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60)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60화(160/213)
* * *
뿌드득.
‘젠장할… 저 천한 것이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 가지고!’
1황자 키르젠. 원래 그의 생각대로라면, 에반 베르딘은 여기에서 개망신을 당해야 했다. 능력도 없는 주제에 마탑주 끈만 잡고서 과분한 자리에 서려 했다고.
그런데 예상과는 다르게 에반이 궁정마법사들의 질문에 척척 대답해내자, 오히려 그의 평판이 수직상승하고 말았다.
‘흐음… 재밌군. 확실히 탐나는 인재라는 말이지. 아버지께서는 더는 미련 두지 말라고 하셨지만, 역시 너무 아쉽군.’
2황자 루카스는 흥미롭게 이 상황을 지켜봤다. 키르젠 쪽과는 사전에 어머니들끼리 손잡고 이미 베르딘과 루크를 망신 주기로 협조가 된 사항이었지만, 인재 욕심이 많은 그로서는 계획대로 일이 잘 안 풀려가는 상황에서도 기분이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힐끗.
‘정말로 안타깝구나. 이렇게 출중한 능력으로 내가 아닌 알렌을 선택하다니.’
루카스는 본인을 따르는 수많은 영식들이 있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괜히 알렌에게 괜히 질투심이 나기도 했다.
물론 그는 키르젠처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타입은 아니었기에, 얼굴에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허허허, 그러면 이제 아인세라 공녀를 검증해볼 차례로구먼?”
“커허험! 알겠습니다. 베르딘 공자는 이쯤 하고 넘어가기로 하죠.”
“후훗, 좋아요. 저는 뭘 하면 될까요?”
에반이 자신을 검증해보겠다는 말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것처럼, 아인세라도 전혀 걱정이나 두려움이 없어 보였다.
이런 모습을 보일수록 키르젠은 더욱 화가 났다.
부들부들.
‘아인세라… 감히 나를 거부하고 촌 동네 사생아 따위에게로 가다니. 에반 베르딘은 용케 빠져나갔다지만, 네년만큼은 반드시 물 먹여주마!’
키르젠이 눈을 부릅뜨고 아까 에반을 시험했던 궁정마법사를 노려봤다. 그러자 그가 낯빛이 사색이 어서 딱딱하게 굳어졌다.
1황자의 성격이 개차반이라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사실. 해당 궁정마법사는 어떻게든 루크 공녀만큼은 단단히 망신을 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본인이 1황자나 1황비에게 큰 화를 입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루크 공녀는 바람 속성 마나를 다루는 마법사라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네, 맞아요.”
“그러면 아까 말한 것처럼 몇 가지 마법을 보여주면 되겠습니다.”
궁정마법사들이 아인세라에게 보여달라고 요구한 마법은 4서클 바람 속성 마법 ‘플라이(Fly)’였다.
얘기를 들은 아리아드네가 즉시 반발했다.
“플라이를 써 보라구요?! 지금 열두 살인 공녀에게 대뜸 4서클 마법을 요구하는 겁니까?”
“크크큭, 2황녀님. 나이에 상관없이 궁정마법사들에게 강연을 하겠다는데, 뭐 하나라도 알려주려면 능력을 확인해야 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애초에 또래 나이대 정도의 능력밖에 없다면 이 강단은 안 서면 되는 것이지요.”
“읏… 그렇지만…….”
비록 에반과 가까이 지내는 것처럼 보이는 아인세라가 마음에 안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리아드네는 이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강대상 앞쪽으로 바람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슈화아아아…
“으응? 갑자기 실내에서 바람이…?”
무림에는 문답무용(問答無用)이라는 말이 있다.
아인세라는 가타부타 말할 것 없이 그냥 보여줬다.
바닥으로부터 약 2m 정도 떠오른 은발 녹안의 소녀.
마법을 전개하고 있는 상태는 안정되어 보였고 표정도 편안함 그 자체였다.
실바람이 부드럽게 소녀를 감싸며 은빛 머리카락을 너울거리게 하고 있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웅성웅성-
“이, 이럴 수가… 실내에서 플라이 마법을 전개하는데 이렇게 안정적일 수가?”
“엄청난 마나 운용 능력이군…!”
궁정마법사들은 루크 공녀의 자질이 뛰어나다고 하니 아슬아슬하게라도 성공하려나 싶었는데, 능숙하게 플라이 마법을 선보이는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놀랐다.
그렇게 몇 분 동안 마법을 전개한 뒤에, 다시 부드럽게 착지한 아인세라. 그녀가 씨익 웃어 보이면서 아까 플라이 마법을 요구했던 궁정마법사에게 물었다.
“이제 됐나요?”
“으윽… 프, 플라이는 여기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기본적인 마법입니다! 이걸로는 부족합니다.”
“어머, 그런가요? 그러면 또 뭘 보여줘야 할까요?”
“그, 그건….”
여전히 여유만만한 아인세라의 모습에, 질문하던 궁정마법사는 고심에 빠진 듯했다. 도대체 어느 정도 수위의 마법시현을 요구를 해야 원하는 목적도 이루고, 너무 무리했다는 지적도 피해갈 수 있을까?
이게 굉장히 어려웠다.
사실 4서클 플라이 마법도 열두 살이 소화해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걸 이렇게 쉽게 해버렸으니…
그런데 이때.
쾅!
“아씨! 뭘 우물쭈물 하고 있는 거냐?! 플라이는 기본이라며? 그러면 빨리 그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걸 시키라고!”
지켜보다가 답답해진 키르젠이 책상을 내려치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아인세라가 시선을 그쪽으로 던지며 빙긋 웃어 보였다.
“어머, 그러면 아까 전에 보여줬던 플라이가 4서클 마법이니까, 5서클을 보여드리면 될까요?”
“고, 공녀가 5서클 마법도 쓸 수 있다는 말입니까?”
“네~ 그럼요.”
슈화아아아아아-
아인세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클을 활성화시켜서 바람의 마나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한군데로 모이는 바람은 궁정연구원 강당의 천장 쪽에 커다란 바람의 구체를 형성했다. 그 크기가 어찌나 컸던지, 지름이 10미터는 되어 보였다.
휘오오오오오-
쿠당탕! 콰광!
“으아아악!”
“저, 저게 대체 뭐야?!”
“설마 저 마법은…?”
책상이며, 의자며, 강당 안의 오만 기물들이 강풍에 휩쓸려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가운데, 머리 위에 거대한 바람의 구체가 떠 있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주기에 충분했다.
마법의 이름은 에어 밤(Air Bomb).
바람의 마나를 한데 모아 뭉쳐서 나중에 한꺼번에 방출시키며 폭발시키는 5서클 공격마법이었다.
항상 자유롭게 흘러가는 바람의 마나 특성상 이렇게 특정 공간에 잡아놓고 압축을 시킨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이제 고작 열두 살인 아인세라가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고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 응축시킨 마나의 크기도 어마어마했다.
그야말로 특대 사이즈.
쿠화아아아아-
“호호호호! 아까부터 계속 제게 불만이 많은지 따지는 투로 말씀하시던데, 이참에 이걸 확 터뜨려서 실력을 확실하게 보여드릴까요?”
“뭐, 뭐라고?!”
“누가 공녀 좀 빨리 말려 봐! 빨리…!”
아인세라는 해맑게 웃으면서 말했는데, 자리에 있는 궁정마법사들에게는 오히려 이게 더 무섭게 느껴졌다. 특히 아까 대놓고 소리쳤던 키르젠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그녀의 투명한 연녹색 눈동자가 잔뜩 겁먹은 키르젠을 담았다. 반달처럼 예쁘게 휘어진 모양으로.
“어머나~ 마침 1황자 전하께서 에어밤이 폭발하기 딱 좋은 위치에 계시네요? 터뜨리는 위치는 1황자 전하의 머리 위쪽에 딱 좋겠어요.”
“미, 미친 건가! 루크 공녀?!”
“네? 아닌데요. 아까 1황자 전하께서 제 마법의 수준이 별거 아니라는 듯 말씀하시기도 했고, 주변에 다른 궁정 마법사분들도 뛰어나시니까 잘 막아주실 거라고 믿어요.”
“이런 X발… 빨리 아무나 저것 좀 어떻게 해봐!”
에반과 마탑주에게는 화들짝 놀란 키르젠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꽥꽥 소리만 지르고 있는 모습이 퍽 볼 만했다.
그들은 아인세라를 말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즐겁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루카스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수석 궁정마법사 헤르만에게 눈빛을 보냈다.
우우우웅-
“루크 공녀, 장난은 이쯤 해두시지요.”
슈우우우우……
헤르만이 나서자 곧 강당 상공에 떠 있던 거대한 바람의 구체는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인세라는 상대의 디스펠을 방어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마침내 에어밤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자, 헤르만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무래도 베르딘 공자와 루크 공녀에게 오늘 강연을 할 자격은 충분한 것 같습니다.”
“허허허, 다행이구먼. 내 안목이 아직 퇴물 소리 들을 정도는 아닌 것 같아서 말일세.”
“소, 송구합니다.”
에반과 아인세라가 어떻게 하는지 본인도 재밌게 지켜봤던 마탑주였지만, 그는 마지막에 기어코 한마디를 했다.
아무리 황후와 2황자의 명령이었다지만, 헤르만은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 바닥에서 마탑주에게 잘못 보이면….
그렇게 쩔쩔매는 헤르만을 두고, 마탑주는 1황자와 2황자를 보면서 말했다.
“이제 정리가 좀 된 것 같은데, 강연을 계속 이어가도 될는지요?”
벌떡.
“쳇! 들어볼 필요도 없겠군!”
결국 계획한 것들이 제대로 되지 않자, 애초에 마법에는 관심도 없던 키르젠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그나마 평판 관리를 하는 루카스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곧 에반과 아인세라의 강연이 이어졌다.
* * *
비록 처음에는 분위기가 좀 어수선하긴 했지만, 곧 궁정마법사들은 강연에 푹 빠져들었다.
그렇게 강연이 끝난 뒤.
“맙소사! 마도공학을 이런 식으로 응용할 수 있다니?!”
“루크 공녀의 강연도 대단하네. 마도공학에서 기계공학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여서 마나 효율을 끌어올리다니….”
궁정마법사들은 모두 눈빛을 반짝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다들 무언가 깨달은 것들이 있어서 얼른 가서 연구해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정말… 대단하군요.”
“과찬이십니다.”
이 와중에 수석 궁정마법사인 헤르만도 눈빛을 반짝이며 내게 다가왔다. 그는 내가 발표했던 마도공학의 실전 응용 사례들에 대한 질문을 몇 가지 던졌는데, 나는 몇 년 전에 치러졌던 프레이아 백작과의 영지전을 예시로 들어서 설명해줬다.
“정말 놀라운 식견입니다.”
“허허허, 그렇지? 나도 깜짝 놀랐다네.”
헤르만은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고, 옆에서는 뭐가 그리 좋은지 마탑주가 너털웃음을 터뜨리면서 맞장구를 쳤다.
그렇게 한참 동안 내 얼굴에 금칠을 해주던 헤르만.
대화가 슬슬 마무리되어갈 즘에, 그가 넌지시 물었다.
“아마 마탑주님께서는 오늘 내로 돌아가셔야 해서 이제 곧 가보셔야겠지만, 혹시 괜찮으시다면 에반 공자는 잠시 내 연구실이 있는 곳에 와줄 수 있습니까?”
“예? 연구실에 말입니까?”
“예. 연구하던 것 중에 막혀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오늘 강연을 들어보니 에반 공자와 얘기를 나누다 보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아… 예…….”
그 순간, 나는 마탑주와 아인세라와 눈빛을 교환했다.
안 그래도 헤르만에게는 궁정마법사 ‘오베르트’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던 차였다.
안 그래도 마탑주가 슬쩍 부탁하려 했던 것을 헤르만이 먼저 부탁해오니, 이게 웬 떡인가.
“허허… 수석 마법사가 말한 것처럼, 나는 이제 마탑으로 돌아가 봐야 하네만 에반 공자와 아인세라 공녀만 괜찮다면 여기 계신 헤르만 공을 도와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구먼.”
“으음… 어떻게 할까요?”
“흠흠, 글쎄 말입니다.”
잠깐 고민하는 척은 해줬다.
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었다.
나와 아인세라는 헤르만의 제안을 수락했고, 우리는 곧 그를 따라서 연구실로 향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때까지는 전혀 몰랐다.
헤르만이 하고 있다는 연구가 어떤 것이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