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12)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212화(212/213)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 212화
“어디 한번 보겠다! 과연 오러 운용 능력만큼이나 검술 실력도 뛰어날지!”
부우우웅―
하일론이 미끄러지듯 파고 들어오는 내게 대검을 휘둘렀다. 요란한 바람소리와 함께 횡으로 길게 그어지는 일격.
하지만 나는 이미 상대 움직임을 읽고, 새로운 보법을 펼쳐 회피한 상태였다.
마라환영보(魔羅幻影步).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아든 대검은 내 형상을 한 무언가를 베긴 베었는데.
스르르륵….
“사라졌다고?!”
그건 이미 자리를 떠나면서 내가 남겨놓은 잔상에 불과했다.
눈으로 뿐만이 아니라 기척까지 완전히 속여넘긴 나는 좌측 후방의 사각지대에서 검을 찔러넣었다.
마검관천(魔劍貫天)이라는 초식으로, 마(魔)의 검이 하늘을 꿰뚫는다는 이름처럼 순간적으로 모든 힘을 한 점에 집중시켜서 표적을 빠르게 꿰뚫는 찌르기였다.
쐐애애애액―
“제법이구나… 하지만!”
홱.
하일론은 횡으로 휘둘렀던 검의 원심력을 살려서 그대로 몸을 회전시켰다. 그리고 대검의 칼날을 눕혀서 넓은 면으로 마검관천을 흘려냈다.
채앵―
“이게 전부는 아니겠지?!”
“물론입니다.”
“크하하하! 그러면 어디 한번 계속 해보자고!”
그는 방어에 성공하는 것과 동시에 내 다리를 걷어차려 했다.
나는 이번에도 상대의 준비동작을 읽고 아래쪽에 깔려서 킥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서, 지면을 박차며 도약해서 피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움직임.
그와 동시에 하일론의 목을 향해 들어가는 날카로운 검격.
“크윽… 미꾸라지 같은 녀석!”
챙!
이번에도 그는 대검의 칼날을 눕히고 방패처럼 사용해서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아까 찌르기를 흘려냈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정면에서 공격을 받아냈으니 충격이 상당할 터.
나는 그가 잠시 주춤하는 틈을 타서 끊임없이 검격을 이어갔다. 짧고 강렬하게, 하지만 연거푸 이어서 들어오는 귀면수라난무.
챙―
채챙!
캉!
“하, 학부장님!”
“이럴수가… 정말로 학부장님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겉으로 보면 내가 하일론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
하지만 실제로는 쏟아지는 연격 속에서도 그는 안정적으로 내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역시 이대로는 어렵겠는데.’
그래서 점점 더 거칠고 강하게 검격을 몰아쳤다. 그러자 처음에 이어나가던 섬세하고 예리한 동작들과는 달리 점점 움직임이 커지고 부정확한 공격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니 연기도 좀 해줘야겠지.
“검술학부 학부장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언제까지 이렇게 숨어서 방어만 하실 셈이죠?!”
스아아아악―
고함과 함께 사선 위에서 아래로 크게 내리치는 검격.
그 순간, 대검의 칼날 뒤에서 나를 노려보던 하일론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실력은 제법이다만, 아직 애송이답게 성급하구나!”
파밧!
동작이 커진 덕분에 빈틈이 생겼고, 이때다 싶었는지 하일론은 대검을 여전히 방패처럼 눕혀놓은 채로 지면을 박차면서 내게 몸을 부딪혀왔다.
“이런?!”
카앙―
동작이 컸던 나는 이미 검을 휘두르는 중이라서 피할 수도 없었고, 상대방이 간격 안쪽으로 바짝 붙어와서 공격의 위력도 제대로 싣지 못한 채 역습을 당하게 되었다.
쾅!!!
“끄악!”
육중한 근육질 몸체에 부딪히게 된 나는 요란한 충돌음과 함께 한참 멀리 튕겨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단말마를 터뜨리며 꼴사납게 바닥을 나뒹굴었는데, 도대체 몇 바퀴를 굴렀는지 모르겠다.
“크하하하하! 이제 끝이다!”
후우우웅―
어느새 재차 몸을 날려서 내게 대검을 내려치는 하일론.
이렇게 보면 정말로 자기가 이긴 줄 알겠지만, 어림없는 소리였다.
스르르륵….
나는 바닥에 드러누운 채로 날아오는 대검에 내 검을 부딪혔다. 다급하지도 않고, 조급하지도 않으며, 거칠지도 않은 그런 검격이었다.
마치 이렇게 될 것었다고 알고 있던 것처럼 침착하고 차분한 대응.
내 입가에는 어느새 의미심장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고, 마침내 내가 휘두른 검과 하일론의 대검이 맞부딪히는 순간.
채앵―
맑은 쇳소리가 울려 퍼졌고, 부리부리한 하일론의 눈동자가 충격과 당황. 그리고 경악으로 번쩍 뜨였다.
* * *
쉴새 없이 몰아치던 에반 베르딘의 검격을 받아내면서, 하일론은 상대가 점점 조급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한 방심하고 있다고 여겼다.
정확도와 섬세함이 점점 떨어지고 있었고, 처음보다 더 세게 휘두르는 것 같았지만 그만큼 대충 휘두른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역시…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 덕분에 오러마스터에 이르렀다고는 하지만, 아직 검술은 미숙하구나.’
순수하게 검술로만 치자면, 오히려 이전에 상대했던 루체 드란의 수준이 더 높은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어린 오러마스터가 자신이 걸었던 도발에 걸려든 순간, 이제는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실력은 제법이다만, 아직 애송이답게 성급하구나!”
파밧!
기습적으로 달려든 대쉬(Dash)에 소년은 한참 멀리 튕겨 나갔고, 하일론은 바닥을 구르는 소년에게로 재차 몸을 날렸다. 그리고는 아직 일어나지도 못한 소년의 목을 향해서 대검을 내리쳤다.
아무리 소년의 재주가 뛰어나다 한들, 이런 자세에서는 자신의 참격을 받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했고 피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 한 켠이 불안했다.
‘…대체 뭐지? 이 꺼림칙한 기분은….’
최후의 발악이라도 해보려는지, 소년은 자신의 대검을 향해 칼을 맞부딪혀 오고 있었다.
하지만 자세가 자세인지라 이 참격에 맞설만큼 강맹한 검격은 나올 수가 없었고, 워낙 체급 차이가 많이 나는지라 하일론은 이대로 힘으로 찍어 누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히죽.
‘이 상황에서, 웃어…?’
에반 베르딘의 입가에 걸린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게 되자 마음속의 불안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곧 이 불안감은 현실이 되어서 나타났다.
채앵―
소년의 검격은 분명히 강맹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검을 맞대는 순간 하일론은 자신의 대검이 소년의 검에 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화접목(移花接木).
그리고 사량발천근(四兩撥千斤)이라고 불리우는 수법.
화악.
‘이, 이게 대체?!’
내려치는 상황에서 자주댄 검이었기 때문에, 맞붙은 칼날을 뗄 수도 없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무게중심을 잃은 하일론의 대검은 소년의 검에 이끌리어 검격의 궤도가 완전히 틀어졌고, 소년은 대검을 밀어내는 것과 동시에 그 반동으로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콰앙!!!
“이런 젠장 할…!”
홱―
결국 애꿎은 연무장 지면을 강타한 대검.
다급해진 하일론은 즉시 몸을 돌려 재차 공격하려 했지만, 소년이 준비해놓은 결정적인 수에 당한 시점에서 이미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처억.
“끝났습니다.”
어느새 하일론의 목젖 앞에서 멈춰있는 에반 베르딘의 검.
이번에 입학시험용으로 마련한 평범 그 자체인 흔한 롱소드였으나, 지금 이 순간 하일론에게 만큼은 그 어떤 명검보다도 날카롭고 예리하게 느껴졌다.
“하! 이거이거… 완전히 한방 먹었군.”
“운이 좋았습니다.”
“뭐? 운이라고?”
그는 아직도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 그리고 자신이 이제 아카데미에 입학하려는 새파란 소년에게 졌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은 엄연한 현실이었고, 하일론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첫 대결은 나의 완패로군.”
하지만 이 대련이 끝은 아닐 터.
하일론의 부리부리한 눈동자에서는 투지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번에는 이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게야.”
“다음 번이요?”
이건 또 무슨 소리냐는 듯 눈썹을 꿈틀거린 소년.
그런 소년에게, 하일론은 씨익 웃어 보이며 말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하겠네.”
이 모든 대련을 지켜본 검술학부 선생은 여전히 믿을 수가 없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고, 하일론에게 함께 테스트를 받은 또 다른 지원자 소녀는.
‘뭐지? 나는 분명히… 저 움직임들을 알고 있어.’
혼란스러운 심경에, 저도 모르게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 * *
그날 밤.
루체 드란은 또다시 숙소를 몰래 빠져 나와, 통신용 수정구를 작동시켰다.
그 속에서 모습 드러낸 사람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다이아 Q 문양이 새겨진 여인이었다.
흑마법사 조직의 로열 클래스. 다이아 퀸.
“…오늘로서 입학시험은 종료되었습니다.”
[당연히 합격하겠지?]“물론입니다. 저는 선생들과의 대련 테스트를 검술학부 학부장이라는 자가 진행했습니다.”
[검술학부 학부장이 대신 시험감독을 맡았다고? 전대 용병왕이었던 그 하일론 란스가?]“대단한 자였나보군요.”
무심하게 대답하는 루체 드란.
하지만 수정구 안의 여인 다이아 퀸은 상당히 놀란 것 같았다.
“저뿐만이 아니라 표적도 함께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에반 베르딘도?]“예.”
[결과는? 에반 베르딘도 합격할 것 같나?]“그 소년은 아예 대련에서 상대를 제압했습니다.”
[칫… 역시 괴물 같은 애송이로구나.]다이아 퀸은 오히려 에반 베르딘에 대해서는 놀라지 않았는데, 소년에 대해서는 이미 조직을 통해서 그 강함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루체 드란은 잠시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 듯 입술을 오물거렸다가, 이내 말았다.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나보구나.]“…네.”
[말해 봐라.]“그게…….”
한참을 망설이는 갈색 머리카락의 소녀.
하지만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표적이 시험감독관과 대련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표적의 움직임이나 사용하는 기술들이 모두 낯익었습니다.”
[아아, 그거야 뭐… 당연하지 않겠니?]한타임 호흡을 가져간 다이아 퀸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너는 생전에 에반 베르딘, 그 소년에게 깊은 원한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내 부름에 응했던 게 아니겠니?]“…그렇군요.”
충분히 일리있는 얘기였다.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만 생각하기에는, 자신은 소년이 보여줬던 전투기술들에 대해서 단순히 많이 겪어봤기에 잘 알고 있는 그 이상을 알고 있었다.
마치 당사자에게 직접 배운 적이 있는 것처럼.
그리고 표적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감정은 원한과 분노, 증오 따위의 감정들도 있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애틋한, 그리운 마음들도 섞여 있었다.
하지만 루체 드란은 이런 감정들까지 다 얘기하지는 않았다.
‘에반 베르딘… 도대체 너는 내게 어떤 사람이었던 거지?’
처음 이 낯선 세계에 영문도 모르고 눈을 떴을 때.
그때부터 갖고 있던 가슴속 깊은 곳의 희미했던 이 의문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었다.
* * *
한편.
다음날까지 해서 입학시험이 마무리되었고 채점까지도 끝난 시점에서, 헤브론 아카데미의 선생들은 한 가지 안건을 놓고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었다.
“허헛… 참 난감하군. 졸업시험도 아니고, 입학시험에서 검술학부 학부장을 이겨버리다니.
헛웃음을 터뜨린 반달 모양 안경의 노인.
총장 발렌 코트너가 말한 것처럼, 이 긴급회의의 안건은 ‘에반 베르딘’의 아카데미 입학에 대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