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40)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40화(140/213)
“사실 이 도끼가 베르딘에서 그렇게도 원하는 미스릴로 만든 거다.”
“예?”
“크흠… 만약 네가 사특한 존재였다면, 지금까지의 공격들을 버텨내지 못 했겠지.”
미스릴에는 신성력이 깃들어있다. 그래서 대공은 내가 정말로 사특한 힘을 품고 있다면, 미스릴 도끼에 오러를 실어서 퍼붓는 공격을 버티지 못 하리라 생각한 것 같다.
실제로는 그게 아닌데.
‘아… 전투 도중 계속 심장이 욱신거리던 게, 미스릴에 깃든 신성력 때문이었군.’
다행히 고통이 본격적으로 느껴질 때쯤 단전의 천마기가 올라와서 심장부를 감싸며 보호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곤란할 뻔했다.
어쨌든 덕분에 나는 대공의 의심에서 벗어난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궁금한 게 있었다.
“그런데 대공 전하께서는 왜 저를 흑마법사들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셨습니까? 그냥 단순히 제가 흑마법사들과 자주 얽히고, 연배에 비해서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인 겁니까?”
“음? 그건…….”
“솔직하게 말씀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저는 대공 전하의 오해 때문에 죽을 뻔했는데요.”
“크흐흠! 죽을 뻔하다니… 그냥 살짝 떠본 것 가지고.”
“그런 것치고는 오러 엑스까지 일으키면서 달려드시던데요?”
“에이, 그거야 뭐….”
어떻게든 적당히 넘어가려는 대공.
하지만 나는 이대로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그러면 제가 대공 전하의 부르심을 받고 와서 죽을 뻔했다는 사실을 저희 아버지께 가서 사실대로 말씀드려도 될까요?”
“뭐, 뭐라고?!”
“제가 생각하기에는 잘 이해가 안 가서요. 아버지께 말씀드리면 더 잘 알려주시지 않을까 싶어서요.”
“아니, 그러지 말고….”
“그러면 대공 전하께서 제가 납득할만한 이유를 알려주셔야지요.”
“크흠….”
이쯤 되니, 대공은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역시 내게 알려준 이유들 외에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한참을 망설이던 그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우리 대공령은 북서쪽으로 신성제국 세이아와 닿아있다. 그래서 간간이 교류를 하는 편이지.”
“신성제국이요? 그러면 설마…?”
“그래. 사실 신성제국의 지인이 은밀히 내게 연락해서, 네가 사특한 존재인지 아닌지 확인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럴 수가….”
대공이 전해준 얘기는 아예 상상해보지도 못한 것이었다. 신성제국에서 갑자기 왜 나를 흑마법사로 의심한다는 말인가?
그런데 대공의 말에 뭔가 의미심장한 부분이 있었다.
“저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 때문에 대공 전하께 봉변을 당할 뻔한 것이군요. 부탁을 했다는 신성제국의 지인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끙, 거기까지는 정말로 얘기해줄 수 없다”
무려 제국의 대공과 은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대공이 그 말을 듣고 신뢰할 정도의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구체적으로 누구인지까지 확실하게 듣고 싶었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대공이 아예 칼같이 선을 그었다.
“일단은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베르딘 후작한테는 얘기하지 않겠지?”
“예. 대공께서도 저에 대한 오해를 푸셨을 테니까요.”
“크하하하! 그래그래. 무릇 남자라면, 이렇게 시원시원한 면모가 있어야지!”
대공은 이제야 마음이 좀 놓인다는 듯이 표정이 풀어졌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대신 대공께서도 제 경지에 대해서는 함구해주셨으면 합니다.”
“네가 마스터라는 것 말이더냐?”
“예. 불필요한 주목을 받고 싶지 않아서요.”
이 말을 듣고, 대공의 눈빛이 반짝였다.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는 표정.
“나이에 맞지 않는 무위에, 심계까지 깊다니… 너를 보면 마치 경험 많은 노(老)기사가 다시 젊어지기라도 한 것 같구나.”
“아무래도 어려서부터 성 밖에서 살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겪어서 그런가 봅니다.”
“흐음, 그래? 그러면 우리 애도 아카데미 방학 때 집에 오면 성밖에 던져놓고 알아서 살아보라고 해야 하나?”
진지하게 엉뚱한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대공.
나는 그에게 궁금한 것을 또다시 슬쩍 물어봤다.
“그런데 대공 전하께서는 왜 황실에 오해를 사면서까지 흑마법사들을 치려고 나서시는 겁니까?”
“엉? 그러면 너는 방 안에 모기가 들어와 있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고 해서 그냥 놔둘 거냐?”
음, 비유가 참 적절하긴 하다.
그래도 완전히 납득되지는 않는 게, 설령 모기한테 내 피를 계속 빨리더라도 자기가 나서서 남들보다 더 많은 손해를 보기 싫다는 게 정치판의 생리다.
그런데도 이걸 이렇게 나선다고?
하지만 이어지는 얘기를 들으니 생각이 좀 달라졌다.
“하물며, 모기 새끼도 아니고 독사가 들어와 있으면 어쩔 테냐? 잘못 물리면 뒈지는 거야.”
“아….”
“아무래도 흑마법사 놈들이 지금 우리 아스론 안에서 뭔가를 열심히 꾸미는 것 같은데, 정작 황궁에서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단 말이지. 젠장.”
대공비가 음모론으로 치부했던 부분이었다.
흑마법사들의 동향에 대해서는 나도 수상쩍다고 생각하고 있긴 했지만, 대공이 이렇게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설마 이것도…?
“세이아의 지인이라는 분에게서 얻은 정보입니까?”
“어엉?!”
화들짝 놀라는 대공.
이 반응만으로도 내 추측이 맞았다는 것을 지레짐작할 수 있었다.
이쯤 되니, 그 ‘지인’이 누군지 정말 궁금했다. 하지만 그것만큼은 가르쳐줄 수 없다는 대공의 뜻이 완강해서, 더 이상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에, 대공이 아까 후작에게 물었던 것을 내게 다시 물었다.
“혹시 놈들을 조지는 데 적극적으로 합류해볼 생각은 없냐?”
“아직은 좀 부담스럽습니다만.”
“쩝, 아쉽구나. 너처럼 영악하고 맹랑한 꼬마가 함께 해준다면 든든할 텐데 말이다.”
“…그거 칭찬인가요, 욕인가요?”
“크하하하하! 당연히 칭찬이지!”
그는 어쨌든 흑마법사와 싸우게 되었을 때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신에게 얘기하라고 말했다.
나는 알겠다고 대답했고, 대화는 여기까지였다.
‘…크라우젤 대공.’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이전 생에서 그에 관한 정보들을 쭉 떠올려봤다.
아스론 제국 최강의 기사.
황제의 형이었으나, 스스로 황위를 마다하고 북방으로 물러난 호인(好人).
하지만 이후에 현 황제에 의해서 반역자로 낙인찍히고, 자신을 따르던 북부와 동부의 세력들과 함께 황실에 대항하던 중에 갑자기 죽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이상한 죽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랜드 마스터가 돌연사했다니….’
무림으로 치면 화경의 고수가 돌연사했다는 뜻인데, 이게 가능한가? 삼라만상과 물아일체(物我一體)를 이루고 있는데, 도대체 어떤 식으로 갑자기 죽을 수 있는 거지?
그런데 그때,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혹시 이 죽음에도 흑마법사 놈들이 개입해있는 건가?’
방금 나눴던 대화를 상기해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대공은 신성제국에 연줄이 있고, 그곳의 누군가와 소통하면서 아스론 제국 내에서 흑마법사들을 뿌리 뽑으려 했던 것 같으니 말이다.
‘후후, 재밌군….’
만약 당시에 크라우젤 대공이 죽지 않았었다면, 제국 내 정세는 확연하게 달라졌을 것이 분명했다.
과연 이번 생에서 대공이 죽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황제든, 흑마법사든. 모르긴 몰라도 양쪽에 손해가 가겠지.’
그렇다면 이번 생에서는 대공이 죽지 않도록 도와줘야겠다. 어차피 그는 현재 원래의 나, ‘3황자 알렌’을 도와주고 있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렇게 다짐하면서, 나는 방에 도착했다.
* * *
그날 밤.
크라우젤 대공은 통신용 수정구를 통해서 누군가에게 은밀히 연락을 취했다.
웅― 웅― 웅―
[여보세요? 아, 크라우젤 대공님?]“킁… 그래, 나다.”
수정구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놀랍게도 에반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소녀였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은 입고 있는 사제복처럼 눈처럼 새하얗고, 일자로 가지런히 자른 앞머리 사이에 있는 눈동자는 신비로운 황금빛이었다.
그리고 눈동자 속에는 세르네아 여신을 상징하는 성흔인 십자가 문양이 옅은 하늘빛으로 새겨져 있었으니―
소녀의 정체는 최근에 새롭게 ‘성녀’가 된 소피아였다.
[오늘 베르딘 후작가에서 찾아 왔다면서요? 에반 베르딘도 왔던가요?]“그래. 왔었지.”
[오오! 그래서 제가 부탁한 건 확인해 보셨어요?]잔뜩 들떠있는 목소리.
하지만 정작 대공은 뭔가 뚱한 표정이었다.
“확인은 해봤다만, 아무래도 이번만큼은 소피아 네가 틀린 것 같다.”
[네? 그럴 리가요?! 어떻게 봐도 세르네아님의 계시는 에반 베르딘을 가리키고 있었다구요!]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혼란스러워하는 그녀가 다시 한번 계시의 내용을 상기했다.
『천 년 전.
마왕의 심장에 꽂았던 검으로부터 세워진 나라.
그곳의 서쪽 끝에 다른 세계에서 건너온 마(魔)의 화신이 강림하여, 이 땅에 존재해서는 안 될 재앙이 눈을 뜨고 말았으니….
이 검은 재앙을 잠재우지 않으면, 이 땅의 아름답고 빛나는 모든 것들이 어둠에 삼켜지리라.』
지금으로부터 1년 전에 처음으로 여신 세르네아가 임하면서 받은 계시였다.
당시만 해도 소피아는 세이아 변방의 작은 마을에 살았던 평범한 소녀였는데, 지금은 물러난 전대 성녀가 이것이 세르네아 여신의 계시가 맞다는 것을 확인해 주면서 차기 성녀가 되었다.
수정구 안에서 울상 짓는 소녀를 보면서, 대공은 참 난감했다.
“끙… 어쨌든 에반 베르딘은 사특한 존재가 아닌 것 같다.”
[왜요? 어떻게 확인했는데요?]“다짜고짜 싸우자고해서, 미스릴로 만든 내 도끼에 오러를 듬뿍 실어서 공격했지.”
[네에?! 미스릴로 만든 무기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던가요?]“그래. 덕분에 괜히 나만 곤란해질 뻔했지 뭐냐.”
[이럴 수가… 어떻게 보더라도, 분명히 에반 베르딘일 거라고 생각했는데….]“쩝, 그러게 말이다.”
사실 대공 본인도 계시에 나온 재앙이 에반 베르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1년 내내 서부를 감시해봤지만, 암만 찾아봐도 그 소년 외에는 딱히 짚이는 게 없었으니까.
하지만 에반 베르딘이 사특한 자들과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 드러난 이상,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수밖에 없었다.
“후우― 그런데 대신전의 분위기는 아직도 똑같나?”
[…네. 교황님과 다른 추기경님들은 계속해서 계시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은 안 된다고 해요.]이유인즉슨, 사회에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고 아스론 제국과 외교적으로 마찰을 빚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계시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도 원래는 교황과 추기경들이 다 알아서 하겠다고 했는데, 그들이 과연 제대로 일을 할지는 미지수였다.
이에 대해 세르네아 여신은 새로운 계시를 주었다.
『내 어린 양을 위하여, 기사의 나라 북쪽에서 성난 불곰을 보내리라.
그가 너를 도우리니, 너는 내 목소리를 전해주어 그가 너와 더불어 이 땅의 멸망을 막도록 하라.』
그리고 계시를 받은 지 사흘 뒤.
세이아의 대신전에 크라우젤 대공이 사신으로 방문했고, 그때부터 두 사람은 서로 연락을 주고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