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45)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45화(145/213)
* * *
풀썩.
“후아, 피곤하군.”
숙소로 돌아와서 따뜻한 물에 씻고 나온 뒤, 나는 곧바로 침대 위로 쓰러졌다.
원래는 나와 대공이 둘이서 검술수업… 이라는 이름의 대련을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후작과 알렌, 아리아드네까지 함께하게 되었다.
― 이봐, 베르딘 후작! 모처럼 왔는데, 자네도 몸 좀 풀고 가야 하지 않겠나?
― …예?
― 지난번에도 왔다가 그냥 갔는데, 오랜만에 한판 붙자고!
졸지에 대공과 대련을 하게 된 후작부터 해서, 알렌도 대공이 조카의 향상된 솜씨를 봐야겠다면서 대련을 했는데 두 사람 모두 대공이 생각한 것보다 강했나 보다.
― 오, 뭐야? 못 보던 사이에, 완전히 다른 검이 된 것 같은데?
― 에반의 검술 실력이 워낙 뛰어나기에, 요즘 한 수 배우고 있습니다.
― 자네도 저놈에게 검을 배운다고?
― 네. 배울 것이 있다면 어린아이에게라도 배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 크하하핫! 확실히 에반, 저 녀석이 난 놈이긴 난 놈이구만! 우리 조카 검술 실력도 몰라보게 달라졌던데!
아놔, 진짜….
후작은 왜 또 굳이 안 해도 될 얘기를 해서, 대공의 어그로를 끌어오는 건지 모르겠다.
외부에 나를 숨기고 싶어는 하면서, 자식 자랑할 기회만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내 얘기를 떠벌리니….
정말 못 말릴 팔불출이다.
덕분에 대공은 더욱 불 붙어서 내게 덤벼들었다.
― 요 맹랑한 녀석, 어디 한번 오늘은 제대로 붙어보자!
― 그러기에는 지난번에도 꽤나 본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만….
― 어허! 그때는 각자 무기의 차이도 있었고, 오러도 쓰지 않았느냐. 이번에는 서로 목검으로 오러 없이, 순수하게 기술로만 겨뤄보자는 거다!
그래서 나는 목검을 들고, 대공은 도끼날이 나무로 된 대련용 쌍도끼를 들고 싸웠다.
탁! 타다다닥!
― 크윽… 역시 제법이구나! 하지만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아아아!
부우우웅―
경쾌한 움직임의 목검이 나무도끼를 사정없이 두들기며, 대공을 몰아세웠다.
순수한 힘으로 치면 당연히 대공의 상대가 될 리가 없었지만, 애초에 나는 대공을 힘으로 상대해야 할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았다.
초짜들은 검술을 힘과 기술로만 생각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머리’였다.
상대 공격에도 막을지, 피할지, 흘릴지.
만약 피한다고 해도 왼쪽으로 피할지, 오른쪽으로 피할지, 뒤로 빠지면서 피할지.
그것도 아니면 오히려 자세를 낮추고 앞으로 파고들면서 피할 수도 있었다.
요컨대, 검술에 있어서도 수 싸움이 중요하니 순간순간 어떻게 움직일지 결정하는 판단력이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 에반 이 괴물 같은 놈…! 도대체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있는 거냐?!
― 글쎄요. 그냥 별생각 없이 휘두르고 있습니다만?
― 크흐, 이제 보니 건방진 데다가 재수 없기까지 하구나!
― 칭찬으로 들으면 되겠습니까?
― 오냐! 이 새끼야아아!
사실 별생각 없이 휘두르고 있다는 건 진짜로 맞는 말이었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수 싸움이 중요하긴 한데 일정 경지가 넘어가게 되면, 이걸 머리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몸에 밴 감각과 흐름을 읽어가면서 검을 휘두르게 되기 때문에.
― 킁! 오늘은 여기까지다!
― 여기에서 멈추신다고요?
― 그래!
점점 손발이 어지러워지던 대공은 결국 대련을 중단시켜버렸다.
― 하, 우리 에반이 대공님과 동수를 이룰 줄이야….
― 엄청난 대련이었어요!
― 우와아아! 역시 내 친구는 대단해! 숙부님과 대련에서도 밀리지 않다니!
― 감사합니다. 대공님께서 많이 봐주신 것 같습니다.
지켜보는 후작과 알렌, 아리아드네는 모두가 감탄했는데, 아무래도 이들이 보기에는 대공이 나와 엇비슷하게 싸운 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실제 대련의 내용을 들여다보자면, 나의 완승이나 다름없었다.
아마 지금쯤 낮의 대련을 복기하느라 여념이 없겠지.
아무튼 피곤한 하루일정을 마치고 이제는 좀 쉬려고 했는데, 방문 너머로 누군가 걸어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는 곧 들려오는 기별.
똑똑.
“에반 공자님.”
“아리아 황녀님…?”
나는 얼른 일어나서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진짜로 밖에는 물결치는 기다란 회색빛 머리카락의 소녀, 아리아드네가 서 있었다.
“이 야심한 시각에 어쩐 일로…?”
“할 말이 있어서 찾아왔어요.”
“예? 할 말이요?”
당황해하는 내게 그녀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뭔가 말하려고 하는데 망설이고 있는 것이 티가 났다.
대체 늦은 밤에 은밀히 찾아와서 할만 한 얘기가….
‘설마?’
퍼뜩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이건 필연적으로 내가 ‘No’를 말할 수밖에 없는 얘기였다. 그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녀는 내 누이였으니까.
“황녀님. 저는….”
“에반 공자님.”
나는 그녀가 말하기 전에, 내가 먼저 끊으려고 했다. 하지만 아리아드네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어쩌면 대공님이 위험할지도 몰라요.”
“…네?”
이건 대체 또 무슨 말일까?
대공이 위험하다니. 그것도 대공성 안에서?
제국 최강의 기사이자 ‘그랜드 소드마스터’라고 추정되는 사내가?
내가 벙찐 표정으로 있자, 아리아드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황당한 소리로 들리는 것 다 알아요. 하지만 진짜예요.”
“저기… 황녀님. 대공님이 어떻게 위험하시다는 겁니까?”
“누군가 대공님에게 저주를 걸어놓은 것 같아요.”
“저주요? 하지만 저는 대공님으로부터 아무런 마나 반응을 못 느꼈습니다만….”
나도 그렇지만, 대공도 상당한 경지에 올라있는 오러운용자였다. 만약 본인에게 어떤 상태이상이 걸려있다면 스스로 눈치채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리아드네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제가 감지한 저주는 일반적인 마법과는 좀 달라요. 이건 사람의 영혼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거예요.”
“영혼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구요??”
“네. 갑자기 ‘영혼’ 얘기를 하니까 무슨 오컬트처럼 허무맹랑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얘기를 듣는 순간, 나는 2년 전 고대 마도유적지에서 만났던 밴시가 떠올랐다. 그리고 내 내면의 심상세계에서 ‘에반 베르딘’과 싸웠을 때도 생각났고.
“일단 저는 황녀님 말씀을 믿습니다.”
“정말요??”
“예, 정말입니다.”
믿는다니까, 오히려 아리아드네 본인이 놀라는 눈치였다. 나는 그녀에게 어떻게 하고 싶냐고 물었다.
그러자 황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는 제가 느낀 것이 진짜인지 확인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이걸 알려면 대공성 밖으로 나가서 북동쪽의 숲으로 가야 해요.”
“아하… 그래서 지금 저한테 함께 가달라고 하시는 겁니까?”
“네, 맞아요.”
듣는 순간, 딱 느낌이 오긴 했다. 하지만 썩 내키지는 않는 게, 안 그래도 후작이 이번에는 절대로 방문 목적 외에는 어떤 사건에도 끼어들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음… 이걸 어쩐다?
“차라리 대공님이나 다른 어른들에게 얘기하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분들이 과연 제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실까요? 그리고 저는 이걸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얘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뿐만 아니라, 만약 대공이나 성 사람들이 움직이면 일을 꾸미는 자들이 눈치채고 숨을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걸 정확히 확인하려면 본인이 직접 가야 하는데, 어른들에게 알리면 위험하다는 이유로 황녀인 자신이 가지 못하게 막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다.
듣고 나니, 모두 맞는 얘기긴 한데….
“부탁해요. 제가 편하게 말씀드릴 수 있고, 그러면서 유사시에 저를 지켜주실 수 있을 만한 분은 에반 공자님밖에 없어요.”
“후우― 알겠습니다.”
한참의 고민 끝에, 결국 나는 아리아드네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어둠에 잠겨 모두가 잠든 깊은 밤.
나는 프라가라흐의 봉인검을 메고 황녀를 안고서, 대공성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이날 밤.
성을 빠져나간 사람은 ‘세 사람’이었다.
* * *
푸르스름한 달빛이 하얗게 눈 덮인 숲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대공성 바깥의 북동쪽 어느 숲속.
이곳 깊숙한 곳에는 웬 동굴이 숨겨져 있었다.
입구는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좁고 작았는데,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넓어지더니 끝에 가서는 제법 커다란 지하공동이 나왔다.
지면이 평평하게 다져 있고 석순이나 종유석 같은 것들이 전혀 없는 것을 보니,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분명했는데―
여기에 하얀 가면에 검은 로브를 입은 세 사람이 있었다. 가면에 새겨진 문양들은 각각 클로버 4, 하트 8, 스페이드 7.
“클로버 퀸께서 곧 작전을 결행하신다지?”
“그래. 늦어도 한 달 내로 저주를 발동한다고 하셨다.”
“크크큭! 이 지루한 임무도 이제 곧 끝나겠군.”
지하공동 바닥에는 붉은색의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는데, 현재 아르바니아 대륙의 마법사들은 사용하지 않는 형태였다.
그리고 마법진의 가장자리에는 기이한 문제들이 빼곡하게 쓰여져 있었는데, 고대 마도유적지에 있었던 것과 같은 천륜을 거스르는 자들의 ‘저주언어’였다.
츠즈즈즛―
“크워어엉! 크워어억!”
그들은 마법진 위에 팔다리가 잘려 나간 짐승형 몬스터 한 마리를 올려놨는데, 곧 검은색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면서 급속도로 야위어갔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앙상하게 뼈만 남은 시체가 되었다.
흑마법사들은 여기저기 찢어지고 낡은 마대 자루에 몬스터의 뼈를 주워 담았다. 그리고는 한쪽 구석에 가서 쏟아부었다.
거기에는 이미 다른 몬스터들의 뼈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는데, 그중에 몇몇 개는 사람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으으! 언제봐도 징그럽단 말이지.”
“이 짓을 우리가 3년 동안 했다니….”
“그래도 이렇게 해서 그 괴물 같은 크라우젤을 죽일 수 있다는 게 놀랍지 않나?”
“그런데 진짜로 그 괴물이 죽을까?”
시키는 대로 하긴 했지만, 그들은 반신반의했다.
클로버 퀸은 이 저주가 대공의 영혼에 직접 연결되어서, 충분한 에너지가 모이면 한꺼번에 터뜨린다고 했다.
하지만 흑마법사들 중에서도 영혼을 다룰 수 있는 자들을 극소수였고, 영혼을 보지 못하는 그들로서는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예전에 임무에 실패했을 때, 그 영혼의 고통이란 걸 느껴본 적이 있다.”
“오, 어땠는데?”
“이게 몸이 아픈 것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데… 아무튼 끔찍하다.”
클로버 퀸은 이 저주가 대공의 머리카락과 손톱, 그리고 피를 매개로 그의 영혼과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실오라기 한 가닥이 연결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수백 수천 가닥으로 늘어났고, 여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채우고 저주를 발동시키면….
“오오… 그렇게 되면?”
“저주의 실가닥들이 그 영혼을 잡아당겨서, 육체와 영혼이 분리된다고 하셨다.”
“크크크큭! 굉장하군. 안 그래도 요즘 대공이 자기 똘마니들을 풀어서 우리 뒤를 쫓는 게 거슬렸는데.”
그들이 오늘도 크라우젤 대공을 씹어대면서 지루함을 달래고 있을 때.
“잠깐.”
“지금 이거… 나만 느낀 거 아니지?”
흑마법사 세 명 모두 입을 꾹 닫았다.
그리고는 촉각을 곤두세웠는데, 얼핏 느꼈던 그 감각은 점점 더 확실해지고 있었다.
누군가 동굴 안쪽으로 들어왔다.
살벌하게 눈빛을 번뜩이는 클로버 4.
“그래. 침입자다.”
흑마법사들은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에 오히려 마음이 들떴고, 본격적으로 손님 맞을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