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73)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73화(173/213)
“정말 대단하군요, 에반 공자. 설마 토벌전을 나갔다가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 않았습니다.”
“이 목소리는 설마… 세바스?”
여태까지 만난 흑마법사들을 보면, 가면을 쓴 상태에서는 목소리가 변조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스페이드 10 가면을 쓰고 있는 자는 일부러 원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예. 집사 맞습니다.”
“하… 며칠 전에 과거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서 물어볼 때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정말로 네가 흑마법사였을 줄은 몰랐군.”
“오호, 그때 이미 조금 눈치채셨다는 말입니까?”
“과거에 그렇게 큰 사건이 있었는데도 그냥 덮고 넘어가라니, 이상했지.”
“역시 비상하십니다.”
저 흑마법사 놈이 굳이 정체를 숨기지 않고 자신이 집사 세바스였노라고 드러내는 이유는 뭘까?
내가 알고 있는 그는 절대로 어떤 한순간의 우월감이나 상대를 비난하고픈 감정에 의해 실수를 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다.
치밀하고 계산적인 성격.
“설마 내게 알량한 동정심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에반 공자님을 지켜봐 온 세월이 있는데 말입니다.”
“잘 알고 있군. 보상으로 고통 없이 단칼에 보내주고 싶긴 한데… 가기 전에 내가 궁금한 것들은 좀 풀어주고 가야겠다.”
“아아, 안 그래도 다 속 시원히 말씀드릴 생각이었습니다. 일전에 물어보셨던 ‘12년 전의 일’에 대해서도 말입니다.”
“…뭐라고?”
처음에는 ‘이건 무슨 개소리지?’ 싶었다. 하지만 나는 곧 놈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지난번에는 제가 당시 있었던 참극에 대해서 로빈후드 산적단이 벌인 일이라고 말했었죠. 하지만 이건 대외적으로 알려진 사실에 불과합니다. 실제로는….”
“그 입 닥치지 못할까!”
스아아악-
스페이드 10은 말을 매듭짓지 못했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베르딘 후작이 검을 휘둘렀기 때문이었다.
부상으로 인해서 제대로 힘을 실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어떻게 해서든지 오러를 쥐어 짜내어 날린 검격.
콰광!
슈우우우……
“…아버지?”
나는 갑작스러운 베르딘 후작의 돌발행동에 살짝 놀랐다. 방금 그의 행동은 마치 스페이드 10의 입을 막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가 눈빛에 노기를 띠고 말했다.
“헉, 헉… 에반. 저놈들이 하는 말을 들어줄 필요가 없다. 너를 혼란스럽게 만들려는 얕은수에 불과하니.”
후작은 내가 당장 스페이드 10의 목을 치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가 뭐라고 말하는지 들어보고 싶었다.
느낌이 온다.
지금 저 흑마법사가 하려는 얘기는 내가 지난 2년간 찾아온 진실이 분명하다고.
“…죄송합니다, 아버지. 일단 저는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에반! 정녕 이 아비의 말을 듣지 않을 생각이더냐? 저놈이 지껄일 말은 필시 너로 하여금 나를 오해케 하는 말이 분명하다!”
당황한 후작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내 뜻은 완강했고, 어느새 먼지구름이 가라앉고 맞은편에서 모습을 드러낸 스페이드 10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을 고체화시키는 본인 특수능력으로 어렵지 않게 후작의 오러를 막아낸 것 같았는데, 방금 우리들의 대화를 들었는지 기분이 꽤 좋아 보였다.
“에반 공자, 역시 감이 좋군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아까 하던 말이나 계속해라.”
“좋습니다. 12년 전의 일, 실제로는 저희들이 벌인 짓입니다.”
“…!”
얘기를 듣고, 후작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평소에도 창백하던 안색이긴 하지만, 왠지 더 하얗게 질린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놀란 것은 흑마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미친… 그걸 여기서 말하면!”
“스페이드 10! 지금 도대체 무슨 짓을…?”
아무래도 저놈들 사이에서도 이건 미리 얘기된 것이 아니었나 보다. 하지만 스페이드 10은 태연하게 그들 중 가장 권한이 많아 보이는 스페이드 잭에게 메시지 마법으로 뭔가를 말하고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당시에 저희 조직에는 황궁에서 ‘불로불사’에 대해서 연구하던 궁정마법사가 조직원으로 영입이 되었습니다.”
“그게 오베르트였겠군.”
“…그, 그걸 어떻게?!”
얘기를 들으니까 퍼즐이 조금 맞춰지는 것 같았다.
반면, 후작은 물론이고 흑마법사들은 내 입에서 ‘오베르트’라는 이름이 나오자 눈에 띄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들이 놀라든 말든, 내 알 바는 아니었다.
“하던 얘기나 마저 해보도록.”
“…뭐, 좋습니다. 조직은 그에게 중요한 연구를 맡겨야 했고, 그에 따른 연구환경을 제공해야 했습니다. 절대로 외부에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실험에 쓰일 인간의 영혼들을 수월하게 수집할 수 있어야 했죠.”
“과연. 그래서 선택된 것이 베르딘인가?”
“맞습니다. 여기에서는 매년 몬스터 토벌로 수많은 인간이 죽는 데다가, 제국 변방에 별 볼 일 없는 땅이어서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으니까요.”
스페이드 10의 얘기에 의하면, 흑마법사들은 당시에 베르딘 후작을 성 밖으로 꾀어내어서 생포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흑마법사가 된 오베르트가 페르반 베르딘과 흑마법을 통해서 몸을 바꿨다고….
“흑마법으로… 몸을 바꿨다고?!”
“네. 아까는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더니, 당신이라고 모든 것을 알고 있지는 않나 봅니다?”
“그러면 여기에 있는 베르딘 후작은….”
“알맹이는 ‘오베르트’라는 저희 조직원입니다.”
이 얘기는 내게도 충격이었다.
정확히는 지금 옆에 있는 페르반 베르딘이 사실 오베르트라는 흑마법사였다는 것이 놀라운 게 아니라, 흑마법으로 사람의 영혼을 바꾸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내 몸도 이런 식으로 바꿔치기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건가?’
나는 이 부분을 좀 더 캐묻고 싶었지만, 당장 그렇게 하기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어떻게 하면 좋으려나.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을 때, 놈은 내가 혼란스러워한다고 생각했는지 한껏 기분 좋아 보이는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리고는 나를 검지로 가리키며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후후훗! 그리고 에반 베르딘 공자. 당신은 후작이 사생아라고 입적했지만… 사실은 그의 실험체였던 것입니다!”
두둥.
“후, 후작님이 흑마법사였고, 에반 공자님은 실험체였다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웅성웅성.
마침내 터뜨린 스페이드 10의 폭탄 발언에, 자리에 있던 베르딘 병사들은 물론이고 바트란을 비롯한 나이트 워커의 암살자들까지도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뿌드득.
“사특한 무리들이 하는 말에 속지 마라! 간악한 거짓말로 이 위기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일 뿐이니!”
“아, 그러고 보니… 상황이 딱 그렇군.”
“교활한 놈들 같으니라고!”
후작은 애써 이 말을 부인하며, 동요하는 병사들을 다독였다. 그러자 어느 정도 분위기는 잡히는 듯했지만, 문제는 나였다.
귓가에 급절하게 들려오는 전음.
[에반, 너도 저따위 놈들의 말에 귀 기울일 것 없다. 네가 저 거인을 상대로 보여준 신위에 놀라, 그저 너를 흔들어놓기 위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는 것뿐이니 말이다.] […정말 그렇습니까?] [당연한 소리를! 설마 저 궤변을 믿는 것은 아니겠지?]후작은 그답지 않게 애절하기까지 해 보이는 눈빛으로 자신의 말을 믿어줄 것을 호소했다. 하지만 나는 저 말이 전부는 아닐지 몰라도, 상당 부분 맞는 얘기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아버지. 소자는 괜찮으니, 일단은 저놈들을 처치한 후에 얘기하시죠.] […그래, 알았다.]꽈악.
침통한 표정을 지음과 동시에 주먹을 꽉 말아쥐는 후작.
내 대답을 들은 그는 아무래도 이 얘기를 피해갈 수 없음을 직감한 것 같았다.
나는 되려 그를 안심시키고, 스페이드 10을 향해 소리쳤다.
“집사 세바스! 배신자답게 그 혀를 놀리는 것이 마치 뱀과도 같구나!”
“…하핫, 어이가 없습니다. 배신자의 실험체인 당신에게 배신자 소리를 듣다니요.”
“이제 입은 닥치고, 검으로 묻도록 하지.”
츠즈즈즛-
다시금 봉인검의 새하얀 검신에 까맣게 덧입혀지는 검강(劍罡).
그러자 스페이드 10은 물론이고, 잭을 비롯한 다른 흑마법사들도 긴장한 모습이 눈에 뻔히 보였다.
“어리석구나! 진실을 말해줘도 끝내 부인하다니!”
“그렇게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살겠다면, 그냥 여기서 죽여주마!”
쿠구구구궁-
이제는 더 이상 전투를 피할 수 없음을 직감했는지, 아까 팔이 잘려 나간 거인이 새까만 기운을 피워올렸다.
자리에 있는 모두를 압도할 정도의 가공할 기세.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저 가소로웠다.
아까 몬스터들을 조종하던 여자도 그랬지만, 이 정도로 나를 어찌해보겠다니.
[바트란.] [예, 에반 공자님.] [저 거인을 제외한 나머지 흑마법사들은 맡겨두겠다.] [알겠습니다.]나이트 워커들에게 명령을 내린 뒤, 나는 단전으로부터 천마기를 한껏 끌어 올렸다.
츠화아아아-
쿠구구구궁!
순식간에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을 압도해버린 마(魔)의 기운에, 흑마법사들은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흐헙! 뭐, 뭐냐?! 이 기운은…!”
“수, 숨이 막힐 정도….”
털썩.
급기야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게 된 놈들은 하나둘씩 자리에 주저앉기 시작했고, 거인이 내뿜던 오염된 마나도 천마기에 완전히 짓눌려 버렸다.
이 상태에서 나는 천천히 거인을 향해 걸어갔다.
저벅. 저벅.
“우습구나. 내 앞에서 제대로 서 있는 것도 힘들어할 놈들이, 감히 나를 어찌해보겠다고 막아서는 모습이.”
쿠구구궁-
“크으으… 에, 에반 베르딘! 이 괴물 새끼가…!”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아무리 아직 천마신공을 대성하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덧 다시 오른 내 경지가 무려 7성이었다.
만마의 종주가 가는 길을 막아설 자는, 적어도 여기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제국오검이라 불리는 기사이든.
전설적인 암살자 길드의 수장이든.
흑마법사 조직의 로열 클래스이든.
마(魔)의 군림 앞에는 모두가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무력.
어느새 거인의 앞에선 나는 고개를 들어 올려서 녀석과 눈을 마주쳤다.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눈높이다.
올려다보려니 목도 아프고.
처억.
“꿇어라.”
츠화아아아아-
이 한 마디에, 전신에서 피어오른 검은 기운이 나와 거인을 감싼 주변 공간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는 지금까지보다 더욱 강력한 마의 기운이 거인을 짓눌렀고.
“크아아아악!”
쿵…….
다리를 후들거리면서라도 어떻게든 버티고 있던 스페이드 잭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래도 여전히 내가 올려다봐야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그래도 퍽 공손해진 자세는 마음에 든다.
덜덜덜….
“으으으… 어, 어떻게 한낱 실험체가 이런 힘을….”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압도적인 벽을 느낀 스페이드 잭의 눈동자에는 공포와 절망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이제는 온몸이 두려움에 떨리고 있는 것이 눈으로 보일 정도.
[후후후, 실험체? 그건 너희가 볼 때나 그렇겠지.]“…?!”
갑자기 들려온 전음에, 깜짝 놀란 거인의 눈동자가 부릅떠졌다.
츠즈즈즛.
“잘 가라.”
어느새 3미터가량 돋아난 새까만 오러소드.
왼쪽 어깨 너머로 검을 젖혀놨던 나는 그대로 머리 위쪽으로 기다란 호를 그렸다.
부드럽게 밤하늘의 어둠에 아름다운 검은 선을 수놓은 일검(一劍)에.
서걱.
“커…헉.”
가면을 쓴 거인의 목이 거짓말처럼 깔끔하게 잘려 나갔다.
이제 열두 살인 수려한 외모의 미공자가 절대자의 풍모를 보이며, 그 누구도 당해내지 못한 거대한 거인의 목을 쳐내는… 다소 비현실적인 모습.
이 광경을 지켜보던 모든 이들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