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13)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213화(213/213)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 213화
“총장님! 그 녀석은 정말로 물건입니다! 그냥 오러 운용만 타고난 녀석이 아니라, 검술에 깊이가 있어요!”
검술학부 학부장인 하일론이 커다란 덩치를 들썩이며 흥분해서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대련 당시 옆에 있던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여자 선생도 거들었다.
“저도 옆에서 지켜봤습니다만, 정말 엄청나더라구요! 에반 베르딘은 우리 아카데미에서 꼭 잡아야 할 인재에요!”
“흠… 총장님, 확실히 제가 봐도 놓치기에는 아까워 보입니다.”
여기에다가 입학처장까지 말을 보탰는데, 문제는 모두가 똑같은 의견이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대련 당시 옆에 있었던 또 다른 검술학부 선생인 깡마른 사내가 학부장이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는데.
“그… 외람되오나, 에반 베르딘은 이미 학부장님과 겨뤄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더 이상 검술학부에서 가르칠 것이 없는데, 학생으로 받아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쾅―
“어허! 카이넬 선생! 그게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반대의견이 나오기 무섭게 주먹으로 책상을 치며 눈을 부라리는 하일론.
안 그래도 부리부리한 눈매의 그가 눈을 부릅뜨니 보통 무섭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이넬이라 불린 깡마른 남자 선생은 의견을 꺾지 않았다.
“하, 하지만 학부장님. 뛰어난 것도 어느 정도 것이어야 되는 게 아닙니까? 에반 베르딘은 다른 아이들과 섞이기 힘들 정도로 수준 차이가 많이 나는….”
힐끗.
그는 거의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면서, 총장 앞에 있는 누군가를 슬쩍 쳐다봤다.
대머리가 인상적인 염소수염의 사내.
부총장인 버든 레반테였다.
“검술학부장. 내가 보기에는 카이넬 선생이 하는 얘기도 충분히 일리가 있네.”
“예?! 부총장님! 에반 베르딘, 그 녀석이 입학하겠다고 찾아온 것은 우리 헤브론에 호박이 넝쿨째로 들어온 격입니다!”
“하지만 이건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닐세.”
버든은 자리에 모인 선생들을 보면서 에반이 입학했을 때에 야기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해서 얘기했다.
“에반 베르딘은 오러 발현은 물론이고 이미 오러를 응집시켜서 형상화를 만들 수 있기까지 한 마스터입니다. 대체 검술학부의 어떤 선생이 그 소년을 가르칠 수 있을지 의문이군요.”
“크흠….”
이렇게 되면 수업은 들으나 마나인 상황이 올 수도 있고, 선생들의 위신과 권위가 떨어지게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다른 학생들의 수학 분위기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었는데, 가만히 들으면서 생각에 잠겨있던 총장 발렌 코트너가 반달 모양 안경을 고쳐 쓰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당사자는 아카데미 입학을 원하고 있지 않은가?”
“그거야 헤브론의 졸업장을 원하는 것이겠죠. 우리 아카데미의 졸업장이 귀족 사회에 있어서는 좋은 간판이 되니 말입니다.”
“그러면 자네 생각에는 에반 베르딘의 입학을 어찌하면 좋겠나?”
“이미 아카데미의 수준과 맞지 않는 그 아이를 억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냥 원하는 대로 명예 졸업장을 수여하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일견 들으면 굉장히 합리적인 대안책 같았다.
자리에 있는 선생들도 이 의견에 대부분 수긍했고,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그러나 총장은 진중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는 것 같았다. 반달모양 안경 너머로 부총장 버든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 눈동자는 마치 상대의 심중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는 것 같았고, 버든은 괜히 찔리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총장 발렌 코트너가 마침내 입술을 뗐다.
스윽.
“나는 말일세, 우리가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들이 비단 검술이나 마법, 여러 가지 학문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말 그대로일세. 아카데미에서 수학할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해서 입학도 안 했는데 명예 졸업장을 준다고?”
고오오오….
순간 발렌 코트너에게서 은은하게 기세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비록 부상으로 인해서 일선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아직도 그는 역전의 노장이었다.
그는 빙빙 말 돌릴 것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했다.
“가령 그렇다면, 자질은 뛰어나나 인성이 부족하고 각종 범법 행위를 저지른 자가 있다 하더라도 앞으로는 우리 헤브론 아카데미의 명예 졸업장을 받을 수 있겠군?”
“그, 그건… 명예 졸업장에 대한 몇 가지 평가 기준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당사자가 헤브론 아카데미에서 수학하며 얻을 수 있는 경험들이나 교우관계, 사회생활 같은 것들을 배울 수는 없을 걸세.”
“윽….”
사실 버든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런 점이었다.
그가 속한 레반테 백작은 남부에 속한 대귀족으로, 2황자의 외척인 클리에르 공작의 편에 서 있는 자였다. 당연히 버든도 그 영향을 받고 있었고, 그들이 3황자의 세력으로 분류되는 에반 베르딘을 견제하기 위해서 내놓은 방법이 ‘아카데미의 수준에 비해 너무 뛰어나다.’라는 것을 이유로 입학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에반 베르딘이 아카데미 내에서 다른 영식들과 친해지며 인맥을 넓히는 것도 막을 수 있을 터이고, 무엇보다 3황자와 떨어뜨려 놓을 수 있을 텐데….’
반달모양 안경 너머로 꿰뚫어 보는 눈빛은 마치 이러한 속내를 다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랬든 저랬든.
어쨌든 발렌 코트너는 입학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 에반 베르딘의 입학은 어떻게 처리하시겠습니까? 그냥 이대로 받아주시려는지요?”
입학처장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덥썩 받아줬다가는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한 것도 사실이네.”
“예? 그러면 설마 입학 통보를 불허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렇게 하기에는 베르딘 영식이 입학시험에서 보여준 모습들이 너무….”
이렇게 하기도, 저렇게 하기도 애매한 상황.
하지만 총장 발렌 코트너는 이미 답을 내려놓고 있었다.
“내가 직접 그 아이를 대면하겠네.”
“초, 총장님이 직접 말씀이십니까?”
“그렇네. 에반 베르딘에 대해서는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고 최종적으로 결정하도록 하지.”
안 그래도 한번 만나보고 싶었던 차였다.
에반 베르딘.
별 볼일 없던 촌구석이었던 베르딘 후작령이 어느 날부터인가 제국 유수의 영지가 된 데에는 공교롭게도 갑자기 입적된 사생아 막내 공자가 연관된 사건들이 많았다.
‘클로브’라는 풀을 통해서 신성력 없이 몬스터 사체를 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것도 그렇고, 들리는 소문에는 2년 전 프레이야 백작령과의 영지전에서도 그 판을 짠 것이 에반 베르딘 공자라는 얘기도 있었다.
‘허허, 기대가 되는구먼.’
허연 수염을 쓸어내린 총장 발렌 코트너.
다음날 아침이 되자, 그는 곧바로 소년을 불렀다.
* * *
“네? 총장님께서 저를 보자고 하신다구요?”
“그래. 아무래도 네 녀석을 보니 너무 잘난 것도 문제가 많이 되나 보구나.”
아침부터 검술학부 학부장 선생인 하일론과 입학처장이 대뜸 찾아와서 얘기를 들어보니까, 대충 어떤 문제인지는 알 것 같았다.
‘이런… 헤브론에 못 들어가게 되면, 이래저래 골치 아파지는데.’
내가 다시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원래의 나인 ‘3황자 알렌’과 가까이 있는 것이 좋았다.
아울러서 ‘원래의 나’인 3황자를 돕기 위해서도 아카데미에 있어야 했고.
‘아, 이걸 어떻게 한다?’
하지만 나 혼자 고민한다고 답이 나올 문제는 아니었다. 아카데미 입학에 관한 권한은 전적으로 총장에게 있었으니, 설령 마탑주나 공작이라 하더라도 확실하게 해결해준다고 보장해줄 수도 없었다.
결국은 총장을 만나서 잘 얘기하는 수밖에.
“…알겠습니다. 가시죠.”
나는 두 선생의 안내를 받아서 곧바로 헤브론 아카데미 본관으로 갔다.
* * *
“반갑네. 내가 지금 헤브론의 총장을 맡고 있는 발렌 코트너라고 한다네.”
“에반 베르딘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총장은 내 기억 속에 있는 모습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총장실의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커다란 집무실 책상과 그 앞쪽으로 길게 나있는 직사각형 회의용 테이블.
한쪽에는 편히 쉴 수 있는 소파와 작은 탁자.
나는 여기 소파 자리에서 총장과 1:1로 마주 보고 앉았다.
하일론과 입학처장은 여기까지 함께 오긴 했지만, 총장이 독대를 원한다고 하여 다른 곳에서 기다리고 있기로 했다.
‘아러니하군.’
이전 생에서 황자일 때도 총장과 독대를 해본 경험은 거의 없었다. 그는 황자들이라고 특별히 대우해주지 않았고, 심지가 굳고 공명정대한 인물이었기에.
헤브론 아카데미 총장이라는 자리가 여러 유혹과 정계의 회유가 들어올 법도 한데도, 정치적으로는 철저히 중립을 지켰으니… 이런 면에서는 지금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데, 총장이 먼저 넌지시 먼저 말을 건넸다.
“그래, 자네가 하일론 선생과 대련을 해서 이겼다고?”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허허, 운이라… 겸손하기까지 하구먼.”
입가에는 허연 수염에 사이로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반달 모양 안경 너머로 그 눈빛만큼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는데… 마치 나를 꿰뚫어보려는 것 같았다.
물론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겠지만.
“놀랍구먼… 대개의 공자 또래 영식들은 어린 만큼 때 묻지 않고 순수하여 이 늙은이의 눈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보이네만, 자네는 도통 보이는 게 없구먼?”
“과찬이십니다.”
“클클, 그래. 오늘 왜 자네를 불렀는지는 알겠는가?”
놀랍다는 듯 눈에 이채를 띠면서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총장.
빙빙 둘러갈 것 없이, 나도 이게 편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저의 입학 문제 때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맞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네. 자네는 이미 오러마스터라고 들었는데… 어째서 아카데미 입학에 지원했는가?”
“저는….”
뭐라고 대답할까?
처음에는 살짝 고민하면서 머리를 굴렸는데, 이내 생각하는 것을 관두기로 했다.
총장은 적당히 처세로 속여넘길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으니까.
“제가 비록 아카데미 검술학부에 지원했지만, 저는 아카데미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비단 검술에 국한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호오… 그렇다면?”
“저는 아카데미가 또래 친구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무리 검술에 재능이 있고 뛰어나다 한들,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없게 되면 또래 친구들과 교감하며 어우러져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배우지 못하게 되겠지요.”
애기를 들은 총장 발렌의 눈빛이 반짝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수업 내용 자체가 자네에게는 무익할텐데? 이미 다 알거나 단계를 거친 내용에 대해서 매번 수업을 듣는 것은 자네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이렇게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놓은 것도 있었기에, 나는 입가에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