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96)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196화(196/213)
* * *
“크흐흐! 후작! 에반! 잘들 지냈나? 이거이거~ 엄청 오랜만에 보는 느낌인데?”
“흠흠, 실제로는 몬스터웨이브 이후로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 겨우 그거밖에 안 지났어?”
베르딘 영주성을 방문한 크라우젤 대공.
근육질의 거구 옆에는 단정하게 사제복을 차려입은 웬 여자아이가 있었다.
눈처럼 새하얗게 흘러내린 머리카락에, 일자로 가지런히 자른 앞머리. 그 사이에서 빛나고 있는 신비로운 황금빛 눈동자.
특히 그 눈동자 안에 옅은 하늘빛으로 새겨진 십자가 문양이 인상 깊었는데.
‘저게 세르네아의 성흔이로군.’
저 눈동자야말로, 창조의 여신이 눈앞에 있는 소녀를 이번 대의 성녀로 세웠다는 증거였다.
나는 베르딘 영주성을 방문한 성녀 ‘소피아’를 유심히 살펴봤다. 그러자 그녀도 나를 빤히 쳐다보는데,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여기에다가 낯빛도 창백하고, 눈빛도 싸늘한 것이 뭔가 기분도 좋지 않아 보였다.
‘설마… 뭔가 알아챈 것은 아니겠지?’
후작도 그렇고, 나도 여태까지는 세르네아의 사제들을 대상으로 흑마법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잘 숨겨왔다.
그래서 이번에 성녀를 만나는 것도 그렇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는데, 막상 성녀가 눈앞에 있으니 긴장되긴 했다.
그런데 그때.
“아….”
키이이이잉!
갑자기 소피아의 입술에서 작은 탄성이 흘러나오더니, 눈동자가 기묘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눈동자 안에 박혀있는 하늘색 십자가 형상의 성흔이 빛나는 것이었다.
옆에서는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진 크라우젤 대공.
바보처럼 벌어져 있는 입술에서는 믿기 힘든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계시. 여신의 계시가 임했다!”
“예??”
“지, 지금 여기에서 말입니까?!”
꿀꺽.
나도 모르게 목구멍 너머로 침이 넘어갔다.
아니,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상황이란 말인가.
계시라니?
안 그래도 나름대로 켕기는 게 있는 나와 후작은 눈앞에서 흘러나오는 무지막지한 신성력에,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 * *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크라우젤 대공이 베르딘의 부자와 인사를 나눌 때.
“크흐흐! 후작! 에반! 잘들 지냈나? 이거이거~ 엄청 오랜만에 보는 느낌인데?”
“흠흠, 실제로는 몬스터웨이브 이후로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 겨우 그거밖에 안 지났어?”
귀족답지 않게 걸걸한 모습으로 옆에서 침까지 튀기며 인사를 나누는 크라우젤 대공. 그 옆에서, 소피아는 오늘 처음 만나는 베르딘 후작과 에반 베르딘 공자를 유심히 살펴봤다.
‘흐음… 이 사람들이 어쩌면 세계 멸망의 계시에 나오는 자들일지도 모른다 이거지?’
『천 년 전.
마왕의 심장에 꽂았던 검으로부터 세워진 나라.
그곳의 서쪽 끝에 다른 세계에서 건너온 마(魔)의 화신이 강림하여, 이 땅에 존재해서는 안 될 재앙이 눈을 뜨고 말았으니…
이 검은 재앙을 잠재우지 않으면, 이 땅의 아름답고 빛나는 모든 것들이 어둠에 삼켜지리라.』
지금으로부터 1년 전에 처음으로 여신 세르네아가 임하면서 받은 계시였다.
전체적인 내용을 아직 완전하게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마왕의 심장에 꽂았던 검으로부터 세워진 나라’는 아스론 제국이었고, 제국의 서쪽은 이곳 베르딘 후작령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소피아는 페르반 베르딘과 에반 베르딘을 유심히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츠즈즛…
‘…이건 설마?!’
일반적인 사제라면 느끼지 못했겠지만, 몇 배나 오염된 마나에 민감한 그녀는 희미하게 눈치챌 수 있었다.
페르반 베르딘의 영혼에 옅게 물들어 있는 오염된 마나와 에반 베르딘에게서 심장에서 느껴지는 오염된 마나를.
특히 에반 베르딘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너무 희미한 데다가 또 다른 강력한 힘에 의해 숨겨져 있어서 하마터면 놓치고 넘어갈 뻔했다.
‘역시 이자들은 계시에 나온 것처럼 세계 멸망에 연관될 것이 분명해!’
특히 에반 베르딘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여지껏 그 어떤 존재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독특한 기운이었다.
거대하면서도 끝없는 어둠에 삼켜질 것만 같은…
하지만 그러면서도 흑마법사들의 사특한 느낌과는 또 달랐다. 굳이 비슷한 기운을 꼽아보라면, 여신 세르네아 정도?
무언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거룩함과 신성함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이게 대체 뭐지? 사특한 힘을 품은 존재에게서 신성이 느껴진다고…?’
처음 느껴보는 거대한 어둠의 힘에, 바짝 긴장한 소피아는 이 사실을 즉시 크라우젤 대공에게 말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온몸에서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물리적인 힘에 의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아주 거대하면서도 강력한 존재의 힘이 영혼에 깃들면서 떨려오는 진동.
소피아는 전에도 한 번 이와 같은 현상을 겪어본 적이 있었다.
“아….”
키이이이잉!
저도 모르게 입술이 벌어지며 흘러나온 탄성.
그와 동시에 두 눈이 불에 타는 것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황금빛 눈동자에 깃든 하늘빛 십자가 문양의 성흔이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고, 곧 천지를 포근하게 감싸는 듯한 아름다운 여인의 미성이 들려왔다.
이 세상에서 오직 자신밖에 들을 수 없는 그 음성.
[아직은 작고 귀여운 나의 대행자야. 네 눈앞에 있는 자들은 사특한 자들이 아니니 안심하거라.] [예?! 그게 무슨….]파아아아앗-
계시는 이 짧은 한마디가 전부 다였다.
소피아는 일순간 눈앞에서 강한 빛이 번쩍이는 것을 느꼈고, 곧 성흔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도 사그라들었다.
그러고 나서 정신이 좀 들자 다시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는데, 어느새 대화를 나누고 있던 세 사람의 시선이 모두 자신에게로 향해 있음을 알게 됐다.
“에…?”
“크흠… 이보시오, 성녀. 내 생각이 맞다면, 방금 세르네아 여신의 계시를 받은 것 같은데… 맞나?”
“아, 이게 그러니까….”
당황한 소피아는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흥분해서 눈빛을 반짝이고 있는 크라우젤 대공.
반면, 베르딘 후작과 에반 베르딘은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특히 에반 베르딘의 검푸른 빛 눈동자는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심연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깊고도 깊어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두 사람에게서 느낀 어둠의 마나는 확실한데…?’
하지만 조금 전에 생생하게 들려온 여신의 목소리는 그게 아니라고 말했으니, 소피아는 난감하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했다.
마치 눈앞에 보이는 것이 분명 고양이인데, 이걸 버젓이 강아지라고 말하고 있는 꼴이었으니.
‘끙, 이걸 어쩜 좋아?’
세 사람을 가만히 쳐다보면서 한참을 고민했던, 하얀 머리카락의 소녀. 많은 고민 끝에, 그녀는 결국 여신의 말을 믿고 이들에게 전해주기로 했다.
“하아… 맞아요. 방금 제게 여신께서 말씀을 주셨어요.”
“허, 정말로 우리 앞에서 계시를….”
“성녀님, 혹시 실례가 아니라면 위대하신 창조의 여신께서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건….”
더욱 표정이 굳어진 후작과 에반 베르딘.
소피아는 이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 동안 고민했다. 물론 이번 계시는 자신의 판단을 돕는 것이었기에 꼭 전해줄 필요는 없었지만.
‘흐아아아… 이대로 내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으면, 계속 나를 경계하겠지?’
그건 여러모로 곤란했다.
그녀는 필연적으로 세계 멸망의 계시가 이들과 어떤 연관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말해주기로 결정하고 어렵게 입술을 뗐다.
“솔직히 저는 베르딘 후작님과 에반 베르딘 공자님을 의심했었습니다.”
“예? 어떤 의심을…?”
“혹시 두 분께서 흑마법사들이나 그들이 부리는 사특한 힘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구요.”
“…하하, 설마요.”
“흠흠, 이거 참… 당황스럽군요.”
후작과 에반 베르딘 모두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하지만 소피아의 옆에 앉아서 그들을 마주 보고 있던 크라우젤 대공은 일순간 두 사람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은 것을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
그러나 굳이 티를 내지는 않았고.
…….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는 가운데, 에반 베르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성녀님께서는 왜 그렇게 생각하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다만, 에반 공자께서 계속 흑마법사들과 엮이는 것을 보면서 막연하게 생각해봤을 뿐이어요.”
“으음… 성녀님. 만약 저나 저희 아버지께서 흑마법사 놈들과 연류가 되어 있다면, 어째서 놈들과 그토록 싸우겠습니까.”
에반 베르딘은 절대로 자신들은 흑마법사들과 관계되지 않았다고 말했고, 이 부분은 크라우젤 대공도 조심스럽게 말을 보탰다.
“크흐흠! 이보시오, 성녀. 내 생각에도 베르딘 후작이나 에반이 흑마법사들과 끈이 닿아있을 것 같지는 않아.”
“네. 지금은 저도 그렇게 믿어요.”
“어엉?”
“방금 세르네아님의 계시가 이 내용이었으니까요.”
“뭐, 뭐라고?!”
순간, 세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애써 침착하게 보이던 후작과 에반 베르딘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놀라워하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들은 좀 더 자세히 말해줄 것을 요청했고, 소피아는 작게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말했다.
“세르네아 여신께서, 후작님과 에반 베르딘 공자님은 사특한 자들이 아니니, 안심하라 말씀하셨어요.”
“여, 여신께서 정말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까?”
“네.”
“흐음… 감사하네요. 설마 여신님께서 친히 성녀님의 오해를 풀어주시다니 말입니다.”
“그러게 말이에요.”
“…….”
분명히 여신의 계시는 갈등을 해소시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계시의 내용을 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에는 또다시 미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다소 복잡해 보이는 표정의 베르딘 후작.
또 생각이 깊어진 에반 베르딘 공자.
성녀 소피아는 이 계시를 듣고, 두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허어?”
“…….”
이들 사이에서, 전혀 상황을 파악할 수 없는 크라우젤 대공만이 고개를 갸웃거릴 뿐.
이렇게 이어지던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소피아였다.
“이미 얘기를 들으셔서 알고 있으시겠지만, 제가 베르딘에 방문한 이유는 이번 몬스터 웨이브로 다친 사람들을 돕고 싶어서예요.”
“아… 예. 저희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먼저 제안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아니에요. 저도 이렇게 베르딘을 도울 수 있어서 기쁜걸요.”
확실히 지난 몬스터웨이브로, 베르딘에는 수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했었다.
이미 죽은 사람들이야 어쩔 수 없다만, 살아있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꼭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백방으로 손을 쓰던 중에, 성녀가 찾아와준다고 해서, 이런 측면에서는 솔직히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자, 그러면 어서 환자들을 보러 갈까요?”
“알겠습니다. 제가 안내해드리지요.”
스윽.
마침 말이 나오자 에반 베르딘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다소 긴장감과 어색함이 흘렀던 베르딘과 성녀와의 첫 대면은 무사히(?)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성녀가 소년을 따라간 곳에서.
“이, 이건 대체…?”
그녀는 놀라운 광경을 목도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