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63)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63화(163/213)
“특별히 3황자 전하까지 물리셨는데… 2황녀 전하께서는 혹, 소녀에게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십니까?”
아인세라는 툭 까놓고 먼저 질문했다. 마침 아리아드네가 먼저 3황자를 내보냈기에, 빙빙 돌릴 필요도 없었다.
“으음~ 글쎄요.”
“…?”
그러나 아리아드네는 질문에 즉답하지 않고, 가만히 아인세라를 빤히 쳐다봤다.
아인세라는 황녀의 반응이 의아했는데, 한편으로는 상대의 회색빛 눈동자가 마치 자신을 꿰뚫어 보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은 착각이 아니라 실제였으니.
‘역시 잘못 느꼈던 게 아니었네요. 설마 비슷한 나이 또래 중에서 내가 영혼을 꿰뚫어 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아인세라는 어머니 2황비의 특수능력을 이어받아서, 영혼과 소통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원하는 대상의 영혼을 볼 수도 있었는데, ‘격’이 높은 영혼은 제대로 그 형상을 볼 수가 없었다.
여태까지 비슷한 나이 또래 중에서 그녀가 영혼을 꿰뚫어 보지 못하는 존재는 두 명.
하나는 2황자 루카스였고, 나머지 하나가 ‘에반 베르딘’이었다.
‘에반 공자에 대해서는 이번에 북부에 갔을 때의 일을 통해서 어느 정도 힌트를 얻었지요.’
에반 베르딘이 흑마법사와 싸우면서 그 영혼이 육체를 빠져나왔을 때, 아리아드네는 똑똑히 봤다.
어둠에 휩싸여 있는 찬란한 금발 머리카락의 사내를.
영혼은 육체의 기본적인 형상과 모양을 닮게 되어 있고, 특히 머리카락과 눈동자 색깔은 절대로 다를 수 없었다.
즉, 그렇다는 것은…
[에반 베르딘의 몸에는 소년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영혼이 들어가 있다는 뜻이지요.] [맞아요. 필시 에반 공자가 보여주는 규격 외의 능력들은 이 비밀과 뭔가 연관이 있겠죠.]당시에 아리아드네와 항상 함께 붙어 다니는 유령 여기사 줄리아도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에반 베르딘에게서 튀어나온 영혼이 대단하기도 대단했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금발’이었다는 것이었다.
아르바니아 대륙에 태생적으로 금발은 기사왕 ‘아스론’의 혈통에서만 나타나기 때문에.
[도대체 에반 베르딘은 정체가 뭘까요?] [모르겠어요. 어쨌든 지금은 눈앞의 루크 공녀에게 집중해야 할 것 같아요.]아인세라 루크.
처음에는 그냥 에반 공자의 옆에 있어서 좀 신경 쓰이는 정도였다. 하지만 점점 영혼을 다루는 힘이 강해지면서 만날 때마다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 마주 보고 영혼을 꿰뚫어 보려고 했는데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서, 그녀 역시도 뭔가 특별한 비밀을 감추고 있지 않을까-라는 합리적인 추측을 할 수 있었다.
[당장 오늘 연구원에서 강연할 때 보였던 모습도 일반적인 열두 살 소녀와는 괴리감이 너무 큽니다.] [맞아요. 설마 5서클 마법까지 이렇게 능숙하게 다룰 수 있을 줄은 몰랐어요. 게다가 그 정도로 거대한 양의 마나를 한꺼번에 다루다니….]루크 공녀가 대단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기는 들었어도, 소문은 언제나 과장되기 마련이니까 그리 신뢰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나니, 어쩌면 풍문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끄응, 도대체 루크 공녀는 어떤 비밀을 감추고 있는 걸까요?] [글쎄요. 한번 물어볼까요?] […예?]옆에 있던 줄리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는데, 아리아드네는 빙긋 웃으며 의미심장한 미소만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아인세라에게 말을 건넸는데.
“있잖아요, 루크 공녀.”
“예, 황녀 전하.”
“혹시 뭔가 숨기고 있는 비밀이 있나요?”
“…네??”
당황해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인세라.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는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니, 그냥 말 그대로 여쭤본 거예요. 비밀이 있냐구요.”
“….”
말은 이렇게 했지만,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질문이었다. 아인세라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아리아드네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하지만 도대체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고, 결국 작게 한숨지으며 대답했다.
“왜 여쭤보시는지 모르겠지만… 사적인 비밀은 누구든지 한두 개쯤 다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요?”
“그렇군요.”
달리 뭐라고 대답할까?
역시 순순히 대답해주지는 않는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문득 아리아드네는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루크 공녀께서는 에반 공자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네?! 에반이요?”
기습적인 질문에 아인세라가 깜짝 놀라서 펄쩍 뛰었다.
아까보다 훨씬 격렬한 반응에, 아리아드네는 더욱 흥미가 생겼고 궁금해졌다.
“2년 전이었나? 그때 한창 에반 공자와 루크 공녀가 교제를 한다는 소문이 돌았었잖아요.”
“아… 네, 뭐… 그렇죠.”
“제가 에반 공자에게 물어봤을 때는, 그냥 다 헛소문이고 루크 공녀와는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했었거든요.”
“뭐라구요?! 에반, 걔가 그렇게 얘기했다구요?”
순간 아인세라의 고운 이마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 이걸 보며, 아리아드네는 ‘역시 그렇구나…’하고 생각했다.
“이제 보니 두 분은 서로 말도 트고 지내는군요?”
“그, 그거야… 친구니까요.”
“으음~ 예전에 에반 공자는 그냥 전략적인 관계이라고만 했는데, 지금 보니 정말 친한 친.구.인 것 같네요.”
“…그럼요, 물론이죠.”
아인세라는 일단 이렇게 대답은 했지만, 본인 스스로도 그 대답에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난달까?
어쨌든 계속 이렇게 질문을 당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이번에는 그녀가 황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황녀님께서는 에반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요?”
“네.”
질문을 받은 아리아드네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고서, 빙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글쎄요? 저보다 두 살 연하이긴 하지만, 아주 든든하고 멋있는 공자님이시죠.”
“네에? 그 말씀은… 설마 에반에게 호감이 있다는 의미신가요?”
본인이 질문해놓고, 오히려 돌아온 대답에 눈이 휘둥그레진 아인세라.
아리아드네는 그 반응이 재밌다는 듯 살짝 실소를 흘렀다.
“후훗. 그건 비밀로 할게요. 사적인 비밀은 누구든지 한두 개쯤은 다 가지고 있는 법이니까요.”
“…확실히 그렇긴 하죠.”
아까 본인이 했던 대답을 그대로 돌려받은 아인세라. 소녀는 기분이 묘했다.
이후로, 두 소녀는 한참 동안 서로 말이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아리아드네가 조용히 차를 음미하며 정원을 멀리 내다봤다.
“날씨가 좋네요.”
“…네. 노을 지는 풍경이 장관이네요.”
“후훗. 그래도 매일 보면 질리게 된답니다.”
“놀랍네요.”
“정말 놀랍죠?”
과연… 그 말대로였다.
아인세라 본인은 무려 6회차 회귀자인데, 이렇게 대화에서 휘둘리다니….
여태까지는 병약하다고 침대에만 있어서 그랬지, 사실은 2황녀가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반 공자님은 헤르만 공과 잘 얘기를 나누고 있겠지요?”
“아마도 그럴 겁니다. 잔재주도, 잡지식도 많은 애니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겠죠.”
“후훗. 꼭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런데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연무장에 수련하러 간다던 알렌이 황급히 그녀들이 있는 테라스로 뛰어 들어왔다.
“누나! 누나! 큰일 났어!”
“…3황자 전하?”
“…무슨 일이니?”
얼굴이 살짝 굳어진 두 소녀.
무슨 소식인지는 몰라도, 그녀들은 왠지 좋은 소식은 아닐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알렌이 전한 소식은-
“연구원에서 에반이 습격을 당했데!”
“뭐라구요?!”
아인세라와 아리아드네, 알렌.
소년과 소녀들은 즉시 2황비궁에서 황궁연구원으로 향했다.
* * *
“에반! 너, 괜찮아?!”
한창 전투가 일어났던 현장 가운데서 황궁 근위기사들이 사건을 수습하고 있는데, 기사들을 비집고 아인세라가 달려왔다.
옆에는 알렌과 아리아드네도 함께였다.
“친구!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수석 궁정마법사가 흑마법사였다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이죠?”
“아, 그게 말입니다….”
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달려온 세 사람에게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해줬다. 그리고 얘기를 다 들은 알렌이 탄성을 터뜨렸다.
“우와아아아! 그러면 친구가 또 사특한 자를 해치운 거네?! 그것도 황궁에 오랜 시간 동안 숨어있어서 아무도 몰랐던 수석 궁정마법사를!”
“하하… 뭐, 일단은 그렇게 됐습니다.”
진심으로 감탄했다는 듯이 알렌이 양팔을 크게 벌리고 붕붕 흔들면서 탄성을 지르자, 현장을 조사하던 근위기사들이 힐끗힐끗 곁눈질을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익숙하면서도 오랜만에 보는 얼굴, 날카로운 눈매에 탄탄하게 균형 잡힌 근육과 풍기는 기도가 예사롭지 않은 사내가 다가왔다.
처억.
“네가 에반 베르딘 공자인가?”
“예. 당신은… 근위기사단장이신 록페즈 경이겠군요.”
“…그렇다. 어떻게 알아봤지?”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그는 이전 생에, 아카데미 입학 전 1년간 검술을 가르쳐주기도 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그렇게 대답할 수는 없겠지.
“예전에 유소년 검술대회의 연회 때 몇 번 멀리서 뵌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수석 궁정마법사가 흑마법사로 밝혀진, 이 어마어마한 사건에서 황궁의 안위를 총괄하는 근위기사단장이 직접 나서지 않을 리가 없지.
“호오… 자질이 뛰어나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직접 보니까 소문에 과장된 것이 하나도 없군.”
“과찬이십니다.”
“잠시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으니, 따라오도록.”
홱-
록페즈는 내 대답은 듣지도 않고 몸을 돌려서 어디론가 걸어갔고, 나도 군말 없이 그를 따라갔다.
저벅저벅.
얼마나 걸어갔을까?
나선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사건이 일어났던 현장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 다른 방이 나타났다.
앞서 걷던 근위기사단장은 돌연 걸음을 멈추며 중얼거렸다.
“여기 정도면 적당하겠군.”
“…예?”
뭐가 적당하다는 거지?
하지만 질문하려고 채 입을 벌리기도 전에, 록페즈가 직접 몸으로 가르쳐줬다.
뭘 하려고 하는 것인지.
슈왁-
갑자기 번쩍이는 섬광.
그와 동시에 날아온 일검(一劍).
“…흡?!”
파밧!
다행히 즉시 반응해서 피할 수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그가 무슨 생각인지는 알 것 같았다.
“흠, 과연… 그걸 아무렇지 않게 피하다니.”
“이 정도면 확인이 됐습니까?”
“호오? 확인이라니?”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는 록페즈.
다 알고 묻는데도, 굳이 본인의 입으로는 대답하지 않겠다면야.
“열두 살짜리 꼬마가, 황궁에 수석 궁정마법사로 숨어있었던 마법사를 처치했다니. 안 믿어져서 실력을 확인하려 했던 게 아닙니까?”
“하! 재미있군.”
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내 생각이 맞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비릿하게 올라가는 한쪽 입꼬리가 말해주고 있었다.
“크큭, 하지만 말이다….”
번쩍!
“겨우 이 정도로 끝내기에는 부족하다!”
“크윽…!”
말이 끝나기 무섭게 또다시 터져 나오는 섬광.
아무래도 시험은 이제부터가 시작인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