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83)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83화(183/213)
일순간 흔들리는 내 마음을 눈치챈 것일까?
호문쿨루스가 한쪽 입꼬리를 비릿하게 올리며,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내 앞의 허공이 일렁이더니, 현재의 내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늘씬한 장신에, 찬란하게 윤기 나는 금장발.
천마기를 한껏 머금은 검푸른 눈동자.
아르바니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무림의 흑색 장포.
이제는 이곳 심상세계에서만 볼 수 있게 된, 내 ‘진짜’ 육체이었다.
히죽.
“이것 보라고. 내 능력이 강해지는 게, 너한테도 유리하게 작용한다니까?”
“…….”
“내게 얻어질 새로운 능력들이 있으면, 네가 원래 몸으로 되돌아가는 데에도 분명히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실히… 시간과 공간을 다루게 되면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될 것 같긴 하네.”
인정할 부분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과연 이게 전부일까?
세상에 공짜는 없다. 강력한 힘에는 응당 그에 따르는 대가가 필요한 법.
나는 이대로 호문쿨루스가 강해지게 내버려 두면, 훗날 큰 화가 되어 돌아오리라고 확신했다. 지난날 내가 충분히 강하지 못했을 때 멋대로 영약의 기운을 빼앗아 갔던 것만 봐도, 저놈은 믿을 수가 없었다.
이런 생각을 읽었는지, 눈앞의 소년이 눈살을 찌푸리며 채근했다.
“이봐, 이봐.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라구.”
…끄덕.
“그래.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하지.”
“오, 정말?! 그러면 저 힘은 내가 갖는다?”
내 말을 진짜로 오해한 건지, 아니면 그냥 오해한 ‘척’하는 건지.
반대로 알아먹은 호문쿨루스가 손뼉을 마주치며 반색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허리춤의 검집에서 뽑혀 나와 매끈한 자태를 뽐내는 프라가라흐의 봉인검.
스릉.
호문쿨루스는 단숨에 얼굴이 굳어졌다.
당황한 녀석이 황급히 만류하려 했는데-
“자, 잠깐! 지금 뭐 하는 거야? 아직도 내 말을 못 알아먹은…!”
“네놈 말은 충분히 알아들었다.”
“하, 하하… 그러면 그 검은 다시 집어넣고….”
츠즈즈즛.
오히려 새하얀 검신을 물들여가는 칠흑의 검강.
그러자 호문쿨루스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좀 전까지의 태도를 완전히 뒤바꿔서 본색을 드러냈다.
진득한 살기가 넘실거리는 핏빛 눈동자가 당장이라도 나를 쳐 죽일 듯이 노려봤다.
으드득.
“이 꼴통 새끼가! 좋게 좋게 가자니까, 말로 해서는 못 알아 처먹는구나!”
키이이잉-
츠화아아아아!
별안간 눈에서 사이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흑마법사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오염된 마나가 전신에서 새까맣게 피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지면 곳곳에서 솟아나서 쇄도하는 검은 촉수들.
“뒈져라, X발!”
쐐애애애액-
사방의 시야를 가득 메우며 달려드는 촉수들에, 나는 순식간에 포위된 것 같았다. 하지만 겨우 이 정도로 내게 위협이 될 수는 없었다.
이건 나도 알고, 저놈도 익히 아는 사실.
“후후, 굳이 벌주를 마시겠다면야.”
쿠구구구궁-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온 낮은 웃음소리와 함께, 단전에 웅크리고 있던 거대한 마(魔)가 전신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기운은 곧 체외로 발산되어, 내 주변의 공간을 잠식해 들어갔다.
나를 중심으로 형성된 새까만 반원형 돔.
천마신공의 천마옥(天魔獄)이었다.
츠즈즈즈…
천마옥을 전개하면 내부와 외부의 마나흐름은 완전히 차단된다. 그리고 천마기로 가득 차 있는 천마옥 안쪽은 절대적으로 내가 지배하는 공간이다.
이 안에 있으면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도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움직일 수 없다.
하물며 호문쿨루스가 날려 보낸 촉수들이랴?
오염된 마나가 형상화하여 이루어진 그것들은 전부 안개처럼 흩어져서 사라졌고, 놈의 공격은 완전히 무위에 그쳤다.
하지만 정작 호문쿨루스는 공격이 실패하거나 말거나 상관없어 보였다.
꿀렁꿀렁-
“아하하핳! 이 힘만 있으면… 곧 네놈까지도 능가할 수 있다고!”
어느새, 하늘을 향해 양팔을 벌리고 있는 소년.
하늘에서는 덩어리져 있던, 거대한 오염된 마나가 호문쿨루스에게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쯧쯧. 나는 구경만 하고 있을 것 같나?”
“크크큭, 막을 테면 막아 보라고!”
“안 그래도 그럴 참이다.”
스르륵.
나는 곧바로 호문쿨루스를 향해 미끄러져 갔다.
그러자 아까처럼 지면 곳곳에서 검은 촉수들이 올라와서 공격해왔고, 허공에서도 어둠이 일렁거리더니 날카로운 창이 되어서 마치 장대비처럼 쏟아부었다.
쐐애애애액-
“죽어! 죽어! 죽어어어어!”
퍼버버벙!
“끄으으… 끄아아아악!”
“꺄아아아악! 아파! 너무 아파요!”
발악하며 온 힘을 다해 오염된 마나를 쏟아붓는 호문쿨루스. 놈이 힘을 쓰면 쓸수록, 검은 대지에 박혀있는 영혼들은 고통받았다.
여기저기서 울면서 소리 지르는 사람들.
핏빛 하늘 아래, 셀 수도 없을 만큼 수많은 이들이 내지르는 비명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을 연상케 했다.
보고 있노라면 굉장히… 불쾌해지는 광경이었다.
“부질없는 발악을….”
처억.
마치 물 흐르는 듯한 움직임으로 장대비처럼 퍼붓는 검은 창들을 피하며 빠르게 전진하던 나는, 왼쪽 허리춤 깊숙한 곳에 프라가라흐의 봉인검을 꽂아 넣었다.
그리고는 비틀었던 허리를 다시 반대편으로 되돌리며,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스아아아악-
검의 궤적을 따라 터져 나온 검은 초승달.
흑월아(黑月牙)가 막아서는 모든 촉수와 검은 창을 베어 넘기며, 호문쿨루스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크윽! 이대로 당할까 보냐!”
여전히 양팔을 하늘로 들어 올리고 있는 녀석의 앞에 갑자기 여러 겹의 검은 벽이 솟아났다.
흑월아에 비하면 굉장히 두꺼워 보이는 장벽.
만약 지금 이 상황을 누군가 봤다면, 과연 저 벽을 뚫고 그 너머에 있는 상대를 타격할 수 있을까 의문을 품지 않았을까?
서걱.
“…어?”
물론 그것은 괜한 기우였겠지만 말이다.
“하… X 같네. 그렇게 방어를 많이 했는데도, 단 일격을 막을 수 없다고…?”
“개미가 아무리 벽을 쌓아도 용이나 범을 막을 수 있을 리가 있겠나.”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던 호문쿨루스가 이 말을 듣고 미친놈처럼 웃어댔다.
“킥! 킥킥킥! 개미라고? 내가?”
“뭐, 정정해주마. 개미보다는 좀 나은 것 같군.”
“X나 재수 없는 새끼. 과연 네놈이 언제까지 내 앞에서 그렇게 오만할 수 있는지… 지켜 보겠…다….”
호문쿨루스가 남길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였다.
푸확!
후두두두둑.
정확히 횡방향 반(半)으로 갈라지는 소년의 머리.
잘려 나간 단면에서는 피분수가 솟구쳤고, 놈은 더 이상 어떤 말도 할 수 없게 됐다.
꿀렁. 꿀렁. 꿀렁.
이제 남은 것은 허공에 떠 있는 오염된 마나의 덩어리.
이왕 심상세계 안으로 들어온 거, 저것까지 확실하게 마무리를 해야만 했다.
쓰레기를 제대로 청소하지 않으면, 벌레가 생기게 될 수도 있으니까.
처억.
우우웅……
나는 하늘을 향해 가만히 왼손을 들어 올렸다.
정확히는 오염된 마나 덩어리를 향해서.
이미 손바닥 앞에는 천마기가 잔뜩 응축되어서 머리통만 한 구체를 형성하고 있었다.
츠화아아아-!!!!
겉으로 보면 그냥 새까만 공처럼 보였는데, 안쪽에서는 끊임없이 회전하며 내부의 한 점으로 천마기가 모여들어서 압축됐다.
천마파멸환(天魔破滅環).
천마신공이 6성에 이르러야 비로소 사용할 수 있는 무공이었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라.”
파앙-
하늘 높이 쏘아 올려진 작은 공.
천마파멸환은 표적을 향해 날아가기까지,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 집어삼켰다. 그리고 마침내 오염된 마나의 덩어리와 맞부딪혔을 때.
콰아아아앙!!!
그것을 뒤덮을 만큼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런데 단순히 폭발하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일순간 터져 나왔다가, 다시 원래의 한 점을 향해서 소용돌이치며 빨려 들어가는 천마기.
이 기류에 오염된 마나도 같이 휘말렸고, 점점 한 점으로 모여들던 이 기운들은.
츠즈즈즛…….
그대로 소멸해 버렸다.
흔적도 없이.
* * *
파아아앗-
“으윽….”
심상세계에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강렬한 빛이 점멸하는 것을 느끼며, 나는 다시 눈을 떴다.
살짝 어지러운 게, 현기증이 난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분명히 아까 여기 흑마법사들의 우두머리 ‘하트 퀸’이라는 여자와 싸우고 있었는데…
타닷!
“여왕이시여, 괜찮으십니까?!”
“나는 괜찮다, 칼락크.”
하트 퀸을 안아 들고서 저 멀리 떨어진 곳에 나타난 붉은 오크.
아무래도 내가 심상세계에 빠져드느라 잠깐 멈칫한 사이에 저 오크가 달려와서 흑마법사 여자를 구해간 것 같다.
그래봤자 얼마나 버티겠느냐마는.
“스페이드 3! 다이아 7! 너희들은 어서 설치한 것들을 작동시키지 않고 뭘 꾸물대고 있는 거야?!”
“큿, 그게… 저희들도 지금 루크 공녀 때문에….”
“어휴! 저 등신들!”
삑.
예상치 못한 전개가 벌어졌다.
하트 퀸이 품속에서 웬 물건을 꺼내더니, 거기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가면 너머로 부하 흑마법사들의 눈동자가 부릅떠졌다.
“하트 퀸님?! 저, 저희가 여기 있는데 그 버튼을…!”
“호호호! 미안하지만, 너희들은 위대한 어둠을 위해서 희생해 줘야겠어.”
“이런 개 같은 경우가…!”
키이이이이잉……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서 상황은 대충 파악됐다.
뭐.
굳이 대화가 아니더라도, 블랙드래곤 주변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한 불길한 공명음과 함께 검게 빛나는 물체들을 보면 즉시 알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아인세라!”
스르르륵-
“에반?!”
나는 즉시 암영무흔보를 펼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아인세라 옆으로 갔다. 그리고는 황급히 범위를 좁힌 천마옥과 아인세라까지 포함하는 호신강기를 전개했다.
쿠구구구궁-
“너도 빨리 방어마법을 펴!”
“아, 알았어!”
잠깐 동안 이게 무슨 상황인가 멍-하게 있었던 아인세라는 그제야 부랴부랴 마법을 시전했다.
도대체 몇 겹이나 중첩해서 쳤는지 모를 만큼의 실드(Shield) 마법.
아무리 기본적인 마법이라 하더라도, 이런 식의 중첩은 아무나 할 수 없었고 방어효과도 웬만한 상급 방어마법 하나보다 훨씬 뛰어났다.
일촉즉발의 상황.
다급한 가운데, 한쪽에서 웬 여인의 교소가 들려왔다.
“꺄르르륵! 어차피 다 죽은 목숨일 텐데, 부질없는 발악을 하는구나?”
하트 퀸이었다.
그 여자는 어떻게 빠져나갈지 이미 준비해놨는지, 벌써 완성된 텔레포트 마법을 타고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
발밑에 찢어져 있는 종이를 보니까, ‘마법 스크롤’을 사용한 것 같았다. 마나를 머금은 양피지에 마법진을 미리 그려놔서, 쉽고 빠르게 해당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1회성 아티팩트.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웠는지, 내 옆에 있던 아인세라가 당황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분명히 공간좌표 왜곡마법이 걸려있을 텐데, 드래곤 레어에서 어떻게 텔레포트 마법을…?”
“호호호! 우리는 조직에서 레어 입구에 텔레포트 마법진 설치해놓으면서, 뚫어놨거든?”
뿌드득.
“하트 퀸님! 왜 저희들에게는 미리 얘기를 안 해주신 겁니까?!”
“어머… 그건 미안하게 생각해. 너희들의 희생은 잊지 못할 거야….”
“으아아아! 지랄 마라!!!”
쐐애애액-
화가 난 스페이드 3가 고함을 지르며 하트 퀸을 향해 다크 스피어를 날렸다.
하지만 이미 하트 퀸은 어둠 속으로 사라진 후였고.
번쩍.
콰아아아아앙!!!!!
드래곤의 거체 아래 곳곳에서 검은 섬광이 뿜어져 나오더니, 마침내 거대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