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1)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31화(31/213)
“그, 그 말… 진심이십니까?!”
“지금 저 펜던트가 파랗게 빛나고 있다만.”
보통 저런 종류의 아이템들은 진실일 때 푸른빛이고, 거짓일 때 붉은빛 아닌가?
“진짜로… 황제를…!”
“듣고 나면 후회할지도 모른다고 했을 텐데?”
“…도대체 황제는 왜 죽이려고 하는 겁니까?”
음, 이것까지 말해주기에는 사정이 좀 복잡하다.
3황자였던 시절부터, 황태자 즉위식에서 흑마법에 당해서 무림으로 날려갔던 것.
그리고 다시 아르바니아로 되돌아왔는데, 원래 몸이 아니라 베르딘 후작의 사생아가 된 것까지 말해줘야 하니 말이다.
“그건 앞으로 기회가 되면 얘기해주지.”
이 질문은 스킵하고, 이제는 내가 물어볼 차례였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할 것인가?”
따를 것인가, 말 것인가.
질문을 받은 그의 눈빛이 세차게 흔들렸다.
“…만약 따르게 되면, 지금부터 황제의 측근들을 암살해야 하는 겁니까?”
“그건 아니다. 때가 되기 전까지는 그냥 내가 시키는 일들을 하면 된다.”
힐끗.
길버트는 얘기 중간중간에 테이블 위의 펜던트를 확인했다.
그것은 계속 푸른 빛을 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당신의 그 강대한 힘은 어떻게 된 겁니까? 원래 마스터 급이었습니까? 하지만 겨우 열 살인데 어떻게…….”
아무래도 지난번 내 신위가 어지간히도 충격적이었나보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소드마스터는 나이가 문제가 아니었다.
이 거대한 제국에도 마스터로 알려진 것은 단 세 명밖에 없었으니까.
“질문이 많군. 그냥 한마디만 하겠다.”
나는 지난번에 보여줬던 힘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비록 지금은 그 힘을 온전히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키이이잉―
여전히 푸른 빛을 발하는 펜던트.
한번 뜨였다 다시 감길 줄 모르는 실눈 청년의 눈빛은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 * *
‘이자라면…!’
부들부들.
길버트는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상대에 대해서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소년이라면 자신들이 비원을 이루어줄 수 있을 거라고.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 가지만 약속해주신다면… 저와 나이트 워커는 전심으로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음… 뭔데? 한번 말해봐.”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신중하게 대답하는 흑발청안의 소년.
시종일관 입가에 피어있던 미소도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길버트의 입술이 떨어졌다.
“때가 되었을 때, 저희가 목적을 이루는 것을 도와주십시오.”
“그 목적이 뭔지는…?”
“저희 또한 ‘누군가’를 죽이고자 합니다.”
“후후, 나이트 워커의 길드 마스터에게 이런 부탁을 듣게 될 줄이야.”
길버트는 표적에 대해서 자세히 얘기해주지는 않았지만, 에반은 듣자마자 몇 가지를 추론해냈다.
“부탁을 한다는 것은 나이트 워커의 힘만으로는 어렵다는 뜻이겠지.”
소속된 모든 암살자들을 동원해도 당해낼 수 없을 만큼의 무력을 소유하고 있거나, 아니면 사회적으로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막강한 위치에 있거나.
어쩌면 둘 다 일지도.
“…맹세컨대, 그것이 당신의 목적에 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걸 어떻게 보장할 셈이지? 그리고 내가 그렇게 하겠노라고 말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소년에게는 자신들에 대한 강제력이 있었지만, 정작 자신들은 소년에 대한 그 어떠한 강제력도 없었다.
그래서 준비해온 것이 있었으니―
스윽.
“이건 또 뭐냐?”
“아티팩트인 ‘죽음의 서약서’입니다.”
말 그대로, 내용을 작성하고 서명하는 즉시 어기면 죽음에 이르는 마법이 당사자들에게 걸리는 계약.
이건 소년으로서도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철저하군.”
“약자들이 강자를 대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이해해주시길.”
길버트는 혹여나 저 어린 폭군이 분노하면 어쩌나 가슴을 졸였다. 하지만 이정도의 안전장치는 있어야, 자신과 따르는 자들의 목숨을 맡길 수 있었다.
“아니야. 훌륭하다.”
다행히, 에반은 크게 기분 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꺼웠다.
“약속하지. 너희들이 누구를 죽이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내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도와주겠노라고.”
다만, 시기에 대해서는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된다면 거사를 연기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또한, 가진바 능력을 현저히 벗어나는 대상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지난번 보여줬던 소년의 신위.
압도적인 힘으로 자신을 포함한 나이트 워커 본부의 모든 암살자들을 무릎 꿇렸던 강함이, 그것이 본래 가지고 있던 힘의 극히 일부라면….
“알았다. 너희의 제안을 수락하도록 하지.”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길버트가 소년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처억.
“감사합니다. 저와 나이트 워커들은 계약이 지켜지는 한 당신의 수족이 되어 따를 것입니다.”
“후후후, 좋다.”
얘기가 마무리 되자, 에반이 길버트의 이마에 손가락을 올려놨다.
정확히는 타오르는 불꽃 문양의 ‘인(印)’ 위에.
그리고는 천마기를 흘려 넣었다.
츠화아아아―
“…헉?! 히, 힘이…!”
천마기를 주입받은 길버트는 나흘 내내 자신을 괴롭히던 고통이 즉시 사라진 것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온몸에서 힘이 흘러넘쳤다.
이전에는 느낄 수 없던 새로운 종류의 강력한 마나였다.
“이, 이게 대체…?”
그가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고 멍―하게 있을 때, 에반이 히죽 웃어 보였다.
어째 갑자기 좀 지쳐 보이는 모습이긴 했지만.
“너에게 심어놓은 불꽃 문양은 천마인이라고 한다. 속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 권능을 나눠준 것이기도 하지.”
소년은 나중에 자신이 방법을 알려주면, 길버트도 이 기운을 제한적으로나마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실제로도 천마신교에서 ‘천마인’은 교주가 지극히 총애하는 자에게 하사하는 은총과도 같았다.
천마기를 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공의 위력이 몇 배나 상승하는 데다가, 교주가 오롯이 믿을 수 있는 심복이 되는 것이니까.
키이이잉―
이 와중에도 아직 회수하지 않은 테이블 위의 펜던트는 푸른 빛을 발하고 있었다.
내심 살짝 감동한 길버트.
“에반 공자님, 당신을 만난 것은 정말이지… 천운인지도 모르겠군요.”
“나도 마찬가지다, 길버트.”
빈말이 아니었다.
소년에게는 베르딘 후작가와는 독립적인 자신만의 정보조직이 꼭 필요했으니 말이다.
“저희들끼리 있을 때는 ‘바트란’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그게 원래 이름인가 보군.”
“예. 길버트는 위장용 이름입니다.”
살짝 고개를 끄덕인 소년.
“알았다. 바트란. 앞으로 잘 부탁하지.”
“하핫… 저희가 잘 부탁드려야지요.”
길버트… 아니, 바트란의 날카로운 눈동자는 어느새 부드러운 호를 그리고 있는 실눈 뒤로 감춰졌다.
여태까지 그 누구에게도 복속되지 않았던 전설적인 암살자 길드 ‘나이트 워커(Night Walker)’
이들이 베르딘 후작가의 사생아에게 복속될 줄은, 본인들조차도 몰랐던 일이었다.
* * *
며칠 뒤.
잠잠하던 후작부인이 나를 불렀다.
오전의 해가 떠 있는데도 어둡고 칙칙한 회색빛.
분명 익숙한 공간이었는데, 그곳에 앉아있는 사람이 어색했다.
“무슨 일로 부르셨는지요, 어머님.”
“시킬 일이 있어서 불렀단다.”
나도 그렇지만, 후작부인도 어지간히 말 섞는 것이 싫었는지 다짜고짜 본론을 꺼냈다.
“요즘 검은 방벽 너머로 몬스터 출몰이 잦다는구나.”
“그렇습니까? 소자는 금시초문입니다만.”
“그건 네가 영주대리가 아니라서, 보고를 제대로 못 받기 때문인 것 같구나.”
은근히 자신이 ‘영주대리’라는 것을 내세운다.
말대꾸하지 말고 자기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뜻.
‘드디어 움직이는 건가?’
나는 고분고분 말을 들으면서, 이 여자가 뭐라고 말하는지 들어보기로 했다.
“우리 영지로 밀려오는 몬스터들은 전부 베하마그 산맥에서 나오는 것들이니, 네가 정찰대를 이끌고 베하마그 산맥에 다녀오거라.”
“제가요?”
아니나 다를까, 역시 이상한 명령이다.
위험한 정찰 임무에 굳이 영주 아들이 따라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후작부인의 뜻은 완강했다.
“정찰 임무도 지난번에 네가 따라갔던 토벌전처럼 베르딘가의 자제라면 응당 해야 할 의무란다.”
“글쎄요, 소자의 짧은 식견에는 다른 기사들이 가도 될 것 같은데요.”
“그래? 지난번 몬스터 토벌전도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될 것 같았는데 나서지 않았니. 설마 그때는 영지와 후작가를 향한 의무와 애착이 끓어올랐다가, 지금은 잘 보여야 할 후작이 없어서 그런 거니?”
오늘따라 후작부인의 세 치 혀가 무척 날카롭다.
아주 작정하고 칼을 갈고 나온 것처럼.
지켜줄 후작이 없다고 대놓고 비아냥거리는데, 그래봤자 내가 보기에는 그냥 귀여운 수준이었다.
피식.
“그럴 리가요.”
“호호호! 다행이구나.”
그녀는 내게 오늘 중으로 정찰대를 꾸려서 내일 베하마그 산맥으로 떠나라고 했다.
“인원은 너를 포함해서 스물이면 되겠지.”
“스물이요? 무슨 마을 광장 순찰 보내십니까?”
“흥! 무슨 대대적인 토벌도 아니고,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이 되는구나.”
여기에다가 베하마그 산맥에 제대로 다녀왔는지 확인해야 하니, 몬스터도 서너 마리 정도 잡아 오라고 했다.
이 정도면 아주 노골적으로 죽이려는 함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기꺼웠다.
‘후후, 퍽 기대가 되는군.’
어차피 후작부인과 프레이아 백작의 수작질이 암살 시도 한 번에 그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리고 베하마그 산맥이라면 마나허브 때문에라도 한번 다녀와야 했으니까.
“알겠습니다. 어머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흥… 그래, 이제 나가보거라.”
자기 할 말이 끝나자 축객령을 내리는 후작부인.
그래도 나는 공손히 예를 갖춰 보이며 물러났다.
* * *
우당탕탕―
“에, 에반 공자니이이임!”
영주성이 떠나가도록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
쿵쾅거리는 요란한 발걸음.
덜컹―!
곧 서재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거구의 사내가 들이닥쳤다.
꽤 멀리서부터 뛰어왔는지 숨을 몰아쉬면서.
“헉, 헉…! 소신이 방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고 달려왔습니다!”
“하버, 일단 저기 물 있으니까 목부터 한잔 축이고 얘기하는 게 어떨까?”
“아, 예! 감사합니다!”
벌컥벌컥―
물병째로 들이마신 하버.
그가 거두절미하고 대뜸 물었다.
“공자님! 마님께서 고작 스무 명으로 베하마그 산맥에 정찰을 다녀오라고 하셨다는 게 사실입니까?!”
“오, 정확히 알고 있네.”
쾅―!!!
“아니, 이게 지금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얘기를 들은 하버가 흥분해서 발을 구르며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다.
정작 당사자인 나는 태연한데 말이다.
“하버, 일단 좀 진정해봐.”
“에반 공자님! 지금 제가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그러면 어떻게 하려고? 쿠데타라도 일으키게?”
“그, 그건 아니지만…!”
그는 애가 타는지 발만 동동 굴렀다.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치기도 했고.
“그아아아! 에반 공자님, 이건 함정입니다! 절대로 가시면 안 됩니다!”
확실한 내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항상 후작부인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왔던 하버.
그런데 지금은 어지간히도 급했던지 직설화법으로 뇌의 필터를 거치지 않고 다다다다 쏟아냈다.
“아무리 정찰 임무라도, 베하마그 산맥에 갈 거라면 최소한 중대 규모는 보내야 한다구요! 이건 진짜, 가서 죽으라는 겁니다!”
새삼 고마웠다.
이렇게까지 내 걱정을 해준다는 것이.
하지만 나는 다 계획이 있었고, 이건 오히려 내가 후작부인과 외척인 프레이아 백작가를 옭아맬 기회였다.
그래서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하버.”
“예?”
아직도 흥분해서 씩씩거리는 그가 나와 눈을 마주치자 흠칫했다.
나는 여전한 목소리로 물었다.
입술 사이를 비집고 흘러나오는 차갑고 무미건조한 음성.
“내가 정말로 후작부인의 함정을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 그건…….”
여태까지 내가 보여줬던 모습들을 떠올린다면, 말도 안 되는 소리였겠지.
“다 생각이 있다. 그러니까 나를 믿어.”
“…에반 공자님.”
이렇게 말하고 나서야, 조금 진정된 하버가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함정에 빠지는 것은 오히려 저쪽이다.”
“예? 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히죽.
그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웃어 보였다.
떠나는 것은 바로 내일.
오늘은 꽤 바쁜 하루가 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