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11)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211화(211/213)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 211화
* * *
네 번째 날부터는 시험감독관과의 대련을 통해서 지원자들의 실력을 평가하는 시간이었다.
“지원자들이 시험감독관들을 이기기에는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감독관들은 여러분들과의 대련에서 실력을 체크할 테니,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보여주면서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 무기를 써도 됩니까?”
“무기는 지원자들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 헤브론에서 별도로 준비한 것을 사용하게 됩니다.”
추가적으로 설명하면 오러의 사용은 금지였고, 시간제한은 따로 없었다. 어차피 몇 합 받아주다가 감독관들이 얼마든지 원하는 시간대에 끝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위에서 한 얘기들이 적용되지 않는 지원자들도 있었으니.
“에반 베르딘, 루체 드란. 두 명은 각자 따로 맡아주실 분이 있으니, 이쪽으로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역시 오러 테스트에서 일반적인 지원자들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 결과를 냈던 나와 루체 드란은 따로 감독관이 배정되었나 보다.
“크크큭, 다들 반갑구나.”
“당신은….”
“나는 하일론 란스라고 한다! 일전에 검술학부 입학지원생들이 다 모였을 때 인사했었는데, 기억하는가?”
“물론입니다.”
다부진 몸매에 근육질의 거구.
짙은 콧수염에 콧등을 횡으로 가로지르는 기다란 칼자국.
부리부리한 눈매까지.
생긴 것부터가 강력해 보이는 그는 무려 검술학부의 학부장이었다.
‘오, 설마 학부장이 직접 나설 줄이야.’
이건 나로서도 뜻밖이었다.
여기에다가 옆에는 검술학부의 다른 선생님들도 두 명이 더 와 있었다.
“아무래도 두 분의 실력이 상당히 출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옆에서 지켜보면서 실력을 평가할 선생님들 몇 분이 함께 왔습니다.”
스윽.
“근래에 명성이 자자한 에반 베르딘 공자의 검술을 직접 보게 되다니… 기대가 큽니다.”
“호호호, 오랜만에 눈이 호강하겠어요.”
한 명은 살짝 마르고 인상이 날카로워 보이는 사내였고, 또 다른 한 명은 아담한 키게 머리를 양갈래로 묶은 것이 귀엽고 발랄해 보이는 여인이었다.
겉으로 보면, 그 무시무시한 헤브론 아카데미 검술학부 선생님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외모였는데.
우우웅―
‘저 여자… 강하군.’
겉모습은 겉모습일 뿐.
조금만 집중해서 상대의 기운을 느껴보면, 은연중에 미세하게 흘러나오고 있는 오러의 밀도가 굉장히 농밀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옆에 있는 남자 선생보다 더 강하지 않을까?
나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옮겼는데, 그 남자 선생과 눈이 딱 마주쳤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눈빛에서 미묘한 적대감이 느껴졌다.
‘뭐지?’
잠깐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귓가에 검술학부 학부장이자 내 시험감독을 맡은 하일론의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그러면 이제 입학시험을 시작해보자고! 처음 순서는 드란 영애부터다!”
“…네.”
“듣자 하니 오러 측정 아티팩트를 부숴 먹은 괴물이라지? 영애는 무기로 뭘 쓰나?”
“…검이에요.”
“그러면 여기 중에서 하나 골라 보게.”
나도 그랬지만, 검술학부 선생들도 루체 드란이 체격에 맞는 검을 고를 고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녀가 거의 자기 키에 육박하는 대검을 들어 올리는 순간, 자리에 있는 모두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붕― 붕―
“음… 저는 이걸로 할게요.”
“크크큭! 오러도 예사롭지 않더니, 이거― 검술도 만만치 않을 것 같군!”
가녀린 팔로 아무렇지도 않게 거대한 대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면서, 하일론의 입가에는 짙은 미소가 떠올랐다.
반짝이는 부리부리한 눈동자.
거기에 담겨 있는 감정은 아까보다 더욱 강해진 호기심.
이는 지켜보는 교관들도 마찬가지였는데, 정작 나는 조금 다른 감정이 들었다.
!!!
‘바, 방금… 내가 뭘 본 거지?’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가벼운 휘두르기였지만, 놀랍게도 거기에서는 내가 익히 알고 있는 무공의 묘리가 살짝 엿보였다.
하지만 완전히 같은 무공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아직 섣부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중원의 무공이 아르바니아에 있을 리가 없거니와, 진리에는 보편성이 있으므로 똑같이 중검을 구사하다 보면 동일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될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처억.
잠깐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에 어느새 하일론도 무기를 집어 들었는데, 루체 드란이 쥐고 있는 대검보다도 더 큰 대검이었다.
“크큭, 오라! 선공은 입학지원자에게 양보하도록 하지.”
“그렇다면야… 먼저 가겠습니다.”
파밧―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대한 대검을 젖혀 들고 몸을 날리는 루체 드란.
놀랍게도 그녀는 경공과 중원식 보법을 펼치고 있었다. 심지어 내가 아까 의심했던 그 무공과도 연관된 보법을.
“하아아압!”
후우우웅―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선 아래로 내려치는 일격.
그녀가 쥔 대검이 바람을 가르고 하일론의 가슴팍을 향해 쇄도했다. 굉장히 기습적인 움직임에다가 실려있는 힘도 엄청났지만.
콰앙!!!
“크하하하! 정말 놀라운 움직임이구나!”
하일론은 정면에서 대검을 맞부딪혀서 막아냈다. 그러나 지금 이거 막아냈다고 좋아할 게 아닌 것이, 루체 드란의 공격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휙― 휙―
휘리릭―
모르는 사람이 보면 흡사 아담한 소녀가 너무 커다란 무기를 사용하는 바람에 휘청거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다른 선생들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정확히 보였으니까.
‘무게중심을 대검에서 자신에게로, 또 자신에게서 대검으로 움직이면서 흐름을 끊임없이 이어 나간다.’
무릇 중검(重劍)이란, ‘무게’를 이용한 검법이다.
이 무게라는 것은 물론 사물 자체에도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중심이 어디에 잡혀있느냐에 따라 힘이 다르게 실리게 된다.
즉, 중검이라고 해서 무작정 무겁고 커다란 검을 들고 냅다 휘두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콰앙!
콰앙!!
콰콰―쾅!!!
“…크크큭! 이건 여태까지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대검술이로군!”
학부장답게, 하일론은 끊임없이 몰아치는 루체 드란의 일격을 잘 막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이 상황이 당황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본인이 이제 막 13살이 된 소녀의 검에서 진심으로 중압감을 느끼고 있었으니, 어찌 당황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나는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지금 이 소녀가 펼치고 있는 검술은 정파 무림을 떠받치는 다섯 개의 세가, 그중에서도 ‘천하제일검가’라 불렸던 곳의 것이었으니까.
‘창궁무애검법…!’
바로 남궁세가의 검술이었다.
베르딘에서는 누구에게도 알려준 적이 없고, 아르바니아에서는 오직 알렌에게만 가르쳐 주고 있는 그 검술.
스르륵―
“공격은 제법이다만, 과연 방어는 어떨까!”
부우우웅―
내가 큰 혼란에 빠져있을 때, 계속 수세에 있던 하일론이 공세로 전환했다.
줄곧 공격을 막아내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공격을 피한 뒤에 들어가는 카운터.
루체 드란은 힘을 잔뜩 실은 공격이 빗나가서 무게중심이 완전히 몸에서 대검 쪽으로 쏠려 있었고, 이 상태에서 어떻게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촤좌좌좍.
“크하하하! 이걸 그렇게 피하다니!”
그녀는 전혀 당황하는 기색 없이, 무게중심이 대검 쪽에 쏠려 있는 대로 그쪽으로 몸을 날려서 바닥을 구르며 공격을 피했다.
일반적인 보통의 귀족 영애들이라면 상상도 못 할 행동.
하지만 덕분에 그녀는 하일론이 횡으로 길게 휘두른 검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고, 심지어 뒤를 잡게 되었다.
“끝입니다.”
후―웅.
이어서 루체 드란이 마무리용으로 사용한 초식.
나도 익히 아는 초식이었다.
창룡출해(蒼龍出海).
푸른 용이 바다를 뚫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형상을 검으로 표현한 초식으로, 아래에서부터 기운을 끌어모아 단숨에 상방으로 올려치는 기술이었다.
만약 오러를 사용했다면, 뿜어져 나오는 그 형상이 정말로 푸른 용이 승천하는 모양새가 되었을 터.
“하, 학부장님?!”
지켜보는 선생들도 설마 학부장이 이렇게 몰릴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오히려 하일론의 입가에는 짙은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크크큭! 역시 재밌구만.”
쿠웅―
그는 왼발을 강하게 굴러서 연무장 바닥에 축으로 박아놓고, 오른발을 박차며 왼쪽으로 몸을 회전시켰다. 그와 동시에 대검을 휘둘러 위에서 아래로 내리쳤다.
마치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용을 찍어 누르는 것처럼.
쐐애애액―
“그아아아압!”
콰앙!!!
이 절묘한 움직임으로, 하일론은 흐름이 끊기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상대의 검에 대응할 수 있었다.
이 격돌의 결과는.
촤좌좌좍―
“…….”
“크크큭, 훌륭하군.”
꾸욱.
“다시 갑니다.”
검이 맞부딪힌 지점으로부터 서로 밀려난 두 사람.
하지만 좀 더 멀리까지 밀려난 것은 루체 드란이었다.
이에 소녀는 즉시 몸을 날리려고 했는데…?
“아니다. 대련은 여기까지 하는 것으로 하지.”
“왜죠?”
“이건 영애의 검술학부 입학 테스트니까.”
“…그런가요?”
“그렇다네.”
루체 드란은 뭔가 불만족스러운 듯 하일론을 한동안 빤히 쳐다봤다. 하지만 하일론의 말대로 이건 입학시험이었고, 상대방은 시험감독관이었다.
루체 드란의 목적은 임무를 위해서 헤브론 아카데미에 들어가는 것.
홱.
“…알겠습니다.”
결국 소녀는 몸을 돌려서 물러났다. 그리고는 대검을 원래 꽂혀있던 자리에 갖다 놓고, 가만히 나를 쳐다보았다.
의미심장한 눈빛.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없는 눈빛이었다.
‘창궁무애검법을 쓰다니… 어쩌면 나 말고도 중원에서 넘어온 사람이 있는 건가?’
혼란스럽기도 하고 심란하기도 했다.
일단 루체 드란은 생김새가 무림인은 아니었고, 영락없는 아르바니아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나처럼 무림에 있던 영혼이 이곳으로 넘어온 건가?
모르긴 몰라도, 반드시 알아봐야 할 일이었다.
내가 무림에서 아르바니아로 넘어오면서 원래의 몸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호문쿨루스의 몸으로 들어온 것에 대해 뭔가 단서를 가지고 있을지도 몰랐으니….
“어이, 최연소 오러마스터! 이제는 네 차례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었는데, 걸걸한 목소리가 나를 일깨웠다.
고개를 들어보니, 거기에는 대검을 어깨에 걸쳐 놓고 있는 하일론이 손가락을 까딱거리면서 나를 도발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응해줘야지.
처억.
“먼저 오시렵니까?”
적당한 놈으로 목검을 쥔 나는 하일론에게 검을 겨눴다. 그러자 하일론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오러마스터라도 그렇지, 나는 지금 시험감독관이지 않냐? 베르딘 3공자, 네가 먼저 와라.”
히죽.
“알겠습니다. 그러면 사양하지 않고.”
재밌었다.
이전 생에서는 감히 범접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강자였던 헤브론 검술학부의 학부장 선생님이 지금은 이토록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다니.
나는 사양하지 않고 곧바로 하일론을 향해 쇄도했다.
스르르륵―
마치 그림자가 미끄러져 가는 듯한 움직임.
암영무흔보(暗影無痕步)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