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07)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207화(207/213)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 207화
***
당장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낡은 숙소방에서, 나는 브랜 람테와 마주 보고 앉았다.
내 눈도 제대로 마주 보지 못하는 소년은 이리저리 계속 눈알을 굴려대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하아- 누가 사주했나?”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사, 사, 사주라니?”
“말 그대로다. 누가 사주했냐고.”
“그, 그런 거 아니야! 나, 나는 정말로 시계를 잃어버려서 찾으러 간 것뿐이라고!”
벌떡.
온몸을 사시나무 떨 듯하고 있는 브랜은 극구 부정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방 밖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스릉!
처억.
“히, 히이익?!”
일순간 검을 뽑아서 서슬 퍼런 칼날을 사뿐히 목 옆에 얹어두자, 안 그래도 잔뜩 겁에 질려있던 브랜의 얼굴은 아예 파랗게 질려버렸다.
“하! 시계를 찾으러 갔다고? 그런데 거기에서 우연히 흉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처음에 이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브랜 람테는 수상한 점이 많았다.
일단은 이 방의 꼬라지를 처음 봤는데도 비교적 태연했던 반응이 그랬고, 우리가 내려간 시각은 3층에 있는 편의시설들의 운영이 종료됐을 시각이었다. 당연히 문도 잠겨 있었을 텐데, 브랜 람테가 데려간 곳은 문이 열려 있었다.
“네놈이 이번 일에 개입되어 있지 않다면, 도대체 어떻게 그 창고만 문이 열려 있다는 것을 알고 데려간 거지?”
“나, 나는 문이 잠겨 있는 줄 모르고 간 건데….”
“그러면 흉수들이 나타났을 때 네놈이 했던 행동은 어떻게 변명할 셈인지 궁금하군.”
“…어?”
“아까 너는 놀라서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아무도 방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문을 닫고 잠갔다.”
“그, 그건…!”
어디서 되도 않는 변명을 지껄이다니.
나는 다시 한번 서슬 퍼런 목소리로 물었다.
“말로 할 때 순순히 대답하는 게 좋을 거다. 방금 일은 누가 사주한 거냐?”
주륵…….
목을 겨누고 있던 새하얀 봉인검의 칼날이 살갗에 살짝 놓이자, 슬쩍 베인 피부의 틈새에서 한줄기 핏줄기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브랜 람테는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어서, 두려움에 가득 찬 눈동자로 나를 담았다.
“으, 으으…! 우, 웃기지 마! 내게 포, 폭력을 쓰면 너는 입학시험을 치르지 못하게 될 거라고!”
히죽.
“폭력 많고도 방법은 많은데.”
“뭐, 뭐라고…?”
츠즈즈즛-
당황하는 이 거짓말쟁이 소년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나는 천마신공을 운용했다. 그러자 어느새 검푸른색 눈동자가 새까만 마기가 일렁거리며 차올라서 검게 물들었고, 천마안(天魔眼)을 뜨는 것과 동시에 섭혼술(攝魂術)을 사용했다.
상대방에게 마기를 주입해서 최면상태에 걸리도록 만드는 술법.
“…뭐지? 갑자기 왜 이렇게 졸리는…….”
점점 혼탁해져 가는 브랜 람테의 눈빛.
거기에는 처음에 가득 차 있던 두려움과 공포도 없어져 있었다. 그냥 초점 없이 허공을 바라보는 것이, 아무런 생각도 없어 보였다.
이제 조금만 더 하면 완전히 정신을 장악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웅- 웅- 웅-
‘이건 또 뭐야?’
갑자기 브랜 람테의 뇌에서 천마기에 저항하는 어떤 힘을 느꼈다.
극히 미미하긴 하지만, 천마기가 의식을 장악하려 할수록 브랜 람테의 뇌를 손상시키려고 하는 미지의 마나.
이놈을 사주한 자들이 정보를 불 수 없도록 가해놓은 금제였다.
츠즈즈즛-
“으… 으으윽! 머, 머리가 아파…!”
털썩.
두통이 심한지, 미간에 손을 얹은 채 자리에 주저앉은 소년.
이 이상 섭혼술을 진행하면 대상자가 죽어버릴 수도 있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이놈이 죽은 사건에 대한 용의자가 되면서 입학 자격부터가 박탈되겠지.
어쩌면 이것도 노림수에 포함되어 있을 수 있었다.
이걸 어떻게 한다…?
고민을 좀 했는데, 이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츠즈즈즈…….
섭혼술을 중단하자, 혼탁해져 있던 브랜의 눈동자에 초점이 잡히면서 원래대로 되돌아왔다.
“…으윽, 머리야… 내가 지금 뭘…?”
정신을 차린 소년은 머리를 감싸 쥐고 두통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좀 전까지의 기억이 안 나는지 연신 혼란스러워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침대에 몸을 뉘었다.
“신경 쓸 거 없고, 일단 목숨은 부지했구나.”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서, 설마… 나한테 뭔가 한 거야?!”
“잠이나 자라.”
“…….”
계속 얘기하고 있자니 짜증이 난다.
딱 잘라서 선을 긋자, 더 이상 브랜도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며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은 느껴졌다.
그래봤자 저놈이 딱히 내게 뭘 할 수 있는 건 없겠지만, 괜히 한숨이 새어 나왔다.
‘에휴, 입학시험부터 이게 뭔 난리냐?’
예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피곤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침구류에서 곰팡이라도 가득 피어있는 것처럼 불쾌하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 * *
다음날.
오전부터 전 학부 공통 부문에 대한 필기시험이 진행됐다.
그런데 응시생들 출석을 확인하는 중에 브랜 람테가 입학 지원을 포기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 이렇게 일을 벌여놓고 도망간다고?’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나는 1교시 시험이 끝나는 대로, 통신용 수정구를 통해 바트란에게 연락했다.
[에반 공자님. 무슨 일이신지요?]“누군가가 ‘브랜 람테’라는 입학 지원자를 통해서 나를 죽이려고 수작을 부렸다.”
[아하. 흑마법사들입니까?]“아직 배후가 누군지는 모르겠다.”
물론 거기도 후보군에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번 사건의 배후는 다른 세력이었다.
아마도 1황자 키르젠.
“마침 그 영식이 오늘 아침에 입학시험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갔다는군.”
[음… 알겠습니다. 저희가 잡아서 배후를 캐보도록 하지요.]“그래. 나는 이제 곧 쉬는 시간이 끝나니, 이만 가보도록 하겠다.”
[예.]핏-
대화는 여기까지였고, 나는 다음 시험을 치러 시험장 안으로 되돌아갔다.
* * *
입학 필기시험에는 여러 가지 과목들이 있었는데, 물어보는 내용들이 단순 ‘암기’에 해당되는 부분은 아니었다.
가령 정치 과목의 문제도 ‘00지역에 00이라는 문제가 있어서, ㅁㅁ라는 법을 시행해서 해결해보려고 한다. 이럴 경우에 예상되는 문제점과 당신이 제시할 보완책은?’ 이런 식이었다.
아무래도 달달달 외우는 단순 암기식으로 가면 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평민들 같은 경우에는 무조건 불리할 수밖에 없으니까, 이런 식의 문제방식을 택한 것 같다.
‘이전 생에서 입학시험 문제를 미리 공부해두지 않았으면 꽤나 애먹었겠지.’
아무튼.
덕분에 필기시험은 수월하게 볼 수 있었다.
내 주변에 있는 다른 지원자들은 다들 어렵다고 난리였지만.
“흐아아… 망했다.”
“왜?”
“시간 배분을 잘못해서 뒤에 있는 문제들을 네 문제나 못 풀었다구.”
어제와 마찬가지로 근사한 연회장에서 저녁을 먹는데, 내 앞에 죽상이 되어서 늘어져 있는 이놈은 트리스탄 리에트.
동부의 대귀족인 리에트 공작가의 차남으로, 친해지기 전에는 이렇게 찡찡대는 성격인 줄은 몰랐다.
토닥토닥.
“괜찮아! 다른 애들도 다 망하지 않았을까?”
“그, 그래도… 리에트 공자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다 똑같이 어렵지 않았을까요?”
왠지 모르게 자연스럽게 우리와 합석하고 있는 특례생 알렌과 소피아.
나머지 한 명인 하이엘프 ‘예니프 위그드란’은 어제 얘기했던 것처럼 나와 가까이 지내기 싫다고 다른 곳으로 갔는데, 어쨌든 시험도 안 보는 특례생들이 위로해줘봤자 리에트에게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헤헷, 정 안 되면 1년 뒤에 우리 후배로 들어오면 되지!”
“헐… 알렌 전하! 너무 하십니다!”
급기야 해맑게 웃고 있는 알렌을 보니, 더욱 열 받을 만도 했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아마 가장 신경 쓰였던 것은 나나 아인세라가 아닌가 싶었다.
“에반, 너는 마나 술산 문제 3번 어떻게 풀었어?”
“그게 뭐였는데?”
“동그라미, 세모, 네모 나와서 패턴 바꿔보라고 한 문제 있잖아.”
“아, 그거는 가로로 3, 세로로 4번째 있는 세모를 바로 위쪽에 있는 동그라미와 바꾸면 된다.”
“오올… 그러면 수열 찾는 문제는?”
“37465가 정확히 옆에 있는 13개 숫자 간격으로 반복된다.”
남들이 어렵다고 이구동성이었던 난제들을 척척 얘기하고 있었으니, 해당 문제를 못 풀었던 입장에서는 심란하겠지.
아무튼 이렇게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데, 교직원으로 보이는 누군가 내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에반 베르딘 공자 맞으시죠?”
“네.”
“간밤에 있었던 일 때문에 잠시 오셔야겠습니다.”
“흐음, 알겠습니다.”
뭐 때문인가 했는데, 드디어 올 것이 왔나 보다.
나는 잠시 다녀온다고 하고서, 이 교직원을 따라갔다.
* * *
그 시각.
덜그럭- 덜그럭-
사달을 일으켰던 브랜 람테는 고향인 람테 남작령으로 향하고 있었다.
중부와 동부 사이에 거의 걸쳐 있는 작은 영지였는데, 워프게이트를 사용하기에는 돈이 많이 들어서 마차로 이동하고 있었는데.
덜덜덜…
‘빨리… 빨리 집에 가야 해!’
마차 안의 소년은 잔뜩 겁을 집어먹은 채 웅크려 떨고 있었다.
애초에 이런 위험한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제국의 높은 분이 부모님께 거액의 보상금을 제시하면서, 이번 일을 부탁해왔다.
흉수를 준비해놓을 테니, 자신을 통해서 에반 베르딘을 꾀어 와달라고.
‘걔는… 에반 베르딘 공자는 절대로 이렇게 물러나지 않을 거야.’
아직도 브랜 람테는 전날 밤에 창고방에서 있었던 일만 떠올리면 가슴이 마구 쿵쾅거렸다.
은은하게 새어 들어오는 달빛 아래,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흉수들을 죽여나가던 에반 베르딘.
그 모습을 보며, 브랜 람테는 소름 끼치도록 전율을 느꼈다.
‘아, 아버지한테 얘기해서… 원래 이 일을 부탁했던 높은 분께 우리를 지켜달라고 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무슨 일은 벌어진 후였다.
콰앙!!!
“히히히힝-!”
“으어엇?!”
갑자기 별안간 앞쪽에서 폭음 소리가 들리더니, 놀란 말이 날뛰었다. 그 바람에 마부는 튕겨 날아가서 쓰러졌고, 마차도 길가의 나무에 부딪혀서 부서지고 멈추게 되었다.
“으으윽…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람…?”
간신히 엎어진 마차에서 기어 나와서 몸을 일으킨 브랜.
그런데 소년의 앞에 보이는 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광경이었다.
“…설마 우리 말고도 손님들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크크큭,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놀랍게도 지금 이 자리에는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각각 검은색 복면을 쓰고 있는 자들과 붉은색 복면을 쓰고 있는 자들이 몰려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