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55)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55화(155/213)
* * *
기억과 재생의 방.
이곳에는 대상의 기억을 읽어내고 그것을 거대한 화면에 재생시킬 수 있는 마법진과 보조장치가 설치되어 있는 곳이었다.
마탑주는 이곳에 설치된 마법진과 시설을 이용해서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몸의 원래 주인의 기억을 읽어내려 하고 있었다.
“아무리 영혼이 몸을 떠났어도, 그 편린이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일일세. 대개의 경우는 그렇다네.”
“그리고 에반의 몸 안에 수많은 영혼들이 붙잡혀 있다고 했잖아요. 어쩌면 그 영혼들 중의 하나가 원래 몸의 주인이었을지도 몰라요.”
마땅히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마음이었다.
우리는 마탑의 꼭대기 층에서 마나로 구동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37층으로 내려왔다.
그러자 37층 바닥에 새겨진 다섯 개의 거대한 마법진이 눈에 들어왔다. 이 마법진은 오각형의 꼭짓점이 마법진의 중심이 되도록 배치되어 있었고, 중첩되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진의 가장자리에는-
“세상에….”
“이게 제가 다 마나석이라고?”
일정한 간격으로 거대한 마나석 기둥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아마도 마법진을 구동시키는데 필요한 마나를 이것들로 조달하는 것 같았다.
“허허허, 무려 영혼에 담긴 기억을 읽어내는 것이니 상당한 마나가 필요하다네. 그리고 단순히 마나가 많다고 해서 가능한 일도 아니지.”
마탑주는 마법진의 한가운데를 가리켰다. 그래서 자세히 보니 거기에는 파란색의 작은 보석이 박혀있었다.
“저게 뭐죠?”
“고대 마도제국의 아티팩트일세.”
영혼에 간섭할 수 있는 주문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얘기를 듣자 아인세라가 눈을 동그랗게 떴는데, 의아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2년 전에 저희가 가져온 아티팩트 중에 저런 건 없었는데요?”
“허허, 저건 그보다 훨씬 예전부터 마탑에서 보유하고 있던 물건이라네.”
“아… 그렇군요.”
마탑주는 허연 수염을 쓸어내리면서 마법진의 구동 원리를 설명해줬다.
일단 기억을 읽어낼 대상자가 마법진 한가운데 서 있으면, 마법진이 대상의 영혼에 담겨있는 고유마나파장을 읽어낸다. 그리고 이것을 영상 형태로 허공의 화면에 띄워준다는 것이었다.
“다만 기억을 읽어내는 과정에서 다소 몸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시게.”
처억.
“알겠습니다. 어서 진행하시죠.”
마탑주는 뭐라 뭐라 더 설명하려는데, 나는 이미 마법진 한가운데 올라가 있었다. 그러자 마탑주가 하려던 말을 멈추고 가만히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난감하다는 듯한 웃음을 흘렸다.
“허허… 원래대로라면 여러 가지 위험 사항에 대해서 고지해야 하네만, 지금 에반 공자는 얘기해봤자 제대로 들을 것 같지가 않구먼.”
“죽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긴 하네만….”
“그러면 상관없습니다.”
“음, 그렇다면야… 알았네. 그러면 지금 바로 시작하도록 하지.”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마탑주. 휴마 멀린이 내게 바닥에 편하게 앉으라고 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주의사항을 전해줬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자리에서 움직여서는 안 되네.”
“네?”
“레미니센스(Reminiscence).”
우우우웅- 키이이잉!
시동어가 흘러나오는 것과 동시에 은은한 빛을 내며 공명음을 울리는 마나석 기둥들. 그와 동시에 바닥에서는 거대한 마법진들도 함께 빛나게 시작했다.
울렁울렁-
“크윽! 이, 이건…?”
그 순간, 어마어마한 마나가 몸속으로 흘러들어왔고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어지러웠다.
몸은 엉덩이를 바닥에 깔고 가만히 앉아있었지만, 내가 느끼기로는 공중에 붕- 떠올라서 이리저리 휙휙 내동댕이쳐지는 것 같았다.
나중에는 멀미를 심하게 하는 것처럼 속이 미식거리면서 헛구역질까지 올라왔는데.
“우욱…!”
휘청.
“에반! 정신 차려! 자리에서 움직이면 안 돼!”
저 멀리서 아인세라가 외치는 소리를 듣고,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키이이이잉-
“으으으… 마탑주님! 이거 언제 끝나는 겁니까?!”
“곧 있으면 끝날 걸세!”
“으아아아아!”
팟.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빙글빙글 돌던 세상이 마침내 멈췄다. 그리고 내 앞에는 거대한 화면이 떠 있었다.
반투명한 직사각형 모양의 스크린.
그 안에는 무수히 많은 또 다른 스크린이 있었는데, 각각 다른 영상들이 재생되고 있었다.
족히 수천 개는 되어 보이는 영상들.
“이, 이건 다 뭐지?”
“허헛… 아무래도 자네 몸 안에 잡혀 있다는 영혼들의 기억인 것 같네.”
나는 그 영상을 바로 앞에서, 마탑주와 아인세라는 마법진 밖에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봤다.
하지만 이렇게 봐서는 내가 원하는 기억이 없는 듯했는데, 마탑주가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영상들은 손으로 터치하라고 말해줬다.
이 말을 듣고 한번 눈앞에 있는 어떤 영상에 손을 갖다 대봤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스르르륵-
“영상이… 사라졌어?”
“그런 식으로 필요 없는 영상들은 삭제해 나가면 될 것 같구먼.”
한 사람에게 이렇게 많은 영혼의 기억이 깃들어 있는 경우는 처음이라서 마탑주도 좀 당황했다고 하는데, 어쨌든 작동 원리는 같았다.
스륵-
스르륵-
방법을 알게 된 이후로, 나는 거대한 스크린 안에서 마치 뭔가를 파헤치는 것처럼 쓸모없는 기억 영상들을 지워나갔다.
‘이것도 아니고… 이것도 아니다.’
스륵- 스륵- 스륵-
내가 원하는 기억은 어디에 있을까?
혹시 이 몸의 원래 주인이 지금 여기 몸에 없어서, 아예 없는 게 아닐까?
만약 원래 주인의 기억이 남아있다면, 이 많은 기억 영상들 중에 어떻게 찾지?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그렇게 한참 기억 영상들을 지워 나가다 보니 아래쪽에 다른 것들보다 훨씬 더 커다란 영상이 나타났다.
* * *
“이, 이건…?”
영상 속 배경은 아르바니아 대륙과는 조금 다른 곳이었다. 풍경에 보이는 나무나 동물들은 그렇다 쳐도, 등장인물들의 복식이나 언어가 완전히 달랐다.
일단 대부분이 병장기를 들고 있는 것을 보니 무사들인 것 같았는데, 아르바니아처럼 중갑을 입고 있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었다.
그냥 무복 차림에, 가슴이나 어깨 등등 일부 부위만 철제로 보호해놓은 경갑 형태.
그런데 놀라운 것이, 화면 속에 등장하는 이들의 대부분이 형형색색의 오러를 발하고 있었고 개중에는 오러소드를 형성하고 있는 자들도 태반이었다.
“오, 오러 마스터가 저렇게 많이 있다고?!”
“맙소사….”
희한한 것은 전장에 ‘마법사’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투의 형태도 자신들이 아는 것과는 굉장히 달랐다.
수많은 고수들이 어지러이 몸을 날리며 오러를 흩뿌리는 가운데, 그들 중에서 단연 제일인 것은 화면 속의 주인공이었다.
일인칭 시점이라 얼굴이나 모습은 보이지 않았는데, 그 뿜어내는 기운이 전장의 모두를 압도하고 있었다.
쿠구구궁!
– 어리석구나. 협객을 자처하나 본인들 스스로가 악임을 깨닫지 못한 위선자들아.
– 처, 천마다!
– 젠장 할… 모두 피해라!
– 이미 늦었다.
스아아악!
휘두른 일 검에 하늘과 땅이 반으로 갈라지는 듯했고, 검결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는 새까만 기운이 주변을 집어삼킬 듯이 빨아들였다.
– 천마가 저기에 있다! 반드시 놈을 죽여야 한다!
– 초절정 이상의 고수들은 모두 천마를 집중적으로 노려라!
파밧!
수십 명의 오러마스터들이 그를 죽이려고 사방에서 에워싸고 동시에 달려들었다.
화면 너머로 지켜보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상황.
오러운용이 마스터에 이른 자들이니, 그 몸놀림 또한 얼마나 빠르겠는가?
그런데 이상한 것이, 화면 속 주인공의 시점으로는 덮쳐 오는 적들이 전부 달팽이나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다가오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전장의 시간이 그에게만 느리게 가는 것처럼.
히죽.
– 가소롭구나. 이 정도로 나를 잡겠다니.
츠화아아아-
화면 속의 주인공이 일순간 일렁거리는 어둠에 휩싸였다. 그러더니 곧 자리에서 사라졌고, 그가 다시 나타난 곳은 적들의 포위만 바깥쪽.
– 헉?! 놈의 신형이…?
– 젠장! 어디로 간 거지?
– 빨리 놈을 찾아!
갑자기 목표물을 놓친 적들은 황급히 동작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다가 뒤쪽에 있는 주인공을 발견했지만, 이미 때는 한발 늦은 후였다.
포위망을 빠져나오면서 원래 있던 자리에는 자신이 다루는 정체불명의 기운을 심어놓고 온 그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 잘 가라.
고오오오오-
– 이, 이런… 빨리 호신강기를!
갑자기 주변에 있는 것들을 무서운 기세로 빨아들이며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는 검은 기운.
적들은 즉시 자리를 이탈하려 했지만, 이미 검은 기운의 영향권 안에 들어와 있어서 그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콰아아아앙!!!
슈르르륵-
– 끄아아악!
– 사, 살려줘! 아아아악!
서걱. 서걱.
급격하게 팽창한 어둠이 그들 모두를 집어삼켰고, 폭발에 휩쓸린 이들은 그대로 사지가 어둠에 먹혀서 절단되었다.
아인세라와 마탑주는 정신없이 몰입해서 화면 속 영상의 전투에 집중하고 있다가, 저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허… 수십 명의 오러마스터들을 단숨에!”
지켜보던 마탑주는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제아무리 자신이 드래곤 블러드라도 오러마스터들이 저렇게 많다면, 과연 상대할 수 있을까 싶었으니.
한편, 아인세라는 조금 다른 것에 주목했었는데.
휘오오오-
‘으응…?’
불어오는 바람에 화면 속 주인공의 머리카락이 어지럽게 흩날렸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색깔이.
‘황금빛… 머리카락?’
이걸 보는 순간, 그녀는 머릿속에 어떤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2년 전 마탑주의 부탁을 받고 남부에 있는 고대 마도유적을 발굴하러 갔을 때, 유적지를 지키고 있던 유령 ‘밴시’를 상대하면서 에반 베르딘이 보여줬던 영혼의 모습.
그때도 분명히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빛 장발이었다.
‘그러고 보니, 입고 있는 옷도 저 사람들과 비슷해.’
아인세라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 재생되고 있는 영상이 ‘에반 베르딘’의 기억이라는 것을.
‘도대체 저기는… 어디지? 아르바니아 대륙의 바깥쪽인가? 하지만 저런 곳이 있다는 얘기는 아예 들어본 적이 없는데?’
이래봬도 다섯 번의 회귀를 거치면서, 이 세계에 대해서 꽤나 많은 것들을 알게 된 그녀였다. 그런데도 전혀 감이 안 잡힐 정도라면, 대체….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때.
스르르륵-
“…어?”
한창 재생되고 있던 영상이 갑자기 사라졌다.
영상에 푹 빠져있던 마탑주와 아인세라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마법진 가운데를 보니, 거기에는 영상을 향해 손을 뻗어 지우고 있는 흑발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