대로 안 되기만 해봐!]우우웅….
아인세라의 주변에서 마나가 요동쳤다.
그러자 흑마법사들과 클리에르 마탑지부장이 뒤늦게 그녀가 마법을 쓰려는 것을 알아채고 디스펠을 하려고 했는데…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셋.]덥썩―
“블링크(Blink)!”
슈슉!
나와 손을 잡은 아인세라가 갑자기 자리에서 사라졌고, 우리가 나타난 곳은 정확히 묘지 중앙의 무덤 앞이었다.
내가 말한 대로 충실히 이행한 그녀가 급히 다그쳤다.
“이제 어떻게 해?!”
“열려라(Open)….”
“응?”
“참깨(Sesame)!!!”
나는 곧바로 밴시였던 여인이 가르쳐준 시동어를 외쳤다.
그러자 놀랍게도 정말로 포탈이 열렸다.
우우우웅―
“이, 이건 또 뭐야?!”
“가르쳐줄 시간 없어! 저기로 바로 들어가는 거다!”
“자, 잠깐만! 꺅!”
그러자 배신자인 마탑지부장과 흑마법사들은 즉시 우리에게 공격마법을 날렸는데.
“어딜 도망가려고!”
“파이어 볼(Fire Ball)!”
화르르륵!
“윈드 커터(Wind Cutter)!”
스아아악―
나는 이미 아인세라의 손을 잡고 포탈 속으로 들어간 뒤였다.
콰광… 퍼버버벙…….
빠르게 닫혀가는 포탈 너머로 폭음 소리가 아스라이 들려왔으나, 그것들은 이제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였다.
* * *
콰광! 퍼버버벙―!
일제히 쏴댄 마법들이 한순간에 폭발했다.
클리에르 마탑지부장은 기대감에 눈빛을 반짝였다.
“해치웠나?!”
쿠구구구…….
그러나 먼지구름이 가라앉자, 거기에 있는 것은 푹 꺼진 지면과 여기저기 부서져서 널브러진 비석들뿐이었다.
어느새 환영 마법은 풀려있어서 을씨년스럽던 공동묘지의 풍경은 오간 데 없이 사라졌는데, 땅에 일정한 간격으로 박혀있는 비석들은 남아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이것들이 환영 마법의 매개체였던 것 같다.
“…아무래도 놓친 것 같군.”
클리에르 공작가의 인원들을 통솔하는 지휘관, 기사단장 파라스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그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클리에르 마탑지부장에게 물었다.
“베르딘 공자와 루크 공녀는 어디로 간 것이오?”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이 유적 내부의 어디론가 이동하는 포탈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다면 여전히 우리 계획에 방해가 될 수 있겠군.”
“예. 뭐…….”
지부장은 괜히 무안해져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다가 슬쩍 눈치를 보고, 파라스에게 물었다.
“헌데… 마탑 마법사들은 어쩌실 요량입니까?”
“음? 어떻게 하긴.”
척.
그가 마탑 마법사들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는 클리에르 기사들에게 엄지를 세워 보였다. 그리고는 손목을 돌려서 그것을 아래 방향으로 내렸는데―
“아, 안 돼….”
“제발 살려 줘!”
마탑 마법사들은 모두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들 중에는 동료라 여겼던 클리에르 마탑지부장을 애타가 찾는 자들도 있었다.
“바호론! 자네가 어떻게 우리에게 이럴 수 있나?!”
부들부들….
“이런다고 해서 마탑주께서 모르실 것 같은가!”
“마나의 저주를 받을 자로다! 감히 마탑을 배신하다니!”
개중에는 감격이 격해져서 그를 욕하는 자들도 여럿 있었으나, 그들의 호통 소리는 곧 외마디 비명이 되었다.
“시끄럽구나.”
서걱―
“컥…!”
촤악!
“끄악!”
장내는 순식간에 피바다가 되었고, 결국 유적지에 들어온 마탑의 마법사들 중에서 살아남은 이는 클리에르 마탑지부장 한 명뿐이었다.
충격이 큰 듯, 얼굴이 하얗게 질린 그가 파라스에게 원망조로 소리쳤다.
“이, 이보시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소?!”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냉랭하기만 했다.
“하… 허면, 이 모든 것을 목도한 저들을 살려뒀어야 한다는 것인가?”
“그, 그건…….”
“알량한 동정심으로 일을 그르치지 마시오. 어차피 당신이 우리 제안을 받아들인 순간, 저들의 목숨을 우리에게 팔아넘긴 것과 마찬가지였으니.”
“…….”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클리에르 마탑지부장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해당 영지의 마탑지부장으로서 영주인 공작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고, 마도유적을 발굴해서 한몫 잡아보겠다는 생각뿐이었는데….
그는 싸늘한 주검이 된 마탑의 동료들을 보면서 뒤늦게 후회했으나, 상황은 이미 엎질러진 물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