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2화(2/213)
이게 어떻게 된 거냐고?
글쎄…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나는 아르바니아로 돌아오기 위해, 중원은 물론이고 새외까지 샅샅이 뒤져서 결국 방법을 찾아냈다.
그것은 바로 서역 밀교(密敎)에 고대로부터 전해지는 비전술법(祕傳術法)이었다.
차원을 뛰어넘어, 존재의 본질(本質)이 발원(發源)된 곳으로 돌려보내는 술법.
모두가 위험하다고 만류했지만, 나는 극구 강행했다.
그래서 마침내 돌아왔다.
꿈에 그리던 원래 세계 ‘아르바니아’로.
문제는….
깨어났는데, 내 몸이 아니었다는 거?
‘미친? 이게 대체 뭐야!’
베르딘 후작가의 3공자 ‘에반 베르딘’.
원래는 평민 어머니와 같이 영주성 밖에서 살다가 불의의 사고로 어미는 죽고, 홀로 남은 어린 것을 후작이 데려와서 정식으로 가문에 입적했다고 한다.
‘내가… 사생아라고???’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눈을 뜬 시점은 소년이 의식을 잃은 채 영주성으로 실려 온 지 사흘째.
‘잠깐! 그러면 내 무공은……?’
나는 황급히 단전에 기운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뭐, 뭐야?! 이거… 진짜냐?’
아주 깨―끗하게!
텅텅 비어있는 단전.
거기에는 진짜 아무것도 없었다.
단 한 줌의 마기도.
‘하… X같네.’
그런데 상황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가만… 저 후작, 분명히 어디서 봤는데?’
이거 생각 날 듯 말 듯….
아! 생각났다.
그는 과거에 내가 황위계승권 싸움을 위해 영입하려 했던 귀족 중에 한 명이었다.
영입 결과는… 유감스럽지만 실패였다.
중앙정치에 엮이기 싫다나 뭐라나.
실제로도 그는 제국을 지키는 ‘파이브 소드’의 일인으로 명망이 높았지만, 정치적으로는 철저하게 중립을 지켰다.
‘그런데 베르딘 후작이 원래 이렇게 젊었나?’
느낌이 뭔가 쌔―했다.
여기서 깨닫게 된 또 다른 문제점.
― 저기… 후작님? 혹시 지금 날짜가…….
― 후작님이라니. 아버지라고 부르거라.
― 네? 아, 예… 아, 아버지?
차갑고 무심하다 알려졌던 베르딘 후작이 서툴지만, 은근히 다정하고 잘 챙겨준다는….
아씨, 이게 아니라!
― 흠흠, 오늘은 3월 16일이다.
― 연도는요?
― …연도?
그는 ‘왜 이런 걸 묻지?’라는 표정이었지만, 어쨌든 대답해줬다.
제국력 711년이라고.
‘이, 이건 내가 10살 때잖아?!’
그렇다.
여기는 과거였던 것이다.
‘하… 하하…….’
이쯤 되니, 그저 헛웃음만 나왔다.
차원이동 했는데, 내 몸이 아닌 다른 몸.
그간 쌓아놓은 내공도 다 날아갔네?
심지어 돌아온 시점은 과거라고…….
진짜 개판이다.
나는 이 상태로 3개월째 살아오고 있었다.
.
.
.
“에반? 괜찮은 게냐?”
“예? 아…….”
후작의 나지막한 중저음이 잠깐 상념에 잠겨있었던 나를 일깨웠다.
옆에서는 기사단장 하버가 똥 마려운 강아지마냥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 저기… 에반 공자님? 혹시 어딘가 다치신 곳이라도…?”
오호라, 그래….
본인도 아까 좀 빡셌던 걸 알긴 아나 보지?
그가 쩔쩔매는 모양새를 보니 괜히 심술이 생겼다.
“크윽! 사실 아까 허리를…….”
“예?!”
화들짝 놀라는 하버.
옆에서는 후작이 살기등등하게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고오오오―
“…하버?”
“죄, 죄송합니다! 빠, 빨리 의원을 부르겠습니다!”
커다란 덩치가 어찌할 줄 모르고 허둥대는 모습은 퍽 재밌는 광경이었다.
“크크큭… 푸하하핫!”
“…으음?”
결국 내가 웃음을 못 참고 빵 터지자, 어리둥절한 하버가 눈을 꿈뻑거렸다.
장난인 것을 눈치챈 후작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피식 웃었다.
“녀석, 란돌프 경을 놀려서야 되겠느냐?”
“예에? 에반 공자님! 너무 하십니다! 소신의 충정을 이렇게 갖고 노시다니요!”
뒤늦게 눈치채고 툴툴거리는 하버는 어찌 보면 귀엽기까지 했다.
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족을 붙이자면, 내 취향은 지극히 건전하고 평범하니 괜한 오해 말도록.
아무튼, 정말 좋은 사람들이다.
반면에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고.
스윽.
어딘가에서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
그랬더니 저택 3층에서 작은 창문을 통해 연무장을 내려다보고 있던 후작부인 ‘클라나 베르딘’과 눈을 마주쳤다.
진보라색 머리카락에 뾰족하게 올라간 눈꼬리.
불쾌감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샛노란 눈동자.
딱 봐도 성질 드럽게 생겼다.
“…흥!”
홱―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렸다.
어지간히 나를 못마땅해하는 눈치였는데,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계모의 시기질투 따위는 황궁의 암투나 정마대전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鳥足之血)이었으니.
“아버지, 소자는 이제 물러가겠습니다.”
30분 뒤에 교양수업이 준비되어 있었다.
“흠흠! 그래… 가르치는 선생들이 네 칭찬을 제법 많이 하더구나.”
괜히 헛기침을 하는 것이, 말하면서 본인도 굉장히 어색해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후작은 지난 10년간 굉장히 차갑고 무심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이런 식의 칭찬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고….
― 와하하핫! 하지만 에반 공자님께서 오시고 나서는, 완전히 달라지셨지요! 본인도 괜히 부끄러우신지 티는 안 내려고 하시지만, 공자님께 정말 신경을 많이 써주고 계십니다.
언젠가 하버가 살짝 귀띔해줬던 얘기였다.
자신은 주군의 이런 변화가 너무 좋다고.
“암요! 저도 검술을 가르치지만, 3공자님의 재능은 매번 놀라울 따름입니다!”
후작의 칭찬 타이밍에 맞춰서 불쑥 끼어든 하버.
하지만 그냥 말뿐인 게 아니라, 그도 진심이었다.
뭐,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배우고 있는 제국 기본검술은 3황자일 때 이미 마스터한 상태였으니까.
게다가 겉모습은 이래도, 속은 십만마도(十萬魔道)의 정점에 선 ‘천마’였다.
만마(萬魔) 위에 군림하는, 하늘이 내린 마(魔).
“에반 공자님은 검술의 천재가… 아니, 만재가 틀림없습니다!”
“아하하…….”
이쯤 되니, 나는 하버와의 검술훈련 때는 실력을 좀 조절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 몸의 원래 주인은 평민으로 자라온 사생아니까.
“흠흠! 검술만 잘하는 게 아니다. 에반은 행정, 교양, 승마, 제국역사 그밖에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으니.”
다행히 후작이 딱히 의심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은근히 만족스러워하는 모습.
그러자 하버가 더욱 신나서 떠들었다.
“물론입니다! 게다가 하녀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에반 공자님은 얼굴까지 천재라고 합니다!”
“…후후. 당연한 것을.”
급기야 후작은 소리 내어 웃기까지.
으으, 그만 좀 하라고!
“하하… 과찬이십니다. 소자,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겸손하기까지 하다니, 완벽하구나.”
…에휴, 이젠 모르겠다.
말해 봤자 내 입만 아프지.
“그러면 소자, 이제 정말로 가보겠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인사에 묘한 위화감이 있었다.
“그래. 너무 뛰어난 것도 좋지만… 쉬엄쉬엄 적당히 하도록 해라.”
“……예?”
적당히 하라고? 이건 또 무슨 말이지?
하지만 이제는 정말 가야 할 시간이어서, 나는 예를 갖추고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 * *
“크~ 개운하다!”
뜨거운 물에 몸을 풀고 멀끔한 복장으로 갈아입자, 곧 교양을 가르쳐 줄 선생이 왔다.
“어서 오시지요, 뮐러 부인. 오늘도 먼 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후훗, 아닙니다. 그나저나…….”
묘하게 말꼬리를 흐리는 그녀.
날카로운 시선으로 나를 요모조모 뜯어본다.
이후에 나온 말은…?
“역시, 오늘도 에반 공자님의 얼굴은 훌륭하군요.”
“하… 하하… 감사합니다…….”
뮐러 부인.
베르딘 후작령과 인접한 뮐러 자작령의 안주인이다.
후작의 부탁으로 우리 영주성까지 와서 내 교양수업을 맡아주고 있다.
참고로 어마어마한 외모지상주의.
“사실 에반 공자님 같이 타고난 분은 이런 수업을 굳이 따로 들을 필요가 없긴 해요. 왜냐하면 교양의 완성은 얼굴이니까요.”
“아… 네…….”
여기서 내가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그녀는 정말이지, 후작이나 하버만큼 나를 곤란하게 하는 사람이다.
“실제로도 에반 공자님의 귀족으로서의 소양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답니다.”
“…과찬이십니다.”
그녀는 내 기품이 마치 처음부터 귀족으로 타고난 것 같다고 얘기했다.
뜨끔.
‘이런… 너무 잘해버렸나?’
나는 괜히 이상한 의심을 받을까 봐 순간 쫄렸지만, 다행히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호호호! 공자님을 보면 볼수록, 역시 교양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답니다.”
“아하하… 오늘은 무엇을 배우게 됩니까?”
내가 어색하게 웃으며 슬쩍 주제를 돌리자, 뮐러 부인이 빙긋 웃으며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마도구로 촬영한 몇 장의 인물사진.
“오늘은 이분들에 대해서 간략하게 배우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그런데 사진 속 인물들은 이미 내게 낯익은 사람들이었다.
“황족…분들이로군요.”
복잡한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하지만 티 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덤덤하게 말했다.
“어멋? 정확해요! 혹시 벌써 다 알고 계시나요?”
“아니요. 자세히는 모릅니다.”
모를 리가.
내가 저 중의 한 명이었는데.
…….
착잡한 시선이 여덟 명 중 금발의 곱슬머리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소년에게 꽂혔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에반 베르딘’의 얼굴이 차갑고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의 조각 같은 얼굴이었다면, 저 소년은 맑고 순수하면서도 부드럽고 온화해 보이는 미소년이었다.
저 소년이 바로 과거의 나.
3황자 ‘알렌.J.아스론’이다.
‘이거야, 원….’
진짜 환장하겠다.
다른 사람의 몸을 쓰고 내 사진을 보게 될 줄이야.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써봤지만, 가슴 한편을 꽉 메우는 착잡함은 어쩔 수가 없었다.
스윽.
이어서 시선이 닿은 곳은 황제의 사진.
심중 깊은 곳에서부터 살심(殺心)이 꿈틀거렸다.
X새끼.
사지를 토막 내서 쳐 죽여야 할 놈…!
몇 번을 되짚어봐도, 황제는 그날 내가 당했던 흑마법과 연관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황궁으로 달려가서 족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불가능했다.
“어머어머, 평소와는 다르게 좀 긴장하셨네요? 역시 황족분들이 다들 너무 잘생기셔서 위기감이 든 걸까요?”
“어… 네… 뭐…….”
그래.
일단 그렇다고 하자.
뮐러 부인은 사진을 짚어가며 수업을 시작했다.
황제인 바르칸.K.아스론.
그리고 황후와 두 명의 황비.
슬하의 3남 2녀.
부인은 뭐라 뭐라 열심히 떠들면서 설명했는데, 정작 마음이 콩밭에 있는 내게는 하나도 안 들렸다.
‘끙, 일단 과거의 나를 만나긴 해야 하는데…….’
이 몸으로 눈을 뜨고 나서 3개월째 하고 있는 고민이었다.
내가 어째서 원래의 몸이 아니라 후작가의 사생아로 눈을 떴는지, 그리고 왜 과거로 오게 되었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과거의 나를 만나서 같이 있다 보면, 뭔가 단서가 생기지 않을까?
‘그리고 과거의 나와 가까워지면 황제, 그 뒤가 구린 작자에 대해서도 알아보기 좋겠지.’
하지만 3황자를 만나러 갈 길은 요원하기만 했다.
하물며 함께 있을 만한 구실은 더욱더.
그렇다면 지금 당장은 뭘 해야 할까?
내게는 ‘힘’이 필요했다.
‘약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이것은 인생을 구르고 또 구르면서 체득한 만고불변의 진리였다.
그래서 에반 베르딘으로 눈을 뜬 이후부터, 매일 밤 은밀하게 수련을 이어가고 있었다.
체력단련도, 천마신공(天魔神功)도….
뜻밖에 얻게 된 ‘그 힘’에 대해서도.
내 수련은 오늘 밤에도 어김없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