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87)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87화(187/213)
* * *
“으으윽, 여기는… 어디지?”
“이거… 아무래도 벨리아크레니의 심상세계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데.”
“뭐라고?! 심상세계?”
그러고 보니, 원래는 반투명한 상태로 흐릿하게 보이던 프라가라흐가 마치 실체 몸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또렷하게 보였다.
내 시야에도 뭔가 묘한 위화감이 드는 것이 아무래도 눈높이가 달라진 것 같았는데, 실제로 키도 훌쩍 커져 있고 머리카락도 허리까지 내려오는 황금빛 장발로 바뀌어 있었다.
소년 ‘에반 베르딘’이 아닌 청년 ‘알렌.J.아스론’의 모습.
“정말로 드래곤의 심상세계에….”
“내 말이 맞다니까? 이봐, 에반. 도대체 아까 무슨 짓을 한 거냐?”
“아까?”
“벨리아크레니 머리 위에 올라섰을 때 말이야.”
“아아….”
사실 좀 전에 미지의 능력을 사용했을 때, 나는 그것이 무슨 능력인지도 모르고 사용했었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쓴 것은 아니고… 내 목표가 블랙드래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떠올리는 순간, 그냥 ‘이 능력’을 사용하면 된다는 확신이 들었다.
마나서클이 추가로 생겨나서 새로운 특수능력을 처음 사용할 때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흠, 6서클을 만들면서 호문쿨루스의 몸에 새롭게 얻어진 특수능력인 듯하다. ‘정신감응’인 것 같군.”
“정신감응?”
“상대의 정신세계에 접촉하는 것이지.”
“와, 미쳤네. 드래곤을 상대로 그런 게 된다고?”
어이없어하는 프라가라흐.
이 부분은 나도 의아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대상이 된 드래곤이 이성을 상실한 상태였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우리는 여기에서 아까 그 블랙드래곤을 찾으면 되겠군.”
“아마 찾는 건 어렵지 않을걸?”
쿠궁…
쿠구구궁…
프라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숲속 어딘가에서 웬 폭발음이 들려왔다. 자세히 들어보니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도 섞여 있었고, 느껴지는 마나의 파동도 예사롭지 않았다.
그중에는 방금까지 상대했던 블랙드래곤의 것도 섞여 있었으니.
“전투 중인가 보군.”
“빨리 가보자고!”
그렇게 달려간 곳에는 웬 거대한 협곡이 있었고, 블랙드래곤 벨리아크레니가 수백 명에 달하는 흑의인들과 혈전을 치르고 있었다.
츠화아아아-
“크르르… 이 간악한 흑마법사 새끼들이!”
쿠화아아아앙-
새까만 비늘로 덮인 드래곤의 거체. 그 주변의 허공 곳곳에서 어둠의 마나가 뭉치더니, 검은광선을 뿜어냈다.
아까 아인세라를 상대할 때도 사용했던 마법.
멀리서 느껴지는 위력으로만 봐도 이 협곡을 통째로 밀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는데, 놀랍게도 드래곤의 공격은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크크큭, 소용없다!”
“아직도 모르겠나? 이 마법진에 갇힌 이상, 네년의 공격은 그냥 우리들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뿐이라는 것을!”
콰과과과-
꿀렁! 꿀렁! 꿀렁!
사방으로 뻗어간 검은광선이 흑마법사들에게 닿으려 하는 순간, 갑자기 반투명한 검은색 벽면이 나타나서 공격을 막아낸 것이었다.
이 벽면은 드래곤의 검은광선을 그대로 흡수했고, 흑마법사들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그동안 네년 때문에 피해를 본 것이 얼마나 심각한지 아느냐!”
“쯧쯧! 우리와 상관하지 않았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그냥 죽어라!”
쐐애애액-
파앙-!
블랙드래곤을 포위한 흑마법사들은 일제히 강력한 흑마법을 쏟아부었고, 그들이 다루는 오염된 마나가 창, 칼, 광선 등등 오만가지 다양한 형태가 되어서 드래곤을 엄습해왔다.
퍼버버벙!
“캬아아악!”
콰쾅! 콰과과광!
온몸을 두들겨 맞으면서 비명을 지르는 드래곤.
아무래도 저 마법진에 갇혀서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물론 흑마법사들이라고 상태가 좋지는 않은 것이, 이미 살아있는 자들의 두 배 이상 많은 숫자가 협곡 곳곳에 즐비하게 쓰러져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적들을 쓰러뜨렸어도, 어쨌든 지금의 블랙드래곤은 완전히 수세에 몰린 상태.
그녀에게는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
“일단 대화를 하려면 흑마법사 놈들부터 해치워야겠지?”
뿌드득.
“당연한 소리를!”
여기는 블랙드래곤의 심상세계이고, 저기에 있는 흑마법사들은 당연히 ‘진짜’가 아니다. 블랙드래곤이 기억을 토대로 만들어진 ‘허상’일 뿐이지.
하지만 블랙드래곤이 저들과의 싸움에 매몰되어 있는 상태라면, 대화는 요원할 터.
처억.
“쓰레기 같은 흑마법사 새끼들. 전부 다 소각시켜주마!”
화르르르륵-
하늘을 향해 양팔을 들어올린 프라가라흐가 허공에 술식을 구축했다. 그러더니 시동어도 외우기 전에 협곡을 향해 커다란 불덩이들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후우우웅-
“하, 하늘에서 갑자기 불이 내린다!”
쩌적! 쩌저저적-
푸확!
“가, 갈라진 지면에서 화염 기둥이… 끄아아아악!”
“이런 X발! 어떻게든 빨리 막아!”
“하, 하지만 방어마법은 지금 모두 저 도마뱀 쪽에 집중시켜놨는데…!”
프라가가 사용한 마법은 고대마도제국의 화염 광역마법 ‘멸망의 날(the Day of Destruction)’이라고 했다.
한 가지 속성이 아니라 화염 속성, 대지 속성, 바람 속성 등등 다양한 속성의 마나를 복합적으로 활용해서 술식을 구성하는 고대의 마법.
콰앙! 콰아아앙!
파직… 파지직……
갑작스럽고도 강력한 기습공격에, 흑마법사들은 큰 피해를 받게 됐다. 뿐만 아니라 블랙드래곤을 묶어놓고 있던 마법진에도 손상이 갔다.
이렇게 강력한 마법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뒤.
“알렌! 가서 다 해치워버려!”
“알았다!”
쿠화아아앙-
이제는 내 차례였다.
협곡 아래쪽으로 내려간 나는 흑야광풍보(黑夜狂風步)를 펼치면서 흑마법사들을 마구 유린하기 시작했다.
촤악! 촤촤촥-!
“끄아악!”
“컥…!”
“이놈은 또 뭐야?!”
“이따위 검격쯤이야… 다크실드(Dark Shield)!”
츠즈즈즛.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던 흑마법사들은 재빨리 방어마법을 전개했다. 그러나 어느새 봉인검의 하얀 칼날에는 새까만 검강이 돋아나 있었고, 급하게 펼친 웬만한 마법 정도로는 검강을 두른 검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
이를 방증하기라도 하듯, 실드를 두르고 있던 한 흑마법사의 위로 검은 선이 그려졌다.
서걱.
“…어? 시, 실드가….”
푸확!!!
실드째로 잘려 나간 흑마법사의 몸통.
거짓말처럼 깔끔하게 베인 단면에서는 곧 피분수가 솟구쳤고, 이 광경을 본 흑마법사들을 패닉에 빠졌다.
“오, 오러 소드라고?!”
“미친! 갑자기 여기서 왜 오러마스터가….”
“이이익! 당황할 것 없다! 적은 고작 한 명이니, 당장 디버프부터 걸어라!”
“…옙!”
키이이잉-
그렇게 내게 흑마법을 걸려고 하는 흑마법사들.
놈들은 몸을 묶는 바인드(Bind)부터 시작해서, 느려지게 만드는 슬로우(Slow), 마비 증상을 일으키는 페럴라이즈(Paralyse), 어지럽게 만드는 디지(Dizzy) 등등 온갖 종류의 디퍼프를 시전했다.
하지만 고작 이따위 마법으로는 내게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을뿐더러, 지금 나를 서포트 하고 있는 것은 무려 고대마도제국의 황태자이자 대마법사였다.
때마침 귓속말로 파고드는 메시지 마법.
스화아아아…
파스스슷!
협곡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던 프라가라흐는 즉시 디스펠에 들어갔고, 흑마법사들이 걸었던 대부분의 디버프들은 순식간에 해체되었다.
여기에다가 천마신공을 운용해서 기운을 방출하자 남아있던 디버프 마법들까지도 모조리 날아가 버렸고, 나는 곧바로 진각을 밟았다.
쿠구구궁-
“후후, 하는 짓들이 가소롭군.”
“크악!”
털썩.
“끄으으… 이, 이건 또 뭐냐?!”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갑자기 묵직하게 짓누르는 힘에, 대부분의 흑마법사들은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놈들이 펼쳐놓은 마법진도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 리가 만무했고, 그 결과 수세에 몰려있던 블랙드래곤은 완전히 풀려나게 되었다.
고고고고…
“크르르….”
그녀가 거대한 몸체를 일으키며 고개를 아래쪽으로 굽어봤다. 그리고는 잠깐 눈을 마주쳤는데, 확실히 심상세계에 들어오기 전의 이성을 상실한 상태와는 느낌이 달랐다.
신기하다는 듯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샛노란 눈동자.
한참을 그렇게 쳐다보던 드래곤이 느릿느릿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는… 아니, 너희들은 도대체 누구지?”
“아아, 인사는 여기 있는 쓰레기들을 마저 정리하고 하는 것으로 하지.”
“저것들이라면 더 이상 신경 쓸 것 없네.”
꿀렁- 꿀렁-
츠즈즈즛!
블랙드래곤의 눈동자가 샛노랗게 빛나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전신에서 피어오른 어둠의 마나가 검은 창이 되어서 하늘을 가득 메웠다.
그러자 용케 천마군림보의 위압에 맞서며 자리에 서 있던 흑마법사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웬 놈들인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이번 블랙드래곤 레이드는 완전히 망했군….”
“젠장! 거의 성공할 뻔했는데!”
“…철수한다.”
결국 놈들은 물러나기로 했는데, 블랙드래곤은 이대로 저들을 그냥 돌려보내 줄 생각이 없었다.
“크롸아아아! 어딜 도망가려고!”
쿠화아아앙-
거대한 용의 포효. 그와 동시에 드래곤 피어(Dragon Fear)가 터져 나왔고, 상공에 떠 있던 검은 창들이 소낙비처럼 지면을 향해 퍼부었다.
여기에다가 전면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광선들.
마지막으로는 어느새 지면을 가득 드리운 그림자가 흑마법사들을 꼼짝 못 하게 묶어뒀다.
“헉?! 어, 언제 발밑에 그림자가…?!”
“젠장! 빨리 방어마법을 전개해! 어서!”
푸푸푸푹-
“끄악!”
콰아아앙!!!
당황한 흑마법사들은 뭐라도 시도해보려고 했지만, 이미 블랙드래곤의 그림자에 붙잡힌 순간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슈슉!
어느새 텔레포트 마법으로 옆에 나타난 프라가라흐.
그가 혀를 차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쯧쯧… 원래대로라면 이렇게 쉽게 죽을 놈들이 아닌데.”
“으음? 그게 무슨 말이지?”
[여기는 벨리아크레니의 심상세계고, 방금 우리 눈앞에 일어났던 일들은 순전히 그녀가 인식하고 있는 대로라는 거지.]“아….”
한마디로 이 블랙드래곤은 ‘내가 흑마법사들의 함정에만 안 빠졌어도, 단숨에 해치워버리는 건데.’ 뭐,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금 현생에서의 흑마법사들은 정확히 잘 모르겠지만, 아스트라이가 있었을 때의 흑마법사들은 결코 만만한 자들이 아니었다고.] [그런가? 드래곤이 나서도 어려울 만큼?] [당연히 드래곤이 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쉽게 죽을 정도는 아니라는 거지.] [아하, 그렇군.]우리들이 이렇게 전음과 메시지 마법을 주고받고 있을 때, 마침내 적들을 쓸어버린 블랙드래곤이 다시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프라가를 보는 순간, 안 그래도 커다란 드래곤의 눈동자가 부릅떠졌다.
“너, 너는… 프라가라흐?!”
“오랜만이야, 벨.”
“네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지?! 너는 분명히 아스트라이가 멸망할 때 아버지와 함께 마나의 품으로 돌아갔던 것이 아니었나?”
“하핫… 물론 그렇지.”
프라가라흐는 난처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곧 심각하면서도 진중한 얼굴이 된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