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67)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67화(167/213)
두두두두-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지축이 울렸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몬스터들이 몰려오기에….
천마신공으로 안력을 끌어올려서 보니, 족히 천 마리는 넘을 것 같았다. 종류도 각양각색.
고블린, 홉고블린, 오크, 트롤, 오우거, 코볼트, 다이어 울프, 그리즐리 베어, 샤벨타이거, 자이언트 엔트 등등.
평소 베하마그 산맥의 자연적인 생태로는 절대로 함께 움직일 수 없는 몬스터들이 무리 지어서 몰려오고 있었는데.
‘몬스터 웨이브?! 설마… 벌써 그것이 깨어난 건가?’
베하마그 산맥에 잠들어있던 그것.
하지만 깨어날 시기가 빨라도 너무 빨랐고, 그것이 깨어났다고 보기에는 특별히 느껴지는 막대한 기운이 없었다.
이제 보니, 밀려오는 몬스터들의 규모도 이전 생에서 겪었던 것에 비하면 한참 모자랐다.
‘만약 진짜로 그것이 깨어났다면, 베하마그 산맥에 있는 모든 몬스터들이 다 쏟아져 내려올 터.’
그렇다면 지금 몬스터들의 움직임은 ‘그것’이 아닌, 뭔가 다른 원인이 있다는 뜻인데, 도대체 그게 무엇인지… 재빨리 머리를 굴려봤지만 당장 나오는 답은 없었다.
그보다는 일단 밀려오는 몬스터들에게 대응을 해야만 했다.
뿌우우우-
“비상! 비상! 몬스터들의 습격이다!”
경계병들에 의해서 뿔나팔이 울렸고, 세상 모르게 자고 있던 병사들이 황급히 일어나서 부랴부랴 전투태세를 갖췄다.
곧이어 황급히 달려온 기사단장 하버.
“에반 공자님! 도대체 이건 무슨 상황입니까?!”
“…나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상황은 매우 안 좋다.”
예상치 못하게 몬스터들에게 기습을 당한 상황.
여기는 아군이 효율적으로 싸우기에 그리 좋은 지형이 아니었다. 커다란 나무들이 가득 자라나 있는 울창한 숲속이었고, 사실상 사방이 뚫려있는 것이나 마찬가지.
그래도 어떻게든 막아낼 대책을 세워야만 한다.
“하버! 전에 알려준 옥타곤 로테이트 포메이션(Octagon Rotated Formation)은 다들 숙지되어 있겠지?”
“옙! 물론입니다!”
“좋다, 지금 전 대대에 해당 진법을 펼치라고 해라!”
“알겠습니다!”
무림에서는 팔문회륜진(八門回輪陳)이라고 불리는 진법이었다. 팔각형의 꼭짓점에 병력을 배치해놓고, 이 병력들 자체도 회전시키면서 외부의 적들을 안쪽으로 끌어들여서 해치우는 방식.
뿌우- 뿌우- 뿌우우우-
펄럭!
“옥타곤이다!”
“모두 빨리 빨리 움직여라!”
타다다다닷-
좀 전에 적습을 알릴 때와는 다른 나팔 소리가 울렸고, 곧 황색의 깃발이 곳곳에 올라왔다.
비록 이번 토벌전에서 사용하려고 연습한 진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난 2년간 수도 없이 훈련해왔기에 베르딘 정규군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홱.
“마법사들은 준비됐나?”
“예, 공자님. 각자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공격 마법으로 준비했습니다.”
“좋아. 캐스팅하고 있다가, 내가 신호를 주면 그 즉시 쏜다.”
마법은 오러에 비해 공격 범위와 화력이 막강한 대신에,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리고 우군살상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아직 아군과 몬스터들이 뒤섞이지 않았을 때의 첫 공격이 중요했다.
두두두두-!
점점 더 크게 울리는 지축. 이제는 거리가 제법 가까워졌는지, 선두에 있는 놈들의 형상이 보이기까지 했다.
베하마그 산맥 몬스터의 특징인 검은 표피. 다른 지역의 개체들보다 1.5배는 커다란 덩치. 붉게 빛나는 눈동자에서 흘러나오는 살기까지.
무시무시한 속도로 밀려오는 몬스터들을 보면서, 겁에 질린 몇몇 마법사들은 당장이라도 장전해놓은 마법을 갈기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에, 에반 공자님?!”
“아직이다! 조금만 더 기다려!”
“시간이 없습니다! 이러다가 곧 놈들이 들이닥치겠습니다.”
마법의 위력은 당연히 거리가 가까울수록 더욱 강력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까이에서 맞추려 하면 아군에게까지 피해를 미치게 되거나, 자칫 마법의 발동에 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쿵… 쿵… 쿵…
밀려오는 몬스터 무리에 의해서 거대한 나무들이 쓰러졌다. 그리고 마침내 바로 지척에서 괴성을 지르며 나타난 몬스터들.
“크롸아아아!”
“캬아아아!”
“지금이다! 마법사들은 전원 발포!”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팔문회륜진 곳곳에서 준비해놓은 마법들이 터져 나왔다. 4서클 화염마법 플레인 버스터, 5서클 전격마법 체인 라이트닝, 5서클 바람마법 에어밤 등등 다양하면서도 강력한 마법이 마구 터져 나왔다.
파지지직- 콰광!
“캬아아악?!”
퍼버버벙!
“캐갱!”
겁 없이 달려들던 몬스터들은 무방비 상태로 근거리에서 강력한 마법들을 얻어맞았고, 특히 베르딘 마탑지부장인 에르몬드의 6서클 마법 에어로 블래스터(Aero Blaster)가 압권이었다.
파아아아앙!!!
바람의 마나가 한데 뭉쳐져서 몰려오는 몬스터 무리들을 향해 쭉 밀고 나갔다. 이 굵은 진공의 선(線)은 가로막는 모든 것을 짓뭉개며 무리를 반으로 갈라버렸다.
움찔.
“캬르륵?!”
“크르르르…!”
그러자 밀려오던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멈췄는데, 숲의 어둠 속에서 붉은빛이 번쩍이더니 몬스터들에게서 이제는 익숙해진 기운이 느껴졌다.
새까맣게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어둠의 마나… 아니, 오염된 마나였다.
그와 동시에 다시 안광이 붉게 빛나며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몬스터들.
키이이잉-
“캬오오오!”
“크허허허헝!”
“헉?! 이, 이 마나는…!”
“에반 공자님! 이놈들, 흑마법에 조종당하고 있습니다!”
에르몬드를 비롯한 마탑 마법사들은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몬스터들을 바라보는 눈동자에는 아까보다 더한 두려움이 스며들어 있었다.
놀란 것이 어찌 마법사들 뿐이랴.
“흐, 흑마법사라고?!”
“사특한 무리들이 왜 여기에…!”
“히이익! 놈들에게 잡히면 죽을 때까지 고문을 당하면서 실험체로 쓰인다는데….”
“나, 나는 싫어! 죽으면 죽었지, 그런 건 사절이라고!”
흑마법사가 개입해있다는 것을 알고 나자, 일반 병사들이 크게 동요했다.
그때 울려 퍼진 커다란 호통 소리.
“베르딘의 용사들이여! 당황하지 마라!”
쿠화아아아앙-
“이 목소리는…?”
천지를 뒤흔들 듯이 우렁차게 소리를 지른 것은 기사단장 하버였다.
어느덧 배운 무공이 상당한 경지에 오른 그가 목소리에 마나를 실어서 사자후(獅子吼)를 터뜨리고 있었다.
“지금 우리를 이끄는 것이 누구인지 잊어버렸다는 말이냐! 에반 베르딘! 그 이명이 무엇인지를 떠올려라!”
“에반 공자님의 이명(異名)…?”
“맞다… 흑마법사 사냥꾼!”
“어둠의 도살자!”
흠흠… 우연히 놈들이 하는 짓을 몇 번 방해하고, 그중에 몇몇은 죽이기까지 했더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 사이에서 이렇게 불리고 있었는데-
나이트 워커를 통해서 알아보니, 여기에 지대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북부의 크라우젤 대공과 그와 뜻을 함께하는 반황제파 귀족들이었다.
‘설마 이 낯뜨거운 이명이 도움이 되는 날이 올 줄은….’
어쨌든, 써먹을 수 있는 것은 다 써먹는다.
나는 프라가라흐의 봉인검을 빼 들고, 마나를 실어서 외쳤다.
스릉-
“그렇다! 베르딘의 전사들이여! 사특한 자들이 그렇게 당해놓고도, 제 죽을 줄도 모른 채 또 달려드는구나!”
사람은 누구나 기댈 곳을 찾는다. 특히 힘들고 어려운 상황일수록 더더욱, 누군가 자신에게 확신을 주길 원한다.
자기 안에 없는 희망을 타인에게서 찾는 것인데, 결국 대중은 희망과 확신을 주는 자를 따르게 되어있다.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모조리 쳐 죽여라! 그리고 이놈들을 조종하는 흑마법사도 죽여라!”
쿠화아아아앙-
“와아아아!”
“에반 공자님을 따르라!”
나는 천마기를 있는 힘껏 끌어올렸고, 전장 가득 울리도록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자칫 무너질 뻔했던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났다.
그리고 마침내 덮쳐오기 시작하는 몬스터들.
“크와아앙!”
“어딜 감히!”
촤악-
“캬아악?!”
콰과과과!!!
맨처음에 달려든 것은 거대한 늑대였다. 나는 직접 선두에 서서 달려드는 늑대를 향해 검을 휘둘렀고, 이 일검에 놈은 물론이거니와 뒤따라서 달려드는 몬스터들까지도 소드오러에 터져 나갔다.
“으랴아아압!”
후우우웅-
“음머어어어!”
콰쾅!!!
다른 쪽에서는 하버가 거대한 대검을 내려치며, 자기 키의 두 배는 될 법한 미노타우르스를 날려버렸다.
그밖에 다른 기사들도 모두 각자의 기량을 한껏 뽐내면서 실력 발휘를 했고, 무공을 익히면서 몰라보게 강해진 그들은 몬스터들을 무참히 도륙했다.
“으, 으아악?!”
푸슉! 푹-
“병사들은 자리를 지키고, 자기 눈앞에 있는 적에게만 집중해라!”
“옆에 있는 놈들은 동료들에게 믿고 맡겨야 한다!”
“예, 옙!”
병사들은 처음에는 죽기를 각오한 비장한 표정이었지만, 막상 전투에 돌입하니 조금 당황스럽다는 반응들이 많았다.
서걱!
“캐갱?!”
“뭐, 뭐야… 왜 이렇게 쉽지?”
퍼걱!
“이놈들, 원래 이렇게 약했었나?”
베하마그 산맥의 몬스터들이 약해졌다기보다는, 내가 직접 가르쳤던 베르딘 정규군 병사들이 단기간에 엄청나게 강해진 탓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이봐, 뒤에!”
“응?”
푹!
“캬아아악!”
“어후, 깜짝이야!”
지금 펼쳐놓은 팔문회륜진 덕분이었다. 진법 안으로 끌려 들어온 몬스터들은 마치 사방에서 창칼이 날아오는 듯한 기분을 느껴야 했을 것이고, 자기네들끼리 움직임이 엉켜서 효율적으로 싸울 수가 없게 되었다.
반면에 아군 병사들은 팔각형의 꼭짓점에 위치한 병사들이 원형으로 두 겹줄을 치고 있었는데, 1열이 싸우다가 빠지면 2열이 나가서 교대해서 싸우는 식이었다.
여기에다가 인접한 꼭짓점끼리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어서, 몬스터들이 팔각형의 바깥에서 부딪혀오면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끌려 들어가게 되는 구조였다.
“됐다! 계속 이런 식으로 싸우면 전혀 문제없겠어!”
“역시 에반 공자님이시다!”
“으하하하! 이 자식들, 그걸 이제 않았냐?”
병사들은 물론이고, 기사들과 단장인 하버까지. 베르딘 정규군들은 전투가 시작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얼굴이 확 펴졌다.
하지만 항상 방심은 금물.
“키에에엑!”
“아, 안 돼…!”
콰직-
“끄아아악!”
어느 병사가 거대한 거미 몬스터에게 팔을 물린 채 끌려 들어가더니, 결국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제이슨?!”
“안 된다! 대형을 유지해!”
꾸역꾸역 밀려오는 각양각색의 몬스터들.
전투가 계속해서 이어질수록 병사들은 지쳐 갔고, 하나둘씩 유실되는 인원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취익! 죽인다… 인간!”
“케륵케륵! 인간! 죽인다! 인간! 죽인다!”
부우우웅-
카앙!
“젠장, 이 새끼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분명히 처음에 봤던 몬스터들은 대략 천 마리 안팎이었다. 그런데 전투가 한창 이어진 지금도 저 멀리까지 다가오고 있는 몬스터들 숫자는 천 마리 정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베하마그 산맥에서 계속 몬스터들을 끌어오는 모양이군.’
이대로 가다가는 아무리 효율적으로 싸워도 모두가 지쳐 쓰러지게 될 터.
나는 밀려오는 몬스터들 너머로 여전히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붉은빛을 가만히 노려봤다.
‘몬스터들을 조종하고 있는 흑마법사….’
저 새끼를 죽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