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37)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37화(137/213)
“여전히 똑같은 상태입니다. 대공가도 요지부동이구요. 그나마 이번에 2황비궁에서 다리를 놔줘서 협상 자리라도 마련됐지, 그렇지 않다면 어림도 없었을 겁니다.”
“…그렇군.”
아스론 제국 북부.
이곳은 크라우젤 대공과 반(反)황제파 귀족들이 지배하고 있는 땅이었다.
지역 일대가 대부분 혹한의 땅으로 몬스터들이 바글대는 서부만큼이나 척박하고 열악했는데, 그렇다고 서부만큼 힘이 없지는 않았다.
지금이야 몬스터 사체를 손쉽게 정화할 수 있는 방법이 발견되어서 관련 사업으로 빠르게 부를 축적하고 세력을 키워가고 있지만, 원래 서부에는 정말 아무것도 내세울 만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북부는….
“어떻게든 미스릴을 확보하고 싶은데.”
“예… 확실히 저희 베르딘에 꼭 필요한 물건이긴 하죠.”
그렇다.
여기에는 제국에서 유일하게 ‘미스릴’ 광산이 있었다.
신성력을 품고 있는 백금색의 광물.
광산을 소유하고 있는 대공가에서는 미스릴의 유통량을 조절하면서 소량만을 매매하고 있었는데, 만약 베르딘이 미스릴을 대량으로 얻을 수만 있다면 몬스터 토벌전의 안정성과 효율을 극도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우리가 북부와 처음으로 사업 얘기를 한 것이 언제였지?”
“2년 전입니다. 공자님께서 동부 리에트 공작령에서 일어났던 ‘죽음의 안개’ 사건을 해결하신 이후에 연결되었죠.”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당시에 리에트 공작은 2황비와 베르딘에게 큰 빚을 졌다.
이때 2황비는 그가 속한 반(反)황제파 귀족들이 1황자와 2황자를 견제해달라는 부탁을 했었고, 대신에 3황자가 황제가 된다면 북부를 향한 황실의 견제와 압박을 풀어주겠다고 했다.
지금처럼 황권이 강력한 시대에, 반황제파 귀족들과 손을 잡다니?
이 무슨 대담한 제안이란 말인가.
‘하지만 덕분에 3황자는 반황족파라는 거대한 세력을 얻게 되긴 했지….’
그와 동시에 2황비와 알렌은 황제의 분노를 사게 됐다.
그리고 3황자와 친하게 지내던 나와 베르딘은… 입장이 좀 애매해졌다.
알렌 편을 들어주는 거야 내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지만, 황제의 대척점에 서 있는 대공과 손을 잡는 것은 좀… 여러모로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이건 이전 생에서도 없었던 일이었다.
“아무튼… 좀 복잡하게 됐습니다. 정치적으로는 딱 선을 긋고 순수하게 상업적인 목적으로 거래를 하는 것이 좋았을 텐데요.”
“후우, 그러게 말이다.”
크라우젤 대공은 베르딘이 어차피 3황자와 손을 잡기로 한 것 같은데, 아예 반(反)황제파로 들어오라고 했다.
하지만 후작은 거절했고, 이에 기분이 상한 북부는 서부와의 모든 교역을 차단해버렸다.
그렇게 2년 동안 단절되어 있다가, 3황자의 도움으로 겨우 제대로 얘기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었다.
단, 협상에 있어서 대공가의 요구사항은 ‘에반 베르딘의 동석’.
“좀 놀라긴 했지만, 역시 대공 정도 되면 에반 공자님의 위대함을 알아보나 봅니다.”
“그건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잘됐다고 생각한다.”
2년 전에 북부와 협상할 때는 내가 함께하지 못했다.
후작이 한사코 반대했기 때문에.
나는 이번 기회에 크라우젤 대공과 직접 대면해보고 싶었다. 그도 베르딘 후작처럼 파이브 소드의 일원이었으며, 명실상부한 아스론 제국 최강의 검사였다.
‘세간의 평가로는 어쩌면 그랜드 마스터에 도달해있을지도 모른다지?’
무림으로 치면 ‘화경(化境)’이었다.
천지만물 삼라만상과 물아일체(物我一體)를 이룬 상태를 말하니, 이전 생에서는 감히 쳐다도 못 볼 경지였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천마신공을 7성까지 성취하고 극마(極魔)에 이른 지금의 나라면, 어느 정도 견줘 볼 수 있을 터.
“후후, 대공과의 만남이 무척 기대되는군.”
그로부터 사흘 뒤.
나는 후작을 비롯한 베르딘의 가신들과 플뤼드 상단과 함께 크라우젤 대공령으로 향했다.
* * *
휘오오오오―
안 그래도 추운 겨울의 계절.
북부에서도 최북단에 있는 크라우젤 대공령에는 거센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투박하면서도 웅장하고 거대한 성의 널따란 방. 벽난로 안에서 타닥타닥 장작이 타들어 가고 있는 집무실에서 험상궂게 생긴 금발의 사내가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웬만한 성인 남자의 두 배는 될 것 같은 덩치에, 온몸에 털이 북슬북슬 나 있는 모습. 얼굴 여기저기에 나 있는 칼자국들까지.
귀족보다는 산적에 가까운 모습이었는데, 누가 뭐라 해도 그는 이 성에서 가장 고귀한 신분을 지니고 있었다.
‘어둠의 때가… 도래하는가.’
잿빛 하늘에서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을 보며, 크라우젤 대공이 깊은 상념에 잠겨있었다.
그런데 그때, 집무실 밖에서 누군가의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대공 전하. 필립입니다.”
“들어오라.”
끼이익.
문을 열고 들어온 이도 대공 못지않게 다부진 몸에 거친 턱수염, 그리고 날카로운 눈매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가 바로 대공령의 기사단장이었다.
대공은 필립이 왜 들어왔는지 알 것 같았다.
그가 여전히 창밖을 내다보며, 뒤에 있는 필립에게 물었다.
“내가 초대했던 꼬마 손님이 왔는가?”
“예. 30분 전에 워프게이트에 도착해서, 지금 성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크흐… 손님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지.”
“안내하겠습니다.”
“그래, 가자.”
그제야 몸을 돌린 대공.
그가 모처럼 북부에 초대한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서 집무실을 나섰다.
* * *
대공의 성에 들어온 뒤, 우리는 숙소에 짐을 풀고 연회장으로 갔다.
거기에는 북부의 특산물로 만든 각종 요리들과 함께, 대공의 가족들과 영지의 가신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크흐흐, 다들 먼 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소. 어차피 워프게이트로 왔겠지만.”
“…예, 대공 전하.”
“이 사람이 정말…?”
퍽.
“윽!”
걸걸하게 말하는 대공을 날카롭게 째려보며, 팔꿈치로 옆구리를 치는 귀부인.
조금 무례하게 들릴 수도 있는 대공의 말에, 대공비가 즉시 사죄의 말을 건넸다.
“미안해요. 이 사람 말투가 원래 이래서… 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하하… 대공께서는 여전히 정정하시군요.”
지금 이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다시피, 대공은 영지 운영이나 외교 및 정치에 대한 부분은 감각이 다소 떨어졌다.
그래서 이런 부분들은 대체적으로 대공비가 맡는 편이었는데… 이번에 베르딘을 초대한 것은 이례적으로 대공의 의사였다고 한다.
“크흐흐, 원래대로라면 내가 자네를 만날 일이 없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겠지?”
“…예. 이렇게 기회를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후작을 내려다보며 히죽 웃어 보이는 크라우젤 대공.
그는 가타부타 돌려 말할 것 없이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 자리는 내 막내 조카, 3황자가 부탁해서 만들어진 자리라는 것을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구만. 그리고….”
스윽.
대공은 시선을 돌려서, 후작 옆에 있던 나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그러더니 이내 씨익 웃었는데―
“과연 듣던 대로 막내 아들놈이 대단하구만?”
“…황공합니다만, 대공 전하께서 관심을 가지시기에는 많이 부족한 아이입니다.”
후작은 외부 인사가 내게 관심 가지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 유소년 검술대회도 나보고 우승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이번에도 대공이 내게 흥미를 드러내자, 재빨리 대화의 방향을 돌리려고 했는데….
“크하하하하! 이 아이가 부족하다고?”
뭐가 그리 재밌는지, 대공이 온 연회장이 떠나가도록 웃어 젖혔다. 그리고는 입꼬리를 귀에 걸고서 되물었다.
“에반 베르딘이라고 했나? 이 아이가 부족하다면 제국 기사들 중에 부족하지 않은 자들이 몇 명이나 있을지 궁금하군! 자네는 정말로 이 아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겐가?”
“…송구합니다만, 부모의 눈에는 항상 자식이 부족해 보이는 법입니다. 걱정이 되기도 하구요.”
“크흐흐, 일단 그렇다고 쳐 주지.”
대공은 이번에도 후작에게 직설적으로 물었다.
“이봐, 후작. 2년 전에 내가 했던 질문, 기억하나?”
“…대공님과 뜻을 같이하자고 했던 말씀이 맞는지요?”
“엉, 그렇지. 그때도 얘기했지만, 지금 이 나라는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단 말일세.”
이 얘기를 듣고, 문득 나는 궁금해졌다.
그래서 불쑥 물었다.
“대공 전하께서는 왜 이 나라가 잘못 돌아간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에, 에반?! 어느 안전이라고 그렇게 툭툭 질문을…!”
당황한 후작이 황급히 내 입을 막으려고 했지만, 오히려 대공은 기꺼워했다.
“요 녀석, 듣던 대로 당돌하구나. 어쩌면 이건 너와도 아주 연관이 없지 않을 수 있단다.”
“네?”
“너도 사특한 무리들과 제법 많이 엮였다고 들었다만?”
“아… 설마?”
“크흐흐, 그래. 지금 이 나라는 영토 전역에서 날뛰는 그놈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단다.”
“네에???”
대공의 얘기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설마 그가 흑마법사에 대한 얘기를 할 줄이야.
그런데 놀라운 얘기들은 이후로도 계속 이어졌다.
“바르칸 그 새끼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내가 몇 번을 얘기해줘도 안 믿는다니까?”
“예? 바, 바르칸이면… 폐하를 말씀하신 겁니까?”
“그래! 내 동생 놈이지만, 진짜 답답해 뒈져버리겠구나.”
대공은 제국 도처에 흑마법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의심되는 사건들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황제와 중앙정계에 그를 보필하는 자들은 황실의 권위를 흔들려는 계략이라 말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견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대공과 그 측근의 귀족들이 황위를 노리고 있다고까지 말한다는데….
“아오, 진짜 X발! 나는 진짜로 황좌 같은 거 관심 하나도 없는데 말이지.”
“지, 진짜요?”
“그럼~! 물론이지. 에반 네 눈에는 내가 맨날 책상에 앉아서 서류 더미나 뒤적거리고, 중앙정계의 늙은 여우와 너구리들을 상대해야 하는 일을 좋아할 것 같으냐?”
대공이 답답해서 가슴을 치며 울분을 토해내는데, 나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자 참다 못한 대공비가 나서서, 또다시 대공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쳤다.
“이제 그만 좀 해요!”
퍽.
“윽!”
“당신은 도대체 아직 어린 공자를 데리고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거죠?”
“아, 아니 그게… 에반, 이 맹랑한 것이 생각보다 날카로운 질문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애 부모이신 베르딘 후작님도 있는데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크, 크흐흠!”
뾰족한 목소리로 다다다다 쏘아붙이는 대공비.
태산 같은 덩치의 대공이 전혀 맥을 못 추고 단번에 쭈그러들었고, 그녀가 곧 나와 후작에게 사과를 건넸다.
“호호호… 미안해요. 후작께서도 아시겠지만, 대공님께서 워낙 직설적이고 또 자기주장이 강하시잖아요? 그래서 본의 아니게 두 사람에게 무례를 범하고 말았네요.”
“흠흠! …괜찮습니다.”
살짝 굳은 표정의 후작은 어색한 헛기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대공비가 자연스럽게 대화 주제를 다른 방향을 틀려고 했는데―
“이이가 참… 한번 꽂히면 다른 얘기는 잘 듣지를 못한답니다. 아무리 요즘 제국 곳곳에 사건 사고들이 많다고 하지만, 명확한 근거도 없이 흑마법사들의 소행이라고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요.”
‘으음? 이건… 또 뭐지?’
대공의 주장을 단순한 음모론으로 치부하는 말을 듣고, 나는 뭔가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