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23)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23화(123/213)
* * *
“윽…!”
파스스스스….
나는 갑자기 터져 나온 빛에 깜짝 놀랐다.
눈이 부셔서 시야가 완전히 차단된 상황.
바짝 긴장하고 기감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 있었는데, 빛이 점점 사그라들면서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 풍경은….
“…여기는?”
고대 마도제국의 유적지.
프라가라흐가 꽂혀 있던 방이었다.
붉은 하늘도, 검은 대지도, 거기에 매여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도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고, 어느새 내 손에는 ‘에고소드’라 불리는 프라가라흐가 쥐어져 있었다.
원래 꽂혀 있던 제단에서 뽑힌 채로.
타다다닷―
“에반! 너, 괜찮아?!”
“…어?”
아직 적응이 안 돼서 잠깐 멍하게 있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은발녹안의 소녀, 아인세라가 다급히 달려왔다.
그녀는 다가오자마자 대뜸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설마, 진짜로 프라가라흐와 계약한 거야?!”
“뭐… 그런 셈이지.”
나는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가려고 했다. 심상세계에서 일어났던 일들까지 설명하려면 여러모로 번거롭고, 굳이 그런 얘기들을 다 꺼낼 필요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아인세라는 여전히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면… 아까 뿜어져 나왔던 검은 오러는 뭐야?”
“검은 오러?”
“응. 처음에는 황금빛 마나에 둘러싸여 있었는데, 갑자기 어마어마한 어둠의 마나가 뿜어져 나오던걸?”
“아… 그건…….”
얘기를 들으니 머리가 띵―해졌다.
이걸 뭐라고 얘기해야 할까?
여태까지는 후작이 선물해준 팔찌 아티팩트나 특수능력 ‘마나속성 변환’으로 잘 숨겨왔었는데, 이런 식으로 걸릴 줄이야….
내가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아인세라가 재차 물었다.
“너, 설마 흑마법이랑 뭔가 연관이 있는 거야?”
“…….”
나는 한동안 그녀를 가만히 쳐다봤다.
마주 보고 있는 연녹빛 눈동자에는 바짝 긴장한 기색이 느껴졌고, 거기에는 일말의 불안감이나 두려움도 엿보였다.
이건… 아무래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후우― 정확히는 내가 아니라, 내가 들어와 있는 이 몸이 흑마법과 관련된 듯하다.”
“네가 쓰고 있는 몸? 에반… 베르딘?”
“그래.”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고민하다가, 처음 이 몸에 들어왔을 때 감지했던 이상한 점들을 얘기했다.
제멋대로 심장에 서클이 형성되어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던가, 어둠의 마나를 다룰 수 있다는 점 등등.
그리고 이번에 프라가라흐와 계약할 때 심상세계에 들어가서 일어났던 일들도 간략히 얘기해줬다.
이 모든 얘기를 듣고, 아인세라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맙소사… 그러면 네 몸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네가 심상세계에서 보고 온 것들과 프라가라흐가 얘기해준 말을 생각하면, 절대 자연적으로 존재할 수가 없는 것 같은데?”
“맞아. 사실 마탑주를 만났을 때도, 그가 메시지 마법으로 얘기하더군. 내 몸은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것 같다고.”
“…그게 흑마법사들인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겠지.”
“하아― 그렇구나….”
충격받은 표정으로 깊게 한숨을 내쉬는 아인세라.
그녀는 머릿속이 복잡한지, 좀처럼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잠시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하는 듯하더니, 다시금 물었다.
“그러면 네가 계속 흑마법사들과 얽히는 이유도 우연이 아니라는 거야?”
“응? 어… 아마 그럴지도?”
날카로운 질문.
아직 이렇게까지 생각해보지는 못했는데, 어쩌면 진짜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다음 질문은 더욱 예리했다.
“그러면 베르딘 후작은 뭐야? 그도 흑마법사들과 한패인 거야?”
“베르딘 후작이…?”
“상황이 그렇잖아.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처음부터 사생아인 너를 싸고도는 게 좀 이상하긴 했다구.”
여기에다가, 아인세라는 나를 처음 만났을 때 의심했던 얘기도 해줬다.
후작을 만나기 전에 내가 살았다고 했던 마을.
거기에 ‘에반’이라는 소년을 기억하는 주민은 없었다고 했다. 이뿐만 아니라, 갑자기 일어났다는 폭발사고와 그로 인해 죽었다던 친모에 대해서도 전부 베일에 싸여 있었다.
“사실 네 존재는 미래에서 과거로 돌아왔다는 것이나, 다른 사람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것들을 제외하더라도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아.”
“…그렇군.”
이 부분은 나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 이 몸으로 눈을 뜨고 나서도 그렇고, 나이트 워커들을 얻게 된 이후에도 조사하려고 했지만, 특별히 나오는 내용이 없었다.
‘바트란은 마치 누군가 일부러 모든 흔적들을 지워놓은 것 같다고 말했었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직접 캐다가 집사인 세바스에게 들은 말이 있었다.
― 에반 공자님이 성 밖에서 살았을 시절의 일들 말입니까?
― 그래. 사실 폭발사고로 인해 의식을 잃고 나서는 전에 있었던 일들이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 그렇군요. 하지만 굳이 지나간 과거를 다시 떠올리실 필요가 있으실까요? 후작님께서도 제게 슬쩍 언질을 주시긴 했는데… 썩 좋은 기억은 아닌 것 같아서 말입니다.
세바스는 내가 사고 이후 기억을 잃은 것을 놓고, 후작이 오히려 잘됐다고 하면서 내렸던 명령을 귀띔해 줬다.
내 아들이 다시 암울하고 괴로웠던 과거를 떠올리지 않도록 신변의 모든 기록을 정리하라고.
“으으음, 그 팔불출 같은 모습들을 보면 납득이 안 가는 건 아닌데….”
“후우― 하지만 오늘 네 얘기를 듣고 보니, 어딘가 석연치 않은 것도 사실이긴 하군.”
후작이 흑마법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이 생각을 안 해본 것이 아니었지만, 문제는 같이 지내면서 면밀히 살펴봐도 그에게는 딱히 특이점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어둠의 마나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그런데 문득 마탑주를 도와주러 간다고 하며 나올 때, 그가 신신당부했던 말이 떠올랐다.
부탁받은 일 외에 다른 일에는 개입하지 말라고 했고, 특히 흑마법사들은 위험한 자들이니 절대로 그들과 엮여서는 안 된다고.
‘음, 맞는 말이긴 한데….’
이상하게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혹시 흑마법사들에게 세뇌나 암시에 걸려서 조종당하고 있나?’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어쨌든 나는 후작에 대해서도 좀 더 세밀하게 파악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우선 마도유적 발굴을 이어나가야 하는 상황.
아까 우리에게 통수를 쳤던 마탑 클리에르 지부장과 그 일당들도 이곳의 마도유물들이 목적일 텐데, 그놈들보다 먼저 목표한 것들을 손에 넣어야 했다.
“아인세라,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음, 원래대로라면 저쪽에 문이 있어서, 거기로 들어왔었어야 했는데….”
그녀는 말꼬리를 흐리는 것이, 아까 전과는 달리 조금 자신 없는 목소리였다. 그도 그럴 것이 문이 있어야 한다고 했던 자리에는 그냥 벽만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때 아직 손에 쥐고 있는 검이 희미하게 울었다.
웅― 웅― 웅―
“아, 프라가에게 물어보면 되겠군.”
내가 프라가라흐를 의식하고 그를 찾으려고 하자, 손에 쥔 롱소드가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곧 푸른 머리에 황금빛 눈동자, 복잡한 문양이 수놓인 하얀 로브를 걸친 미청년이 나타났다.
반투명한 상태로.
[이봐, 알렌. 이번에는 완전히 잠들지 않아서 내가 먼저 말을 걸었는데, 앞으로 할 말이 있으면 검에 마나를 넣어서 나를 깨워라.] [오호… 영혼 상태인데 계속 의식이 있는 건 아닌가?] [나도 계속 깨어 있으면 정신이 버티지를 못해. 그래서 특별히 네가 부르지 않을 때는 자고 있을 거다.] [그렇군.]프라가는 우리가 어디로 가기를 원하는지 물었고, 우리는 아티팩트들이 모여있는 곳이나 마도서적이 보관되어 있는 곳으로 가려 한다고 했다.
[흐음, 그러면 제단 뒤쪽으로 가라.] [거기에 뭐가 있나?] [텔레포트 마법진이 있을 건데, 완성된 아티팩트들이 모여있는 보관창고로 연결되어 있으니까.] [오, 그래?]이 말을 듣고, 나와 아인세라는 제단 뒤쪽으로 갔다.
그러니 거기에는 정말로 돌판에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고, 우리는 그 위에 올라서서 즉시 마법을 발동시켰다.
* * *
“캬아아아!”
“이쪽으로 온다! 빨리 엄호해줘!”
“크윽… 여기도 지금 어려운 상황이다!”
“키에에에에!”
“끄아아악!”
밴시가 지키던 마지막 방을 지나서 마침내 연구시설이 있는 쪽으로 진입한 클리에르 공작가 인원과 흑마법사들.
이들은 현재 연구시설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던 괴물들과 처절한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크워어어엉!”
쿵― 쿵― 쿵― 쾅―!!!
“크악!”
머리에 뿔이 달려있고 등에 거북이 같은 단단한 껍질을 가지고 있는 기이한 형태의 불곰이 돌진해서 기사 한 명을 들이받았다.
“케인?! 이 괴물 놈들이…!”
슈화아아아악―
동료의 죽음에 흥분한 기사 한 명이 오러가 실린 검을 불곰에게 휘둘렀다. 하지만―
팅!
“그웡?”
놈은 단단한 껍질이 있는 등 쪽으로 가볍게 칼을 받아냈다. 그리고 그 틈을 타서, 옆에서 이번에는 거미의 몸통에 사자의 머리를 달고 있는 괴물이 달려들었다.
“크와아앙!”
콰득―
“끄아아악!”
사자에게 그대로 씹어 먹힌 기사.
벌써 머릿수가 절반이 넘게 줄어든 클리에르 인원들은 크게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무리의 대표격인 기사단장 파라스가 흑마법사들에게 다소 날카롭게 물었다.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인가! 분명히 연구시설 쪽에는 별다른 위협이 없을 것이라 하지 않았나?”
“큭…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도 완전히 예상 밖이오.”
“젠장할! 대체 이 괴물들은 정체가 뭐요?”
“이것들은 ‘키메라’라는 인공 합성 생명체요. 원래는 시험관 속에 잠들어 있어야 할 것들인데, 이것들이 왜 깨어났는지 모르겠소.”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겠나?”
“일단 우리가 목적한 위치까지 신속히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오.”
흑마법사들이 윗선으로부터 받은 정보에 의하면, 이곳 연구시설에는 생산한 아티팩트들을 모아놓는 장소가 있었다.
거기까지 가면 방어 마법진을 가동시켜서 당장의 안전은 확보할 수 있으리라.
뿐만 아니라 거기에는 비상시를 대비해서 중요한 아티팩트들을 따로 빼낼 수 있도록 지상으로 이동하는 텔레포트 마법진도 있다고 했다.
“이 괴물 새끼들!”
슈화아아악―
콰과과과!!!
“키에에엑!”
“쿠웨에에엑!”
얘기를 들은 기사단장 파라스가 앞장서서 검을 휘둘렀다. 그가 오러를 담아 쏟아낸 일검에 기사들이 애먹던 키메라들이 대거 쓸려나갔다.
“지금부터 안전지대까지 길을 뚫겠다! 마법사들은 마나를 아끼지 말고 쏟아붓고, 기사들도 바짝 따라와라!”
“크와아앙!”
“익스플로전(Explosion)!”
쾅! 콰광! 콰과과광!!!
“캬아아악!”
그는 흑마법사들과 마탑 클리에르 지부장과 함께 앞장섰고, 키메라들과 처절하게 사투를 벌이면서 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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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다닷―
그렇게 얼마나 왔을까?
나아가던 통로 모퉁이를 도니, 전방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다, 단장님! 저기 희미한 빛이…!”
“바로 저기인 것 같소!”
마침내 목적지가 코앞이었다.
이제 슬슬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혀가던 그들은 젖 먹던 힘을 다해 달려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