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25)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25화(125/213)
* * *
파아아아앗―
우리는 프라가라흐가 봉인되어 있던 방에서, 그가 알려준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이동했다.
그런데 도착한 아티팩트와 연구자료 보관소에는 웬 거대한 괴물이 누군가의 사람들과 한창 싸우고 있었다.
분명히 아까 밴시가 나타났던 방에서 나와 아인세라에게 통수를 쳤던 놈들. 정확히는 몰라도 필시 클리에르 공작과 연관이 있는 자들일 터였고, 하얀 가면에 새까만 로브를 두르고 있는 놈들은… 흑마법사들이었다.
새삼스럽지만, 저들과는 참 질긴 악연인 것 같다.
‘후작이 특히 흑마법사에게는 관여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이건 진짜 어쩔 수 없다.
내게 먼저 칼을 들이밀었는데, 그냥 넘어간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나는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살의를 조용히, 그리고 차분하게 갈무리했다. 그런데 별안간 머릿속에서 아직 잠들지 않은 프라가라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저건 히드라잖아?!] [히드라? 그건 신화 속에서나 나오는 괴물 아닌가?]아무래도 그는 저 괴물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알다마다! 저건 신화 속의 괴물 ‘히드라’를 모티브로, 블랙드래곤의 비늘을 벗겨내서 만들어낸 키메라다. 내가 봉인될 당시에는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었는데… 결국 실험에 성공했나 보네.] [뭐…? 드래곤을 소재로 만들었다고?] [그래. 천륜을 거스른 역천의 종자들이 그 저주스러운 오염된 마나를 통해서 블랙드래곤을 잡는 데 성공했거든.] [어떻게 인간이 드래곤을…?]드래곤은 창조의 여신 세르네아가 마계로부터 중간계를 수호하기 위해서 만든, 명실공히 지상최강의 생명체였다.
그래서 어린 해츨링이라면 모를까, 성체가 된 드래곤을 인간이 잡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
아르바니아 대륙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도 드래곤 슬레이어는 손에 꼽힐 만큼 적었다.
[사실 블랙드래곤 카세르드로아가 저놈들에게 잡히게 된 것이… 우리 아스트라이에 일어난 비극의 시작이었지. 내가 봉인된 검도 카세르드로아의 뼈로 만들어졌고.]지금은 비록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마음으로 프라가라흐의 슬픔과 분노, 그리고 짙은 상실감이 전해졌다.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고 싶긴 했는데, 그래도 지금은 당장 눈앞의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먼저였다.
‘어디 보자….’
스윽.
적들은 무려 드래곤의 비늘로 덮여있다는 괴물을 어떻게 상대하고 있는 걸까?
놀랍게도 현재 상황은 히드라의 아홉 머리 중 하나가 다른 머리를 공격하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살펴보니 흑마법사들 중에 하나가 조종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머지 흑마법사 두 명과 정체불명의 인원들은 그를 보호하려 했고, 여기까지 보니 딱 답이 나왔다.
‘아하. 저놈을 죽이면 되겠군.’
츠즈즈즛!
나는 즉시 품속에서 단검 한 자루를 꺼내서 천마기를 주입했다. 그러자 칼날에서 이전보다 훨씬 농밀해진 검은 오러가 피어올랐고, 내 손짓에 따라 그대로 허공을 갈랐다.
스르르륵….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게 날아가는 단검.
어둠 속으로 완전히 녹아들어서 표적을 향해 날아가는 암영비살(暗影飛殺)은 이전과는 아예 차원이 달랐다.
속도, 은밀함, 그리고 위력까지도.
푹.
단검은 텔레포트로 터져 나온 빛이 채 사그라들기도 전에, 목표물에 정확히 명중했다.
“커헉!”
“스페이드 5?!”
심장에 칼이 박힌 흑마법사는 숨이 턱 막히는 듯한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대로 절명했고, 엄호를 맡고 있던 동료 흑마법사들은 적잖이 놀랐다.
“스페이드 5가… 죽었다고?”
“X발, 이게 갑자기 무슨 상황이여?!”
놀라기는 정체불명의 인원들도 마찬가지.
그들 중에 수장으로 보이는 자가 나와 아인세라가 있는 곳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웬 놈들이냐?!”
하지만 놈들에게 우리를 신경 쓸 여력은 없을 터.
자신들을 조종하던 스페이드 5가 갑자기 죽는 바람에, 이에 영향을 받던 두 개의 머리가 스턴 상태에 빠졌다.
그 틈을 타서 다른 머리들이 일제히 배신한 머리들을 공격했고.
콰득― 우드득.
“캬아악!”
흑마법사에게 조종당하던 머리들은 변변찮은 저항도 못 해보고, 그대로 목이 꺾여서 죽어버렸다.
이제 배신자를 처단한 히드라의 머리들은 나머지 적들을 노려보며 적의를 드러냈다.
“샤아아아!”
콰과과곽―
치이이익!
“끄아아악!”
살아남은 다섯 개의 머리에서 일제히 독액을 뿜어내자 당황하고 있던 적들은 대처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십수 명이 죽어 나갔다.
그대로 녹아내려서 한 줌 용액이 된 사람들.
“크윽, 이런 젠장할…!”
“이제 저 괴물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지?”
“흑마법사들이여, 무슨 방법이 없겠나?!”
흑마법사들을 포함해서, 무리의 수장으로 보이는 자도 미쳐 날뛰는 히드라를 보면서 어떻게 할 줄을 몰랐다.
다행히 신화 속 이야기처럼 베인 머리가 다시 자라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다섯 개의 머리들만 해도 무시무시한 위협이었다.
게다가 이들이 잊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푸― 푸― 푹―!
“끄악!”
“…컥!”
나는 혼비백산하고 있는 저들을 향해서 또다시 암영비살을 날렸고, 놈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나마 내가 노렸던 표적들 중에서 흑마법사 둘과 무리의 수장으로 보이는 자는 죽지 않고 살아서 나와 아인세라의 존재를 확인했다.
“아니, 저 꼬마들은 아까 튀었던 놈들이잖아?!”
“방금 그 빛은… 텔레포트 마법이었나 보군.”
“뭐? 그러면 저 꼬마들이 이곳 시설에 설치된 마법진을 타고 왔다는 건가?!”
그들이 당황하고 있을 때, 아인세라에게는 그녀를 중심으로 거센 바람이 불어와 주변의 허공에서 뭉치고 있었다.
연녹색 바람의 마법.
“에어 불렛 스나이프(Air Bullet Snipe).”
피슉― 피슉― 피슉―!
아인세라가 공기를 압축한 탄알로 살아남은 적들을 저격하기 시작했다. 암영비살만큼은 아니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탄알이라서 피하기도 어려웠고 막아서기에도 위력이 만만치 않았다.
이제 놈들은 앞에서는 히드라. 뒤에서는 우리 공격을 상대해야만 했다.
빠드득.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다!”
“저 꼬마들부터 해치워라!”
파밧―
결국 저들의 선택은 히드라를 등지고, 우리쪽을 먼저 해치우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드래곤의 비늘로 만들어낸 신화 속의 괴물보다는, 아무리 싹수가 보인다 한들 아직은 꼬맹이인 우리들이 훨씬 상대하기 쉽게 느껴졌겠지.
실제로 어떨지는 해봐야 아는 거지만.
티다다닷―
“이 빌어먹을 애송이들!”
“겁대가리를 상실했구나!”
“저 뱀대가리들보다 네놈들을 먼저 해치워주마!”
“그아아압!”
슈화아아악―
제법 많은 머릿수가 내 시야를 가리고 덮쳐왔다. 움직임을 보아하니 제법이었고, 절제되고 정제된 분위기로 봐서는 역시 기사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봤자, 천마신공 5성에 이른 내게 문제 될 것은 하등 없었지만.
츠즈즈즛―
“후후, 겁대가리를 상실한 게 누군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은데.”
일단 먼저 뛰어든 놈들은 순식간에 토막 나서 모두 초주검이 되었다. 짧게 끊어치는 검격을 무한히 이어나가는 검초, 귀면수라난무(鬼面修羅亂舞).
서걱. 서걱. 서걱.
푸확!!!
여기저기서 목이 베이고 피 분수가 치솟았다.
상대도 나름 실력 있다 하는 기사들 같았지만, 그래봤자 내 일검(一劍)을 막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뭐, 뭐야? 대체 왜 검이 닿질 않는 거냐?!”
“젠장… 미꾸라지 같은 애새끼가!”
슈와아악―
저들은 어떻게든 숫자로 밀어 붙여보려고 했던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암만 그런 식으로 휘둘러봤자 내게 닿을 리가 없었다.
절정급을 넘어서 초절정에 이르면, 단순히 강기만 형성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모든 감각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예리해지고, 기의 운용 또한 마찬가지.
슈― 우― 우― 우―
‘느리군.’
마치 나를 제외한 세상 모든 것이 다 느려진 것 같았다.
특수능력 ‘초감각’을 발동할 때와 비슷한 느낌.
하지만 비슷하면서도 엄연히 달랐으니―
‘초감각’은 신체능력이 향상되지 않은 상태로 ‘감각’만 극한까지 예민해지는 것이고, 무위가 초절정급에 오른 고수의 신체능력은….
뭐, 말할 것도 없겠다.
체내의 뼈나 근육에 더욱 농밀한 마나가 스며드니까.
“겨우 이 정도로 나를 상대하겠다고?”
서걱―
“커억!”
“조금 더 분발해야 할 것 같은데.”
서걱―
“끄악!”
나는 달려드는 적들 사이에서 산보하듯 가볍게 거닐었다. 그러면서 한 놈씩, 한 놈씩 썰어나갔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내가 다소 초조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마법사들은 뭣들하고 있나! 빨리 저 괴물 같은 애송이에게 공격마법을 퍼부으라는 말이다!”
“하, 하지만 아직 저기에는 우리 사람들도 있지 않습니까?”
“뒤에서 진짜 괴물이 쫓아오는 거 안 보이나? 상관없으니까 당장 공격해!”
하지만 이를 가만 두고 볼 아인세라가 아니었다.
“에반! 마법사들은 내게 맡겨!”
우우웅―
이미 양손 팔찌, 귀걸이, 목걸이가 서로 공명하며 그녀를 중심으로 마나서클이 형성되어 있었고, 술식 구성까지 끝마친 상태였다.
파직! 파지직!
“이, 이건?”
“모두 조심해라! 전격마법이다!”
“대체 어느 틈에…?!”
적 마법사들은 어둠 속에서 일순간 튀긴 녹색 스파크를 보고 화들짝 놀라 부랴부랴 실드 전개에 들어갔는데―
“이미 늦었어! 체인 라이트닝(Chain Lightning)!”
파지지직―!!!
“아, 안돼! 끄아아아악!”
오히려 실드를 치려고 캐스팅하던 중에 공격을 받아서, 체내에서 마나 흐름이 꼬여버렸다. 덕분에 치명적인 내상을 입게 되었고, 이로써 마법사들은 완전히 정리됐다.
이제 남은 것은 흑마법사 두 명.
그리고 이 무리의 수장으로 보이는 사내뿐이었다.
* * *
클리에르의 마법사들까지 전멸하자, 흑마법사 클로버 6과 다이아 4는 빠르게 메시지 마법을 주고받았다.
[빌어먹을… 제법 강하다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라는 얘기는 아니지 않았었냐?] […힘을 숨겨놨을 수도.] [시부럴.] [인정하기 싫지만, 지금 전력으로는 저 괴물 꼬맹이들을 이길 수 없다.]다이아 4가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직시했다. 여기에는 호전적인 성격의 클로버 6도 뭐라고 토를 달지 못했다.
이 상황 자체는 기분이 나빴지만 말이다.
[X같네. 그러면 어쩌자고?] [빠져나가야겠지.]다행히 그들은 임무에 투입되기 전에 이곳 유적지의 구조와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다.
물론 마도제국이 존재했던 것이 수천 년 전이니만큼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한 가지 확실히 알았다.
이곳에서 지상으로 나가는 텔레포트 마법진의 위치.
동서남북. 네 방위에 있었는데, 하나는 뒤쪽에서 느릿느릿 쫓아오는 거대한 괴물. 히드라의 뒤쪽에 있었다.
또 하나는 히드라만큼이나 괴물 같은 에반 베르딘과 아인세라 루크의 뒤쪽.
[일단 클리에르의 기사단장을 앞세워놓고, 우리는 양옆에서 도와주는 척한다.] [아하, 그러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째자는 거구만?] [그렇다.]둘 중 하나라도 살려면, 서로 반대편 텔레포트 마법진을 향해 달리는 것이 좋았다.
여기까지 다 얘기가 됐을 때, 마침 이곳에 살아남은 마지막 클리에르의 기사. 단장인 파라스가 검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처억.
“베르딘가의 꼬마 괴물은 내가 맡겠소. 그러니 당신들은 나를 엄호해 주시오.”
“…알았소.”
흑마법사들로서는 파라스가 순순히 나서주니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직 이들은 눈치채지 못했으니….
파라스 역시 눈빛이 심상치 않았고, 심중에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