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31)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31화(131/213)
“설마 미쳤다고 저희가 그런 만행을 저지르겠습니까?”
“맞아요! 저희는 마탑과 척을 지고 싶지 않아요.”
상식적으로는 이게 맞았다.
흑마법사 놈들이야 이미 온 대륙 공적이고 음지에 숨어서 무법으로 활동하니 그렇다 쳐도, 양지에 드러나 있는 세력이 마탑을 적으로 돌린다?
그것도 제국이나 왕국도 아니고, 일개 귀족 가문이?
미치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짓이었다.
하지만 마탑주 휴마 멀린은 의심을 쉽게 거두지 않았다.
“흐음… 그래도 욕심은 생각을 흐려지게 하는 법일세. 이 늙은이도 제법 오랜 세월을 살아왔네만, 제 죽을 줄도 모르고 욕심을 부리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더구먼.”
“부질없군요. 천하를 얻는다 한들 제 한 목숨 건사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 없는 것이거늘.”
“호오. 베르딘 공자는 나이에 답지 않게 생각이 제법 깊구먼?”
신기하다는 듯 눈빛을 반짝이는 마탑주.
하지만 여전히 그 눈동자 속에는 의심과 경계의 빛이 서려 있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아인세라가 긴장한 듯 살짝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마탑주님이시라면 저희 말이 진짜인지 확인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으실 텐데요?”
“허허… 물론 그 말이 맞네.”
가령 예전에 나이트워커의 바트란과 대화할 때 썼던 것처럼 아티팩트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었고, 마탑주 정도 되면 본인이 그런 아티팩트와 유사한 마법을 직접 사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마 멀린이 사용한 방법은 그보다 간단하면서도 원초적이었으니….
“그래도 이 늙은이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구먼.”
쿠구구구궁―
“큭…!”
“마탑주님! 지금 이게 뭐 하시는 거죠?!”
“자네들이 보다시피, 무력을 행사하려는 중이라네.”
그렇다.
휴마 멀린은 우리 두 사람에게 ‘힘’으로 물어볼 작정이었다. 대륙 유일 9서클 대마법사의 압도적인 힘으로.
드드드드드….
“허허, 어디 한번 재주껏 살아남아 보시게.”
대지가 요동치는 것이, 당장이라도 푹 꺼지거나 확 솟아올라서 뒤집어질 것처럼 느껴졌다.
눈앞의 노인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나도 진심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큭, 아인세라! 이번 것도 설마 환영 마법은 아니겠지?] [미쳤니? 저게 어딜 봐서 가짜겠어?]“이런 젠장…!”
츠화아아아아―
대개 경지에 이른 기사나 마법사들은 살기조차도 자유롭게 다룬다. 그래서 우리를 죽이고자 하는 이 모습이 마탑주의 진의(眞意)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총력을 다해 맞설 수밖에 없는 상황.
다행히 내가 천마신공 5성에 이르고, 아인세라도 아티팩트를 통해서 전력이 상당히 강화된 지금은….
승산이 아주 없어 보이지는 않았다.
우우우웅―
“에반! 내가 서포트해 줄 테니, 가!”
“알았다!”
아인세라가 이번에 새로 얻은 아티팩트 ‘달빛을 머금은 지팡이’를 꺼내 들고 외부 서클까지 형성하고 나자, 나는 즉시 천마기를 끌어올려 마탑주를 향해 몸을 날렸다.
암영무흔보(暗影無痕步).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신 마음대로는 안 될 겁니다!”
스르르륵….
보법을 펼치는데, 마치 캄캄한 밤의 어둠이 포근하게 내게 감겨오는 것 같다.
그렇게 어둠 속에 녹아들 듯이 사라지며 나아가는데, 일순간 내 신형은 마탑주의 코앞에 당도해있었다.
천마신공이 5성에 이르기 전에 펼칠 때와는 완전히 다른 감각.
거리를 좁히는 데 성공한 내가 허리를 틀어서 왼쪽 허리춤 안쪽에 깊이 숨겨놓은 롱소드를 있는 힘껏 휘둘렀다.
그러자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뻗어 나가는 일검이 횡으로 커다란 반원을 그려냈다.
츠즈즈즛!
“그아아아압!”
스아아악―
휘두르는 검은 프라가라흐의 봉인검.
무려 드래곤 본(Dragon bone)으로 만들어진 데다가, 여기에는 무색투명한 검강까지 덧입혀져 있었다.
“허! 느닷없이 오러 소드라고…?!”
두 눈이 부릅떠진 마탑주.
그는 블링크를 써서 무사히 검격을 피해내긴 했지만, 그래도 어지간히 놀란 것 같았다.
아마 유적발굴에 앞서서 이미 내 실력을 한번 테스트해봤기 때문에, 지금의 성취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올 터.
나는 마탑주가 주춤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처억.
“잡았다!”
어느새 휴마 멀린을 향해 뻗어있는 왼손.
마치 손가락 끝을 따라서 어둠이 이끌려오는 느낌으로 허공을 확 움켜쥐었다. 그러자 노인의 뒤쪽에서 새까만 어둠이 일렁거리며 나타나서 그를 집어삼켰다.
천마신공이 5성에 이르면서 사용할 수 있게 된 공능(功能) 암흑포식(暗黑捕食)이었다.
화악―
콰직! 콰지직―!
곧 어둠 속에서 무언가 단단한 것이 부서지고 깨지는 소리가 났다. 마치 단단한 바위가 부서지는 느낌.
아무래도 마탑주가 대지 마법으로 가짜를 만들어놓고, 빠져나간 것 같았다.
‘쳇, 그렇다면 진짜는 어디에…?’
눈으로 찾으려 하면 느리다. 인간의 시야에는 사각이 있기 마련이고, 찾는 것이 다른 무언가에 가려져 있으면 인식하지 못하니까.
그래서 무림인이든, 기사든, 마법사든, 경지가 높아질수록 상대를 눈으로 좇지 않는다.
‘기(氣)’나 ‘마나(Mana)’의 감각을 활용하는 것이지.
우우우웅……!
“거기로군요!”
휘오오오오―
이번에는 나보다 미리 마법을 준비해놓고 있던 아인세라가 더 빨랐다.
내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연녹색 회오리바람이 일기 시작하더니 점점 더 거세졌는데, 그 안쪽의 지면에서는 거대한 바위의 장벽들이 솟아올라서 마탑주를 둘러싸며 보호했다.
이어서 기이한 공명음과 함께 흘러나오는 목소리.
키이이이잉―
“허허허! 역시 루크의 어린 공녀께서도 대단하시구먼. 그냥 놔두면 이 늙은이가 곤란해지겠어.”
곧 아인세라의 근처에 흙으로 만들어진 골렘 두 기가 지면에서 솟아올랐다.
그것들은 곧바로 아인세라를 향해서 거대한 주먹을 휘둘렀는데―
“그우우웅!”
콰앙!
타격음은 요란했지만, 골렘의 주먹이 박살 낸 것은 그녀가 서 있던 곳의 지면뿐이었다. 이미 플라잉 마법으로 공중에 떠오른 그녀가 달빛을 머금은 지팡이를 골렘들에게 겨누고 있었다.
“에반, 골렘은 나한테 맡겨!”
슈화아아아―
지팡이 끝에 모여드는 막대한 바람의 마나.
구성하고 있는 술식은 에반 베르딘의 몸으로 들어온 이후에도 내가 봤던 마법이었다.
베하마그 산맥의 마나석 광산이 있는 동굴에서 베르딘 마탑 지부장 에르몬드가 거대 지네에게 사용했던 6서클 바람 마법.
“에어로 블래스터(Aero Blaster)!”
파아아아앙―
지팡이 끝에서 압축되고, 압축되고, 또 압축된 바람의 마나가 일순간 지상의 골렘들을 향해서 터져 나왔다.
거대한 데다가 움직임도 그리 빠르지 않은 골렘들이 이를 피하기란 불가능했고.
콰아아앙!!!
후두두둑―
압축된 바람의 마나를 정면에서 맞은 그것들은 거대한 굉음과 함께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마탑주가 둘러놓은 바위 장벽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미 지척거리에 도달한 상태였고, 이번에는 프라가라흐의 봉인검에 새까만 검강이 돋아나 있었다.
‘어둠’이라는 속성을 숨기지 않은 대신에 위력은 아까와 비교할 수가 없을 터였고, 나는 바위 장벽과 함께 통째로 마탑주를 박살 내버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때.
바위 장벽 안쪽에서부터 주변 일대를 태산처럼 찍어누르는 묵직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실로 어마어마하다고 표현할 정도의 대지의 마나.
쿠구구구궁―
“흐허허허! 역시 재미있구먼! 무언가 달라졌다고 생각했거늘, 이 정도일 줄이야!”
콰득! 콰득! 콰드드득!
그와 동시에 뼈와 살이 뒤틀리는 듯한 기괴한 소리가 울려 퍼졌는데, 일순간 피부가 저릿할 정도의 전율이 느껴졌다.
이 감각은 마치… 인간이 감당해내기 어려운, 한 마리 흉폭한 맹수를 만난 것 같았다.
‘빌어먹을! 그래도 천마신공이 5성에 올라서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판단 미스였던 것 같다.
하지만…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정면으로 돌파할 수밖에!
“그아아아아!”
슈화아아악―
나는 있는 힘껏 프라가라흐의 봉인검을 휘둘렀다.
준비해둔 초식은 나찰쇄혼참(羅刹碎魂斬).
날카롭게 벼려낸 예기(銳氣)로 앞에 가로막는 것들을 모두 썰어 버리는 ‘흑월아’와는 다르게, 파괴하고 부숴버리는 일검이었다.
혼(魂)마저 부수는 악귀의 참격.
“이걸로… 끝내주마아아아아!”
콰과과광―!!!
검격은 정확히 목표물에 꽂혔고, 요란한 굉음이 연쇄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바위 장벽은 거의 가루가 되다시피 박살이 났다.
하지만―
슈우우우우…….
“허허허, 놀랍구먼… 정말로 놀라워.”
정작 그 너머에 있던 노인은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주목할만한 것이… 아까 전과 모습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었다.
양팔에 돋아난 짙은 갈색의 비늘.
이마와 어깨. 등에 돋아난 여러 개의 뿔.
마치 파충류처럼 피막이 덮여있는 귀.
마지막으로 끝에 모닝스타 같은 철퇴가 달려 있는 꼬리까지.
나는 진짜로 깜짝 놀랐다.
“마탑주님…?”
“내가 이 모습까지 드러내게 될 줄은 미처 몰랐구먼.”
“그 모습은 설마….”
“아마 공자가 생각하는 게 맞을 것이네. 나는 하프 블러드일세. 정확히는 인간과 브라운 드래곤의 혼혈이지.”
아르바니아에는 지성을 가진 다양한 종족들이 살아가고 있다.
일단 가장 개체 수가 많은 것은 인간이었지만, 엘프나 드워프, 수인들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였다. 극소수이지만 드래곤도 있고.
어쨌든, 그렇다 보니 서로 다른 종족이 섞여서 혼종이 생겨나기도 하는데, 이를 하프 블러드(Half Blood)라고 한다.
흔하게 있는 경우는 아니었고, 특히 드래곤과의 혼종은 더더욱 드물었다.
“…맙소사. 마탑주의 정체가 용인(龍人)이었다니.”
“허허, 생각보다 많이 놀란 모양이로구먼.”
나로서는 정말로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는데, 아인세라는 놀라는 ‘척’만 하고 있는 것을 보니까 n차 회귀자답게 역시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마탑주가 허연 수염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사실 자네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쯤은 진즉 알고 있었다네.”
“그렇다면 왜…?”
“정작 내게 믿기지 않았던 것은 완전히 달라져서 돌아온 ‘자네들’ 그 자체일세.”
“아…….”
열 살짜리 꼬마 공자가 오러 운용의 경지가 익스퍼트 중상급에 달해있는 것도 놀랍고 신기했는데, 고작 며칠 상간에 마스터(Master)가 되어서 돌아왔으니 직접 보면서도 안 믿어질 수밖에.
아인세라도 마찬가지였다.
살짝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내게, 휴마 멀린이 수북한 허연 수염 사이로 빙긋 웃으며 말했다.
“내가 숨기고 있던 비밀도 상당히 놀라운 것이었지만, 자네들은 나보다 더한 것 같구먼?”
“후우― 뭐, 그렇게 됐습니다.”
덥석 알려주긴 좀 그렇고, 일단은 대충 둘러댔다.
마탑주도 여기에 대해서 캐묻거나 하지는 않았고.
물론 좀 궁금해하는 눈치이긴 했는데, 이제는 좀 더 본론에 해당하는 얘기를 해야 할 차례였다.
“허면… 유적지에서 건져온 물건들은 하나도 없는 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