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0)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30화(30/213)
* * *
지난번에 하버와 기사들에게 오러를 빨리 모을 수 있는 ‘호흡법’을 알려주기로 하고, 일주일이 흘렀다.
오늘도 이들은 연무장에서 오와 열을 맞춰 자리에 앉아있었다.
“바로 시작하자고.”
“넵!”
처음에는 사십여 명의 기사들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잘 모르겠다고 일부가 중도 하차했다.
― 그아아아아! 이런 끈기 없는 새끼들! 에반 공자님께서 직접 어마어마한 비법을 가르쳐주셨거늘!
화가 난 하버가 씩씩거리면서 해당 인원들을 엄청나게 몰아세웠지만,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 그냥 냅 둬. 굳이 갈 사람은 잡지 않아.
어차피 지금이야 확신이 없어서 그렇지, 꾸준하게 무공을 수련한 이들이 두각을 보이기 시작하면 알아서들 찾아올 거다.
분명 자신과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어느 순간 벽을 깨고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보면 조바심이 날 테니.
어쨌든, 지금은 하버를 포함해서 31명이 자리에 있었다.
“지금부터 다들 자신의 내면에 집중해라.”
“알겠습니다!”
우우웅―
개중에는 곧바로 오러를 피워올리는 자들도 있었다.
특히, 하버에게서는 선명한 푸른빛 오러가 일렁였다.
‘후후, 역시… 다들 기사라서 빠르긴 하군.’
아르바니아에서의 검술의 경지는 아래와 같다.
▶ 비기너(Beginer)
▶ 러너(Leaner)
▶ 엑스퍼트(Expert)
▶ 마스터(Master)
여기에서 오러를 발현할 수 있는 경지가 엑스퍼트.
이는 기사의 ‘최소 조건’이기도 하다.
즉, 지금 내 앞에서 가부좌를 틀고 각 잡은 이들은 원래부터도 오러를 다룰 줄 안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내면의 마나를 느끼는 것은 쉽게 해냈는데… 문제는 지금부터다.
“호흡을 깊이 들이마셔라. 그러면서 자연계의 마나를 내 몸 깊숙이 끌어들이는 거다.”
“후읍…… 하아….”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그 속에 있는 마나를 느끼는 거다. 그리고 내 몸이 그릇이 된다고 생각해서, 그 마나를 담아내는 거다.”
지금 시키고 있는 것은 운기행공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토납(吐納)’이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잡념’을 비울 것을 말했는데….
이게 정공(正功)과 마공(魔功)의 근본적인 차이다.
정공은 끊임없이 자신을 비워, 호연지기를 정순하게 받아들인다.
말코도사나 소림사 땡중 같은 자들.
반면에, 마공은 수련자의 심상(心想)을 더해서 증폭시킨다.
정공의 기운이 맑은 빛을, 마공은 검은색을 띠는 것도 이런 이유다.
절대로 정파 놈들이 매도하는 것처럼 사악한 무공이라서 마기가 새까만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게 흑마력과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이지.’
간혹 진짜로 ‘분노’나 ‘증오’, ‘살육’, ‘탐욕’ 등등의 심상을 기반으로 한 사악한 마공들도 있지만… 이건 천마신교 내에서도 금지됐다.
이렇게 보면, 인간의 악한 감정과 생각을 원천으로 모은 ‘흑마력’을 마기의 한 종류로 볼 수도 있겠다.
“자, 이제는 내가 말하는 대로 기운을 움직여라.”
지금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이미 오랜 기간 수련을 거치면서 심장에 상당한 마나가 쌓여있다는 것이다.
‘이걸 억지로 단전으로 옮기는 건….’
아무래도 무리수다.
무당파 말코 도사들의 ‘양의심공(兩意心功)’을 응용하면 어떻게든 될 것 같긴 하다만, 그건 무공 초짜들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쳇, 그러면… 아예 새로 만들지 뭐.’
결국 나는 하버와 기사들에게 가르칠 무공을 새로 창안했다.
기존에 없던 무공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난해하고 대단한 일인지, 만약 무림인들이 얘기를 들었다면 경악했을 거다.
애석하게도 여기에는 알아줄 자가 없었지만.
“이제부터 내가 전에 얘기했던 아랫배 ‘단전’에 모인 마나를 천천히… 천천히 끌어 올린다.”
“으음…….”
우우웅―
하버와 기사들이 행공하는 것이 느껴진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지, 몇몇 기사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런 식의 훈련은 해본 적이 없을 테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우워어어어! 에반 공자님, 정말 신기합니다! 마치 몸 안에 마나가 다니는 길을 내는 것 같습니다아아아!”
“…하버, 다른 기사들 집중에 방해된다.”
“헙! 넵…!”
재수 없게도 부족한 경험을 재능으로 커버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어쨌든 이건 소수에 불과했고.
나는 천천히 일주천을 이끌어줬다.
그리고 마무리는―
“끌어모은 기운을 각자가 원래 심장에 모아놨던 기운으로 녹여낸다.”
츠즈즈즛….
이게 일반적인 무공과 내가 새로 만든 무공의 결정적인 차이였다.
원래 일주천은 단전에서 시작해서 단전에서 끝나야 한다. 하지만 내가 창안한 기사들을 위해서 창안한 무공은 ‘토납’을 통해서 단전에서 시작한 일주천이 ‘심장’에서 끝난다.
스르륵….
운기조식을 마친 기사들이 가만히 눈을 떴다.
반개한 눈동자에는 은은한 기광이 흘렀고―
“후후, 다들 기분이 어떤가?”
“아주… 좋습니다.”
“놀랍습니다! 마치 새롭게 눈을 뜬 것 같습니다!”
기사들은 스스로가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불과 일주일인데도, 체내의 마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것을.
그리고 늘어난 것은 보유량뿐만이 아니었다.
“좋다. 이제 오러를 발현해보도록.”
“넵!”
우우웅―!
이전보다 더 효율적으로 발현되는 오러.
이들은 운기조식을 통해서 체내의 마나를 운용하는 능력 또한 괄목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됐다.
특히 가장 많은 변화를 보인 자는 역시 ‘하버’였다.
쿠구구구궁―
“으하하핫! 에반 도련님! 이거… 정말 엄청납니다!”
“끄, 끄으윽… 다, 단장님…!”
한껏 기운을 끌어올린 녀석 때문에, 주변의 다른 기사들이 힘들어했다.
“아오, 너는 좀 자제해라!”
“앗… 넵!”
쿠구구구…….
그제야 오러를 갈무리하는 하버.
하지만 들뜬 마음은 전혀 가라앉지 않은 것 같았다. 연신 콧김을 뿜어내며, 눈빛을 반짝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에반 공자님! 이건 아스론 제국… 아니, 아르바니아 대륙 전역에 걸쳐서 검술 역사에 길이 남을 엄청난 수련법입니다!”
클로브라는 풀로 몬스터 사체를 정화하는 방법을 알아낸 것도 정말 대단했지만, 무인으로서는 이쪽이 훨씬 놀랍고 대단해 보였다.
이렇게 느끼는 것은 비단 하버뿐만이 아니었다.
“에반 공자님, 도대체 이 엄청난 수련법은 어떻게 배우게 되신 겁니까?”
“이미 말했잖나. 성 밖에서 살 때 어떤 낭인이 건강해지는 호흡법이라고 하면서 알려줬다고.”
뭐….
엄밀히 말하면 무림도 성 밖의 세계니까, 얼추 맞는 말이지 않을까?
아무튼 대충 둘러댔는데, 이게 또 기사들에게 묘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우워어어어! 이게 바로 민중의 지혜라는 것이군요!”
“클로브로 그렇고, 지금 몬스터 사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플뤼드라는 청년도… 평민 중에도 이렇게 엄청난 능력자들이 있다니! 전혀 몰랐습니다!”
“앞으로는 평민이라고, 절대로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하면 안 되겠습니다!”
“하… 우리 에반 공자님께서는 어린 나이부터 사람의 귀천을 가리지 않으시니, 그 지혜가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졸지에 내 이미지는 ‘평민도 존중해주며, 그들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면 기꺼이 배우는 겸허한 귀족’으로 만들어지고 말았다.
‘어… 음…… 좀 다르긴 하지만, 상관없으려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모든 인간 자체를 존중해주는 박애주의자(호구)인 줄 착각할지 모르겠으나, 그것보다는 철저히 능력주의자라고 보는 게 맞을 거다.
3황자 시절에도 지지기반이 약했기 때문에 아카데미에서 능력 있는 평민 출신들을 적극적으로 포섭했고, 천마로 등극하기 전에 제자였던 시절에도 비슷했다.
― 귀족? 명문가? 간판 따위 개나 주라고 해!
어쩌면 지금도 비슷할 수밖에 없는 입장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쓰고 있는 이 몸은 ‘사생아’였으니까.
기사들이 알아서 오해해주고 이미지메이킹을 해준 덕분에, 잠깐 다른 생각에 잠겨있었는데―
“에반 공자님! 지금 공자님을 만나고 싶다면서 찾아온 평민이 있습니다. 미리 약속이 되어 있다고….”
“응? 누군데?”
“광장 번화가 쪽에 있는 공방 주인 길버트라는 청년입니다.”
“아! 내 손님이 맞아. 정중하게, 내 서재로 데려와 줄 수 있겠나?”
“헉… 넵! 아, 알겠습니다.”
언제 오나 싶었는데, 드디어 찾아왔다.
그런데 이게 또 기사들의 오해를 한층 더 깊게 만든 것 같았다.
“오오… 일개 평민을 손님을 맞으시다니!”
“에반 공자님께서는 정말로 신분으로 사람을 가리지 않으시는군요!”
이번에는 또 뭘 하려고 하시는 걸까?
하버와 기사들은 호기심에 눈빛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쳐다보고 있었다.
이 부담스러운 시선을 뒤로한 채, 나는 서재로 향했다.
기다렸던 손님을 맞기 위해서.
* * *
후르릅―
“나흘 만인가?”
“…예.”
“생각보다는 좀 더 걸렸군.”
나는 홍차를 한 모금 머금고, 푹신한 소파에 몸을 깊숙이 파묻었다.
그리고는 다리를 꼬고 눈앞의 상대를 훑어봤다.
푹 들어간 눈두덩이와 창백한 안색.
딱 봐도 어딘가 많이 아파 보였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실눈 뒤에 감춰진 눈동자만큼은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뿌드득―
“도대체 제게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지난번에 말했지 않나. 내 오러를 주입해 놨다고.”
“이건 혹시… 흑마력입니까?”
뭐, 그렇게 오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 내가 뿜어내던 힘은 마나 속성을 숨겨주는 팔찌의 허용치를 뛰어넘어서, 새까만 검은색을 고스란히 드러냈으니까.
생기를 빨아먹는다는 것도 석연치 않고.
하지만 엄연히 흑마력은 아니었다.
“네가 흑마법에 대해 뭘 얼마나 아는지 모르겠지만, 내 힘은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이다.”
“크윽… 당신은 저와 나이트 워커를 손에 넣어서 뭘 어떻게 할 셈입니까?”
한마디로 목적이 뭐냐는 거였는데….
길버트는 내 얘기를 들어보고 나를 따를지 말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음, 이거 어디까지 얘기해줘야 하나?’
고민이 됐다.
어차피 이들이 나를 따르기로 정하면, 내가 뭘 하려는지 알게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길버트에게는 천마인을 찍어놓은 이상 배신당할 염려도 없지.’
목숨줄을 내가 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금제도 걸 수 있었다.
게다가―
탁.
“이건 뭐지?”
그가 테이블 위에 무언가를 올려놨다.
주먹만 한 펜던트였는데 가운데에는 투명한 보석이 박혀있었다.
“진실과 거짓을 분별할 수 있게 해주는 아티팩트입니다.”
“오, 이렇게 귀한 물건을 막 꺼내도 돼?”
“목숨보다는 귀하지 않으니까요.”
“후후후! 과연… 그 말이 맞군.”
이제는 적당히 거짓말을 하려고 해도, 못 하게 된 상황이었다.
저 펜던트가 진짜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기는 했다.
“듣고 나서 후회할지도 모르는데, 괜찮겠어?”
“…저와 나이트 워커들에게는 반드시 이뤄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길버트는 만약 내 목적이 자신들의 목적에 반하는 것이라면 죽음을 택하겠다고 했다.
지금도 다 죽어가는 주제에, 기백이 대단하다.
“제가 오늘 일몰 전까지 돌아가지 않으면, 나이트 워커들은 베르딘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본거지를 옮기게 되겠지요.”
“으음… 꽤 비장하군.”
나름대로 사연이 있겠거니 했는데, 그 사연이라는 게 꽤 깊나 보다.
그래서 나도 결심을 굳혔다.
제대로 얘기해주기로.
“내 목적은 누군가를 죽이는 일이다.”
“…대체 누구를?”
이 소년의 몸으로 들어온 이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궁극의 목적.
그것은―
“황제.”
“…!”
순간.
찢어질 듯 두 눈을 부릅뜬 길버트.
테이블 위에 있던 펜던트에서는 푸른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키이이잉―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