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84)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84화(184/213)
* * *
드드드드…….
“…어?”
“왜 그래?”
“아니, 지금… 뭔가 미세하게 땅이 흔들리고 있는 것 같지 않아?”
베하마그 산맥을 바라보는 검은 방벽 위에 보초를 서던 병사들의 대화였다. 처음에는 조금 예민한 병사들만이 느낄 수 있었던 이 진동은 점점 강해지더니, 마침내 모든 병사들을 포함해서 백성들까지 모두 다 느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드드드드!!!
“시방! 이게 대체 뭔 일이여?!”
“지, 지진인가?”
하지만 지진과는 뭔가가 달랐다.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에는 어느새 불길해 보이는 검은 먹구름이 잔뜩 껴 있었고, 그와 동시에 멀리서부터 보이기 시작한 무언가들.
거대한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새까만 파도처럼 밀려오는 그것들은…
“몬스터들이다! 몬스터들이 밀려온다!”
“후작님! 아무래도 진짜 에반 공자님 말씀처럼…!”
“그래… 지금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 힘들지만, 정말로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난 것 같구나.”
그것도 역대급 규모였다.
도대체 몇 마리나 밀려오고 있는 것인지 셀 수도 없을 만큼.
반신반의했던 에반의 말이 현실로 이뤄지자, 먼저 그 얘기를 들었던 사람들은 모두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이면의 생각들은 각자 조금씩 달랐는데.
‘역시 에반 공자님이시다! 과연 그분들은 범인들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시는 분이시구나!’
‘하, 하핫… 당신의 능력은 정말이지, 그 끝을 알 수 없군요.’
일단 에반에 대해 무한한 호의를 가지고 있는 미친상인 플뤼드나 나이트워커 바트란은 그저 순수하게 감탄했다.
반면, 마탑주나 페르반 베르딘은 속으로 여러 가지 의문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허허… 도대체 어떻게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날 것을 알았을꼬? 설마 2년 전부터 검은 방벽을 강화해달라고 했던 것도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던 겐가?’
‘흠, 이거 어쩌면… 호문쿨루스의 능력에 예지 능력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지금은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에반에 대한 수수께끼보다는 일단 밀려오는 저 몬스터들을 해결하는 것이 급했으니까.
뿌우우우우-
“모두 전투 준비!”
“다들 당황할 것 없다! 내 아들 에반 베르딘의 조언으로 우리는 이미 준비하고 있었고, 베르딘의 검은 방벽은 단 한 번도 뚫린 적이 없나니!”
스릉.
페르반 베르딘이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고, 일순간 붉은 오러를 뿜어내며 검은 방벽 위에 있는 모든 자들의 이목을 단숨에 집중시켰다.
쿠화아아아아-!
“베르딘의 용사들은 몬스터들이 단 한 발자국도 영지에 들어오지 못 하게 하라!”
오러를 실은 웅혼한 외침이 검은 방벽 가득히 울려 퍼졌다. 별다른 미사여구나 수식어는 없었지만, 여기에는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피가 끓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잠시나마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보며 두려워했던 병사들의 마음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 솟아올랐다.
“와아아아아!”
“아무리 베하마그 산맥의 몬스터들이라도, 이제 우리는 저놈들이 무섭지 않아!”
“암! 그렇고 말구! 시방, 얼마 전에도 흑마법사 놈들이 몬스터들 조종해서 밀고 왔을 때 수두룩허게 쳐 죽여버렸다고!”
함성 소리가 검은 방벽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병사들의 사기를 한껏 끌어 올린 페르반이 즉시 명령을 내렸다.
“사거리가 긴 것들부터, 마도공학병기와 원거리 공격마법진을 가동시켜라!”
“마도공성병기는 투석기를 장전하도록 하라!”
“마법진은 화염계열부터 얼음, 바람, 뇌전, 대지 속성 순으로 준비하여라!”
“예!”
베르딘 군이 가장 먼저 가용한 공격수단은 투석기였다. 돌을 날리는 동력원을 ‘마나’로 대체한 이 마도공학병기는 기존의 투석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사거리를 가지고 있었다.
“투석기, 발사!”
“발사!”
후웅-
검은 방벽에서 일제히 하늘을 날아올라, 밀려오는 몬스터 무리에게로 향하는 돌덩이들.
몬스터들은 도대체 끝이 어디일지 모를 정도로 베하마그 산맥으로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었기에, 방향만 맞추면 공격이 빗나갈 일은 없었다.
콰앙! 콰과광!
“전탄 명중입니다!”
“하, 하지만 아직도 저놈들 숫자가….”
문제는 투석기로 한차례 퍼부었는데도, 몬스터들이 전혀 줄어든 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살아생전에 이렇게 많은 몬스터들을 또다시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숫자.
지켜보는 병사들이 모두 기가 질려있는 가운데, 다시금 페르반 베르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어물쩡거릴 시간이 없다! 제2파는 준비됐나?”
“주, 준비됐습니다!”
“그러면 제2파도 쏴라!”
“헛, 알겠습니다!”
“투석기, 2파 발사!”
후웅-
또다시 일제히 날아올라 하늘을 뒤덮는 돌덩이들.
이후로도 투석기로 인한 공격은 3파, 4파까지 이어졌고, 그 사이에 몬스터들의 선두가 원거리 공격마법의 사거리 안에 들어왔다.
이제는 베르딘 마탑지부의 마법사들이 나설 차례.
“플레어 스트라이크(Flare Strike)를 발동하라!”
화염 속성 마나를 뭉쳐서 응축시킨 것을 강한 힘으로 멀리까지 날려 보내 폭격하는 6서클 마법이었다.
사거리가 길어질수록 뭉쳐놓은 화염 속성 마나가 흩어지기 때문에, 위력이 다소 약해지긴 하지만… 어쨌든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유효사거리에 들어온 이상, 계속 쏴야 했다.
놈들이 검은 방벽에 도달하기 전에 최대한 숫자를 줄여놔야 하니 말이다.
그나마 이 상황에서 다행인 것은, 에반의 사전경고 덕분에 준비해놓은 마나석은 충분했다는 거?
“마나를 아끼지 않고 폭격을 퍼붓는다!”
“플레어 스트라이크(Flare Strike)!”
피유우웅-
이번에는 먹구름이 가득 껴서 어둑어둑한 하늘에 커다란 불덩이들이 여기저기서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곧 이어지는 폭발의 향연.
콰앙!!!
퍼버버벙-
“캬아아아악!”
“크워어억!”
검은 연기가 치솟고 사방이 온통 시뻘건 화염으로 덮여가는 가운데, 폭발의 굉음을 뚫고 몬스터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화륵- 화르르륵-
‘어쩌면… 이 정도 폭격이라면 물러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멀리서 자신들이 만들어낸 한 폭의 지옥도를 가만히 보면서, 베르딘 마탑지부장 에르몬드와 마법사들은 잠시 이런 기대감을 품어봤다.
하지만 잠시 후, 여전히 불길을 뚫고 돌진해오는 몬스터들을 보면서 헛된 기대였음을 깨달았다.
‘허허… 도대체 무엇이 저 많은 몬스터들을 움직이게 했다는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릇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때 두려움을 먹기 마련인데, 지금 몬스터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전혀 ‘생각’을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저 많은 숫자의 몬스터들을 흑마법사가 조종하고 있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었고…
어쨌든, 결론은 적당히 해서는 저 몬스터들을 쫓아 보낼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당황할 것 없느니라! 플레어 스트라이크는 쿨타임(Cool-Time)이 돌아오는 대로 즉시 재발동하고, 프리징 스피어를 준비하라!”
“얼음 속성 마법사들은 다음 마법을 준비하라!”
프리징 스피어(Freezing Spear).
아이스 스피어의 상위호환격인 마법이었다. 단순히 얼음의 창을 만들어서 날리는 것에서, 창이 꽂히게 되는 지점을 중심으로 얼어붙게 만드는 5서클 마법.
키이이잉-
“프리징 스피어(Freezing Spear)!”
쐐애애애액!
이번에는 몬스터 무리의 머리 위에서 얼음의 창이 소나기처럼 퍼부었다.
푸푸푸푹-
“크허어어엉!”
“케륵, 케륵?!”
수많은 몬스터들이 꼬챙이 신세가 되었고, 즉사를 피한 놈들도 상처 부위를 중심으로 몸이 얼어붙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하지만 동족이 쓰러져 있던 말던, 몬스터들은 검은 성벽을 향해 밀려오기 바빴다.
두두두두!!!
“무섭다! 두렵다!”
“취익! 도, 도망쳐야 한다… 빨리!”
콰직!
쓰러진 몬스터들을 그대로 밟고 계속해서 밀려오는 몬스터 무리.
바닥에 깔린 놈들은 압사당해서 죽어 나갔지만, 몬스터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점점 더 가까워져 오는 검은 파도.
“크윽… 후작님! 놈들이 계속 전진해옵니다!”
“몬스터들이 캐논런처의 사거리 안에 들어왔습니다!”
“좋다! 그러면 ‘크레이지 밤(Crazy Bomb)’을 장전하도록 해라.”
‘화약’이라는 물질로 에반이 개발해낸 비밀병기.
2년 전에 겨우 백 명이 채 안 되는 인원으로 프레이아 백작령을 폭파시키면서 온 제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이 폭탄의 정체는 무림에서 폭마탄(爆魔彈)이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크레이지 밤, 장전 완료했습니다!”
“캐논 런처를 가동시켜라! 타격지점은 몬스터들 무리 한가운데.”
우우우우웅-
“조준 완료!”
발사 준비가 끝나자, 모두가 페르반의 명령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고개를 묵직하게 끄덕인 그가 입술을 열었다.
“…발포하라.”
“캐논 런처! 발포하라!”
펑! 퍼벙-!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마나로 작동하는 포신(砲身)에서 폭마탄이 날아갔다.
슈우우우웅-
어둑어둑한 하늘을 날아서 몬스터 무리 위로 떨어지는 검은 구체.
페르반 베르딘을 포함해서 검은 방벽 위에서 지켜보는 모든 이들은 과연 이 ‘크레이지 밤’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할 것인가 궁금했다.
프레이아와의 영지전 때 이미 그 위력이 입증되기는 했지만, 실제로 본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에반 공자의 말대로라면, 분명 저 수박만 한 쇳덩이가 익스플로전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었는데….’
직접 캐논런처를 만들었던 마탑 지부장 에르몬드도 이후에 일어날 일이 무척 궁금했다.
그리고 잠시 후.
반짝.
폭마탄이 떨어진 지점에서 일순간 작은 불빛이 반짝이더니.
콰아아아아앙!!!
콰광!!! 콰과과광!!!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상상 이상의 엄청난 화력.
검은 방벽 위에 있던 이들은 모두가 저도 모르게 두 눈을 부릅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런 엄청난 위력이라니…!”
“허, 허허헛! 내 이미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진짜로 5서클 화염마법 익스플로전(Explosion)에 비견될만한 위력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몰랐다.
그런데도 ‘마나’로 작동하지 않으니, 탐지마법으로 찾아낼 수가 없었다.
병사들이나 기사들도 적잖이 충격을 받았지만, 마법사들이 받는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슈우우우우-
“도대체 방금 폭발로 몇 마리나 죽었을까?”
“흐음, 글쎄… 적어도 300마리는 죽지 않았을까?”
문제는… 피어오르는 연기 사이로, 여전히 몬스터들이 밀려오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베하마그 산맥으로부터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
“맙소사… 이렇게 많이 잡았는데, 아직도 전혀 줄어든 기미가 보이지 않다니….”
“후- 많기도 하군.”
꾸역꾸역 밀려오는 몬스터들을 보면서, 페르반 베르딘은 아들이 떠나기 전에 해줬던 말이 떠올랐다.
– 아버지. 만약 베하마그 산맥으로부터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난다면, 그 규모는 여태까지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일 겁니다.
– 흠, 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더냐?
– 글쎄요. 최소 수천 마리에서, 어쩌면 일만이 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 일만이라고?!
– 예. 처절하고 힘든 싸움이 되겠죠….
하지만 아들은 분명히 말했다.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끝까지 싸워달라고 했다.
…꽈악.
검을 쥔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그는 고개를 들어서 저 멀리, 끊임없이 몬스터들을 토해내고 있는 베하마그 산맥을 쳐다봤다.
‘에반, 네 말대로 여기는 무슨 수를 써서든 막아 보겠다. 그러니까 너도….’
꼭 무사히 살아 돌아오거라.
이 말을 삼킨 채, 사령관은 칼을 뽑아 외쳤다.
스릉.
“요동치 마라! 밀려오는 몬스터들에게, 더욱 강력한 공격을 퍼부어라!”
뚫리느냐, 막아내느냐.
베하마그 산맥의 ‘검은 재앙’이라 불렸던 몬스터 웨이브는 이제 막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