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27)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27화(127/213)
* * *
흑마법사 다이아 4를 뒤쫓던 아인세라가 거리를 좁힌 끝에 마침내 마법을 발동시켰다.
“윈드 프리즌(Wind Prison)!”
휘오오오오오―
시동어가 터져 나오는 것과 동시에 아인세라와 흑마법사를 중심으로 거센 바람이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이내 안쪽을 감싸는 듯한 돔 형태의 기류가 형성됐다.
말 그대로 풍옥(風獄).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바람의 감옥이었다.
“드디어 잡았네. 이제는 어디로도 도망 못 갈걸?”
“베르딘가의 사생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단한 실력이군.”
다이아 4는 가면 너머로 놀랍다는 듯 눈빛을 반짝였다.
자신을 가두고 있는 이 바람의 감옥은, 시전자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결코 밖으로 나가게 내버려 두지 않을 터.
만약 억지로 빠져나가려고 한다면, 풍압에 의해 다시 안쪽으로 밀려나게 되거나 칼바람에 마구 난도질당하게 되는 구조였다.
그러나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눈앞의 소녀가 아무리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감히 자신에게 비할 바는 아니었으니까.
“시간이 없으니 빠르게 끝내도록 하지.”
츠즈즈즛―
전신에서 줄기줄기 피어오르는 어둠의 마나.
마음이 급한 다이아 4가 이것저것 탐색할 것도 없이 강력한 흑마법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다크 크리스탈 니들(Dark Crystal Needle).”
드드드―
콰득! 콰득! 콰드득!
가면 너머로 탁하고 건조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과 동시에, 아인세라의 주변에 검은 수정으로 만들어진 가시들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찌르는 것도 찌르는 것이지만 일단은 상대의 움직임을 봉하려는 것이었는데, 아인세라도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누구 마음대로 빨리 끝낸다는 거야? 플라이(Fly)!”
부우우웅―
그녀는 바람 마법을 통해서 아예 몸을 공중에 띄워 버렸다. 그 상태에서 이어지는 전격마법.
“이거나 먹어! 라이트닝 썬더(Lightening Thunder)!”
쿠릉… 쿠르릉….
별안간 아인세라의 전신에서 연녹색 스파크가 튀기더니, 주변의 공기 중으로 뇌(雷) 속성 마나가 뻗어 나갔다.
풍옥 안에서 천둥소리가 울렸고, 곧 번쩍이는 강한 빛과 함께 번개가 떨어졌다.
파지지지직!!!
상성도 무시한 채, 바위나 돌도 으스러뜨리고 태워버릴 정도로 강력한 전격 마법.
가공할 정도 위력의 벼락이 내려꽂히는 순간, 아무리 강력한 마법사라도 이건 어떻게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정작 아인세라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파직… 파지직….
“역시 대단하군.”
모습을 드러낸 다이아 4는 머리카락 하나도 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대신에 그 주위에는 검은 수정으로 만들어진 다섯 개의 가시가 길쭉하게 솟아있었는데, 아무래도 이것들이 피뢰침 역할을 한 것 같았다.
“이 대단한 뇌전 마법….”
스윽.
다이아 4가 천천히 양손을 들어 올려서 풍옥의 상공에 떠 있는 아인세라를 향해 뻗었다. 그리고는 본인 특유의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되돌려주도록 하겠다.”
“…뭐?”
아인세라는 순간 쌔―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미 피하기에는 늦은 상황이었다. 그녀는 급한 대로 실드 전개에 들어갔다.
쿠르르릉….
번쩍!
그러는 동안, 뇌전을 머금었던 검은 수정 가시들이 스파크를 튀기더니 대기 중으로 흘러나오며 뇌성이 일어났다. 그리고는 곧 아인세라가 사용했던 것과 똑같은 뇌전 마법이 뿜어져 나왔다.
6서클 라이트닝 썬더.
이제 와서야 깨달았지만, 다이아 4가 다루는 검은 수정에는 상대방이 방출한 마나를 흡수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되돌려줄 수 있는 특수능력이 있었다.
파지지지직!!!
“끄으읏…!”
다행히 아인세라가 전개하던 실드는 제때 완성되어서, 되돌아온 자신의 마법에 직격타를 당하는 것만큼은 면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데미지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었고, 이 틈을 타서 다이아 4는 다음 공격을 이어갔다.
콰득… 콰드득….
“트리플 캐스팅이라니… 정말 놀라울 정도의 능력이지만, 과연 여기저기 신경이 분산되어 있는 상태에서 내 공격을 막아낼 수는 없을 거다.”
검은 수정으로 이루어진 날카로운 창들이 다이아 4의 주변에 형성되어서 둥둥 떠올랐다.
풍옥의 상공에 떠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은발의 소녀를 겨냥한 수십 개의 창날들.
“다크 크리스탈 스피어(Dark Crystal Spear).”
쐐애애애액―
무미건조한 목소리의 시동어가 흘러나오는 순간, 이것들이 일제히 목표물을 향해 날아갔다.
대기를 찢으며, 요란한 파공성과 함께 쇄도하는 검은 수정의 창날들.
플라잉과 윈드 프리즘, 그리고 라이트닝 실드까지 삼중 마법을 전개하고 있던 그녀는 전개하고 있던 마법들 중에 일부를 포기해야 했다.
‘윈드 프리즘은 안 돼…!’
어떻게든 에반이 올 때까지 흑마법사를 붙잡아놔야만 했다. 그렇다고 허공을 부유 중인 상태에서 플라잉을 해제할 수는 노릇이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실드를 해제하고, 직접 피하는 수밖에!’
슈화아아아아―
아인세라는 라이트닝 실드를 해제함과 동시에 바람 마법인 플라잉을 강화했다. 그러자 주변으로 더 많은 바람이 일어나며 그녀의 움직임을 더욱 빠르게 만들었다.
쐐애애애액―
“이까짓 거!”
마치 비단결처럼 흐르는 은발을 휘날리며, 아인세라가 날아오는 검은 수정의 창들을 요리조리 피해 나갔다. 그러면서 지상으로 빠르게 하강했는데, 다이아 4가 펼쳐보인 마법은 단순히 검은 수정의 창들을 날려보내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놓치지 않는다.”
츠즈즈즛―
날려보낸 창들을 향해 손을 뻗은 그가 양손을 꽉 말아쥐며 중얼거렸다.
“다크 크리스탈 익스플로전(Dark Crystal Explosion).”
콰아아아앙―!
시동어가 흘러나오기 무섭게, 빗나갔던 검은 수정의 창들이 일제히 폭발했다. 그러자 작은 조각이 된 검은 수정들이 마력폭발의 에너지로 인해서 사방으로 비산했고,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리는 그것들은 마치 반짝이는 검은 수정의 비와도 같았다.
투두두두두―
푹. 푹. 푹.
“크읏…!”
장대비처럼 쏟아붓는 수정 조각에, 지상으로 하강하고 있던 아인세라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여기저기를 찔렸다.
그나마 뒤늦게라도 실드를 펼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는데, 아까 되돌아온 마법에 당한 데미지와 더불어서 점점 더 많은 부상이 쌓여가고 있었다.
촤좌좌좌좍―
“하아… 하아….”
힘겹게 지상에 불시착한 아인세라.
하지만 산 넘어 산이라고, 그녀가 숨 고를 틈도 없이 다이아 4의 다음 마법이 이어졌다.
“다크 크리스탈 락(Dark Crystal Lock).”
콰득― 콰드득―!
“이, 이런…?!”
지면에서 곧바로 검은 수정이 돋아나서 그녀의 발을 묶었다. 덕분에 그녀는 옴짝달싹 못하게 되었고, 다이아 4는 표적을 확실하게 잡아놓고 공격할 수 있게 되었다.
콰득. 콰득. 콰득.
“이제는 끝이다.”
이미 그녀를 꿰뚫기 위해서 준비되어 있는 검은 수정의 창들.
지금 상태로는 검은 수정의 속박을 끊어내기도, 저 검은 수정의 창을 막아내기도 어려웠다.
진퇴양난의 상황.
다이아 4가 이제는 승리를 확신한다는 듯, 소녀의 최후를 통보했다.
“애초에 자신보다 뛰어난 상대와 싸우는데 이 바람의 감옥처럼 고난도의 대규모 마법을 전개한 채로 싸운다는 것이 무리였다.”
“후훗… 그래?”
그런데 정작 아인세라는 씨익 웃고 있었다.
그 미소를 보는 순간, 다이아 4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오는 것을 느꼈다.
수없이 사선을 넘나들었던 그의 감각이 계속해서 경계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는데, 불안한 느낌은 곧 현실이 되었다.
슈화아아악!
쑤우우욱―
갑자기 다이아 4의 뒤쪽에서 찢어진 풍옥.
그 틈으로 마치 그림자가 미끄러져 오듯이 누군가가 소리소문없이 빠르게 다가왔다.
칠흑처럼 새까만 흑발에 창백하리만치 하얀 피부.
어느 명장이 잘 깎아서 만들어놓은 조각처럼 날카로운 얼굴선.
마기로 일렁이는 검푸른 눈동자까지.
홱.
“서, 설마…?!”
다이아 4가 황급히 뒤돌아서자,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와 있는 에반 베르딘이 보였다.
그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일행이 신세를 많이 졌군. 그런데 뭐? 이제는 끝이라고?”
“젠장 할!”
쐐액―
다이아 4는 아인세라에게 날리려던 검은 수정의 창을 모두 에반을 향해 쐈다.
하지만 워낙 가까운 거리여서 가속도가 제대로 붙지 않았고, 에반이 검은 쥐지 않은 왼손을 폈다가 꽉 말아쥐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츠화아아악!
“어, 어둠의 마나?! 이건 대체…!”
에반의 주변에서 까만 어둠이 피어나더니, 날아오던 검은 수정의 창을 모두 집어삼켰다.
천마신공이 5성에 이르면서 사용할 수 있게 된 암흑포식(暗黑捕食)이었다.
다이아 4는 에반에게서 뿜어져 나온 천마기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이토록 순도 높은 어둠의 마나는 한번도 겪어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끝이다.”
츠즈즈즛―
“오, 오러 소드라고?!”
에반이 프라가라흐의 봉인검에 새까만 검강을 입혔다. 그리고는 클로버 6에게 했던 것처럼 양쪽 다리 허벅지를 향해서 냅다 휘둘렀다.
서걱.
푸확―
다이아 4의 양쪽 다리가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마지막 순간에 전신을 검은 수정으로 덮어서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지만, 무엇이든 베어낸다는 오러소드 앞에는 아무 소용없었다.
후두둑.
“끄아아아악!”
왼쪽 다리, 오른쪽 다리, 그리고 몸통까지.
세 토막 난 다이아 4가 지면 위에 엎드러졌다.
이 모습을 본 아인세라가 그제야 긴장을 풀었다.
털썩.
“흐아아… 죽는 줄 알았네.”
슈우우우우….
소녀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유지하고 있던 윈드 프리즘 마법을 풀었다.
에반은 그녀를 보며 피식 웃었다.
“의외인데? 겨우 이런 놈한테 애먹고 있었다니.”
“뭐라고? 나도 너처럼 예전의 힘을 조금만 더 되찾으면, 저런 건 아무것도 아니거든?”
“후후, 그래그래. 조만간 기대하도록 하지.”
소년의 장난조에, 아인세라가 눈살을 확 찌푸리고서 뾰족하게 쏘아붙였다.
“그러는 너야말로 왜 이렇게 늦은 건데?”
“계속 저게 방해를 하는 바람에.”
스윽.
“으응? …헉?!”
에반이 턱짓으로 가리킨 곳에는 거대한 무언가가 죽어있었다.
그것은 머리가 모두 잘려나간 히드라였다.
눈이 동그래진 아인세라가 조금 황당하다는 듯이 소년을 쳐다봤다.
“맙소사… 혼자 저걸 잡았다고? 그 짧은 시간에?”
“그러니까 저놈이 죽어있지 않겠나?”
탁.
“어휴, 아무튼… 정말 잘나셨어.”
두 사람의 대화는 여기까지였다.
소년은 이제 시선을 돌려서, 다리가 잘려 바닥에서 버르적거리고 있는 흑마법사를 쳐다봤다.
그러자 아인세라와의 얘기를 엿듣고 있던 다이아 4가 고통스러워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하아… 진짜 괴물이구나… 끄으윽… 클로버 6은… 죽인 건가?”
“네놈이랑 똑같은 처지로 만들어줬다. 궁금한 게 많으니 말이다.”
“크… 크크큭… 그렇군….”
그런데 다이아 4의 반응이 조금 이상했다.
자신과 동료가 산 채로 잡혔다는 얘기가 뭐가 그리 좋다고 웃는 것일까?
“갑자기 미치기라도 한 건가? 왜 실없이 쪼개지?”
“크크큭… 덕분에 우리 중 하나는 살아가게 되었으니, 웃을 수밖에.”
“그게 무슨 뜻이지?”
눈썹을 꿈틀거리는 에반에게, 다이아 4가 딱 한마디로 대답했다.
“클로버 6의 특수능력은… ‘재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