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66)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66화(166/213)
* * *
에반이 기사들과 마법사들을 이끌고 토벌전에 나선 밤. 대규모 병력이 베하마그 산맥을 향해 떠나가고 나자, 요즘 들어서 한창 붐비던 영주성이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부상으로 인해 영주성에 남기로 한 페르반 베르딘은 침실에서 베개에 등을 비스듬히 기댄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침실에는 연병장을 향해 창문이 넓게 나 있어서 밤에도 달빛이 방안으로 환하게 새어 들어올 법도 했는데, 집무실과 마찬가지로 두꺼운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고 희미한 마나석 전등만이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스윽-
“안 그래도 어떻게 핑계를 둘러댈지 고민이었는데, 잘 됐군.”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지난번에 북부에서 대공을 죽이려던 작전을 막아섰고 로열 클래스를 포함해서 네 명의 조직원이 죽는 사태가 벌어졌다. 게다가 이번에는 황궁에 수석 궁정마법사로 숨어있던 조직원이 에반을 죽이려다가 실패하고 역으로 당하기까지 했는데…
‘내게 아직 아무런 연락이 없다는 것은….’
역시 조직은 자신을 배신자로 간주하고 죽이기로 한 것이 틀림없었다. 어떤 징후를 포착한 것은 아니었지만, 필시 틈을 봐서 제거하러 올 것이 분명했다.
클로버 2도 한동안 소식이 끊긴 것을 보면, 이미 세뇌당해 있다는 것이 들켰을 가능성이 높았다.
‘내게 어둠의 저주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놈들이 알아차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지.’
그렇다면 클로버 2만 왔었던 지난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대대적으로 강력한 전력들이 쳐들어올 터. 어쩌면 로열 클래스가 올지도 몰랐다.
그래서 페르반은 이번 토벌전으로 성에 대부분 인원들이 빠져나간 사이에, 방어를 강화하려고 했다.
어둠의 마나를 탐지할 수 있는 마법진도 추가적으로 설치하고, 무엇보다 성안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흑마법사들의 침투 경로도 찾아야 했다.
클로버 2가 사용하던 마법진은 이미 파괴했지만, 성안에 설치된 마법진이 그것 하나뿐이라는 보장은 없었으니까.
펄럭.
침대에서 일어난 그가 편한 복장에서 옷을 갖춰 입고 검은색 로브를 둘렀다. 그리고는 침실 바닥을 향해 반지를 끼고 있는 손을 뻗었다.
키이이잉-
반지에서 검은빛이 새어 나오며, 바닥에 이미 그려져 있던 마법진이 떠올랐다. 기존에 설치되어 있던, 어둠의 마나를 탐색하는 마법진이었다.
그는 반지에 담긴 어둠의 마나를 마법진으로 흘려보내면서 전해져오는 감각에 집중했다.
그러자 마법진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까지 감각이 확장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특별히 어둠의 마나가 감지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역시 이거로는 역부족이군.’
평소에는 영주성을 탐색해보려 해도, 다른 기사들이나 마법사들이 눈치챌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이 에반이었다. 아직 세간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는 자신의 어린 아들이 이미 오러마스터의 경지에 올라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후… 애가 너무 잘났어도 문제로군.’
그렇다고 해도 못 난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 배부른 소리였다.
어쨌든, 성안의 위험 요소를 탐색하기에는 토벌전으로 모두 자리를 비운 지금이 절호의 기회.
페르반 베르딘은 조용히 침실을 빠져나와서 은밀히 성안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잠든 것 같은 베르딘의 영주성.
하지만 이때를 틈타고 움직이는 것이 비단 그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 * *
그 시각, 영주성 북쪽의 버려진 무기 창고.
주변에 있는 것이라고는 무성하게 자라난 잡초들밖에 없는 이곳에, 누군가 야음을 틈타고 은밀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로브를 입고, 안경을 쓴 사내. 깔끔한 정장 차림에, 항상 원리원칙을 따지며 꼼꼼하게 베르딘 영주성의 살림을 도맡아왔던 충성스러운 가신.
충격적이게도, 그는 집사 ‘세바스’였다.
끼이이익-
그가 다 쓰러져 가는 창고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서 한가운데로 걸어갔다.
저벅저벅.
걸음을 옮길 때마다 먼지가 풀풀 날렸다.
버려진 건물답게 아주 오랫동안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것 같았다. 녹슨 병장기들도 아무렇게나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는데, 세바스는 그것들을 하나씩 가장자리 쪽으로 밀어냈다.
“휴우, 이쯤 하면 됐으려나요?”
어느 정도 정리를 마친 그가 먼지 묻은 손을 탁탁 털었다. 그리고는 창고 바닥을 향해 손을 뻗더니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ЫЪЙЗ… чхщѹ….”
츠화아아아-
놀랍게도 세바스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언어는 흑마법사들이 사용하는 고대의 저주언어였다. 그와 동시에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어둠의 마나.
먼지만 수북하게 쌓여있던 창고 바닥에는 놀랍게도 검게 빛나는 마법진이 떠오르고 있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설치되어 있던 마법진인 걸까?
세바스는 주문을 외우면서도, 머나먼 과거를 회상했다.
‘결국 이 마법진을 이렇게 사용하게 되는군요.’
마법진이 구현하는 술식은 ‘어둠’을 이용해서 워프게이트를 만드는 마법이었다.
그가 12년 전에 이곳 영주성에 잠입하면서 그려놓은 마법진이었고, 마법진을 설치할 때를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발동하는 것이었다.
꿀렁꿀렁-
마법진이 완전히 활성화되고 나자, 거기에서는 검은색 어둠의 마나들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고 검은 형체를 가진 무언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덩치는 제각각 달라도 모두가 공통적으로 검은 로브와 새하얀 가면을 쓰고 있는 그들은… 흑마법사들이었다.
숫자는 무려 다섯 명.
그들 중에 가면에 스페이드 J가 새겨진 사내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오랜만이군. 마지막으로 봤던 게 12년 전에 여기 잠입한다고 보고했을 때였지?”
척.
“고귀한 어둠의 사도를 뵙습니다.”
집사 세바스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정중하게 예를 갖췄다. 그리고는 품속에서 하얀 가면을 꺼내서 착용했다.
가면에 새겨진 문양은 스페이드 10.
아무도 감히 상상치 못했거늘, 그는 베르딘 후작… 클로버 7을 감시하기 위해서 오래전부터 파견된 흑마법사였던 것이었다.
“현재 상황은?”
“영주성의 기사들은 경비대를 제외하고서 모두 베하마그 산맥으로 떠났습니다.”
“클로버 7과 문제의 그 실험체는?”
“베르딘 후작은 일주일 전에 에반 베르딘과 대련 중에 부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수상쩍어서 따로 알아봤는데, 아무래도 진짜 부상을 입은 것이 확실합니다.”
“흠, 이걸 운이 따른다고 해야 하나?”
원래는 베르딘 후작과 에반 베르딘이 몬스터 토벌전으로 성에서 자리를 비웠을 때, 성을 접수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부상으로 인해서 베르딘 후작이 성에 남아있게 됐으니…
“만약 토벌전에 나갔으면 밖에서 처리해야 했을 텐데, 덕분에 스페이드 잭(Jack)께서 배신자 놈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으니 운이 좋은 게 맞습니다.”
“후훗, 그래. 하트 퀸께서 무척 아쉬워하시겠어.”
가면 너머로 낮은 웃음소리를 흘린 스페이드 잭. 그는 곧바로 창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때마침 스페이드 10이 마법진을 발동시킬 때의 어둠의 마나를 감지하고 달려온 누군가가 있었으니.
“오오, 이게 누구신가?”
“오랜만이로군. 클로버 7.”
“크크큭, 아니… 이제는 배신자로 판명 났으니까 코드네임 대신에 베르딘 후작 나으리로 불러 드릴까?”
그렇다.
거기에 있는 것은 클로버 7. 베르딘 후작이었다.
그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흑마법사들… 과거의 동료들을 노려봤다. 안 그래도 창백한 얼굴이 지금은 유난히 더욱 창백해 보였는데, 그래도 중후한 음성은 여전히 차분했다.
“이런… 갑자기 아닌 밤중에 이게 웬 소란인가 했더니, 오랜만에 뵙는 분들이 오셨습니다?”
히죽.
“그래? 이상하군. 분명히 항상 보던 얼굴도 있을 텐데.”
“그게 무슨 소리…!”
킬킬거리는 흑마법사들.
페르반 베르딘은 처음에 이게 무슨 소리인지 도통 알아듣지 못하다가, 그들 중에 한 사람이 가면을 벗자 그만이야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이 거기에 있었기 때문에.
“좋은 밤입니다. 후작님.”
“…집사.”
본인이 아끼는 막내아들 에반에 대한 일이 아니면 좀처럼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페르반의 얼굴이 확 구겨졌다.
“설마 자네가 조직원이었을 줄은 상상도 못했군.”
“나도… 설마 당신이 조직을 배신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요.”
페르반을 향해서 항상 꼬박꼬박 존칭을 쓰던 세바스는 더 이상 존칭을 쓰지 않고 있었다.
본모습을 드러낸 이상 상대도 자신도 동등한 흑마법사 조직의 트럼프 넘버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당신이 에반 베르딘을 통해서 뭘 하려는 지, 아직 완전히 알아낸 것은 아닙니다만…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게 되었습니다.”
“…네놈들이 여기에 있다는 것은 토벌대 쪽에도 뭔가 수를 써놨다는 뜻인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당신이 그렇게 애지중지 아끼는 에반 베르딘도 무사하지는 못할 겁니다.”
항상 자신에게 겸손한 자세로 조언해주던 입에서 겁박하는 얘기가 나오니, 페르반은 기분이 묘했다.
사실 지금도 집사가 조직의 흑마법사였다는 것이 믿어 지지가 않았고, 마치 꿈이라도 꾸는 것 같았다.
아주 질 나쁜 악몽.
하지만 로열 클래스 스페이드 잭으로부터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는 지금 상황이 엄연히 현실이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었다.
“한번 어둠에 속한 자가 어둠을 배신하려 들다니… 이제 그 대가를 치를 때가 왔다.”
스릉-
“흐흐,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여주마.”
“지랄은 그만했으면 하는데.”
하나둘씩 무기를 꺼내는 흑마법사들.
페르반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맞받아치면서 어둠의 마나를 끌어 올렸지만, 솔직히 이 상황에 낭패감을 금할 수 없었다.
‘에반…!’
본인의 상황도 상황이었지만 조직에서 작정하고 나선 것을 보니, 이들의 또 다른 표적이 되어있을 아들 걱정이 앞섰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유난히 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 * *
한편.
아침 이른 시각에 출정에 나선 베르딘 정규군은 저녁때가 되자 베하마그 산맥의 초입에 도달해있었다.
2년 전이었으면 감히 엄두도 못 냈을 정도로 엄청난 진군 속도였는데, 아무래도 전 병력이 무공을 익히게 된 영향이 컸다. 막 대단한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무공을 아예 모르는 것과는 천지 차이.
여기에다가 장비까지도 기존에 쓰던 철제 중갑에서 몬스터 사체를 정화해서 만든 가죽갑옷으로 바꿨으니, 훨씬 가벼워지기도 했다.
“행군 간에 수고 많았다. 오늘은 여기에서 묶고, 내일부터 본격적인 몬스터 토벌에 들어가도록 한다.”
“알겠습니다! 얘들아, 다들 야영 준비해라!”
“옙!”
명령을 내리기가 무섭게, 하버와 기사들이 움직였고 병사들이 천막을 세우고 불을 피웠다.
마법사들은 야영지 주변에 각종으로 간이 마법진을 설치했고, 천막을 친 병사들은 가져온 군수물자를 풀어서 저녁거리를 만들었다.
이로써 야영 준비는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됐고, 밥을 먹고 난 뒤에 행군으로 지친 병사들은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타닥타닥-
나는 아직 잠을 청하지 않고, 타오르는 모닥불을 가만히 쳐다봤다. 몇몇 경계 병력을 빼놓으면 모두가 잠든 아군의 야영지는 고요하기만 했고,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장작 타는 소리밖에는 없었다.
풀 벌레 소리도, 밤새 우는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잠깐…! 이렇게까지 조용하다고?’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순간, 마음속 한 켠에서 미증유의 불안감이 아침 안개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우우우……
크롸아아아……
캄캄한 밤하늘에 몬스터들의 괴성이 울려 퍼졌고, 어둠에 잠긴 베하마그 산맥으로부터 다수의 몬스터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새까맣게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