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44)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44화(144/213)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 것인가?’
아무리 강력한 무기가 손에 있어도, 그것이 뜻대로 통제가 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지난 2년 동안, 페르반은 에반에게 자신의 암시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부단히도 노력했다.
폭발 사고로 인해 연구자료의 상당수가 소실된 것이 뼈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 자신의 머릿속에 있기에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아예 감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이번에도 가서 에반이 뭔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때는 더 이상 조직으로부터 핑계를 대기 힘들었다.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고, 그는 무슨 수를 써서든 막아야만 했다.
하지만 암시도 통하지 않고, 그렇다고 에반이 대공을 만나러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후우― 어쩔 수 없군.’
페르반은 자신이 에반과 함께 직접 북부로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매번 따라가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에도 또 조직의 중요한 계획을 에반이 방해하는 일만은 막아야 했으니까.
설마 직접 따라갔는데도 문제가 생길까.
그렇게 애써 진정하려 해봤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 * *
따사로운 햇살.
하지만 어느새 겨울이 성큼 다가왔는지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쌀쌀했고, 바람결을 따라 낙엽들이 흩날렸다.
늦가을의 정취를 한껏 만끽하면서, 2황녀 아리아드네는 동생과 함께 손님을 맞고 있었다.
자신의 맞은편 대각선 자리에서 기품있고 우아한 자세로 홍차를 마시고 있는 흑발의 미소년.
‘정말 신기하단 말이죠…?’
아리아드네가 잘 깎아놓은 조각처럼 날카롭게 잘생긴 얼굴을 보며 가만히 상념에 잠겼다.
에반 베르딘.
기껏해야 자신과 두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할 수 있는지.
게다가 그뿐이랴?
그가 사생아 평민으로 살아오다가 귀족가에 입적된 것이 고작 2년 남짓한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는 예법 하며, 그가 베르딘에서 이룬 업적들.
무엇보다….
‘아직도 안 보이네요.’
그녀는 영혼을 볼 수 있고, 또 교감하며 다룰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육신이 죽은 자들의 영혼은 물론이고 살아있는 자의 영혼도 볼 수가 있었는데, 간혹 해당 영혼의 격(格)이 너무 높으면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또래 소년의 영혼이 보이지 않을 줄이야.
“누님.”
“….”
“아리 누님?”
“…….”
“아리아 누나!”
“응?!”
혼자 생각에 잠겨있다 보니, 동생 알렌이 옆에서 한참을 불렀는데도 몰랐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에반이 살짝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알렌은 묘하게 들떠있었다.
“우리도 북부에 계신 숙부님한테 가자!”
“뭐…?”
“에반이 숙부님한테 검술을 배운다잖아. 그래서 에반이 갈 때 우리도 따라가는 거야! 오랜만에 북부도 가보고, 에반이 숙부님께 검술 배우는 것도 보고! 헤헷.”
“아리아 전하… 제가 북부에 가는 것은 말 그대로 대공께 검술 지도를 받기 위함인데, 같이 가봤자 지루하기만 할 겁니다.”
북부 여행은 다음에 가라고!
예를 갖춰서 에둘러 말하고 있었지만, 아리아드네는 이렇게 마음의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하지만 흥미가 동하는 것은 비단 알렌뿐만이 아니었다.
입가에 빙긋 미소를 띠는 잿빛 머리카락의 황녀.
“잘됐네요. 대공령은 우리 제국의 최북단에 있다죠? 마침 저도 한번 가보고 싶었어요.”
“하, 하오나… 제가 방문하기로 한 날은 나흘 뒤이고, 그날은 평일입니다. 황녀님께서는 그 시각에 헤브론 아카데미에 계시지 않습니까?”
“후훗. 마침 지난주에 기말고사가 끝났어요. 이제 남은 일정 중에 크게 중요한 것은 없으니, 딱히 며칠 빠진다고 해서 문제 될 것 같지는 않네요.”
이러다가는 진짜로 혹 두 개를 달고 대공령을 방문하게 생겼다. 물론 매번 검술교습 때마다 따라올 수는 없을 테니 이번에만 고비를 잘 넘기면 되겠지만, 그래도 귀찮은 것은 사절이었다.
가뜩이나 대공이 왜 갑자기 죽게 되는지에 대한 원인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흠흠, 그래도 학칙은 준수하셔야….”
“어머. 에반 공자님이 이렇게 규율을 잘 지키시는 분인지 몰랐네요? 아카데미에 입학하면 선생님들께 아주 이쁨 받겠어요.”
“그래도 타의 모범이 되셔야 할 황녀께서 그렇게 무단으로 학칙을 어겼다가는 혹여 간악한 이들에게 책잡히기라도 할까 심히 염려가….”
“에반 공자님, 무단으로 학칙을 어기다니요? 황족은 업무에 한해서 출석을 인정받을 수 있답니다.”
“예? 업무라니요?”
“제국의 황녀로서,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대공령을 시찰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요.”
게다가 2년 전. 동부의 리에트 공작령에 갔을 때, 어머니 2황비가 했던 얘기는 아직도 유효했다.
알렌이 마음에 든다면 잘 잡아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우으으… 어마마마도 참….’
생각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에반 베르딘에게 보면 볼수록 호감이 가는 것은 사실이었다.
루크 공녀와의 관계가 미묘해 보이긴 했지만, 그건 당사자들이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었고.
“이건 제가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듯합니다. 대공께서 원하시지 않을 수도 있으니….”
아직도 어떻게든 동생과 자신을 떼어놓으려는 에반.
하지만 이럴수록 아리아드네는 더욱더 가고 싶어졌다.
옆에서는 혹여 누님이 만류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던 알렌의 얼굴이 확 펴있었다. 천진난만한 금발의 소년이 하얀 이가 다 드러나도록 씨익 웃어 보였다.
“아니야, 친구! 이미 내가 소식 듣자마자, 숙부님께 여쭤봤는걸? 언제든지 와도 좋대!”
“아…….”
대체 그건 또 언제 물어본 건지.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에반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결국 에반의 이번 검술교습 때는 알렌과 아리아드네가 함께 하기로 했다.
* * *
‘분명 불청객은 이 두 사람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대공의 검술교습 첫 번째 날이 되어서, 대공령에 왔다.
그런데 같이 방문하는 멤버 중에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있었다.
“크하하핫! 베르딘 후작의 막내 사랑이 남다르다더니만, 설마 직접 오겠다고 할 줄은 몰랐구만!”
“어찌 어린 아들을 홀로 먼 곳에 보낼 수 있겠습니까.”
“크흐… 뭐, 그래. 어린 아들이 맞긴 맞으니까.”
후작이 도대체 왜 따라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새롭게 교역을 시작하는 문제로 방문했던 것이 채 2주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또 방문한다고?
그가 말하기로는 교역에 관련해서 얘기해야 할 것들도 있고, 겸사겸사 자신도 옆에서 대공이 가르치는 검술을 지켜보고 싶다고.
‘만약 다른 기사가 얘기했다면 그럴싸했겠지만….’
후작은 아니었다.
희한하게도, 그는 딱히 검술에 욕심이 없었으니까.
“숙부님을 뵙습니다.”
“오오, 알렌과 아리아구나. 오랜만이다!”
대공은 조카들을 보고도 한껏 반겨줬다.
두 사람의 방문이 매우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는데…?
정작 아리아드네의 표정이 뭔가 미묘했다.
분명히 부드럽고 우아해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긴 했지만, 계속해서 머리를 쓸어넘기며 귓불을 만지작거리는 행동.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알 수 있었다.
‘아리아 누님은 왜 불안해하는 거지?’
그렇다.
저것은 분명히 아리아드네가 누군가를 만났을 때 심리적으로 불편하거나 불안해할 때 무의식중에 보이는 습관이었다.
무슨 일인 걸까?
나중에 한번 슬쩍 물어봐야겠다.
* * *
파아아앗―
‘와아… 여기가 대공령이구나.’
워프게이트를 타고 처음으로 대공령에 방문한 2황녀.
아리아드네가 눈앞에 펼쳐진 새하얀 세계를 보고, 저도 모르게 탄성을 흘렸다.
대공성 근처의 어느 숲속.
곧게 닦여있는 도로를 제외하고서, 모든 것이 소복하게 쌓인 눈으로 덮여있었다.
“헤헷, 아리아 누나! 예쁘지?”
“응… 그렇네.”
“2황녀님, 3황자님. 저는 대공성에서 나온 기사단장 필립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마차와 함께 미리 기다리고 있던 기사.
다부진 몸에 거친 턱수염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는 두 사람을 마차에 태우고 성으로 안내했다.
다그닥― 다그닥―
달려가는 내내 창밖 너머로 펼쳐져 있는 풍경이 너무나도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햇살에 반짝이는 눈도 예쁘고.
아리아드네는 대외적으로 병약한 이미지였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황궁을 벗어나서 멀리 나올 일이 없었다.
최근에 장거리 외출을 했던 것도 2년 전 리에트 공작령에 방문했을 때가 마지막이었을 정도.
그래서인지 모처럼의 나들이에 그녀는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이 좋았던 기분은 딱 대공을 만날 때까지만이었다.
“숙부님을 뵙습니다.”
“오오, 알렌과 아리아구나. 오랜만이다!”
대공은 자신들을 한껏 반겨줬다.
얼굴 여기저기에 나있는 칼자국이 인상을 조금 험악하게 만들긴 했지만, 그래도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환하게 웃고 있는 미소를 보면 그가 정말로 조카들의 방문을 반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문제는 아리아드네에게만 보이는 대공 영혼의 상태였다.
‘역시 숙부님의 영혼도 제대로 보이지 않네요.’
지난 2년간, 아리아드네도 부지런히 자신을 수양했다.
그냥 아카데미를 열심히 다녔다는 게 아니었다.
그녀의 모계로부터 내려져 오는 특수한 능력. 영혼을 다루는 힘을 꾸준히 키우고 갈고닦았다.
그래서 예전에는 아예 잘 보이지 않았던 에반이나 후작의 영혼도 이제는 그 형상이 희미하게는 보였다.
이건 대공의 영혼도 마찬가지였는데, 문제는 그 영혼에 정체불명의 검은 실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대체… 저 검은 실들은 뭐죠?’
수백… 아니, 어쩌면 천 가닥이 넘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많은 검은 실들이 그냥 붉은 빛덩이처럼 보이는 대공의 영혼에 연결되어 있었고, 여기에서는 굉장히 불길하고 음습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녀는 이것과 비슷한 기운을 2년 전에도 느껴본 적이 있었다.
‘이건… 틀림없이 어둠의 마나예요. 그렇다면 사특한 자들이 대공님을 해치려고 뭔가 수를 쓰고 있다는 걸까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답을 해봤지만, 명확하게 답을 내기에는 아직 알고 있는 정보들이 너무 없었다.
일단 그녀는 그 검은 실들을 조금 더 자세히 관찰했다.
대공이 침을 튀겨가며 반가운 마음에 뭐라 뭐라 말하고 있었는데, 제대로 들리지 않은 지는 오래였다.
힐끗.
‘이것들은 아무래도 북동쪽 방향의 숲으로 이어져 있는 것 같네요.’
무수히도 많은 그 실들은 모두 한곳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도중에 하나로 꼬아져서, 밧줄처럼 되어 있었다.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호기심과 오지랖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동생 알렌과는 달리, 아리아드네는 대개의 경우 신중하게 움직이는 편이었으니.
이날, 그녀는 하루종일 고민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늦은 밤이 되어서야 어떻게 움직일지 결정했다.
‘나 혼자 움직이기에는 위험해질 수 있어.’
그렇다고 대공이나 성 사람들, 혹은 손님으로 함께 온 베르딘 후작에게 말하기에는 좀 부담스러웠다.
영혼을 보는 능력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설명하기가 좀 어려웠으니까.
그래서 그녀는 조용히….
에반 베르딘의 방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