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21)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21화(121/213)
* * *
쿠구구구구―
“끄아아아!”
“꺄아아악!”
콰과과과!!!
하늘이 흔들리고, 땅이 요동쳤다.
고통받는 영혼들의 비명이 온 천지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이 모든 일의 원흉이 된 소년의 광소가 터져 나왔다.
“아하하핳! 벌레 같은 것들이 감히 내 영역에 들어와서 주제도 모르고 설치다니!”
속박되어있는 영혼들로부터 영력을 쥐어 짜낸 붉은 눈의 에반 베르딘은 강력한 대규모 마법들을 마구 퍼부었다.
대지가 푹 꺼졌다 솟아오르며 불을 뿜기도 하고, 붉은 하늘에서는 검은 번개가 내려치기도 하는가 하면, 허공에서 검은 광선이 나오기도 했는데―
지이이잉…….
콰아아아앙!!!
“어, 어이! 거기 머리 위에 조심해!”
“으응? …헙?!”
화르르륵―
콰득― 콰드드득!
“아오, X발! 이게 말이 돼?!”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나와 프라가라흐는 반격은 고사하고, 전방위로 몰아치는 공격 마법을 피하고 막는 데만 해도 벅찼다.
“헤에에― 요리조리 미꾸라지처럼 잘도 빠져나가네? 그래도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순진무구한 목소리로 이죽거리는 에반 베르딘.
하지만 눈빛에는 살의(殺意)와 악심(惡心)이 가득했다.
놈은 마치 가용할 수 있는 마나가 무한대라도 되는 것처럼 강력한 마법을 연이어 뿌려댔다.
[이봐! 저 괴물은 약점 같은 거 없어?]꿋꿋이 맞서 싸우던 프라가라흐의 다급한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그러자 나도 전방을 가득 메우며 날아오는 검은 광선들을 피하며, 전음을 보냈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시도해볼 만한 게 있다.] [그러면 빨리 좀 해봐!] [보채지 마라. 기회는 놈이 방심하고 있을 때, 한 번뿐일 테니까.] [지금 내가 안 보채게 생겼냐? 이러다간 너나 나나 다 뒈지겠다고!]이렇게 우는 소리를 해도, 프라가라흐는 어떻게든 꾸역꾸역 잘 막아냈다. 그리고 내가 뭔가 준비하고 있다고 하자, 내 쪽으로 오는 공격까지도 최대한 신경 써서 막아줬다.
덕분에 내게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겼고, 이 정도면 에반 베르딘을 노리기에 충분했다.
“아하하핳! 아직까지는 해 볼 만한가 본데, 그러면 이것도 막을 수 있나 보자!”
츠화아아아아―
마치 장난삼아 개구리를 죽이는 아이처럼 해맑게 웃는 흑발 소년. 에반은 살기와 광기로 점철된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여태까지보다 더욱 강력한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마구 쏟아지던 마법 공격이 잠시 끊어지게 됐다.
‘…빈틈!’
쐐애애애액―
나는 즉시 품속에서 손을 넣어 옷깃 안쪽의 단검을 날렸다.
양팔을 크게 휘두르는 것과 동시에 요란한 파공성을 울리며 날아가는 단검들.
그것들은 곧이어 들어오는 거센 마력의 포화 속에서도 휘어지고, 꺾어지면서 표적을 향해 쇄도했다.
그 하나하나에는 가공할 정도로 상당한 오러가 담겨있어, 옆에서 지켜보는 프라가라흐도 놀랐는데.
“오오! 이 정도면…?!”
[아마 저것들은 다 막힐 거다.] [응? 뭐라고?]말 끝나기가 무섭게, 에반 베르딘에게서 피어오르는 오염된 마나가 검은 촉수의 형태가 되어서 날아오는 단검들을 모두 후려쳤다.
츄르르륵―
퍼버버벙!!!
“휴우~ 제법 날카로웠지만, 이 정도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고? 아하하하!”
하지만 애초부터 눈에 보이도록 요란하게 날린 것들은 모두 눈가림용이었다. 진짜 노림수는 다른 단검들 사이에 숨어서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게 날아갔던 암영비살(暗影飛殺)이었다.
푹.
“…어?”
언제 날아왔는지도 모르게 한 자루의 단검이 에반 베르딘의 왼쪽 가슴, 심장에 꽂혔다.
기분 좋게 한껏 웃어젖히고 있던 흑발 소년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리고 놈이 단검을 인지하기 무섭게, 거기에 담겨있던 흉폭한 기운이 폭사되어 터져 나왔다.
퍼버벙―
“크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마나 폭발의 반동으로 튕겨져 날아가는 에반 베르딘.
폭발의 여파로 녀석은 왼쪽 상체가 아예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분명히 내가… 아니, 저놈이 가지고 있는 특수능력은 심장에 기인하고 있다. 만약 저 괴물같은 몸에 약점이 있다면, 심장일 가능성이 가장 크겠지.’
슈우우우우…….
나는 긴장감을 유지한 채, 저 멀리 검은 대지에 드러누운 에반 베르딘을 주시했다.
그런데 그때, 옆에서 프라가라흐가 잔뜩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어이, 해치운 거야?”
“아.”
나도 모르게 내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나지막한 탄성.
그리고 이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에반 베르딘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날아가버린 상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재생되고 있는 상태로.
츄륵… 츄륵… 츄르르륵….
히죽.
“아아… 깜짝 놀랐잖아? 이런 깜찍한 짓을 하다니.”
어느새 감쪽같이 자라난 왼쪽 상체.
그걸 보며, 프라가라흐의 안색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뭐, 뭐야…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혹시나 해서 심장을 노려봤는데, 아쉽게도 통하지 않았다.
심상세계라서 그런 건가?
나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프라가라흐의 질문에 대답해줬다.
“…초재생 능력이다.”
“뭐? 무슨 능력?”
“초재생. 말 그대로, 몸에 입은 부상을 초자연적인 속도로 재생시켜서 치유하는 능력이지.”
“미친… 그런게 가능하다고?”
프라가라흐는 자기 눈으로 봤는데도 못 믿겠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하지만 그런 눈으로 나를 봐봤자, 내가 설명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솔직히 나도 저 몸의 특수능력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전무했으니까.
“망할… 진짜 괴물 새끼로군. 하지만 이런 건 어떨까?”
키이이이잉―
‘마법진이라고? 어느 틈에 술식을…?’
내가 나름대로 반격을 준비하는 동안, 그도 놀고만 있던 것은 아니었나 보다.
놈의 발밑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빛 마법진.
구체적으로 무슨 마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느껴지는 마나의 흐름이 심상치 않았다.
어쩌면… 이 정도면 필시 유의미한 데미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기가 무섭게 에반 베르딘이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띠었다.
히죽.
“아아, 또 뭔가 재밌는 걸 준비했나 보네? 안타깝게도 나한테는 이런 거 안 통하는데~?”
우우우우웅…….
“이, 이건 또 뭐야?!”
갑자기 빛을 잃고 사라지는 마법진.
딱 보니까 알겠다. 이건 서클이 늘어날 때마다 생기는 특수능력 ‘안티매직’이 분명했다. 일정 범위 내의 모든 마법술식을 무효화하는 능력.
프라가라흐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
“술식이 역산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지워진다고…???”
“원리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이건 저 몸이 가진 특수능력 ‘안티매직’이다. 그 밖에도 한시적으로 육체 감각을 극대화시키서나 자유롭게 마나의 속성을 변환할 수 있는 능력, 영혼을 일시적으로 육체 밖으로 벗어나게 하는 능력도 있다.”
“와, 미친… 정말로 그런 게 다 가능한 거지?”
충격으로 멍―한 표정이 된 프라가라흐.
고대 마도제국의 대마법사였던 그조차도 이렇게 놀라는 것을 보면… 역시 이런 능력들이 예사 것들은 아닌 게 분명했다.
저 멀리서는 에반 베르딘이 키득거리면서 이런 반응을 즐기고 있었다.
“아하하핳! 이봐, 파랑 머리! 어차피 너희는 발버둥 쳐도 내 손바닥 안이라고. 그냥 순순히 잡혀서 나를 위한 양분이 되는 게 어때?”
“미친 새끼. 내가 칼에 갇힌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너 따위 괴물한테까지 먹혀야겠냐?”
“그리 나쁘지 않을 거야.”
“하! 지금 여기 매여 있는 영혼들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퍽이나 나쁘지 않겠네?”
즉시 정색하는 프라가라흐.
일견 보기에는 아무렇지 않은 척 에반 베르딘의 말을 받아내고 있었지만, 내심 쫄리긴 했나보다.
[이봐.] [응?] [아까 네가 걸었던 조건… 다 수용할 테니까, 빨리 계약하자.]피식.
[갑자기?]내가 즉답하지 않고 딴청을 부리자, 프라가라흐가 즉시 발끈해서 소리쳤다.
[지금 내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겠어? 난 그래도 네가 저 빌어먹을 괴물보다는 훨씬 나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후후후, 물론 그건 그렇겠지.] [그러면 아까 그 조건으로 계약하는 거다?] [좋다.]키이이이잉―
내가 수락하기 무섭게, 나와 프라가라흐의 발밑에 금빛 마법진이 생겨났다.
[야, 너 이름이 뭐지?] [알렌.J.아스론이다.] [반반하게 생겼다 싶더라니, 네놈도 황족이었나 보네.]고대 마도제국의 룬어로 이루어진 그것은 기이한 공명음을 내며 찬란하게 빛났고, 프라가라흐는 좀 전까지의 장난스러운 모습이 거짓말이었던 양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육신을 잃었으나 블랙드래곤 카세르드로아의 뼈로 만든 검에 매여 안식에 들진 못한, 나 프라가라흐는 알렌.J.아스론과 영혼의 계약을 맺길 원한다.”
쿠구구구궁―
“이 정도의 힘이…!”
계약이 진행됨에 따라, 프라가라흐에게서 심상세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거대한 힘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여유만만하게 우리를 지켜보던 에반 베르딘도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것 같았다.
“무슨 짓을 벌이는 건진 모르겠지만, 내가 구경만 하고 있을 것 같아?!”
츠화아아아―
일순간 놈의 전신에서 새까만 어둠의 마나가… 아니, 오염된 마나가 피어올랐다. 그러더니 아까처럼 검은 오러를 촉수 형태로 변환시켜서 날려 보냈다.
“아하하핳! 이대로 너희 둘 모두 끝내주마!”
츄르르르륵―
무시무시한 속도로 검은 촉수들이 쇄도해오는 일촉즉발의 상황.
프라가라흐의 다급한 외침이 머릿속에 울렸다.
[빨리 네 이름을 말하고, 계약을 수락한다고 말해!]“아… 알았다.”
나는 즉시 입을 열어, 그가 시키는 대로 말했다.
“나 알렌.J.아스론은 계약을 수락한다.”
파아아아아앗―
말 끝나기가 무섭게, 발밑의 마법진에서 찬란한 황금빛이 뿜어져 나와서 나와 프라가라흐를 뒤덮었다. 그리고 달려들던 검은 촉수들은 안개처럼 변해서 흩어져 버렸다.
파스스스….
“뭐, 뭐야?! 이 공간에서… 내 기운을 소멸시켰다고?”
그리고 내 손에는 아까 심상세계로 들어오기 전에 봤었던 것과 똑같은 모양의 검이 쥐어져 있었다.
새하얀 백색의 검신에,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해 보이는 칼자루가 달린 롱소드.
하지만 나는 이 검을 통해서 프라가라흐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나는 그가 가지고 있는 대마법사로서의 어마어마한 힘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어떻게냐고 물어본다면 대답하기는 어렵지만 그냥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고, 이 힘이 있다면 나는….
“프라가라흐!”
“크큭! 그래, 어디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 계약자!”
“…알았다. 고맙군.”
굳이 말하지 않아도 즉시 통했다.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것과 동시에 그가 가지고 있는 막대한 양의 마나가 내게로 흘러들었고, 나는 이것을 그대로 단전으로 끌어들여서 천마기로 전환시켰다.
쿠화아아아아!!!
“이, 이게 대체 무슨…?!”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천마기가 폭풍처럼 온몸을 휘감았고, 이 모습을 지켜보는 에반 베르딘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핏빛 눈동자를 부릅뜨고 있었다.
그렇게 한차례 마기의 폭풍이 휘몰아친 뒤.
고오오오―
“아아, 이 느낌… 정말 오랜만이로군.”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천마신공이 4성을 뛰어넘어, 그토록 원하던 5성에 도달해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