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10)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210화(210/213)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 210화
* * *
“오늘 진행할 오러의 측정은 여기에 있는 마도구를 사용할 겁니다.”
“하아… 오러라니….”
“혹시 나는 아예 소질이 없으면 어쩌지?”
웅성웅성-
지금 아카데미 입학 지원자들 앞에는 체내의 오러를 측정하는 수박만 한 크기의 수정구슬들이 놓여 있었다.
하지만 사실 여기 있는 대부분의 입학지원자들은 오러유저가 아니다. 물론 나를 비롯한 몇몇은 이미 오러유저이긴 하지만 이건 극히 드문 케이스고, 대부분은 오러를 아직 일으킬 수 없는 수준.
그렇기 때문에 이건 실제적으로는 향후 오러를 얼마만큼 잘 다룰 수 있을지에 대한 테스트였다.
“자! 지금부터 호명하는 인원들은 앞에 있는 10개의 수정구에 순서대로 섭니다. 폴른, 에이트, 제인 로웬….”
스윽.
수정구 앞에 선 아이들은 바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각자 양손을 수정구 위에 올려놓은 채 시험감독관의 진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첫 순서라서 그런 걸까.
괜히 지켜보는 아이들도 덩달아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부터 오러 측정을 시작할 텐데, 앞에 있는 아티팩트를 가동시키면 여기에서 나오는 미세한 마나가 여러분들 몸 안으로 흘러 들어가게 될 겁니다.”
시험감독관은 워낙 적은 양의 마나가 흘러 들어가는 것이기에 문제 될 것은 전혀 없다고 했지만, 혹시나 고통이 느껴진다든지 등등 몸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즉시 손을 떼라고 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탁.
키이이잉-
오러를 측정하는 수정구들은 감독관들이 레버를 내리자마자, 기묘한 공명음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희미한 빛을 냈는데, 각각 색깔이 달랐다.
“돼, 됐다…!”
“아… 이, 이럴 리가….”
결과에 따라서 아이들의 표정에는 희비가 엇갈렸다.
그렇게 오러 측정 테스트는 본격적으로 진행되었고, 개중에는 이미 오러를 발현할 줄 아는 아이들도 드물게 섞여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루체 드란.”
사락-
수수한 갈색 머리카락에 푸른 눈동자의 소녀.
겉으로는 정말 평범 그 자체였는데, 오러 측정 아티팩트가 발동하자 장내의 모든 시선을 순식간에 강탈했다.
키이이이잉!!!
쿠구구구궁-
“엄청난 오러!”
“이, 이게 대체…?!”
고막을 찢을 듯이 귀를 찔러오는 공명음과 함께 터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오러.
아이들은 물론이고, 시험감독관들조차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입학지원자들 중에서 오러 발현이 가능한 인재들은 미리 체크해 둔 터라 더더욱 혼란스러웠는데.
쩌적- 쩌저적-!
“맙소사… 측정기에 금이 간다고?”
“빨리! 빨리 작동 중단시켜!”
급기야 아티팩트가 폭발하기 직전까지 가서, 시험감독관들은 부랴부랴 작동을 멈췄다.
그러자 급속도로 공명음과 뿜어져 나오던 빛이 사그라지면서, 수정구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푸슈우우우-
“휴우, 일단 대형사고만큼은 막았군.”
“그런데 아티팩트가….”
“…젠장, 마법학부 놈들이 엄청나게 떽떽거리겠군.”
모두가 혼비백산해서 우왕좌왕했던 상황 속.
나는 차분하게 이 흥미로운 소녀에 대해 살펴봤다.
일단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수정구가 뿜어내던 빛에 색깔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오호. 예전의 나처럼 오러속성을 감추는 아티팩트를 사용하고 있는 것인가?’
그런데 흘러나오는 오러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묘하게 익숙했다. 그래서 지난 2년 동안의 기억을 샅샅이 뒤져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전혀 모르는 소녀였다.
소녀의 가문이었던 드란 남작가 역시도 마찬가지.
‘바트란에게 좀 알아보라고 시켜야겠군.’
이렇게 생각에 잠겨있는데, 어디선가 노골적인 시선이 느껴져서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랬더니 거기에는 무미건조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루체 드란이 있었다.
탁하고 푸른 눈동자에 담겨있는 감정은 묘한 적개심.
그리고 옅은… 살기?
‘뭐지? 1황자나 2황자가 심어놓은 건가? 그것도 아니면 흑마법사 놈들?’
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재밌었다.
루체 드란은 그렇게 한동안 나와 눈을 맞추고 서로를 빤히 응시하고 있다가, 시험감독관들을 따라서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후로는 특별히 내 눈에 띄는 아이는 없었고, 이미 시험감독관들에게 데이터가 알려져 있던 나는 굳이 아티팩트를 통한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다.
그저 보여주면 될 뿐.
슈화아아아-
손에 쥔 낡은 목검에 한 줄기 바람이 감겨오더니, 칼날 위로 맑은 하늘빛 막이 덧입혀져 갔다.
호문쿨루스의 특수능력 ‘마나 속성 변환’을 통해 어둠을 바람으로 바꾼 것이었다.
어차피 ‘보는 눈’이 있는 진짜 고수들에게야 눈 가리고 아웅이겠지만, 대외적으로는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
“진짜로 오러소드다!”
“하,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눈앞에서 보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
이날 있었던 일은 순식간에 헤브론 아카데미 전체에 퍼져나갔고, 이렇게 오러 테스트 시험도 지나갔다.
* * *
“야옹~”
헤브론 아카데미의 본관.
총장실에서는 입학시험 중 있었던 일들을 보고 받은 총장이 무릎 위에 올려다 놓은 고양이를 쓰다듬으면서 생각에 잠겨있었다.
“허허… 13살에 오러마스터라. 게다가 전혀 사전에 파악되지 않은 새로운 오러유저라니….”
반달모양 안경 너머로 비치는 날카로운 눈동자는 허공 어딘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책상 위의 보고 서류들을 내려다봤는데, 거기에는 검술학부 외에 다른 학부의 보고서도 있었다.
마법학부에서는 아인세라 루크가 놀랄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고 하고, 이에 훨씬 못 미치기는 하지만 트리스탄 리에트도 또래 나이를 생각하면 놀랄만한 실력을 보여줬다고 했다.
“올해 신입생들은 정말이지, 인재가 많구먼.”
한때 현역 기사로서 전 대륙에 명성을 떨쳤던 헤브론의 총장 ‘발렌 코트너’.
비록 지금은 큰 부상을 입고 일선에서 물러나 책상 앞에나 앉아있는 신세였지만, 그래도 그에게는 아직 수많은 전장을 누비고 헤쳤던 전사로서의 ‘감’이 살아있었다.
‘도대체… 이 헤브론에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가?’
어찌 보면 근거 없는 노파심일지 모르겠지만, 그는 지금 입학하는 이 아이들로 인해서 아카데미에 큰 소란이 일어날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보이지 않게 다가오는 폭풍 속에서…
“야옹~”
무릎 위에 몸을 웅크린 고양이만 울고 있었다.
* * *
오러 측정 테스트가 있던 날 밤.
모든 입학지원자들이 곤히 잠들어있을 야심한 시각에, 몰래 숙소를 빠져나와 있는 소녀가 있었다.
흔하디흔한 갈색 머리카락에 푸른 눈동자.
전혀 특별할 것 없는 외모에, 낮에 모두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줬던 그녀는 ‘루체 드란’.
스윽.
해당 층의 라운지에서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녀가 품속에서 통신용 수정구를 꺼냈다.
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고.
“연결.”
웅… 웅… 웅…
[무슨 일이니, 루체.]곧 옥구슬 굴러가듯 아름다운 여인의 미성이 흘러나왔다.
수정구 안는 가면을 쓴 여인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는데, 그 가면은 하얀색 바탕에 붉은 다이아 문양과 퀸을 상징하는 ‘Q’가 새겨져 있었다.
루체는 뭔가 망설이는 듯 몇 번 입을 오물거리다가, 이내 참았던 숨을 토해내듯 질문했다.
“오늘… 오러 측정 테스트가 있었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에반 베르딘의 시선은 확실히 끌었습니다.”
[그렇구나. 잘했다.]“헌데, 막상 그 아이와 눈을 마주치니…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감정이 끓어오르더군요.”
[당연한 일이란다. 그 소년은 네 살아생전에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을 정도의 원수였을 테니까.]그녀도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하지만 정작 낮에 눈을 마주쳤을 때 느꼈던 감정 중에는 증오와 분노, 원한 같은 것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뭔가 애절하고 그리운…
그 뭐랄까.
단순히 ‘원수’라면 이런 감정이 느껴질까 싶을 정도로 애매한 감정들도 섞여 있던 것이었다.
그래서 되물었다.
“그런가요?”
[…그래.]돌아오는 대답에는 특별할 게 없었지만.
루체 드란은 지금 수정구 너머로 대화하고 있는 여인으로부터 대답이 미묘하게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어차피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나면 앞으로 시간은 많았고, 궁금한 것이 있다면 천천히 알아가면 될 테니까.
“알겠습니다.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러렴. 마나속성 감춰주는 아티팩트는 항상 조심하고.]“네. 그럼 이만….”
핏.
이 말을 끝으로 통신은 끊겼고, 루체 드란은 다시 자신의 방으로 되돌아갔다.
* * *
한편.
헤브론 아카데미에서 진행되고 있는 입학시험의 소식을 전해 들은 1황비는 불같이 화를 냈다.
“아버지!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에반 베르딘, 그 천것을 제거하려던 작전이 실패했다구요?! 게다가 그것이 검술학부 시험 중에 정말로 오러소드를 만들어요?”
하지만 이번만큼은 카니온 후작도 불만이었다.
“…커험! 듣기에 조금 불편한 부분이 있구나. 분명히 소문은 과장되기 마련이라고 했던 것은 네가 아니었느냐.”
“지, 지금 이게 저 때문이라는 거예요?!”
“이번 일에 내가 고용했던 이들은 암흑가에서 제법 이름을 날리는 실력자들이었다. 그들 전원이 오러유저들이고 수준도 익스퍼트 중급 이상은 되지. 만약 그 애송이가 오러마스터가 아니었다면 분명히 죽었을 거다.”
문제는 정말로 소문처럼 에반 베르딘이 오러마스터였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카니온 후작가에서 막대한 거금을 지출했던 의뢰는 수포로 돌아갔고, 카니온은 이번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도대체 그 애송이가 뭐라고, 마탑주 노인네까지 나서서 설치는지 모르겠구나.”
까드득.
“칫, 이대로 있으면 저 꼴 보기 싫은 애송이가 수석으로 입학하게 될지도 몰라요. 어쩌면 3황자에게 수석 입학 자리를 양보할지도 모르구요.”
“후우- 네 말대로, 무슨 수를 쓰기는 써야겠지.”
하지만 이번에 에반 베르딘을 제거하려다가 용의선상에 오른 람테 남작가는 멸문하다시피 하고, 검술학부 피렌츠 선생도 아카데미에서 쫓겨날 판국까지 몰리게 됐다.
피렌츠는 어떻게든 아카데미에서 쫓겨나지는 않도록 손을 써놨는데, 그래도 상황이 이렇게 되는 바람에 아무리 막대한 보상을 약속해준다고 해도 더 이상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아버지께서는 어떻게든 그 애새끼를 헤브론에 입학하지 못하게 만들 방법을 찾아보세요!”
“…알았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카니온 후작은 참 곤란했다.
그런데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그에게, 2황자의 외척인 클리에르 공작이 연통을 넣었다.
이렇게 하면 어떻겠느냐고.
히죽.
“크크큭… 잔머리하고는.”
집무실 책상에 앉아서 제안서를 읽어내려가던 카니온 후작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양피지를 꺼내어 화답하는 서신을 쓰고, 믿을만한 사람을 클리에르 공작에게로 보냈다.
무릇.
모든 상황을 꼭 힘으로만 해결할 필요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