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43)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43화(143/213)
* * *
딸랑―
공방 문을 열고 들어가니, 몇몇 손님들을 상대하고 있던 공방 주인이 나와 눈을 마주쳤다.
부드러운 인상의 실눈 청년 길버트.
진짜 이름은 ‘바트란’이었고, 온화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그가 전설적인 암살자 집단 ‘나이트 워커’의 수장이었다.
“아… 손님들. 저는 귀한 예약 손님이 오셔서요. 나머지 설명은 여기에 있는 저희 직원이 해줄 겁니다.”
바트란은 직원들을 불러와서 손님들을 대신 상대하게 한 후에, 에반에게로 다가왔다.
“오셨습니까, 에반 공자님.”
“그래. 좀 바빠 보이는군?”
“예. 요 2년 사이에 영지가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저희 공방을 찾는 손님들도 꽤 늘어났습니다.”
그는 나를 가게 2층에 있는 자신의 개인 작업실로 안내했다. 거기에는 깎다가 만 목조 조각과 조각칼, 작업 재료로 보이는 가죽 같은 것들이 방 한쪽 구석에 아무렇게나 쌓여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테이블 옆에 높여있는 소파로 걸어가서 앉았다.
“공방이 잘돼서 좋겠군.”
“하하. 그래도 부업인걸요. 오히려 너무 바빠지는 것 같아서 곤란합니다.”
“그래그래. 배보다 배꼽이 크면 안 되는 법이니까.”
잡설은 여기까지였다.
시간도 없고, 본론도 궁금했으니까.
“알아보라고 한 것들이 일부 정리가 됐다고 들었다.”
“예. 일단 자료부터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스윽.
바트란이 건네준 서류에는 ‘에반 베르딘의 과거와 페르반 베르딘 조사보고서’라고 적혀있었다.
2년 전.
고대마도 유적지 발굴을 통해서,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몸이 어떤 식으로든 흑마법과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심지어 자연적으로 태어난 몸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컸다.
무려 드래곤 하프블러드인 마탑주와 고대 마도제국의 대마법사인 프라가라흐가 말해줬으니까.
그래서 그때부터 나이트 워커에게 조사해보라고 지시했다.
“자료는 나중에 차근차근 읽어보시고, 먼저는 제가 구두로 보고드리겠습니다.”
“…알았다. 시작해보도록.”
“예. 먼저는 공자님의 과거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는 나의 과거는, 일단 페르반 베르딘이 평민 여인을 사랑하여 낳은 혼외자식이라는 것이다.
대개 이런 경우, 귀족들은 후환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대상들을 없애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후작은 나와 내 어머니를 진정 사랑해서, 영지의 슬럼가에 숨겨두고 은밀히 보살펴 왔다고 한다.
그러다가 내가 10살 때, 살던 집에서 갑자기 폭발 사고가 나서 어머니는 죽고, 나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고….
“유감스럽지만, 공자님과 관련된 모든 기록은 거짓이었습니다.”
“그게 다 가짜였다고?”
“예. 저희 요원들이 지난 2년 동안 샅샅이 살피고 조사했지만, 전부 누군가 만들어낸 정보였습니다.”
어느새 부드러워 보이는 실눈이 살짝 뜨여있었고, 그 너머로 날카롭고 냉철한 암살자의 눈동자가 나를 마주 보고 있었다.
“출생에 대한 것도, 슬럼가에 살았다던 정보도 말만 무성하지, 실체가 없더군요.”
“하, 그렇다면 진짜 나에 대한 기록은…?”
“아마 후작만 알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트란은 후작이 사랑했던 평민이라는 ‘어머니’에 대한 기록까지도 모두 가짜라고 했다.
내 어머니로 알려져 있던 사람… ‘리샤’였나?
후작이나 베르딘에 관련된 사람 중에는 아예 그런 사람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 어머니의 무덤에 묻혀 있는 사람은….”
“폭발 사고에 휘말려서 죽은 평민 여성이었습니다.”
“그렇군….”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확실히 드러나니 기분이 뭔가 이상하다.
후작이 나를 속이고 있었다니….
그런데 순간 뭔가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잠깐! 그렇다면 폭발 사고가 일어났던 것은 사실인가?”
“아, 그건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 맞았습니다. 영주성에 사건 보고가 올라오기도 전에, 이미 후작은 현장에 달려가 있었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직접 부서진 건물 잔해 속으로 들어가기도 했고, 거기에서 의식을 잃은 나를 데리고 나왔다고 한다.
이 모습은 치안대 병사들과 슬럼가에 살고 있던 다수의 영지민들이 목격해서,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 내가 후작의 아들이긴 아들인 건가?”
어머니에 대한 정보까지도 조작된 거짓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어쩌면 후작의 친아들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직접 본인이 건물 잔해 속으로 들어가서 나를 데리고 나왔다는 얘기를 들으니, 좀 헷갈렸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바트란도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했다.
“베르딘에서 에반 공자님을 입적할 때, 마탑에서 혈연검증마법으로 확인 절차를 거쳤습니다. 그런데 그때 혈연관계성이 무려 99.9%로 나왔다고 합니다.”
“조작했을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이 부분은 저희가 파악이 불가능했습니다.”
마탑의 보안은 나이트 워커라도 쉽게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뿐만 아니라, 어떻게 자료를 입수하더라도 고도의 마법적 지식 없이는 해석하기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이 부분은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아볼 수 있었다.
‘나중에 기회를 봐서, 마탑주에게 물어봐야겠군.’
마탑주랑 나는 유적지 발굴 사건 이후로 계속 교류를 이어오고 있었다.
살 만큼 살아서 모든 게 무료해졌다는 마탑주.
그에게 나는 아주 좋은 호기심거리였다. 그리고 나는 내 몸의 비밀을 밝혀내는 데 마탑주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우리 둘의 만남은 서로에게 윈―윈(win―win)이었다.
무튼, 이건 그렇게 하기로 하고….
“베르딘 후작. 내 아버지에 대해서는 어떻지?”
“으음… 공자님의 아버님은 원래 우유부단하고 모질지 못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우유부단?”
“예. 그래서 파이브 소드의 1인이라고 하지만 그 명성에 걸맞지 않게 빛을 못 봤고, 허영심 많은 부인 클라나에게 계속 휘둘리는 바람에 영지민들의 고통도 컸다고 합니다.”
“부인에게… 아니, 어머님께 휘둘리는 아버지라고?”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싶었다.
지금의 모습을 보면, 페르반 베르딘은 ‘카리스마’ 그 자체였으니까.
“저도 우유부단한 베르딘 후작의 모습은 잘 상상이 가지 않지만… 어쨌든 원래는 그런 성격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에 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건? 무슨 사건?”
“그게… 타국에서 진귀한 물건을 파는 상인들이 찾아왔다고 해서, 후작부인이 영주성 안으로 들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들은 귀족들을 전문적으로 털고 다니는 강도단이었다고 했다.
“놈들은 모두가 잠든 한밤중을 틈타서, 성안에서 난동을 부리고 사용인들을 죽이고, 또 공자님의 형제분들을 납치했습니다.”
“아니… 아버지가 계셨는데도 강도들 따위에게 당했다고?”
지금보다는 약했겠지만, 어쨌든 12년 전이면 그때도 베르딘 후작은 ‘제국오검’의 칭호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바트란의 보고에 의하면, 그 강도들이 보통 놈들이 아니라고 했다.
“파이브 소드를 상대로 난동을 부리고 아이들까지 납치해서 도주할 수 있을 정도라니… 도대체 뭐 하는 놈들이지?”
“로빈후드라고, 지금도 제국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직입니다.”
“아, 나도 이름은 들어봤다. 그런데 그들은 컨셉이 의적(義賊) 아니었나? 왜 베르딘을 털었지?”
“그게… 당시에는 후작부인의 횡포가 지금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와.
내가 막 눈 떴을 때도 후작부인은 상태가 심각했는데, 예전에는 그것보다 더 심했을 정도면… 도대체 어느 정도로 영지민들 등골을 뽑아먹었는지 짐작도 안 된다.
어쨌든 강도들은 찾으려면 지정된 장소로 혼자 나오라고 요구했고, 후작은 당연히 혼자 가는… 척하면서 당시 기사단장을 비롯한 정예병력들을 움직였다고 했다.
그런데 이게 발각되어서 모두 죽게 되었다고….
“아… 그래서 기사단장이 공석이 되었고, 하버와 다른 기사들도 이때 많이 영입됐었군.”
“네. 베르딘 후작님도 거의 사흘 정도 소식이 끊겼었다고 했는데, 다행히 인질들을 구해서 무사히 복귀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때 이후로 후작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날카롭고 차가운 성격으로.
그리고 예전에는 후작부인에게 꼼짝 못 하고 잡혀 살았던 것이, 부인과 자식들에게까지 차갑고 냉랭한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12년 전의 일이라….’
시기가 묘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소년의 몸도 12살이었으니까.
이 사건에 대해서는 후작에게 한번 물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물론 트라우마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큰 만큼, 조심스럽게 묻긴 해야겠지만.
“혹시 흑마법사들과의 접점은 찾지 못했나?”
“특별히 그렇게 의심되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흠… 알았다.”
바트란의 보고는 여기까지였다.
원래 내가 조사해보라고 내렸던 명령은 한 가지가 더 있는데, 이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아무래도 대상이 황족이다 보니까 좀 더 신중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 시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니 조바심 낼 필요는 없다. 드러나지 않게, 그리고 확실하게만 파악하도록.”
“예.”
보고를 받는 내내 느낌이 묘했다.
과거와 똑같은 시간대를 살아가면서 분명히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과 사건들을 겪는데, 이전 삶에서 인식하던 것과 그 실체는 완전히 달랐으니 말이다.
과연 나는 어디까지, 얼마나, 뭘 모르고 살았던 것일까.
새삼 인생은 ‘아는 만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클로버 A로부터 명령을 받은 뒤.
클로버 2가 곧바로 페르반 베르딘에게로 찾아왔다.
가면에 가려져 있어서 표정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좀 멍― 해 보이는 눈빛.
원래 성격, 그리고 계급대로라면 클로버 7인 페르반에게 큰소리를 탕탕 쳐야겠지만, 그는 왠지 모르게 고분고분했다.
“클로버 A의 전언을 가지고 왔습니다.”
“흠, 이번에는 찾아오는 텀이 좀 더 빨라졌군. 또 뭐라고 얘기하지?”
자연스럽게 하대하는 페르반.
클로버 2를 대하는 태도도 집무실 책상 의자에 몸을 젖혀놓은 채로였다.
“이번에… 조직에서 대공을 죽이기 위한 작전을 결행할 터인데… 에반 베르딘이 대공에게 검술을 배우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실험체가 다시 한번 조직의 계획을 방해한다면… 이번에는 무조건 폐기처분이라고 합니다.”
“그렇군….”
클로버 2의 전언을 듣는 순간, 페르반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조직 내부의 여론은 명령 없이 직접 에반을 죽이기 위해서 트럼프 넘버들이 나설 정도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들끓고 있었으니 말이다.
“알았다. 또 다른 전언은?”
“없습니다.”
“그러면 돌아가라.”
“…예.”
츠즈즈즛―
대답하기 무섭게, 허공 속에 일렁이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 클로버 2.
그가 사라지고 나자, 집무실에는 다시 페르반 혼자 남아 깊은 고민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