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51)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51화(151/213)
* * *
영혼을 다루는 힘을 통해서 대공을 죽이려고 오랜 시간 동안 작업해왔던 클로버 퀸.
놀랍게도 그 정체는 ‘대공비’였다.
– 설마 대공비가 흑마법사였다니….
– 맙소사…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거죠?
아리아드네도 많이 놀란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공과 대공비는 정략혼도 아니었고, 대공이 용병 활동을 하면서 오랜 기간 동료로 지냈던 여인을 아내로 맞이한 것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이전 생의 황위계승전과 무림에서 숱하게 배신을 겪어본 나로서는 냉정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 음… 아리아 황녀 전하. 사람 일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료가 될 수도 있고, 오늘의 동료가 내일의 적이 될 수도 있는 법이지요. 혹은 어떤 일을 계기로 과거에는 소탈하고 청렴했던 사람이, 내일은 물질과 권력을 탐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구요.
– 아…….
정확한 내막은 당연히 나도 모른다.
대공비가 흑마법사들로부터 어떤 약점에 잡혀서 어쩔 수 없이 대공을 죽이려고 했는지, 아니면 뭔가 달콤한 유혹에 넘어갔던 것인지.
어쩌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드러나지 않는 대공과의 불화가 있었을지도.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현실의 결과는 확실했다.
크라우젤 대공을 죽이려고 했던 흑마법사는 ‘대공비’였고, 프라가라흐에게 부탁해서 확인했지만 어떤 세뇌나 암시 마법에 걸려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타인이 모습을 바꾼 것도 아니었다.
– 그렇다면 에반 공자님. 우리가 이걸 숙부님께는 어찌 말씀드려야 할까요?
– 그건…….
대공 전하를 죽이려 했던 흑마법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대공비 마마였습니다?
…순순히 믿어줄지도 의문일뿐더러, 이 진실은 대공에게 너무나도 잔혹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이렇게 하기로 했다.
– 아리아 님, 우리는 오늘 흑마법사들에게 납치된 대공비 마마를 구하기 위해서 여기까지 왔던 겁니다.
– …네? 그게 무슨 말씀…?
– 하지만 흑마법사들은 결국 대공비마마를 죽였고, 저희는 막지 못했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아시겠습니까?
– 아… 네…….
비록 나이는 어렸지만 내 누님 아리아드네는 총명했고, 이게 무슨 말인지 충분히 말귀를 알아들었다.
우리는 대공성으로 돌아가는 즉시 대공에게 대공비의 부고를 알렸다.
– 에, 에반…? 대체 이게 무슨 말이냐? 대공비가… 라니아가 죽었다니…?
– 죄송합니다, 대공 전하. 누군가 대공비마마를 납치했다는 것을 알고 급히 추적에 나섰지만, 저희가 갔을 때는 이미….
– 으으… 으아아아아아아! 흑마법사, 이 개새끼들이… 감히!!!
쿠화아아아앙-
소식을 들은 대공의 분노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겪어보니 완전한 ‘그랜드 오러마스터’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이성을 잃고 폭주하는 대공은 거의 자연재해에 가까웠고, 성안의 기사들과 마법사들, 그리고 나와 후작까지 가세해서 겨우 진정시킬 수 있었다.
쿠구구구……
털썩.
– 대공비… 라니아가 죽다니… 이런 말도 안 되는…….
밤새 오러를 뿌려대며 대공성 삼 분의 일을 날려 먹은 크라우젤 대공.
극심한 허탈감에 사로잡힌 그가 여기저기 무너지고 부서진 폐허 속에서 주저앉아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 대공 전하…….
– 크흛… 어찌 이런 일이…….
지켜보는 가신들도 모두 억장이 무너지는 표정이었고, 그렇게 대공성 전체가 어둠 속에서 무거운 침묵에 잠겨 있었다.
하지만 실의에 빠져 있는 것도 이때뿐.
곧 먼 산에서 동이 트며 어둠을 사르는 여명의 빛이 비취기 시작했고, 텅 비어버린 것 같았던 대공의 눈동자에도 작은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뿌드득.
– 흑마법사… 라니아의 핏값은 천배 만배로 갚아주고야 말리라.
안 그래도 제국과 대륙의 안위를 위해서 흑마법사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크라우젤 대공에게, 이 사건은 타오르는 불길에 끓는 기름을 들이부은 것과 같은 모양새가 되었다.
그 모습이 꼭 과거 어느 때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황위계승전에서 어머니 2황비를 잃었을 때 같기도 했고, 혹은 정마대전이 발발하던 날에, 사부를 잃었을 때 같기도 했다.
어쨌든.
‘…일단은 잘 된 것 같군.’
진실을 숨기자니 좀 찝찝하긴 했지만, 때로는 분노나 원한이 삶의 원동력이 될 때가 있었다.
이날 밤.
나는 이전 생에서 반황제파 귀족들의 몰락으로 이어졌던 대공의 죽음은 막을 수 있었지만, 그 결과는 공식적으로 ‘대공비’가 죽은 것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 * *
한편.
자리를 지키던 흑마법사들이 모두 죽어버린 땅굴.
캄캄하고 을씨년스러운 지하 깊숙한 곳에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벅- 저벅-
“이런이런… 설마 로열 클래스에 트럼프 넘버가 세 명이나 붙었는데도 전부 당할 줄이야.”
현장의 전투 흔적을 살피던 사내는 상황을 파악하더니, 충격이라는 듯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곳에서 죽었던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검은색 로브에 하얀 가면을 쓰고 있었다.
가면에 새겨진 문양은 스페이드 제이.
그도 이곳에서 죽은 클로버 퀸과 마찬가지로, 흑마법사 조직의 로열 클래스에 속한 자였다.
처억.
“여기인가?”
그가 멈춰 선 곳은 클로버 퀸이 죽었던 곳이었다.
시신은 대공성에서 가져갔지만, 그 자리에는 그녀의 핏방울이 튀어 있었고 스페이드 제이는 피에 녹아있는 오염된 마나를 정확히 감지할 수 있었다.
키이이이이잉-
“쯧. 평소에 그렇게도 오만하게 굴던 대공비마마가 이런 식으로 내게 사자소환을 당하게 될 줄이야.”
감회가 새로웠다.
스페이드 제이는 자신이 품고 있는 오염된 마나를 끌어 올리며 알 수 없는 언어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гежй ћйлЫ….”
츠화아아아-
고대로부터 흑마법사들에게 내려오는 ‘저주언어’였다.
주문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스페이드 제이에게서는 검은 오러가 피어올라서 점점 더 짙어졌다.
이윽고 주문이 완성되었을 때.
[스, 스페이드… 제…이….]“오랜만입니다.”
눈앞에는 웬 귀신이 나타나 있었는데…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생전에는 꽤 아름다웠을 것 같은 미인상이었는데, 일단 얼굴은 문드러져서 코와 입을 제대로 구별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드러난 팔과 다리의 피부 여기저기도 문둥병에 걸린 것처럼 썩어있었다.
여기에다가 머리카락은 여기저기 볼썽사납게 뻗쳐있었고, 입고 있는 옷도 군데군데 삭아서 찢어진 상태.
귀신의 몰골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귀신의 정체가…?
“클로버 퀸. 못 보던 사이에 꼴이 말도 아니게 되었군요?”
[닥쳐…라. 빨리… 내게… 새로운 육체를…….]그렇다.
이 귀신은 바로 며칠 전에 죽은 ‘클로버 퀸’의 영혼이었다. 그녀가 이렇게 끔찍한 몰골을 하고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오염된 마나를 받아들인 대가였는데-
금방이라도 숨넘어갈 것처럼 괴로워하는 클로버 퀸을 앞에 두고, 스페이드 제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척 어깨만 으쓱였다.
“으음… 그건 당신이 얼마나 의미 있는 정보를 내놓을 수 있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무…엇을… 알고… 싶냐…?]“당신을 이렇게 만든 것은 누구입니까?”
[에반… 베르딘…! 그 빌어먹을… 실험체…!]여기까지는 이미 스페이드 제이도 알고 있었다.
고개를 살짝 끄덕인 그는 질문을 좀 더 구체화했다.
“에반 베르딘, 그 소년이 혼자 했습니까?”
[아…니…… 그 소년…에게는… 웬 마법사… 영혼이… 붙어 있다.]“오호라, 마법사의 영혼이요?”
[그…래…….]“수준은 어떻던가요?”
[가늠…할 수… 없었…다….]“네?? 당신이 상대 수준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지고한 존재였다는 말입니까?”
벌써 놀라운 정보를 내뱉는 클로버 퀸.
그녀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는데, 스페이드 제이는 확인을 하고도 이게 잘 믿어지지 않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클로버 퀸은 8서클에 준하는 수준의 마법사였다. 그런데도 상대 마법사의 수준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면….
“그 말씀은… 상대가 대마법사라도 된다는 뜻입니까?”
[그럴… 지도… 나도 잘… 모른…다.]“하, 하핫… 재미있군요.”
이어지는 질문은 에반 베르딘에 대한 것이었다.
“그 애송이에게는 별다른 특이점이 없었습니까?”
[육체와… 다른 영혼….]“네?”
[누군가… 거대한 존재의 영혼이… 그 육체에….]“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거, 거대한… 찬란한 황금빛… 으으…!]“황금빛이요? 설마 신성력입니까?”
스페이드 제이는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싶었다. 하지만 클로버 퀸의 상태를 보아하니, 더 이상의 정보를 얻기는 어려워 보였다.
[아파! 너무 괴로워! 꺄아아아아악!]“이런… 조금만 더 버텨주시면 좋았을 텐데요.”
머리를 쥐어뜯고, 온몸을 마구 할퀴기 시작한 그녀는 더 이상 이성이 남아있는 것 같지 않았다.
고막을 찢어놓을 듯 귓전을 때리는 비명.
하지만 영혼이 내지르는 소리였기 때문에 실제로 육체의 고막이 찢어질 일은 없었다.
다만, 귀곡성을 계속 듣다 보면 정신이 이상해지고 미쳐버릴지도 모를 일.
[육체! 빨리… 내게 육체를… 내놔아아아아!]츠화아아아아아-
급기야 눈깔이 뒤로 확 뒤집힌 클로버 퀸이 전신에서 무시무시한 오염된 마나를 뿜어내더니, 이내 스페이드 제이의 목을 조르기 위해 달려들었다.
이제는 타임아웃(Time Out).
“푸훕. 애석하지만 당신에게 내어드릴 육체 따위는 없습니다.”
[뭐, 뭐라고오오…?]“이미 부패할 대로 부패해서 힘도, 능력도 상실해가고 있는 당신에게 뭐하러 귀한 육체를 내어주겠습니까.”
이제 그녀는 흑마법사들에게도 전력으로서의 가치가 없었다.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수고가 번거로울 뿐 아니라, 그녀 정도 되는 영혼을 감당할만한 육체는 귀했으니까.
“그 귀한 것을 당신에게 내어준다니요.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주… 죽이겠다아아!]“아니요. 당신은 이제 당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가시죠.”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은 천계나 마계로 가게 된다.
육신을 통해 영혼이 만들어진 대로 자연스럽게 이끌려서 자신에게 해당되는 세계로 가는데, 오염된 마나로 인해서 변질된 영혼 같은 경우에는 마계 중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으로 떨어지게 된다.
[아, 안 돼… 제… 발…! 육체를…!]“에휴. 그러게 왜 귀중한 육체를 잃으셨습니까? 그러면 저는 이만.”
따악!
끝까지 약 올리는 듯한 말투.
스페이드 제이가 손가락을 튕기자, 점점 괴이하게 변해가고 있는 클로버 퀸의 영혼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발밑에 나타난 검은 구멍 속으로.
슈우우우우우-
[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악!]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정해진 운명을 벗어나지 못한 클로버 퀸.
그렇게 오염된 마나에 삼켜져 버린 망령이 없어지고 나자 지하공동에는 왠지 모를 적막감만이 감돌았는데.
“후후… 눈앞에 금과 고철이 있는데, 금을 줍는 멍청이가 어디에 있습니까?”
저벅저벅.
스페이드 제이는 의미심장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어디론가 걸어갔다.
거기에는 에반이 유체이탈을 사용하는 순간, 클로버 퀸의 채찍에 맞아서 흩뿌려졌던 피가 스며들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