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8)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8화(18/213)
* * *
“천박한 사생아, 그것이 성 밖의 어떤 무기상을 영입하려 하고 있다고?”
“예, 마님.”
후작부인 앞에 납작 엎드린 하녀장이 어제 글렌 무기점에서 있었던 일들을 속사포처럼 고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이건 절호의 기회입니다.”
“지난번에도 분명 기회라 하지 않았느냐?”
“그, 그것이…….”
잔뜩 날 선 후작부인의 물음에, 하녀장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몬스터 토벌전 당시, 자신이 제안했던 작전이 완전히 실패했기 때문에.
“그때 네년의 계획을 듣고 움직였다가 일이 꼬이는 바람에, 내가 총애하는 기사만 잃은 꼴이 되었다.”
“소, 송구하옵니다… 마님.”
쫓겨난 전(前) 9대대장 발터를 말하는 것이었다.
친가인 프레이야 백작가에서 출가할 때부터 데리고 나온 자신의 수족.
그가 쫓겨나면서, 후작부인은 운신의 폭이 상당히 줄어들고 말았다.
반면에, 꼴 보기 싫은 천출은 대대적인 공을 세워서 후작가 대내외적으로 영향력이 상당히 커져 있었다.
‘쳇! 그깟 몬스터 사체 따위가 뭐라고….’
그녀는 이번 일이 얼마나 엄청난 의미를 가지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또한 알 바도 아니었다.
관심사라고는 오직 자신의 아들들이 후작가를 이어받는 것뿐이었으니까.
‘그래… 아무리 보잘것없는 영지라도 후작위를 이어받는 것은 내 아들이어야만 해!’
후작부인에게는 오직 그것만이 목적이었다.
철없던 젊은 시절, 그녀는 베르딘 후작의 조각처럼 수려한 외모와 넘치는 배려심(…이라고 썼지만 호구라는 뜻이다.)에 반했다.
그래서 친부인 프레이야 백작을 졸라서, 베르딘과의 다소 무리한 혼인을 추진한 것이었다.
어차피 이게 아니면, 다른 선택지는 아버지가 정해주는 상대와 ‘정략혼’밖에 없었으니까.
뿌드득.
‘그이가… 어떻게 내게 이럴 수 있지?’
원래의 베르딘 후작은 엄청 열렬한 사랑까지는 아니더라도, 후작부인을 아끼고 배려해줬다.
사치를 부리고, 고용인들과 가신들에게 패악질을 부려도 크게 터치하지 않았다.
10년 전 ‘그 사건’ 이후로는 ‘난감하다’는 감정이 ‘무관심’이 된 것 같긴 했지만… 어쨌든.
‘그런데 그까짓 천한 핏줄 때문에, 내게 이런 수모를 주다니…!’
후작부인은 여기에 큰 충격을 받았고, 굳이 하녀장이 뭐라고 하지 않아도 반드시 에반을 제거하기로 결심한 상태였다.
“일단 그 계획이라는 것을 말해보거라. 네년이 과거에 도움을 준 일들이 있으니, 한번 들어는 보겠다.”
“가, 감사합니다! 마님!”
바닥에 머리를 박고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던 하녀장.
사색이 되어 있던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활짝 폈다.
“지금 저 사생아가 관심을 보이는 무기상은 암흑가의 블랙 스네이크라는 조직과 갈등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 부분을 이렇게… 저렇게…….”
하녀장은 혼신의 힘을 다해 속사포처럼 자신의 계획을 고해바쳤다.
어떻게든 지난번 실수를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호오… 제법 그럴싸하긴 하구나.”
“호호호!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마님.”
귀가 얇은 후작부인이 솔깃해 보이자, 하녀장은 교소를 터뜨리며 더욱 신나서 조잘거렸다.
이번에는 정말 확실하고, 만약에 일이 잘 안 된다고 하더라도―
“그 사생아 공자가 마음에 들어 한다는 무기상들을 죽여버리면, 조금이라도 타격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 그 영악한 것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더러운 빈민가 근처까지 직접 찾아갔으니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겠지.”
“예, 예! 우리 입장에서는 천한 것들 몇 놈 죽어봤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습죠!”
“흐응…….”
한참을 고민하던 후작부인.
치켜 올라간 눈꼬리가 고약해 보이는 그녀의 눈동자가 바로 앞에 부복해있는 하녀장을 내려다봤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두 번 다시 네년에게 기회는 없을 것이다. 알겠느냐?”
“무, 물론입니다! 쇤네가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해서, 그 더럽고 천한 핏줄을 치워버리겠사옵니다!”
“후후훗, 응당 그래야 할 것이니라.”
결국 후작부인은 다시 한번 하녀장에게 일을 맡겨보기로 했고, 그녀는 물러가자마자 즉시 움직였다.
하녀장이 향한 곳은 성 밖.
거기에는 에반으로 인해서 쫓겨나, 복수를 꿈꾸는 기사가 있었다.
* * *
며칠 뒤.
나는 후작을 찾아가서 플뤼드와 최종적으로 조율된 계약서를 보여줬다.
톡. 톡. 톡. 톡.
칙칙한 집무실.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흐르는 동안, 후작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들기는 소리가 묘하게 신경질적으로 들렸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후우― 에반.”
“예, 아버지.”
한숨을 깊이 내쉰 후작이 마지못해 물었다.
“성 밖 서쪽 지대의 무기상. 그러니까 이름이….”
“대장장이 글렌과 그 아들 플뤼드입니다.”
“그래. 이들이 그렇게나 대단한 자들인 것이냐?”
그래. 인정한다.
솔직히 후작 입장에서는 저 계약서를 이해할 수 없을 거다.
영지에 속한 평민을 대상으로 ‘동업’에 가까운 형태로 계약을 맺는다니.
그것도 상대가 대단한 상인이라거나, 확실히 능력이 입증된 것도 아니었다.
‘지금 운영하는 무기점이 그럭저럭 잘 되고 있지만, 그래봤자 후작에게는 구멍가게 같은 수준이겠지.’
사실, 나도 마음 같아서는 글렌과 플뤼드를 아예 베르딘 후작가의 하부조직으로 들어오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만큼은 플뤼드가 완강하게 반대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미래의 거상(巨商)을 어찌 놓칠 수 있으랴.
비록 나비효과 때문에 과거에 내가 아는 ‘미친 상인’처럼은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벌써 싹수가 보이니, 상업으로 크게 될 것은 자명했다.
‘게다가… 예전에 내가 봤던 그 모습과 달라진다면,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다.’
미친 상인(Crazy Merchant)은 빈말로도 좋은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나도 3황자였을 시절에 카니온 후작가를 견제하기 위해서 손을 잡았는데, 고생 꽤나 했었다.
그는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신뢰가 없었고, 인간관계는 오직 철저한 계산 속에서만 움직였다.
그렇다 보니, 아무리 같은 편이어도 조금만 빈틈이 보이면 통수를 갈겼다.
‘아마도 지난 생에서는 아버지 글렌이 암흑가 놈들에게 죽었던 것이겠지.’
당시 플뤼드에게는 가족이 없다고 알려져 있었고, 지금은 숫기 없는 저 청년이 미친놈이라 불릴 만큼 돌변하게 될 계기는 그리 많지 않을 테니까.
때문에 나는 그에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줄 생각이었다.
문제는….
“아버지.”
“말하거라.”
“당장은 소자가 아둔해 보이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믿어주신다면 반드시 결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잘 몰라도, 끝까지 맡겨달라?”
“…네.”
지금으로서는 후작을 납득시킬 만한 방법이 없었다.
정 안 되면, 내가 가진 권한과 재산 범위에서라도 도와주는 수밖에.
이렇게 생각하면서, 후작의 대답을 기다렸다.
* * *
‘이걸 어떻게 해야 한다…?’
에반이 난감한 만큼, 페르반도 마찬가지였다.
밑도 끝도 없이 일단 그냥 믿어달라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역시 이 아이를 일반적인 수준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겠지.’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만 알고 있는 소년의 비밀.
그로 인한 우수한 능력은 이미 여러 차례 증명된 바 있었다.
모두가 잡초로 취급했던 ‘클로브’라는 풀의 놀라운 효능을 찾아내기도 했었고, 자신을 해치려던 중대장급 기사를 역으로 죽이는 강함도 보여줬다.
여기에다가 그 강함을 숨기는 영악함과 후작가 내의 권력 관계를 이용하는 정무적 감각까지.
얼마 전에는 황실과 마탑과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아무리 내가 만들어냈다고는 하지만… 정말 터무니없는 괴물이 탄생했군.’
그 능력의 끝이 어딘지는 페르반 본인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계속 지켜보는 수밖에.
“에반.”
“…예, 아버지.”
생각을 마친 그가 조용히 입술을 뗐다.
다소 긴장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막내아들.
페르반은 딱 한 마디로 말해줬다.
씨익.
“그래, 어디 한번 마음껏 해 보거라.”
* * *
같은 시각.
성 밖 서쪽 지대의 영업이 끝난 무기점.
가게 2층의 주인집에서는 또 다른 아들과 아버지가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일렁거리는 작은 촛불들이 아늑하게 어둠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머리가 희끗희끗한 근육질의 노인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험험! 얘야, 영주 일가를 상대로 이렇게 배짱을 부려도 되겠느냐? 아무리 네 능력이 뛰어나도….”
“아니에요. 오히려 상대가 상대이기 때문에, 더 확실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후우… 그러냐?”
“네.”
찔러도 바늘 하나 안 들어갈 것처럼 단호하게 대답하는 더벅머리 청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들이 소심해 보일지 몰라도, 아버지만큼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장사에 있어서만큼은 굉장히 강단 있는 면모가 있다는 것을.
“다행히 에반 공자님께서도 우리 요구를 수용해주시지 않았습니까.”
“뭐, 물론 그렇긴 하지만… 절대로 귀족들을 쉽게 믿어서는 안 된다.”
이 말을 하는 근육 노인장, 글렌의 눈빛은 왠지 모르게 씁쓸해 보였다.
아들 플뤼드는 아버지의 두 눈에 담긴 슬픔과 분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에반 공자님은 일반적인 귀족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 확실히 나도 달라 보이긴 하더구나.”
평민으로 자라왔던 사생아 출신이어서 그런 것일까?
귀족 특유의 ‘오만함’이나 ‘허례허식’ 따위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분명히 아직 열 살 어린아이인데도 느껴지는 묘한 위압감은 대체…?’
마치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무리 위에 군림해 왔던 절대자를 보는 것 같았다.
게다가 후작가에 입적된 지 1년이 채 안 되었거늘, 벌써 검술이 ‘오러 발현’의 경지에 이르다니.
호위로 따라 나온 기사단장도 몰랐던지, 진심으로 놀라는 눈치였다.
“아직 베르딘 후작의 최종 결재가 끝나지 않았다곤 하지만, 저는 왠지 에반 공자께서 결국 재가를 받아오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클클… 그러냐?”
공교롭게도, 글렌 역시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확한 근거는 없었지만 말이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더니, 앞날은 참 알 수 없구나.”
작년부터 ‘블랙 스네이크’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면서, 더이상 무기점을 운영하기 힘든 정도까지 괴롭힘을 당해왔다.
그래서 이제는 베르딘을 떠나야 하는 건가 심각하게 고민했었는데, 설마 일이 이렇게 풀릴 줄이야.
“확실히 영주성에서 나온 기사님과 병사들이 지키고 있으니, 블랙 스네이크 놈들이 얼씬도 못 하네요.”
그런데 그때였다.
콰앙―!!!
“커헉!”
“끄악!”
집 밖에서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비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곧이어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쇳소리.
챙― 채챙―
카―강!
병장기들끼리 부딪히는 소리였다.
무기상으로 살아온 게 몇 년인데, 이 정도도 모를까.
쳐들어올 놈들은… 뻔했다.
“미친 새끼들! 기사와 영지의 정규군이 지키고 있는데도 공격한다고?!”
“일단 상황을 살펴보죠!”
그들은 조심스럽게 계단 쪽으로 내려가서 아래층의 상황을 살폈다.
그러자 마침 영주성에서 나온 기사가 괴한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이와 손속을 겨루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챙― 챙―
“크윽… 암흑가의 버러지들 따위가!”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실력에서는 현저하게 밀리고 있는 기사.
“흐흐! X발, 이런 것들도 기사라고?”
검은 복면 아래에서 흘러나오는 변조된 목소리.
괴한은 상대를 가지고 놀 듯이 천천히 몰아붙였다.
챙― 채챙!
“헙…?!”
촤악! 촤촥―
“끄읍….”
점점 손발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한 기사.
두 눈은 충격과 두려움으로 물들어 있었다.
“마, 맙소사! 이 검술은 분명히…?!”
“크크큭, 알았으면 이제 뒈져라.”
일순간 살광(殺光)으로 번뜩인 눈동자.
쐐애애애액―
날카로운 찌르기가 완전히 중심이 무너진 기사의 목을 향했다.
푸슉.
“커… 커어ㄱ…!”
괴한의 검은 목표물을 정확히 꿰뚫었고.
“바… 발…ㅌ…….”
쿠웅.
전신을 검은 갑주로 두른 거구의 기사.
그는 차마 마지막 말을 온전히 내뱉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그리고 이날 밤.
무기상을 운영하던 아들과 아버지가 실종되었고, 현장에는 검은 뱀이 그려진 한 장의 쪽지만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