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38)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38화(138/213)
“아니, 부인! 그냥 음모론이 아니라 진짜라니까?! 일전에 그, 우리 영지에서도 갑자기 언데드가 무지막지하게 쏟아져 나왔던 적이 있었잖아. 그때 이후로 내가 우리 애들 풀어서 전국 곳곳에 은밀히 조사를….”
“네에, 네에. 알겠으니까 얼른 식사나 드세요. 지금 대공님 때문에 손님들도 제대로 못 먹고 있잖아요?”
대공비는 뭔가를 더 얘기하려는 대공의 말을 단칼에 잘라버렸다. 그런데 그 모습이 무례하다기보다는 단란한 가족이나 절친한 친구 같았다.
내가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자, 후작이 귓속말로 작게 속삭였다.
“대공과 대공비께서는 젊은 시절, 같은 용병 길드에 있었던 동료였다고 하는구나.”
“네? 대공님이 용병 길드요?”
“그래. 대공 전하께서는 어렸을 때부터 고리타분하다며 황궁을 싫어하셨지. 그래서 가출을 밥 먹듯이 하셨다는데,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꽤 유명한 애기란다.”
“아… 그렇군요….”
회귀 전에도 얼핏 들었던 기억이 난다.
황궁에서는 암암리에 대공이나 북부에 대한 얘기는 거의 금기시 되어 있어서 자세히 듣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런 얘기가 있었던 것 같다.
그때는 대공이 포악하고 사나우며, 탐욕스럽다고만 얘기를 들었는데….
“말이 나온 김에 조금만 더 얘기하면….”
“어휴, 정말! 조금만 더 얘기해 봐요. 아주 그냥 밥상에서 내쫓을라니까!”
“아, 알았어! 진정해, 부인!”
이런 모습을 보면, 황궁 중앙정계의 귀족들이 그를 견제하기 위해서 악의적인 소문을 낸 것이 아닌가 싶었다.
“호호호! 저희 대공님이 워낙 주책이어서,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네요.”
“하, 하하… 아닙니다.”
“해야 할 얘기들이 많이 있겠지만, 일단 식사부터 하도록 해요.”
언제 뾰족한 목소리로 대공을 몰아붙였냐는 듯, 부드럽게 미소 짓는 대공비. 그녀가 테이블에 나와있는 음식들을 하나씩 소개했는데, 정작 나는 다른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아까 느꼈던 위화감은… 그냥 잘못 느낀 거겠지?’
옆에서는 대공이 언제 주눅 들었냐는 듯 커다란 고깃덩이를 뼈째로 들고서 뜯어먹었고, 이를 본 대공비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음….
아무리 봐도 그냥 금슬 좋은 부부인 것 같다.
* * *
식사 이후에는 자리를 옮겨서, 서부와 북부의 교역에 관해 얘기했다. 먼저는 플뤼드가 준비해온 자료를 바탕으로 브리핑을 했는데.
“현재 북부는 중부와 남부로부터의 거래가 제한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황궁 놈들이랑 클리에르 공작, 그 새끼 때문이지.”
“하하… 예, 뭐…….”
대귀족보다는 용병에 어울리는 걸걸한 말투는 플뤼드도 당황케 했다. 하지만 이내 적응하고, 왜 북부가 서부와 교역을 해야 하는지 쭉 설명을 이어나갔다.
특히 몬스터 사체로 만든 제품에 대한 내용.
그런데 정작 대공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킁, 그래도 몬스터 사체로 만든 방어구와 무기들? 그건 이미 동부에서 리에트 공작에게 사 오고 있다고.”
“예? 그러면 분명히 단가가 꽤 비쌀 텐데요? 저희한테 받아 가는 비용에 관리비, 유통비가 붙으면….”
이 부분에서는 대공비가 대답했다.
“저희도 미스릴을 팔고 있으니까,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겠더라구요.”
“하, 하지만 저희와 거래를 해서 받으면 훨씬 저렴하게 받을 수 있는데… 그리고 가격경쟁을 위해서도 거래처를 동부 한 곳으로만 정해 놓는 것은 위험한 행위입니다.”
“네. 상단주의 말이 맞아요. 동부와는 충분한 신뢰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긴 하죠.”
2년 전과는 확실히 다른 스탠스였다. 그만큼 플뤼드 상단이 성장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서, 괜히 뿌듯하다.
“그러면 저희 베르딘과 교역을….”
“저희도 바라는 바예요. 다만….”
힐끗.
대공비가 대공을 슬쩍 쳐다봤다.
그러자 그가 근엄한 표정으로 딱 잘라 말했다.
“미스릴은 아직 고민이 되는데.”
“…예?”
“일단은 1차적으로 미스릴과 몬스터 사체로 만든 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들을 자유롭게 교역하는 것으로 하자고.”
“아니, 어째서 미스릴은…?”
괜히 좋다 말았다.
물론 북부와 교역을 시작하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지만, 우리가 원하는 핵심은 미스릴이었으니까.
“베르딘이 확실하게 우리와 뜻을 같이하기로 한 것은 아니잖나?”
“그건 그렇지만….”
“킁! 그렇기 때문에 미스릴은 어렵다는 거지.”
“…그렇군요.”
아쉽게도 오늘의 협상은 여기까지였다.
하지만 나에게도, 후작에게도 아직 생각지도 못한 일정들이 남아있었다.
* * *
야심한 시각.
크라우젤의 영주성 어딘가에서는 은밀한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왔군요, 베르딘 후작.”
“예, 대공비 마마. 헌데 무슨 일로….”
“아까 낮에 하던 얘기를 좀 더 이어서 하고 싶어서 따로 불렀습니다.”
“낮에 하던 얘기라 말씀하시면…?”
“흑마법사들에 관한 얘기이지요.”
“…!”
페르반 베르딘은 순간 긴장했다.
안 그래도 크라우젤 대공의 흑마법사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던데, 대공이 대공비를 통해서 자신을 파악하려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대공비의 입에서 흘러나온 얘기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저희 대공령이 서쪽으로 세이아와 경계가 닿아있는 것을 아시지요?”
“아… 예. 알고 있습니다.”
신성제국 세이아.
빛과 창조의 여신 세르네아를 섬기는 교단이 통치하는 나라였다. 아르바니아 대륙에서 아스론 제국과 유일하게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강대국.
세이아와 아스론은 영토의 북쪽 끝이 어둠의 마나에 의해서 오염되어 있는 ‘암흑의 땅’에 맞닿아있는데, 건국 당시 초대 성녀는 여기에 ‘신성결계’를 쳐줬다.
대공령에서 미스릴이 나오는 것도 오랜 세월 동안 대지가 신성결계로부터 흘러나오는 기운을 머금었기 때문이었다.
“대공님은 젊은 날에 용병 생활을 하면서 흑마법사들에게 고초를 겪고 많은 동료들을 잃은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 흑마법사들에 대한 원한이 대단하답니다.”
“그런 일이….”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세이아의 누군가가 자꾸 대공님의 트라우마를 건드리면서, 아스론 제국에서 흑마법사들의 움직임이 왕성해지고 있고 황실은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바람을 넣고 있어요.”
“허… 그게 사실입니까?”
“…네. 유감스럽지만 사실이랍니다.”
대공비는 짐짓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아무래도 세이아에서는 흑마법사를 빌미로 우리 아스론을 흔들어보고 싶은 모양이에요.”
“대공비마마. 이게 만약 사실이라면, 가벼운 사안이 아닙니다. 당장 사절단을 파견하여 세이아 측에 경고하고, 누가 이런 짓을 꾸미고 있는 것인지 밝혀내야 합니다.”
“예… 물론 그래야지요. 하지만 대공님께서 세이아로부터 연락받은 내용에 대해서 함구하고 계시고, 또 그것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계시니 문제입니다.”
“허어….”
작게 탄식하는 페르반에게, 대공비는 혹여라도 대공이 하는 얘기에 휘둘리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페르반은 ‘신성제국’이 언급되자 살짝 긴장하긴 했지만, 오히려 그들을 문제시하는 대공비의 태도에 조금 마음을 놨다.
‘세이아 놈들이 뭔가 눈치를 챈 것 같긴 한데… 아무래도 대공비에게 조직의 입김이 들어간 것 같군.’
딱 보면 그림이 나왔다.
과연 조직의 손은 어디까지 뻗어있는 것인가.
최근에 조직과의 마찰이 잦아지고 있는 입장에서는 조금 두려운 부분이기도 했다.
갈등의 원인은 당연하게도 ‘에반 베르딘’이었다.
‘2년 전, 그날 이후로 어떻게든 에반이 조직과 엮이는 것을 막아보려 했건만….’
운명이 어찌 그리도 야속한지, 에반과 조직은 계속해서 충돌했다. 그때마다 조직은 큰 피해를 봤고, 현재 조직의 공식적인 입장은 에반 베르딘을 제거해야겠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대해서 페르반은 본인의 손으로 소중한 실험체를 파기할 수 없다면서, 거세게 이의를 제기했다.
물론 조직에 배신자로 낙인찍히는 것은 굉장히 골치 아픈 일이었기 때문에, 세뇌시켜 놓은 클로버 2를 통해 중재를 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었다.
‘후― 빨리 에반에게 암시가 제대로 먹혀들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할 터인데.’
이 모든 것이 다 에반에게 ‘암시’가 제대로 먹히지 않으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만약 에반이 완벽하게 통제되기만 했더라도, 그가 조직의 일을 방해하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에반에게 암시를 걸 수 있다는 말인가….’
착잡한 심정으로 그저 한숨만 흘러나올 뿐.
관련 연구분야에 있어서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는 페르반이었지만, 이 문제만큼은 도통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 * *
페르반이 대공비의 부름을 받고 은밀히 만남을 가지고 있을 때, 나는 대공으로부터 잠시 어디로 나와보라는 연락을 받았다.
‘어디 보자… 성 동편의 버려진 연무장이라고 했는데.’
낮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펑펑 쏟아지던 눈은 이제 그치고, 까만 밤하늘에는 시리도록 날카로운 초승달과 보석처럼 반짝이는 별들의 은하수가 펼쳐져 있었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예쁘네.’
그렇게 밤하늘을 구경하며 온통 새하얗게 눈으로 덮인 영주성을 거닐었다.
은밀히 오라고 하기에 기척도 최대한 죽이면서 이동 중이었고, 내가 지나간 길에는 발자국도 남지 않았다.
답설무흔(踏雪無痕).
눈 위를 걷는데 발자국이 남지 않음을 뜻했다.
그렇게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주변과는 달리 눈이 전혀 쌓여 있지 않은 연무장이 나왔다. 그리고 거기에는….
“크흐, 정말로 혼자 왔구나.”
“예, 대공님. 그러면 정말로 오라고 부른 게 아닙니까?”
“크하하하! 오라고 부른 것이 맞지. 하지만 모두가 부른다고 해서 곧이곧대로 오지는 않더라고.”
무복을 입고 있는 거구의 사내, 크라우젤 대공. 손에는 덩치만큼이나 커다란 쌍도끼가 쥐어져 있었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시원하게 웃어젖힌 그가 눈빛을 반짝였다.
“오러 운용이 제법이더구나. 눈 위를 걸어오는데 발자국이 남지 않는다니.”
“잡기(雜技)일 뿐입니다. 그나저나 소인을 부른 용건은 무엇이신지요?”
“아아, 후작은 몰라도 왠지 너랑은 대화가 좀 통할 것 같아서 말이지.”
“대화라 하심은… 흑마법사에 대한 것입니까?”
“크흐흐, 그렇지.”
쿠구구구궁―
그런데 대화를 운운하는 대공이 돌연 오러를 끌어올렸다. 연무장을 가득 메우고 태산처럼 찍어누르는 묵직한 기세.
그러면서도 살갗을 에는 북풍한설처럼 차갑고 매서운 느낌의 오러였다.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십니까?!”
“아아, 무슨 짓이긴?”
파앙!
장판석이 부서질 정도로 세게 발을 구르며 쇄도해오는 크라우젤 대공. 그가 재밌어 죽겠다는 듯 씨익 웃으면서 냅다 도끼를 휘둘러왔다.
거대한 덩치에 맞지 않게 날렵한 몸놀림.
“내가 몸으로 하는 대화를 좋아해서 말이다!”
부우우우웅―
“이런 미친…!”
하마터면 쌍욕이 나올 뻔했다.
화들짝 놀란 나는 급히 암영무흔보를 밟았고, 뒤쪽으로 미끄러지는 것과 동시에 내가 서 있던 자리에는 내 상체에 버금갈 정도로 커다란 도끼날이 꽂혔다.
콰앙!!!
하지만 피했다고 안심할 상황이 아니었다.
어느새 반대편 손의 도끼가 날아오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