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01)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201화(201/213)
“그래, 베하마그 산맥에서 잠자고 있던 블랙드래곤을 만났다고?”
“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허허… 그 험하고도 거친 산맥에서 드래곤 레어를 찾아낸 것도 놀라운데, 흑마법사의 음모를 막아내기까지 하다니.”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허허허허!”
마탑주는 본인이 ‘드래곤 하프블러드’ 용인(龍人)이라서 그런지, 드래곤을 만났다는 얘기에 강한 호기심을 보였다.
“베르딘 지부장에게 듣자 하니, 자네는 베하마그 산맥으로 무언가 알아보러 간다고 하면서 검은 방벽의 방어태세를 최상으로 격상시켜놨다지?”
“흠흠, 물론 아무것도 모르고 갔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만.”
“역시 처음부터 그곳에 블랙드래곤이 잠들어 있다는 것을 알고 찾아간 게로구먼.”
“하지만 거기에서 설마 흑마법사들을 만날 줄은 정말로 몰랐습니다.”
“허허… 그자들은 참 어디 빠지지 않는 곳이 없구먼.”
생각해보니, 마탑주는 흑마법사들에게 소소한 빚이 있었다. 제국 남부의 고대마도 유적을 발굴하려고 할 때, 놈들이 방해했었으니 말이다.
다행히 내가 쓸만한 아티팩트들은 대부분 쓸어왔고, 마탑주가 그토록 원했던 물건은 찾아주긴 했지만.
“그때의 빚은 이 늙은이가 이 땅을 떠나기 전에 반드시 갚아주고 갈 요량이네. 헌데, 깨어난 블랙드래곤… 벨리아크레니에게서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심상세계에 들어가서 정신을 일깨워줬습니다. 다행히 봉인검에 깃든 프라가라흐가 그 드래곤과 아는 사이여서 좀 더 수월했습니다.”
“허어- 그러고 난 다음에는?”
“대화를 했죠. 나중에 다시 오라길래, 한번 다녀왔습니다.”
“지금, 드래곤과 대화를 하고 왔다고 왔다는 겐가?”
“예.”
눈이 휘둥그레진 마탑주.
휴마 멀린은 내가 드래곤과 대화를 하고 왔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워했다. 그런데 이어지는 얘기로는 더욱 놀라운 것도 있었으니.
“제가 곧 헤브론 아카데미에 입학할 거라고 말하니까, 관심을 보이더군요. 자기도 들어가겠다고.”
벌떡!
“그, 그게 사실인가?!”
얘기를 듣자마자, 마탑주는 펄쩍 뛰면서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굳이 아니라고 할 것도 없어서 고개를 끄덕였는데, 이 얘기가 헤브론 아카데미에 새로운 파란을 가져오게 될 줄은…
이때까지는 전혀 몰랐다.
* * *
마탑을 다녀온 뒤.
나는 이제 명실공히 제국 십대 상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플뤼드 상단을 방문했다.
“플뤼드.”
“에반 공자님! 오랜만에 오셨군요.”
“그래. 몬스터 웨이브 때는 흔쾌히 협조해 줘서 정말 고마웠다.”
“하하하! 아닙니다. 에반 공자님이 말씀하시는데, 감히 따르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전쟁을 하려면 사람도 있어야 하지만, 자금은 필수 불가결하다. 아마 이번 몬스터 웨이브 때 플뤼드 상단이 가진 돈과 재화를 아낌없이 쏟아붓지 않았다면, 벌써 베르딘은 쑥대밭이 되고도 남았을 거다.
“어차피 저희 상단본부도 베르딘에 있으니, 검은 방벽이 뚫렸으면 폭삭 망했겠지요.”
“후후, 그렇게 되는 건가?”
“그럼요. 당연합니다. 저는 오히려 저희 상단이 총명하시고 영특하시며 그 지혜가 천리안처럼 미래를 꿰뚫어 보시는 에반 공자님께 큰 빚을 졌다고 생각합니다.”
움찔.
“흠흠… 뭐, 그렇게 생각해준다면야 고맙군.”
미래를 꿰뚫어 본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좀 찔리긴 했다. 타고난 상재(商材)답게 촉이 남다르니, 항상 방심할 수 없는 녀석이다.
“그래서, 현재 플뤼드 상단은 상황이 어떤가?”
“뭐… 지출이 크긴 컸습니다. 재고로 가지고 있는 몬스터 사체 방어구와 무기들을 절반 이상 소모했고, 마도공학 병기들과 마법사들에게 내어주느라 마나석도 대부분 소진했지요.”
“대부분이라면 얼마나?”
“비축분의 9할은 될 겁니다.”
“하, 정말로 거의 다 소진해버린 거나 마찬가지로군.”
“그밖에 거래를 위해서 준비해놨던 식량이나 잡화들도 대거 소진했습니다만….”
어떤 일이든 명암(明暗)이있는 법이니.
이번 전투를 치르면서, 잃은 것만 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번에 어마어마한 물량의 몬스터 사체들을 획득하지 않았습니까. 거기에는 제법 희귀한 몬스터들도 많이 있어서, 그것들을 정화하고 가공하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손실을 메우고도 남을 것 같습니다.”
“그래? 전투에서 우리를 도와줬던 지원세력들에게 분배해줘야 할 물량이 결코 적지 않을 텐데?”
이번 몬스터 웨이브 때 베르딘을 도와줬던 세력들은 크게 네 군데가 있었다. 2황비궁, 크라우젤 대공가, 루크 공작가, 그리고 마탑.
나는 그들에게 상당한 비율로 몬스터 사체들을 분배해주기로 했다. 전부 다 꿀꺽하고 싶긴 했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탈 날 수가 있으니까.
그리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은혜는 호의로 갚는 것이 내 지론이다.
“오오… 영지가 이렇게나 엄청난 재해, 재난 상황을 겪은 와중에도 도움을 준 이들을 챙기시다니! 역시 에반 공자님께서는 그릇이 남다르십니다!”
눈빛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오만 호들갑을 다 떠는 플뤼드.
내 면전에 대놓고 금칠을 해대는 녀석을 보며, 새삼 나는 이 녀석이 또다시 ‘미친상인’으로 불리고 있다는 것을 상기했다.
이전의 생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에반 베르딘 공자’에게 ‘미친상인’이라는 것 같다.
이게 웬 운명의 장난인지….
아무튼 나는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플뤼드의 찬양을 딱 잘라서 끊고, 재차 물었다.
“장기적으로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려면 이렇게 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그보다 아까 내가 한 질문의 대답은?”
“그건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론 지원세력들에게 나눠줘야 할 물량이 많긴 하죠. 그래도 그것을 감안해도 장기적으로는 손실보다는 수익입니다.”
“그래? 그 정도인가?”
다행이긴 한데, 아직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이런 내게, 플뤼드가 씨익 웃어 보이며 말했다.
“에반 공자님. 이번 웨이브로 확보된 몬스터 사체가 몇 구인지 아십니까?”
“몇 구인데?”
“무려 3만구입니다, 3만구.”
“사, 삼 만이라고?!”
“예. 3년 치 물량을 한꺼번에 확보한 셈이지요.”
여기에서 지원세력에게 분배할 물량이 1만 정도.
그래도 남은 물량이 2년 동안 몬스터 토벌을 안 해도 될 정도였으니, 확실히 플뤼드가 자신만만해 할 만도 했다.
“이 정도면 너무 많은 물량이 풀려서 가격이 하락하지는 않을까 우려해야 할 정도로군.”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정화해서 가공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 그 핑계로 속도를 조절할 생각입니다.”
척하면 척.
역시 플뤼드다.
이정도면 당분간은 굳이 내가 개입하지 않더라도 걱정 없을 것 같았다.
“소식은 들었겠지?”
“헤브론 아카데미에 가시겠다고 하신 것 말씀이라면, 당연합니다. 벌써 손을 써서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준비? 무슨 준비?”
“하하하! 그냥 아카데미 측에서 감히 우리 에반 공자님께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손을 좀 써뒀습니다.”
“…?”
뭔진 모르겠지만, 생글생글 웃는 저 미소가 불안했다.
청적안의 오드아이에서는 기묘한 광기(狂氣)가 번뜩이는 것 같기도 했는데.
“후우- 뭔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별것 아니니,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신경 쓰지 말라는데, 이 말이 더 신경 쓰이는 이유는 뭘까?
하지만 굳이 가르쳐줄 생각도 없어보이고 플뤼드가 하는 일인데 내게 나쁜 일은 아니겠거니 하는 생각에, 나는 본론으로 넘어갔다.
“아마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나면, 이전처럼 상단 일에 신경 쓰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맡겨주십시오. 절대로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래. 정기보고는 한 달에 한 번 하는 것으로 하고, 급히 의논할 일이 있으면 수정구로 연락하도록.”
“알겠습니다.”
나는 여기까지 대화를 마치고, 플뤼드 상단을 나섰다.
내가 간 곳은 광장 뒤쪽 골목의, 작지만 이제는 베르딘을 찾는 관광객들이 꼭 거쳐 가는 유명 공방 ‘길버튼’으로 향했다.
* * *
“오셨습니까?”
“그래. 보고할 내용은?”
“일단 에반 공자님의 헤브론 아카데미 입학에 대한, 황실과 귀족들의 반응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공방 2층 주인장의 작업실에서, 나는 부드러워 보이는 실눈 청년에게 정보보고를 받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사람 좋아 보이는 시골청년 같았지만, 누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가 제국의 전설적인 암살자 길드 ‘나이트 워커’의 수장이라는 것을.
“일단 백작급 이상의 고위 귀족들에게서는 특별한 반응이 없습니다. 하지만 자작급 이하의 귀족들이 주제도 모르고, 에반 공자님의 출신을 거론하며 씹어대고 있더군요.”
“후후, 백작급 이상 되는 놈들이 아랫것들을 시켰겠군.”
“역시 정확하시군요.”
뭐,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아마 말로만 씨부리는 데서 끝나지 않을 테지.
“놈들은 아마도 아카데미 입학시험에서 뭔가 수를 쓸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리석게도 말입니다.”
“재밌겠군.”
수를 쓰는 것도 어느 정도 상대를 봐가면서 해야지.
이미 이번 몬스터 웨이브를 통해서 무위가 오러마스터에 이른 것이 온 천하에 드러났는데, 무슨 짓을 어떻게 해서 방해하겠다는 것인지.
“너무 식상한 방법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궁금하네요.”
이어지는 보고는 헤브론 아카데미 내부의 반응이었다.
“일단 교관들 중에서도 이미 1황자와 2황자의 라인을 탄 자들이 있습니다. 이들 같은 경우에는 벌써부터 에반 공자님에 대해서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헤브론 학장이 아카데미 내에서 정치적인 중립을 철저히 지키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대놓고 입장을 표명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학생들은?”
“마찬가지의 상황인데, 몇몇 중앙정계와 연결된 가문의 영식이나 영애들을 제외하면,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1황자나 2황자는 3황자의 입학과 연관지어서 벌써부터 경계하는 듯하군요.”
“뭐, 그렇겠지.”
다 예상범위 내였다.
하지만 내가 진짜로 궁금한 것은 지금부터였다.
“헤브론과 관련된 흑마법사들의 동향은?”
“음… 일단 에반 공자님께서 예측하셨던 것처럼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만….”
“구체적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웠다?”
“…송구합니다. 저희들도 이렇게까지 놈들의 흔적을 잡아내는 것이 어려울 줄은 몰랐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놈들에 대한 정보는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얻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바트란은 어느새 입가의 미소가 사라져 있었고, 인상 좋아 보이는 실눈 사이로는 미간에 주름이 잡혀 있었다.
아무래도 면이 서지 않겠지.
“개의치 말도록. 어둠 속에서 수천 년 동안 존속되어온 자들인데, 허술하지 않은 것이 당연한 일이다.”
“…알겠습니다.”
보고가 끝난 뒤, 나는 바트란과 앞으로 어떻게 접선할 것인지에 대해서 얘기했다.
그는 나이트 워커들을 내 주변에 적절히 심어놓을 테니, 언제든지 수정구로 연락 달라고 했다.
이렇게 영지에서의 일들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었고…
며칠 뒤.
나는 입학 시험을 위해서 수도 있는 헤브론 아카데미로 길을 떠났다.
이제는 새로운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