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71)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71화(171/213)
* * *
스페이드 잭과 오랜 세월 동안 집사로 잠입해있던 스페이드 10, 그리고 나머지 네 명의 흑마법사들.
이들은 무사히 잠입하는 데 성공한 순간, 승패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성에 있는 대부분 전력들은 몬스터 토벌 때문에 바깥으로 나가 있었고, 방어마법이나 장치들도 모두 외부에서 내부로의 침입을 막는 용도였기에.
그러나 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베르딘에는 눈에 보이는 전력들이 전부 다가 아니었다는 사실.
스르르륵-
“오랜만이군요, 베르딘 후작님.”
“당신들은…!”
페르반 베르딘이 궁지에 몰린 순간, 갑자기 그의 주변에 십여 명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온통 새까만 복장에 검은 복면을 쓰고 있는 그들은…
“설마… 나이트 워커?”
“하하, 잘 아네요.”
“맙소사! 저들이 그 나이트 워커라는 말입니까?!”
그렇다.
모습을 드러낸 이들의 정체는 제국 내에서도 전설적인 암살자 집단으로 불리는 나이트 워커.
특히 복면 위로 사람 좋아 보이는 실눈의 사내가 나이트 워커들의 수장 ‘바트란’이었다.
이들의 등장은 흑마법사들뿐만 아니라, 페르반으로서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어떻게 당신들이 여기에…?”
“에반 베르딘 공자의 의뢰였습니다.”
“에, 에반이?”
정확히는 ‘의뢰’라기보다는 ‘명령’이었지만, 나이트 워커들이 에반 베르딘을 따르고 있다는 것은 일단 비밀이었다.
얘기를 들은 스페이드 잭과 10은 솔직히 놀랐다.
“그 말은… 에반 베르딘은 이미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뜻인가?”
“…글쎄요. 제가 본인이 아니라서 알 수는 없지만, 그러니까 우리에게 의뢰를 맡긴 게 아닐까요?”
놀란 것이 어찌 흑마법사들과 페르반뿐일까.
애써 내색은 안 하고 있었지만, 바트란을 비롯한 나이트 워커들 모두가 속으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에반 베르딘 공자… 당신은 도대체 어디까지를 내다보고 계신 겁니까?’
사실 에반도 이번 일에 대해서 확신은 없었다. 다만, 흑마법사들이 황궁에 잠입시켜놨던 인원까지 동원해서까지 자신을 죽이려 했고, 최근에 집사에게서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껴서 ‘혹시’하는 마음에 경호 인력을 붙여놓은 것이었다.
바트란이 스페이드 10을 묘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나저나 놀랍네요. 십수 년간 베르딘의 집사 신분으로 있던 자가 ‘사특한 자’였다니요.”
“그렇습니까? 위대한 어둠 속에서는 이보다 더 놀라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호, 그것참 흥미롭네요. 또 어떤 놀라운 일이 있는지 궁금한데요, 당신들을 잡아서 고문하면 알 수 있을까요?”
“이런이런… 당신들은 밤을 걷는 자들임에도 밤의 어둠이 얼마나 무섭고도 두려운지 잘 모르나 봅니다.”
츠즈즈즛-
스페이드 10은 바트란과 서로 나긋나긋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도 서서히 어둠의 마나를 끌어 올리고 있었다.
새까맣게 피어오르는 흑마력.
옆에서는 스페이드 잭과 다른 흑마법사들도 각자 무기를 쥐고 전투에 돌입할 준비를 했다.
나이트 워커가 나타난 이후 잠시 몇 마디를 주고받으면서 탐색을 해봤지만, 결국 전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비록 머릿수는 저쪽이 많다고 하지만, 그래봤자 암살자에 불과한 놈들이다.’
모르고 당하면 당했지. 존재를 알고 난 이상, 정면에서 싸우면 필승이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며, 스페이드 잭이 검을 쥐고 자세를 잡았다.
처억.
“크크큭. 뜻밖에도 오늘 밤, 제국 최고의 암살자들 솜씨를 보게 되었군.”
“저희도 그 유명한 사특한 여러분들과 직접 검을 섞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면… 간다!”
파밧!
먼저 움직인 쪽은 흑마법사들이었다.
어둠의 마나를 받아들임으로 인해서 각각 특수능력을 가지게 된 그들의 감함은 일반적인 마법사나 기사들보다 몇 배는 더 뛰어났다.
하지만 에반으로부터 유령마공을 배워서 ‘일반적’이지 않은 강함을 갖춘 것은 나이트 워커들도 마찬가지.
“베르딘 후작님, 저와 함께 저 화려한 가면을 상대하도록 하시지요.”
“알았소.”
스르르륵……
말을 끝마치기 무섭게, 바트란이 유령마공을 펼쳐서 홀연히 모습을 감췄다. 페르반은 물론이거니와 스페이드 잭도 기척을 찾지 못할 정도로 완벽한 은신술.
“…사라졌다고?!”
“유감스럽소, 스페이드 잭!”
스아아아악-
페르반은 스페이드 잭이 잠깐 당황한 사이를 놓치지 않고, 달려들며 검을 휘둘렀다.
일렁거리는 붉은 오러가 칼날에 휘감겼고, 크게 휘둘러지는 것과 동시에 소드오러가 수십 갈래로 뻗어나갔다.
콰과과과!!!
“제법이구나. 하지만!”
슈왁-
스페이드 잭은 마주 검을 휘둘러서 페르반의 붉은 오러를 가볍게 흘려보냈다. 대부분의 흑마법사들이 오염된 마나의 힘으로 급격하게 강해져서 전투의 기술이나 능력이 부족한 것에 비해, 굉장히 세련된 움직임이었다.
마치 오랜 기간 검을 수련해온 사람처럼.
“아무리 몸뚱이가 파이브 소드라 한들, 안에 깃든 영혼이 검술 초짜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휙- 휙- 휙-
“크윽…!”
현란하게 보법을 밟은 스페이드 잭.
그 복잡한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해서, 일순간 움직임이 굳은 페르반 베르딘.
그러는 사이에 스페이드 잭은 사각지대로 파고들어 있었고, 페르반은 치명상을 피할 수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때, 귓가에 파고드는 서늘한 음성.
“이런이런. 너무 쉽게 가려고 하시는군요?”
스르르륵……
채앵!
“어느 틈에…?!”
갑자기 나타난 바트란의 단검에, 스페이드 잭의 검은 제대로 휘둘러지기 전에 가로막혀버렸다.
끼긱- 끼기긱-
“그아아아아! 이 자식!”
츠화아아아!
잭은 전신에서 더욱 강력한 어둠의 마나를 뿜어내면서, 힘으로 바트란을 밀어붙이려고 했다.
그러자 확실히 바트란의 단검이 조금씩 뒤로 밀려났는데, 그러는 동안에 뒤에 있던 페르반이 옆으로 빠져나와 잭의 옆구리로 검을 찔러왔다.
쐐애애액-
“유감이오! 나 혼자였다면 모르겠지만, 둘을 동시에 상대하기는 어려워 보이니 말이오!”
“젠장 할…!”
파밧.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잭.
과연 페르반의 말대로 나이트 워커의 수장과 그를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아무리 로열 클래스인 자신이라도 승부를 장담하기 힘들어 보였다.
아무리 숨겨둔 비장의 한 수가 있다 하더라도, 그건 나름대로 패널티가 있어서 쉽게 사용할 수 없는 상황.
‘다른 쪽은 어떻지?’
홱.
그런데 부하들 쪽을 살피려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스페이드 잭은 충격적인 장면을 목도하고 말았다.
스르르륵……
“뭐, 뭐야?!”
“갑자기 이놈들, 어디에서…!”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땅에서 불쑥 솟아오르기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나타난 십수 명의 암살자들.
집사 세바스였던 스페이드 10을 포함한 다섯 명의 흑마법사들은 순식간에 그들에게 포위당해 버렸다.
푹. 푸푹.
“크으윽…!”
서걱.
“커헉.”
놈들 중 두 명은 순식간에 심장을 찔리고, 목을 베이면서 비명횡사했다. 하지만 나머지 셋은 저마다 특수능력을 사용하면서 간발의 차이로 위기를 벗어났으니.
“쥐새끼들이 숨어 있었군요!”
쩌정! 쩌저정-
카캉, 캉!
“아니?!”
“이건 뭐지? 마법인가…?”
스페이드 10은 어둠을 뭉쳐서 단단한 고체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통해서, 전신을 감싸는 방어막을 만들었다.
또 다른 하나는 갑자기 새까만 퓨마로 변하더니 암살자들을 훌쩍 뛰어넘어서 순식간에 포위망을 벗어났고, 마지막 한 명은 그림자 속으로 녹아들 듯이 숨었다.
죽이려 했던 표적이 셋이나 빠져나간 것을 보면서, 바트란이 턱을 긁적이면서 난감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우와. 완벽한 기습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 분들이 살아버렸네요.”
“크으윽! 처음부터 모습을 드러내서 보여준 숫자는 미끼였구나!”
“그럼요.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암살자가 굳이 정면승부를 자처할 리는 없으니까요.”
“이 교활한 새끼들이…!”
뿌드득.
왠지 뒤통수를 제대로 후려 맞았다는 느낌에, 스페이드 잭이 가면 너머로 이를 갈았다. 눈동자에도 분노와 살기가 번들거리고 있었는데, 문제는 당장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하냐는 것이었다.
흑마법사들은 자신을 포함해서 이제 넷이 되었는데, 적들은 족히 스물은 넘어 보였다.
“이렇게 된 이상… 모조리 짓뭉개주마!”
쿠화아아아앙-
결국 그는 숨겨왔던 능력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스페이드 잭의 전신에서 피어올라서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어둠의 마나.
그와 동시에 점점 커져 가는 몸집.
툭. 투툭.
“그워어어…!”
스페이드 잭은 온몸의 근육들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면서, 두르고 있던 로브를 비롯해서 옷의 단추들이 모두 떨어져 나갔다.
급기야 입고 있던 옷들이 전부 찢어지고, 안쪽에서는 새까만 털들이 북슬북슬 자라나기까지.
“그아아아아!”
쿠구구구…….
마침내 그의 몸집이 불어나는 것을 멈췄을 때, 그 크기는 키가 무려 10미터에 달했다.
온몸에는 새까만 잔털이 돋아나 있었는데, 얼굴에 쓴 스페이드 잭의 가면은 신기하게도 덩치에 맞게 커져 있었다.
“하, 하핫… 사특한 자들의 능력은 괴이하기 짝이 없다더니, 정말 놀랍네요.”
“수장! 저 괴물은 어찌 상대해야겠소?”
“어떻게 상대하긴요. 아무리 덩치가 커졌어도 목 따이면 죽고, 심장에 칼 박아 넣으면 죽는 것은 똑같겠지요.”
부하들에게 말은 이렇게 했지만, 바트란도 이 상황이 난감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암살자들이 표적으로 삼는 것은 ‘사람’이지, ‘몬스터’가 아니다. 세상천지에 누가 암살 의뢰를 하는데, 사람이 아닌 몬스터를 죽여달라고 하겠는가.
그들은 인간을 상대로 죽이는 것은 능했지만, 그 상대가 거대한 괴물이 되어버린 지금 상황은…
솔직히 좀 많이 당황스러웠다.
“크워어어엉! 내게 이 모습을 드러내게 하다니. 다 죽여버리겠다아아아!”
쿵- 쾅! 쿵- 쾅!
주먹으로 가슴을 마구 두들기며 포효성을 내지른 스페이드 잭.
그가 돌연 땅을 박차고 펄쩍 뛰어올라 주먹을 휘둘러왔다.
부우우웅-
“온다!”
“일단 다들 피합니다!”
스르르륵……
나이트 워커들은 바트란을 필두로 전원이 즉시 몸을 감췄다. 마치 허공의 어둠 속으로 녹아들 듯이 사라지는 암살자들.
그러자 거대화된 잭의 눈에 보이는 표적은 페르반 베르딘밖에 없게 되었다.
“네놈부터 죽여주마! 이 배신자 새끼!”
콰앙-!!!
페르반은 간발의 차로 어떻게든 주먹을 피하기는 했는데, 주먹이 지면에 꽂히면서 터져 나오는 충격파까지는 피하지 못했다.
“크악!”
“크르릉… 이제 끝이다!”
“베르딘 후작님! 이런…!”
한참 멀리 튕겨 날아간 페르반 베르딘.
몇 바퀴 바닥을 구르다가 간신히 멈춘 그를 향해서, 또다시 거대화된 잭의 주먹이 날아갔다.
분명히 아군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는데, 한순간에 뒤집혀버린 전황.
졸지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페르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