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4)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4화(1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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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이후에 시작된 회담은 저녁 시간이 다 되어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오늘 회담은 시작에 불과했다.
서로 간의 입장을 확인하는 정도였으니, 남아있는 시간 동안에 구체적인 조율에 들어가겠지.
“그래서… 어떤 얘기들이 오갔나요?”
나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후작의 집무실로 찾아갔다.
마침 거기에는 후작과 집사인 세바스가 오늘 있었던 회담에 관련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흠흠, 과연… 저쪽에서 내건 조건들은 네가 말한 것과 아주 흡사하더구나.”
역시, 예상대로다.
그들은 예전에 내가 3황자였던 시절에도 이 사업에 관련해서 동일한 조건을 제시했었다.
비록 지금과 그때는 시기가 다르기는 하지만, 황실과 마탑의 상황은 크게 다를 것이 없었기에 비슷한 얘기를 하겠거니 했다.
“으음~ 그렇군요. 그러면 우리 쪽 제안도 지난번에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얘기하셨나요?”
“후후, 물론이란다.”
후작은 저들이 내건 조건을 빌미로 삼아서, 영지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끼워 넣었다.
일단 마탑에는 이곳에 지부를 만들라고 했다.
― 베르딘에… 마탑 지부를 말입니까?
― 그렇소. 앞으로 몬스터 사체가 제대로 정화됐는지 마탑에 검증 절차를 신청해야 할 터이니 말이오.
마탑은 제국 주요 도시마다 지부를 세워놨다.
유력 제후들과 우호적인 관계도 다지고, 아티팩트나 포션, 스크롤 등등 마법 물품들의 사업도 하고.
그렇기에, 당연하게도 별 볼 일 없는 제국 변방의 베르딘 후작령에는 마탑 지부가 없었다.
“잘하셨어요. 우리 영지 내에 마탑 지부가 세워지면 여러 가지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거예요.”
“후후후… 네가 생각하는 이점은 어떤 것들이냐?”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다 아는 얼굴이었지만, 후작은 내 입을 통해서 듣고 싶나 보다.
“일단 영지 내에 아티팩트 보급이 활성화되겠죠.”
그리고 마탑의 지부가 세워진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영지에 투자가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서민들의 일자리도 많이 생겨나겠지.
“인재 확보. 특히 마법사들을 확보하는 데 유리해질 겁니다.”
이는 베르딘 후작령의 전투력 증강으로 직결될 수 있었다.
세수(稅收)가 늘어나니, 영지 살림에도 보탬이 되고.
“지금까지의 베르딘이라면 마탑이 지부를 세워봤자 손해만 보겠지만, 이제 몬스터 사체를 통한 사업이 활성화되면 얘기가 달라지겠죠.”
마탑에서도 나쁠 게 없는 얘기였다.
아마 흔쾌히 수락했겠지.
“후하하하! 그래, 에반. 네 말이 맞다!”
애써 근엄한 표정을 유지하던 후작이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다음으로 후작이 요구한 것은 수수료와 세금의 기준금액에 대한 것이었다.
― 크흠… 수수료율과 세율이 너무 과하다 느껴지는 부분도 있으나, 기준금액을 ‘매출’로 잡았다는 것도 조금 문제인 듯합니다.
― 그건 어째서요?
― 아까 광산업과 비교하며 말씀하셨지만, 한번 개발하면 이후에는 큰 위험이 없는 ‘광산’과 몬스터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베하마그 산맥을 ‘토벌’하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광산업은 지출 비용이 거의 고정적이지만, 몬스터 토벌은 워낙 변수가 많고 그때그때 상황이 다르다.
예컨대, 500골드를 벌어도 투입된 경비가 400골드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 그래서 세금의 기준금액을 ‘매출’이 아닌 ‘순이익’으로 잡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 순이익이라….
이때, 루크 공작과 얀델은 다소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되면, 예상보다 걷게 될 세금과 수수료가 너무 적어지기 때문에.
하지만 ‘순이익’을 기준으로 잡자는 후작의 제안을 거절할 명분은 없었다.
― 후우… 그러면 기준금액은 순이익으로 잡되, 세율과 수수료율은 다시 한번 논의를 해봄세.
― 감사합니다.
― 혹시 또 얘기할 것이 있나?
루크 공작과 얀델은 회담의 분위기가 점점 베르딘 후작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후작이 제안할 조건… 아니, 에반의 조건은 아직도 남아 있었다.
― 앞으로 신사업이 활성화됨에 따라, 저희 영지에는 수많은 사람들과 물품들이 오가게 될 것입니다.
― 으음?
― 하지만 지금의 베르딘은 교역로로 쓸 길도 제대로 닦여있지 않은 데다가, 지정학적으로도 워낙 변두리에 있습니다.
― 그건… 그렇긴 하네만.
루크 공작은 후작이 이번에는 무슨 얘기를 하려고 그러나 바짝 긴장했다.
― 이대로는 교통과 운반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많이 소모될 터.
― 커험! 후작,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이오?
― 후작님. 좋은 의견이 있으시다면, 기탄없이 말씀해 주시지요.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그의 제안은 두 사람이 전혀 상상치 못한, 깜짝 놀랄 만한 것이었다.
― 저희 베르딘은….
그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 영지 내에 워프게이트가 있었으면 합니다.
― 워, 워프게이트라고…?!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진 루크 공작과 얀델.
그들은 어찌나 놀랐던지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끄응, 많이 놀라던가요?”
“후후! 나조차도 놀랐거늘, 그들은 오죽했겠느냐?”
질문에 질문으로 답한 후작.
하지만 입꼬리가 씨익 말려 올라가 있는 것이, 기분은 상당히 좋아 보였다.
그가 회담 당시의 얘기를 계속 이어갔다.
― 후작, 워프게이트는 조금 민감한 문제이네만….
― 지금 제국 내에 자기네 영지에 설치해달라는 곳들이 수두룩하게 쌓여있습니다. 저마다 다 그럴싸한 이유도 있구요.
― 마음 같아서야 황실과 마탑에서도 모든 영지에 다 워프게이트를 만들어주고 싶지만, 이게 만들고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장난이 아닐세.
에둘러 여러 가지로 말했지만, 쉽게 말해서 곤란하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베르딘 후작은 오히려 더 강하게 나갔다.
― 공작님. 이 문제는 지금 자기 잇속이나 챙기려는 자들의 눈치를 살필 사안이 아닙니다.
― 으음? 그게 대체 무슨 말인가…?
― 클로브를 통해서 몬스터 사체를 가공하는 사업은 타국에서도 빠르게 성장할 것입니다. 만약 이 경쟁에서 밀리게 되면, 타국 군사들의 방어구나 무기에 비해 우리 아스론의 것들은 현저하게 수준이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 그,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까?
하지만 이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나는 잠시 과거에 3황자였을 때의 일… 그러니까, 앞으로 일어날 일을 떠올렸다.
‘이것 때문에 각국 간 힘의 균형이 달라지게 되지.’
‘재앙’이 발생한 직후에는 심각한 타격을 받았지만, 이 정화법이 알려지고 나서 베하마그 산맥을 끼고 있는 왕국들의 군사력이 엄청나게 강해진다.
그 결과, 아르바니아 대륙의 중부 패권까지도 장악하게 되고.
‘아마 이번에는 그 재앙이 일어나기 전에 이 방법이 밝혀졌으니, 더 빠르게 강해지겠지.’
내가 잠시 딴생각을 하고 있을 때도, 후작의 얘기는 이어지고 있었다.
― 베르딘에 워프게이트가 생기는 것은 결국 아스론 모든 영주에게 좋은 일입니다. 이는 황실과 마탑에도 마찬가지죠.
― 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짙은 콧수염 아래로 미소를 띤 후작.
그는 제국 법령 중에서 「조세와 공물의 운반에 관한 조항」을 상기시켰다.
― 이 부분은 황실이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요. 그리고 황실과 마탑에서 예상하신 것처럼, 저희 베르딘에서는 세금과 수수료를 전액 현금으로만 납부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이 말인즉, 공물의 형태로 몬스터 사체를 운반해야 한다는 뜻인데, 워프게이트가 없이 육로로만 옮기려고 한다면…?
―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나가겠군.
― 하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루크 공작과 얀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결국 이것도 황실과 마탑을 위해서는 들어줄 수밖에 없는 요구였다.
생각해보니, 제국 세수에서 차지하는 그 비율이 높은 영지들에는 전부 워프게이트가 있기도 했다.
― 하지만 워프게이트까지 지어준다면, 세율과 수수료율이 조금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은 감안해야 할 걸세.
― 예. 물론입니다만….
후작은 여기서 이런 얘기를 꺼냈다.
워프게이트를 운영하는 마나석은 베르딘에서 충당하겠다고.
그러니 이 부분을 감안해서 세율과 수수료율을 조율하자고 말이다.
― 베르딘에서 마나석을…?
― 흐음… 후작님, 그 마나석 비용도 보통이 아닐 겁니다.
― 압니다. 하지만 세금과 수수료로 나가나, 마나석 구입 비용으로 나가나 그게 그거지 않습니까?
― 그건 그렇긴 하지만….
그렇게 되면, 여러 가지 복잡한 행정소요들이 발생하게 된다.
거래처도 찾아야 할 테고, 협상도 해야할 것이고.
또 어떤 돌발 변수가 생겨나게 될지 몰랐다.
“흠흠, 일단 네 말대로 얘기하긴 했다만….”
아무래도 후작도 조금 찜찜해 보였다.
크게 손해 보는 일은 아니어서, 다행히 내 말대로 얘기해준 것 같긴 한데.
‘으음, 이쯤에서 좀 안심시켜주는 게 좋겠네.’
사실 내가 원래 생각해둔 안배는 베하마그 산맥의 ‘마나허브 꽃밭’이었다.
그 정도 양이라면, 워프게이트를 오십 년은 거뜬히 돌릴 수 있을 테니까.
‘게다가 마나석 광산이 있을 확률도 높고.’
하지만 이런 얘기들을 후작에게 해주기에는 아직은 일렀다.
적당히 다른 이유를 갖다 붙이는 수밖에.
“아버지, 마나석이 비싸고 구하기 까다로운 이유가 뭐예요?”
“그건… 당연히 필요한 사람들은 많은데, 생산되는 곳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그런 게지.”
“그러면 저희가 판매하게 될 몬스터들의 사체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흠…!”
침음성과 함께 살짝 놀란 기색을 보이는 후작.
옆에 있는 집사, 세바스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안경을 고쳐 쓰며 물었다.
“에, 에반 공자님께서는… 우리가 팔게 될 몬스터 사체의 가치가 마나석에 견줄 정도라고 보시는 겁니까?”
“으음~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마나석과 마찬가지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 것인데, 공급 물량은 제한되어 있을 테니.”
“맞아요. 그리고 마나석은 캐내는 데 크게 위험한 거 없지만, 몬스터는 토벌하다 보면 다치거나 죽는 사람들도 생기잖아요.”
“과연, 듣고 보니 정말로 네 말이 맞구나.”
이래저래 값을 올려받을 여지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이것 역시도 그럴싸하게 추측한 것처럼 얘기했지만, 예전에 겪었던 과거의 ‘실제 상황’이었다.
여기에 또 한 가지.
“그리고 제가 제국지리에 대해 공부를 하다가 알게 되었는데요.”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의 목소리.
하지만 여기에 담겨있는 것은 황궁과 무림에서 온갖 풍파를 다 겪어본 백전노장의 노련함이었다.
“루크 공작령도 마나석 광산으로 유명하더라구요.”
“뭐라…?!”
덜그럭―
아까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놀란 두 사람.
심지어 세바스는 저도 모르게 엉덩이가 들썩이기도 했다.
피식.
“오늘 아인세라랑 성 밖에 다녀오면서 많이 친해졌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좋은 관계로 지내자고 했는데, 내일 만나서 한번 얘기해볼까요?”
“뭐, 뭐를 말입니까…?”
말까지 더듬으면서 조심스럽게 묻는 세바스.
나는 여전히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루크 공작가도 우리 베르딘 후작가랑 친하게 지내보지 않겠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