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2)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22화(22/213)
“죽어라아아―!”
쐐…애…애…액…….
이게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감각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나는 발터의 움직임을 정확히 읽어낼 수 있었다.
‘얼핏 보면 목을 찌르는 것 같지만….’
실제로 칼끝이 노리는 것은 ‘심장’이었다.
나는 시간이 느려지기라도 한 듯 천천히 밀고 들어오는 롱소드를 눈으로 보면서, 있는 힘껏 우측으로 움직였다.
찌르기의 중심축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르르륵….
‘조금만, 조금만 더…!’
다가오는 칼날보다 훨씬 느리게 움직이는 몸뚱이.
나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끝까지 발터의 검을 주시했다.
그렇게 영원과도 같은 시간이 흘러가고.
푸욱.
“끄흡…!”
차갑고 날카로운 금속의 감촉이 옷가지를 뚫고 피부에 닿았다.
그렇게도 발악했지만, 결국 찌르기를 완전히 피하는 것에는 실패한 것이었다.
하지만 롱소드가 쑤셔박힌 부위는 왼쪽 어깨.
무슨 일이 있어도 급소만큼은 피한다는 최우선 목표는 달성된 셈이다.
이제는 카운터를 노릴 차례.
“그아아아아―!”
슈…와…아…아…아….
나는 발터의 롱소드가 좌측 어깨를 찌르고 들어오는 힘까지 활용해서, 몸을 회전시키며 검을 휘둘렀다.
이 또한 이화접목(移花接木)의 묘리.
‘와… 이게 된다고?’
상대의 무구와 접(接)한 부위가 내 어깨라는 것이 유감스럽긴 했지만, 어쨌든 이 힘마저도 살리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스스로도 참 놀랍다.
지금 내 수준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기예가 극도로 기민해진 ‘초감각’ 덕분에 가능해진 것이다.
“허…업!”
서늘한 감각에 헛바람을 집어삼킨 발터.
휘둘러지는 숏소드가 노리는 부위는 ‘모가지’였다.
이를 보고, 놈은 어떻게든 피하려고 해봤지만.
서―걱.
“커…헉!”
일순간 검광(劍光)이 번뜩임과 동시에 칼날이 발터의 목을 파고들었다.
완전히 잘라버리지는 못했지만, ‘삼분의 이’쯤 베인 상처.
푸확―!!!
그 벌어진 틈으로 피분수가 치솟았고.
쿠웅…….
쓰러진 발터는 더 이상 일어나지 못했다.
철그렁―
‘…어떻게든 됐군.’
나는 왼쪽 어깨를 관통한 롱소드를 뽑아서 바닥에 내던졌다. 그리고는 바닥에 앉아서 좀 쉬려고 하는데…?
두근―!
갑자기 심장에서 미묘한 마나의 파동이 울려 퍼지며 온몸의 힘이 급속도로 빠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눈앞이 핑핑 돌며 현기증이 밀려왔다.
“크, 크윽… 이건?”
비틀―
잘은 모르겠지만, 아까 발동했던 기이한 ‘초감각’의 여파인 것 같았다.
결국 나는 그대로 지면 위로 엎드러졌고, 이후 어떻게든 정신줄을 붙잡으려 했지만-
‘아… 안 되는데…….’
의식이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희미해져 가는 감각.
― 에반! 에반…!
누군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목소리는… 후작인가?
하지만 더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어련하게 들려오는 그 음성을 뒤로한 채.
나는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 * *
‘이, 이럴 수가! 대대장급 기사를….’
에반의 뒤를 쫓아가겠다던 페르반 베르딘.
그는 은밀하게 숨어서, 처음부터 이 싸움을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전투를 지켜보는 내내, 몇 번이나 놀랐는지.
‘제대로 검을 배운 지 고작 몇 달이거늘, 벌써 이 정도 수준의 움직임이라니….’
에반에게 직접 검을 가르친 하버는 직감적으로 소년이 검술의 초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발 떨어져서 지켜보는 페르반에게는 그저 이 모든 것이 ‘재능’으로 느껴졌다.
여기에다가 그는 에반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었으니, 생각이 더욱 그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검술만이 아니라 아티팩트나 마법의 활용도 엄청나다.’
그야말로 미친 ‘전투센스’였다.
그는 자신의 창조물을 보면서, 또다시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직 다 성장하기도 전에 이 정도 능력을 보인다면, 도대체 완전히 각성한 이후에는 얼마나 대단한 존재가 되어 있을까?
그 모습은 어쩌면….
‘신’과 같은 초월적인 형태였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능력으로 인한 기쁨과는 별개로, 다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소년을 보니 마음 한편이 아려왔다.
“에반…….”
어차피 ‘초재생’으로 말끔하게 치유될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가슴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
뿌드득.
“클라나… 같잖은 허영심만 가득 찬 년이 감히!”
주모자를 떠올리자, 눈동자에서 분노와 살기가 번뜩였다.
그는 에반을 데리고 성으로 돌아왔고, 즉시 후작부인을 찾아갔다.
* * *
덜컹―!
영주성의 안주인, 클라나 베르딘의 방문이 거칠게 열렸다.
그러자 이제 막 일어나서 하녀들에게 화장을 받고 있던 그녀가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감히 누가 겁도 없이 내 방문을…!”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인상을 쓰고 돌아본 그곳에는 뜻밖의 인물이 서 있었다.
“다, 당신…?”
그렇다.
거기에 있던 것은 후작 페르반 베르딘이었다.
딱딱하게 굳은 표정과 날카롭고 싸늘한 눈빛.
왠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는데―
“갑자기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로…?”
“후후, 무슨 일로 왔냐고?”
히죽.
비릿하게 웃어 보인 페르반.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그에게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그 조소에서, 클라나는 뭔가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이, 일단 나중에 얘기하죠. 보다시피 저는 막 단장 중인 상황이어서요.”
“아니. 어차피 내 용건도 짧으니 지금 말하겠소.”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몹시 거북했지만, 페르반의 태도는 다소 거칠고 과격했다.
“너희들은 다시 부를 때까지 모두 밖에 나가 있거라.”
“예? 하지만 지금 마님 머리가 아직 덜 마르셨….”
“상관없다. 당장 밖으로 나가라.”
“다, 당신! 이게 지금 무례한 무슨 짓이죠?!”
당황한 후작부인 클라나가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페르반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나는 밤새 그대가 벌인 재미난 일 때문에 찾아왔소.”
“네? 그게 대체 무슨… 아!”
그녀는 그제야 지금 이 사람이 왜 찾아왔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는 얼굴에 핏기가 싹 가셨다.
‘설마… 발터 경이 그 천것들을 납치했다는 사실이 들킨 건가?!’
“마, 마님…?”
하녀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두 부부 사이에서 눈치만 볼 뿐이었다.
당연히 지위가 더 높은 사람은 후작이었지만, 그렇다고 후작부인을 무시하기에는 직접적으로 대할 일이 더 많은 것은 이쪽이라서….
“굳이 하녀들이 다 있는 곳에서 얘기하고 싶다면, 나는 상관없소만.”
“크읏… 아, 알았어요!”
결국 클라나는 하녀들을 전부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두 사람만 남게 되자, 페르반이 손에 들고 있던 무언가를 부인 앞에 내려놨다.
툭.
정육면체의 투박한 나무상자.
“이게 뭐죠?”
“열어보시오.”
달칵―
그녀는 무심코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안의 내용물을 본 순간.
“꺄아아아악―!”
심장이 멎을 만큼 놀랐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사람의 머리가 들어있었으니까.
심지어 그녀가 익히 잘 아는 인물이었다.
“바, 발터 경이… 어, 어떻게….”
안색이 흙빛이 되어, 온몸을 덜덜 떠는 클라나.
그녀를 보는 페르반의 눈빛은 차갑고 싸늘하기만 했다.
“내가 지난번에 분명히 경고했을 것이오.”
에반을 건드리지 말라고.
그것을 어긴 결과가 바로 목이 베여서 돌아온 발터의 머리였다.
이 모든 것이 악몽인 것만 같은 클라나.
그녀는 머릿속이 하얘져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스윽―
페르반이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는 귓가에 대고 속삭이기를.
“아무래도 친정을 믿고 자꾸 일을 벌이는 것 같은데,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당신이 프레이아 백작가의 사람이라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오.”
“뭐, 뭐라구욧? 당신 지금 말 다 했어요?!”
부들부들….
그제야 정신을 차린 클라나가 눈을 부릅뜨고 앙칼지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놀란 마음에는 아직 공포가 가시지 않았는지, 여전히 몸은 떨리고 있었다.
페르반에게는 그 모습이 퍽 우습게 보였다.
피식.
“그렇소. 할 말은 다 했으니, 이만 가보도록 하지.”
저벅저벅―
그대로 등을 돌려 방 밖으로 걸어나 가는 후작.
떠나는 발걸음에는 한치의 미련도 없어 보였다.
“으으읏… 페르반 베르딘!”
‘내게 이따위로 대한다고? 그래, 어디 두고 봐!’
까득―
페르반의 뒤를 노려보는 후작부인.
눈빛에는 독기가 잔뜩 서려 있었다.
* * *
그날 밤.
하녀장은 후작부인 앞에 끌려 나왔다.
“마, 마님! 제발 목숨만은…!”
“시끄럽다! 너 따위의 말을 듣는 게 아니었거늘.”
얼마나 맞았는지, 채찍질에 넝마가 된 등짝.
얼굴은 원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어터져 있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하는 하녀장이었지만―
“그냥 죽여. 흔적 안 남게 뒤처리 확실히 하고.”
“예, 마님.”
“아, 안 돼요! 기사님들! 마님!”
후작부인의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울먹이는 하녀장이 치맛자락을 잡고 끝까지 매달렸는데, 기사 하나가 가차 없이 그녀의 뒷목을 수도로 내리쳤다.
퍽!
“…억!”
외마디 단말마와 함께 힘없이 픽― 쓰러지는 하녀장.
기사들은 그녀를 마대에 넣어 성 밖으로 데려갔다.
“쯧! 이래서 천한 것들은 안 된다니까.”
툭툭―
후작부인 클라나는 아까 하녀장이 움켜잡았던 자신의 치마를 바로 했다. 그리고는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주먹만 한 수정구.
“연결.”
우우웅―
그것은 통신용 마도구였다.
잠시 후, 유리구슬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오랜만이로구나, 얘야.]“호호… 그간 강녕하셨는지요, 아버님.”
백발이 성성한 푸른 눈동자의 노인.
프레이아 백작이었다.
그가 수염을 쓸어내리며 넌지시 물었다.
[그래, 듣자 하니 문제가 있다고?]“예, 실은….”
후작부인은 은밀한 목소리로 사생아가 들어온 이후로, 페르반 베르딘이 자신을 소홀히 한다고 말했다.
“이대로는 이 가문을 물려받는 것도 그 천한 것이 될지도 몰라요.”
[허허, 그건 좀 곤란하구나.]원래 프레이야 백작은 베르딘 후작가의 후계에 크게 관심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몬스터의 사체를 저렴한 비용으로 정화할 수 있는 방법이 알려지고, 황실과 마탑에서도 관련 사업을 밀어주기로 했으니까.
골칫덩이였던 차녀를 베르딘으로 떠넘기듯 시집보냈던 것이 이런 큰 그림을 보고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허허허… 이 또한 천운이 아니겠는가?’
프레이야 백작은 어떻게든 베르딘과 엮여서 제대로 한몫 챙겨 보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지난 수십 년간, 상업과 무역을 해오면서 다져진 감각이 강렬하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이것은 엄청난 기회다― 라고.
‘근본도 없는 비천한 사생아 때문에 이런 호기(好機)를 놓칠 수는 없는 법이지.’
이미 베르딘 후작의 사생아를 제거하기로 마음먹은 그가 딸의 하소연에 동조했다.
[그간 네가 마음고생이 심했겠구나. 내 후작을 그리 보지 않았거늘….]“맞아요! 저도 그 호구 같은… 아, 아니! 그렇게 순한 사람이 한순간에 무심해지더니,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니까요?!”
[허어! 얘야, 이제는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수염으로 덮여있는 프레이아 백작의 입가에 비릿한 조소가 피었다.
[후작이 싸고돈다는 그 괘씸한 천것은… 내 반드시 죽일 터이니.]“정말인가요?! 아버지, 감사해요! 찰스와 로난도 분명히 기뻐할 거예요!”
찰스와 로난.
황도의 아카데미에 있는 그녀의 자식들이었다.
프레이아 백작에게는 손주들인 셈.
[허허, 녀석들 얼굴 본 지도 오래됐구나.]“호호호! 언제 한번 애들 데리고 뵈러 갈게요.”
[그래. 언제 한번 보자꾸나.]원래는 없는 셈 치고 살아왔던 아이들이었지만, 백작은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신경을 써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클라나와 프레이아 백작.
두 부녀는 향후 계획에 대해 조금 더 얘기를 나누고 통신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