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95)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95화(195/213)
* * *
무너진 서쪽 방벽의 틈새에도 구유마환진을 펼쳐 놓은 뒤, 나는 계속 검은 방벽 이곳저곳을 왔다 갔다 하면서 전투를 지휘했다.
– 에반 공자님! 동쪽의 또 다른 곳에 방벽이 무너졌다 합니다!
– 알았다. 지금 바로 가겠다.
– 예! 당장 텔레포트를 준비하겠습니다.
이렇게 얼마나 시간이 더 흘렀을까?
캄캄한 밤을 지나서, 동쪽에서 찬란한 여명의 빛이 뻗어 왔다. 이후에 떠오른 하루해가 다시 서쪽의 베하마그 산맥으로 뉘엿뉘엿 넘어갈 때까지, 몬스터들은 쉬지 않고 끊임없이 밀려왔다.
– 에반 공자님! 화살이 다 떨어졌습니다.
– 그러면 돌이나 몬스터들 시체라도 던져!
– 키에에엑!
– 으아아아! 제발 좀… 그만 오라고, 이 괴물들아!
서걱.
이가 없으니 잇몸으로라도 때우면서 열악한 조건에서 싸우는 와중에, 상위종이나 거대 몬스터들이 나타나기도 했는데.
– 그르륵… 인…가아아안…!
후우우웅-
– 트롤들이다!
– 마법사들, 빨리 지원을…!
– 마, 마나가 다 소진되어서….
– 이런 젠자아아앙!
콰앙!!!
그때마다 숱한 병사들이 수두룩하게 죽어 나갔다. 기사들도, 마법사들도 이제는 정말로 한계에 봉착해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나 크라우젤 대공, 루크 공작이 더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고, 나중에는 사실상 검은 방벽의 중앙과 동쪽, 서쪽을 우리 세 사람이 책임지고 맡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웅… 웅… 웅…
통신용 수정구가 울렸다.
발신자는 다시 동쪽 방벽을 맡게 된 크라우젤 대공.
“대공 전하, 무슨 일이십니까?”
[푸아아아! 이봐, 에반! 분명히 반나절 정도면 몬스터 웨이브가 끝날 거라고 하지 않았냐?]“흠흠, 아직 반나절이 지나지는 않았습니다만.”
[요놈이? 그래, 네놈 말마따나 반나절까지는 안 됐지만 열 시간은 지난 것 같은데?]때마침 베르딘 후작과 함께 서쪽을 맡은 루크 공작에게서도 연락이 왔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 죽어가는 목소리.
[헉, 헉… 이보게… 에반 공자. 정말로 이 몬스터웨이브에 끝이 있긴 한 겐가?]“…이제 머지않았습니다.”
뿌드득.
[빌어먹을… 체감상 일주일은 지난 것 같구만.]아무래도 이제는 이들조차도 한계에 봉착한 모양이었다.
하긴, 아무리 오러마스터라도 24시간이 훌쩍 넘어서까지 이렇게 계속 강력한 오러를 뿌리면서 싸우기는 쉽지 않았다.
벌써 방벽 바깥쪽에는 죽은 몬스터들의 시체가 수북하게 쌓여있었으니… 그 높이가 거의 방벽 높이와 맞먹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때, 병사 하나가 황급히 내게 달려왔다.
“에, 에반 공자님! 감시탑에서 온 전령입니다!”
“무슨 일이냐?”
“몬스터들이… 몬스터들이…!”
아.
또 무슨 일인 거냐고.
목이 메는 듯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거리는 병사를 보면서, 나는 살짝 머리가 아파 왔다.
그런데 이어지는 얘기는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소식이었으니.
“밀려오는 몬스터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뭐라고?! 틀림없는 사실이겠지?”
“예! 저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왔습니다!”
“됐다!”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고,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도대체 언제 끝나나 싶었던, 이 몬스터 웨이브의 종국이 드디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츠즈즛.
나는 천마기를 최대한으로 끌어 올려서,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그리고는 전장의 최대한 많은 병사들이 들을 수 있도록, 있는 힘껏 소리쳤다.
쿠화아아앙-
“검은 방벽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는 모든 용사들에게 전한다! 밀려오는 몬스터들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으니, 이제 조금만…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전장 가득히 울려 퍼진 이 기쁜 소식에, 흐릿해져 가던 병사들의 눈빛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몬스터 웨이브가… 곧 끝난다고?”
“으, 으흐흐… 이제 다 왔다는 말이지?”
꽈악.
“다들 이빨 꽉 깨물고, 조금만 더 힘을 내자고!”
“그와아아아아!”
성난 야수와도 같은 병사들의 포효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고, 그들은 정말로 전장의 몬스터들 숫자가 확 줄어들었다는 것을 피부에 와닿게 체감할 수 있었다.
어느덧 하늘은 황홀한 노을빛에 붉게 물들어 있었고, 황혼이 온 땅에 드리웠을 즈음에는.
길고 길었던 이 몬스터 웨이브도 끝나 있었다.
털썩.
“정말로… 베르딘이 몬스터 웨이브에서 살아남았다고…?”
정신을 차린 뒤로 줄곧 내 옆에서 함께 싸우던 아인세라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녀는 지금 눈앞에 벌어진 이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하긴, 회귀하는 내내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던 베르딘의 운명이 이렇게 바뀌게 되었으니…
뭐, 감회가 남다를 거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 * *
“호외요, 호외!”
펄럭 펄럭-
광장 곳곳에서 뿌려지는 소식지.
사건 이후, 검은방벽에서 있었던 처절한 전투 소식은 제국 곳곳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특보! 베하마그 산맥에서 의문의 몬스터 웨이브 발생.」
「제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몬스터 웨이브! 검은 방벽에서 막아내지 못했다면, 피해 규모는 예상 불가.」
「사흘 밤낮으로 싸워 살아남은 병사, 생존 인터뷰.」
「베하마그 산맥의 이상현상, 미리 감지하고 방어태세를 최상으로 격상한 베르딘의 3공자. 그는 누구인가?」
이는 내가 나이트 워커를 통해서, 다분히 의도적으로 손을 쓴 것이었다. 원하는 정보를 선별적으로 확산시키고, 이번 사건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풀석.
베르딘 광장 뒤쪽 골목에 있는 어느 공방.
2층에 있는 공방 주인의 작업실에서, 나는 내 모습이 나온 소식지 한 장을 집어 들고 푹신한 소파에 몸을 묻었다.
그리고는 마주 보고 앉은 실눈 청년을 보며 실소를 흘렸다.
피식.
“사진 한번 참 기가 막히게 잘 뽑았군.”
“하핫… 칭찬은 감사합니다만, 에반 공자님은 어떻게 찍더라도 잘 나올 테지요.”
“후후, 제국 최고의 전설적인 암살자가 아부라니.”
“아부요? 설마요. 이미징 마법으로 뽑은 사진은 생긴 대로 나오는 법입니다만.”
“흠흠, 그런가?”
“네. 그럼요.”
빙긋.
누가 이 모습을 보며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입가에 부드러운 호를 그리고 있는, 인상 좋은 이 청년이 사실은 제국의 전설적인 암살자 길드 ‘나이트 워커’의 수장이라는 것을.
웃음기를 지운 나는 본격적으로 물었다.
“그래, 제국 분위기는 어떻지?”
“일반 백성들의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후후, 영웅담을 싫어하는 민초들이 어디 있겠나.”
“그렇죠. 문제는 황실과 제후들인데요….”
바트란의 보고에 의하면, 귀족사회에서는 이번 일을 통해서 베르딘을 반황제파로 보는 시각이 강해졌다고 한다.
반황제파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크라우젤 대공이 적극 나서서 지원해준 데다가, 2황비궁까지 나섰으니…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뭐…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이것저것 재고 따질 상황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동감입니다.”
아마 크라우젤 대공과 2황비궁이 병력을 지원해주지 않았다면, 베르딘의 피해는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했을 터.
특히 대공이 직접 도와주러 오지 않았다면, 검은방벽이 뚫리고 베르딘 도심이 파괴되었을지도 몰랐을 일이었다.
“덩달아 루크 공작가도 반황제파로 기울어진 게 아니냐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음… 루크에는 좀 미안하긴 하네.”
“그들도 에반 공자님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부터, 이미 이런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것쯤은 감안했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황제의 반응이었다.
“아무래도 썩 달갑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그래? 그래도 ‘충성’을 다해 ‘짐의 백성들과 영토’를 지켜줘서 고맙노라고 축전을 보내오지 않았나?”
“그렇긴 하죠. 이번 몬스터 웨이브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 3왕국은 그 여파가 수도에까지 미쳤다고 하니 말입니다.”
“이 정도면 고맙다고 절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표면적으로는 여러 가지로 상도 주고, 공치사도 해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번 일에 대한 포상으로 베르딘은 황실로부터 막대한 금화를 받게 되었다. 어차피 다 이번 전투로 인해 생긴 손실을 메꾸는 데 사용될 돈이긴 하지만, 어쨌든 표면적으로는 정말로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그리고 나를 비롯한 베르딘 후작, 루크 공작, 크라우젤 대공에 대해서는 훈장과 표창을 수여했다.
이는 이미 각종 무공 훈장이나 표창이 즐비한 세 사람과는 달리, 내게는 아주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었다.
“게다가 황제가 직접 에반 공자님의 무위가 오러마스터에 올랐음을 공언해줬으니, 이제 아무도 공자님의 무위를 놓고 토를 달 수 있는 자들은 없겠지요.”
“하지만 드러나게 된 만큼, 앞으로는 행동거지를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을 거다.”
“하오나 송곳은 주머니를 뚫고 나온다고, 어차피 공자님의 무위가 알려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음, 그럴 수도 있었겠지.”
“여하튼, 제국 공인의 오러마스터가 되신 것을 경하드립니다.”
빙긋 웃으며 축하 인사를 건네는 바트란.
씨익.
“고맙군.”
나는 기꺼이 축하를 받아줬고, 이후로도 추가적인 질문을 이어갔다. 제국 내 주요 상단이나 길드들의 반응도 물어봤고, 무엇보다 궁금했던 것은.
“그래, 흑마법사 놈들의 동향은 파악됐나?”
사아아아-
“송구합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잡은 놈들의 움직임은 없습니다.”
“…그렇군.”
방금까지만 해도 단란했던 분위기가 심각하게 굳어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번 일을 직접 겪기 전까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사실 이것도 흑마법사들의 소행이었다는 것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나에게나, 아인세라에게나.
흑마법사 조직에 몸담고 있었던 오베르트… 그러니까, 베르딘 후작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실은 흑마법사 조직을 적대하는 크라우젤 대공에게도 말해줬는데.
쿠구구궁-
– 뭐야?! 지금 이것도 흑마법사 그 사악한 새끼들 짓이라고!
– 대, 대공 전하. 일단 진정하세요!
– 그아아아아! 시벌, 지금 내가 진정하게 생겼냐?!
콰아아아앙!!!
대공의 분노는 어마어마했고,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어찌나 흥분하며 화를 내던지, 진짜로 오러가 뿜어져 나와서 폭발했다.
그 현장에서 나는 겨우겨우 말렸는데, 이후에 어찌 된 영문인지 그가 깜짝 놀랄만한 소식을 전해왔다.
– 예? 신성제국의 성녀가… 위문 겸 재해복구를 위해서 베르딘을 방문하고 싶어한다구요?
– 크크큭, 그래! 나이는 에반 너랑 똑같지만, 그래도 성녀님이니까 대단한 거라고, 이거.
– 예, 뭐… 확실히 그렇긴 하죠.
다만, 좀 뜬금없긴 했다.
느닷없이 세이아의 성녀가 베르딘에 온다는데, 왜 영주이신 아버지께 직접 사절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대공을 통해서 소식을 보내오는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크라우젤 대공이 나이트 워커를 통해서 전대 성녀의 행방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대공이 성녀와 긴밀히 공조하는 관계라는 것을 더욱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반황제파 귀족들을 이끌고 있는 크라우젤 대공과 신성제국의 성녀라….’
꽤나 흥미로운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흥미로운 조합을 만나는 것이 바로 ‘오늘’.
스윽.
“나는 이제 가보도록 하지. 곧 대공이 성녀를 데리고 방문하겠다고 한 시간이니.”
“예, 에반 공자님. 살펴 가시지요.”
“흑마법사 놈들의 동향은 지속 추적하도록.”
이 말을 끝으로, 나는 공방을 나와서 영주성으로 복귀했다.
타국에서 오는, 아주아주 귀한 손님을 맞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