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90)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90화(190/213)
* * *
서쪽 방벽에 당도한 페르반 베르딘.
보고 받았던 대로 검은 방벽은 거대한 소를 닮은 몬스터 ‘매드카우’들로 인해 파괴되어 있었고, 그 틈으로 기타 수많은 몬스터들이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즉시 검을 뽑아 들고서 병사들을 독려했다.
스릉.
“자랑스러운 베르딘의 용사들이여! 제국의 오검(五劍), 검은 방벽의 수호자인 나 페르반 베르딘이 왔노라!”
“후작님이시다!”
“이제 됐어! 후작님이 오셨다고!”
“뿔나팔을 불어라! 방벽을 뚫고 들어온 몬스터들을 모조리 소탕한다!”
뿌우우우우―
전장에 나팔소리가 울려 퍼지자, 베르딘 군은 페르반이 이곳에 당도했음을 알게 됐다.
“무어어어!”
두두두두―
병사들의 이목이 그에게 집중되었을 때, 마침 매드카우 한 마리가 커다란 뿔을 앞세워 무서운 기세로 돌진해왔다.
보통 가축으로 삼고 키우는 황소보다 세 배 이상 큰 데다가 달려오는 속도도 워낙 빨라, 정면에서 상대하는 것은 무모해 보였는데.
“후, 후작님?!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됐다.”
쿠구구궁―
부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페르반은 물러서지 않았고, 오히려 붉은 오러를 일으키며 검을 치켜세웠다. 그리고는 매드카우를 향해 일검을 휘둘렀다.
슈화아아악―
“무어어어?!”
촤악!
사선 아래로 길게 그어지는 붉은 선.
검격의 궤적을 따라서 소드오러가 거칠게 휘몰아치는 붉은 바람이 되어서 터져 나왔고, 이내 달려들던 몬스터의 머리가 잘려나가며 피분수가 치솟았다.
“저 질긴 가죽을 단번에 베어내시다니!”
“역시 영주님이시다!”
처억.
“베르딘의 용사들이여! 이놈들은 우리가 항상 잡아오던 베하마그 산맥의 몬스터들이고, 두려워할 것 하나 없다!”
“와아아아! 후작님을 따르라!”
“몬스터들을 섬멸하라!”
이 광경을 지켜본 병사들은 사기가 하늘을 찔렀고, 후작을 필두로 다시 힘을 내서 몬스터들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베하마그 산맥의 몬스터 가죽으로 만든 방어구 세트로 무장하고, 에반에게 무공까지 배운 베르딘 정규군의 전투력은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 그 이상이었고.
“마을에는 한 발자국도 못 들어간다! 하아아압!”
후우우웅―
퍼걱.
“무억!”
“으아아아! 다 죽어! 이 미친 몬스터 새끼들!”
스아아악―
“케륵?! 인간들이 갑자기 강해졌… 켁!”
서걱.
위태롭던 전황은 분위기가 180도 바뀌어서, 베르딘의 병사들은 무너진 방벽의 틈새로 밀려 들어온 몬스터들을 대부분 소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페르반은 다음 단계로 중갑보병들을 통해서 방벽의 무너진 틈새를 틀어막으려고 했는데, 그때 기사 하나가 경공을 펼치며 황급히 달려왔다.
“후작님! 큰일입니다!”
“무슨 일이더냐?”
“그, 그게… 기사단장이 버티던 동쪽 방벽이 결국 뚫렸다고 합니다!”
“…크흠, 전황은 어떻지?”
“몬스터들이 방벽 안쪽으로 대거 난입하여 난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아군이 크게 밀리고 있습니다! 어서 지원을…!”
보고를 들은 페르반은 머리가 아파왔다.
이곳 상황도 이제 막 봉합이 되어가려는 상황이고 설사 무너진 방벽의 틈새를 막는데 성공한다 해도 이를 지켜내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인데, 지원군을 보내 달라고 하다니….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곧이어서 방벽 중앙 쪽에서도 급보가 도착했다.
“영주님! 방벽 중앙에서 왔습니다! 지금 온몸에 셀 수 없이 많은 눈이 박힌 거인이 나타나서 난리도 아닙니다!”
“그 눈동자들에서는 광선도 뿜어져 나온다고….”
“아르고스?!”
“맙소사… 과거에 제국 대대 하나를 전멸시켰다는 괴물이잖아?!”
술렁술렁―
전장 곳곳에서 들려오는 암울한 소식들에, 병사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어났다. 한껏 달아올랐던 분위기는 누군가 확 찬물이라도 끼얹은 것처럼 착 가라앉았고, 이런 상황에서는 페르반조차도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큭…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 병력 상황으로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동측과 중앙을 걱정할 때가 아니었으니.
“끼이이이익!”
쿠화아아앙―
갑자기 방벽 밖에서 고막을 찢을 듯이 날카로운 새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거센 칼바람이 휘몰아쳤다.
덕분에 방벽의 틈새를 메우려고 진형을 갖추던 중갑보병들이 큰 피해를 입었고, 페르반은 즉시 현장으로 달려갔다.
“무슨 일이더냐?!”
“상공에 다수의 그리핀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리핀…!”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에, 사자의 몸통을 가지고 있는 상급 몬스터였다.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도 큰 위협이었지만, 진짜로 상대하기 까다로운 이유는 따로 있었는데….
첫 번째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점이었고, 두 번째가 강력한 바람 마법을 구사한다는 것이었다. 공중에서 마법을 쓰면 활을 쏘거나 마법으로도 잡기가 만만치 않았다.
지금도 수십 마리의 그리핀들이 일제히 날갯짓을 치자, 대량의 바람 속성 마나가 모여들더니 강력한 회오리 바람기둥이 생겨났다.
“끼이이익!”
휘오오오오―!
“가, 갑자기 이게 무슨?!”
“으아아악!”
그리고 회오리가 휩쓸고 지나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바깥쪽에서 몬스터들이 달려들었다.
“아우우울!”
“취익! 지금이다! 뚫고 들어간다!”
“컹! 컹컹!”
짐승형 몬스터, 인간형 몬스터 구분할 것 없이 일제히 들이닥치는 상황.
어렵게 뒤집어놓은 전황은 또 엎어질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그때.
뿌우우우―
“와하하하! 이놈들이 말로만 들었던 베하마그의 몬스터들이로구만!”
뒤쪽에서부터 베르딘 군이 쓰는 것과 다른 뿔나팔 소리가 들려왔고, 전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누군가의 호탕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페르반이 익히 아는 목소리였다.
“루크 공작님?!”
“그래, 나일세!”
“어, 어떻게 여기에…?”
“하하핫, 그러게 말일세. 자네 막내아들이 난 놈이긴 난 놈인가 봄세.”
“예? 설마 에반이 뭘 했습니까?”
“나이트 워커의 요원을 보내서 서신을 보냈네.”
편지에는 지금 베르딘이 처한 위기와 베르딘이 힘을 잃거나 최악의 경우에 멸망하게 됐을 때, 루크 공작가에서 입게 될 손실에 대해 담겨있었다.
또한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내면서 얻는 사체들을 상당량 전해주겠다고 약조하기도 했다.
씨익.
“자네 반응을 보니, 에반 그 아이가 급한 대로 손을 쓴 것 같구만. 그래도 이 상황에 도움을 마다하지는 않겠지?”
“하… 물론입니다. 발 빠른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와하하하! 미래의 사돈이 될지도 모르는데, 한달음에 냉큼 뛰어와야 하지 않겠나!”
“예… 사돈이요?”
“커험, 아무튼! 그러면 오랜만에 실전에서 신나게 날뛰어보도록 하지!”
도와주러 온 것은 고마웠는데,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어리둥절한 페르반 베르딘.
그 반응을 보고 괜히 무안해진 루크 공작은 얼렁뚱땅 넘어갔고,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공작의 군세가 몬스터들을 거침없이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진격하라! 루크 공작군은 방벽의 틈새를 메우고 몬스터들을 섬멸한다!”
철그럭―! 철그럭―!
루크의 중갑보병들이 합세하자, 위태롭던 방벽의 틈새는 철통같이 틀어막혔다.
그러자 하늘에 있던 그리핀들이 또 바람마법을 사용해서 공격하려 했는데, 루크 공작은 여기에도 즉각적으로 대응했다.
“오러유저급의 레인저들은 모두 그리핀을 노린다!”
쐐애애애액―
콰광!
“끼야아아악!”
오러를 듬뿍 먹인 화살은 바람을 뚫고 날아가 표적에게 정확히 꽂혔다. 여기에다가 몇몇 기사들은 오러를 실어서 투창으로 그리핀을 단숨에 꿰뚫는 이들도 있었다.
그 중에는 루크 공작 본인도 있었으니.
쿠구구궁.
“웃―차!”
파앙―!
“끼약!”
“끼이이익?!”
방금 던진 창 하나에 두 마리 그리핀의 날개가 찢겨나갔다.
과연 명불허전.
공식적으로 제국에 3명 밖에 없다고 알려진 오러마스터의 1인이며, 파이브 소드 중에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기사다웠다.
“와하핫! 일타쌍피로구만!”
“와아아아! 루크 공작님이 우리를 돕는다!”
“몬스터 따위, 이제는 문제도 아니라고~!”
병사들의 사기는 다시 하늘을 찌르게 됐다.
이제 서쪽 방벽의 방어는 당장 위험한 순간은 모면한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동쪽과 중앙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
페르반은 이걸 어떻게 해야할지 그저 막막하기만 했는데.
“와하하하! 그건 너무 걱정하지 마시게. 여기 상황이 해결된 것을 보면, 그쪽도 어떻게든 되지 않겠는가?”
“예? 설마…!”
얘기를 듣자마자, 페르반은 머릿속에 어떤 가능성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동쪽과 중앙에서 전령이 달려왔다.
“후작님! 오우거들이 날뛰던 동쪽에 크라우젤 대공께서 군사를 이끌고 오셔서, 방벽 너머로 침투해 들어왔던 몬스터들을 모두 소탕했습니다!”
“중앙에는 3황자 전하께서 2황비궁의 기사들을 이끌고 도와주러 오셨고, 마탑에서 파견한 마법사들도 당도해서 아르고스와 다른 몬스터들을 몰아내고 있습니다!”
“크라우젤 대공께서도 중앙으로 합류하신다고 합니다!”
“하, 어떻게 이렇게…?”
페르반은 이 모든 일들이 꿈만 같았다.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에 딱 맞춰서 원군이 온다는 것도 너무 신기한데, 도대체 이 짧은 시간 동안에 어떻게 베르딘까지 올 수 있다는 말인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루크 공작령조차 말을 타고 쉬지 않고 달려도 2주는 걸릴 터인데….
답은 옆에 있던 루크 공작이 말해줬다.
“쯧쯧. 베르딘에는 이제 워프게이트가 있지 않나.”
“예? 그러면 그 많은 병력들이 전부 다 워프게이트를 타고 넘어왔다는 말씀이십니까?”
“우리 군세는 그렇게 넘어왔고, 아마 다른 곳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하네.”
“그러면 각자 부담해야 하는 마나석의 비용이 어마어마할 텐데요?”
“아, 에반 공자의 서신에 적혀있었네.”
워프게이트를 사용하는데 필요한 마나석은 일체 베르딘에서 부담하겠다고.
그러니까 혹시 긴급한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될지도 몰라서, 게이트 앞에 지원병력을 대기해달라고까지 미리 얘기가 됐었다고 했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마치 지금 상황을 훤히 내다보기라도 하듯 그 모든 것들을 미리 준비해놓다니 말일세.”
“아…….”
페르반은 그만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처음에는 지원군이 워프게이트로 움직이는데 사용되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할 생각에 머리가 어질어질했지만, 사실 지금 이 상황은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영지의 존망이 달려 있는 상황에서, 이걸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싸게 먹힌 것이지 않겠는가.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돌연 생각났다는 듯이 루크 공작이 물었다.
“아, 헌데 내 미래의 사위… 아니, 에반 공자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 세라도 같이 있다고 들었네만.”
“…예? 아인세라 공녀가 에반과 함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으음? 그렇다네. 딸 아이의 서신에 분명히 그렇게 적혀있었네만….”
“후우…… 그렇군요.”
얘기를 듣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 페르반.
그가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그게, 에반은… 현재 베하마그 산맥에 있습니다.”
“뭐, 뭐라고?!”
“아마도 이 몬스터웨이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같습니다만… 설마 아인세라 공녀까지 같이 데리고 간 줄은 몰랐습니다. 송구합니다….”
“아… 맙소사…….”
휘청―
깜짝 놀라서 눈이 부릅 떠진 루크 공작.
눈앞에 수천 마리의 몬스터를 놓고도 끄떡없던 그가 갑자기 현기증이 난다는 듯이 비틀거렸다.
그리고는 뒷목을 부여잡고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 세라야, 조금만 기다려라! 이 아빠가 간다!”
쿠화아아앙―
“헉! 루, 루크 공작님?! 일단 진정을…!”
페르반은 눈깔이 확 뒤집힌 루크 공작을 만류하느라, 그의 기사들과 함께 한참 동안 쩔쩔매야 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들, 딸 덕분에 여러모로 고생하는 아버지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