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3)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33화(33/213)
* * *
“헉! 에, 에반 공자님?! 저들은 도대체…?”
예상치 못한 아군의 등장으로 하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놀란 것이 비단 하버뿐이랴?
다른 기사들도 마찬가지 반응이었는데―
“당황할 것 없다. 내가 고용한 암살자들이니까.”
“네에에에?? 암살자요?!”
“후후후, 내가 다 계획이 있다고 했을 텐데.”
설마 못 믿었던 거냐?
이죽거리면서 웃어 보이자, 하버가 뜨끔한 표정으로 마구 손사래를 쳤다.
“무, 무슨 소립니까?! 소신은 이번에도 상상을 초월하는 대(大)천재 에반 공자님께서 반드시 뭔가 보여주실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으, 으하하핫!”
피식―
“그런 것치고는 아까 얼굴이 사색이던데?”
“에, 에이! 공자님~! 그건 다 적을 완벽하게 속이기 위한 소신의 연기였습니다!”
“후후, 경이 극에 나가면 웬만한 배우들 뺨치겠어.”
확실히 다수의 아군들이 등장하고 나서부터는, 분위기가 우리 쪽으로 확 넘어왔다.
베르딘 기사들에게는 여유가 생긴 반면, 습격범들은 꽤나 불안해 보였다.
“크윽! 그래도 암살자 따위가 기사를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으냐?”
프레이아 기사단장은 바짝 긴장한 게 눈에 보이는데도, 애써 허세를 부렸다.
그 모습이 가소로워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 내가 봤을 때는 충분할 것 같은데.”
“건방지구나! 천박한 사생아 따위가 뭘 안다고!”
스릉―
그가 검을 뽑아 들어 재차 공격 명령을 내렸다.
“지금부터 절반은 베르딘 기사들을 상대하고, 나머지 절반은 암살자들을 처리한다!”
“단장의 명을 받듭니다!”
음.
나쁘지 않은 판단력이다.
다만 놈들은 우리 전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설령 파악했더라도 이건 답이 없는 전력 차였다.
“바트란, 하버! 되도록 죽이지는 마라.”
“예엡! 알겠습니다!”
파밧―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검을 치켜세우고 뛰쳐나가는 하버.
“으랴아아압!”
부우우웅―
콰앙!!!
“끄아아악!”
“젠장… 어서 막아!”
그가 전신에 오러를 두르고 성난 멧돼지처럼 돌진했는데, 습격범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막아야 할지 감도 안 오는 괴력이었다.
“저놈은 내가 막는다!”
프레이아 기사단장이 즉시 검을 빼 들고 하버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 멧돼지 같은 새끼가아아!”
슈와아아악―
붉은 오러가 감긴 검이 눈앞에서 달려오는 상대를 향해 쇄도했다.
롱소드보다 길이가 조금 더 짧고 날이 넓은 브로드 소드.
리치는 좀 더 짧지만, 힘을 보다 확실하게 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으랴아아압!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아아!”
부우우웅―
하버 역시 빼지 않고, 정면승부에 응했다.
묵직한 푸른 오러를 두르고 있는 대검.
곧 두 기사의 검이 허공에서 맞부딪히면서, 붉고 푸른 오러들이 뒤엉켜 폭발했다.
콰앙!
“과연 힘 하나는 무식하게 세구나!”
“으하하핫! 칭찬해줘서 고맙군!”
“크윽… 칭찬이 아니란 말이다아아!”
스아아악―
챙!
두 기사단장은 첫 격돌 이후로도 끊임없이 칼날을 부딪쳐 나갔다.
양상은 대개 하버가 대검으로 거세게 밀어붙이면, 프레이아의 기사단장 크란츠가 브로드 소드로 흘려보내고 카운터를 노리는 형식.
‘나머지는….’
다들 잘 싸우고 있었다.
대체로 기사 대 기사로 싸우는 매치업은 호각지세.
하지만 암살자를 맡은 습격범들은 확연하게 밀렸다.
사사사삭―
나이트 워커의 암살자 하나가 습격범 하나를 정면에서 덮쳤다.
스아아아악―
채앵!!!
빠르긴 했지만, 정직하게 들어갔던 검격은 가볍게 막히고 말았다.
하지만 암살자의 검을 막아낸 습격범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끼긱― 끼기긱―
“크으윽… 이, 이건?!”
자신의 검과 칼날을 맞대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대의 단검.
여기에서 피어오르고 있는 암청색 아지랑이는 분명 ‘오러’였다.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암살자 따위가 오러를…?”
암살자들과 싸우는 다른 기사들도 모두 놀라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리고 빈틈이 생기면 여지없이 날아드는 비도와 각종 암기들.
푹― 푹―
“커…헉!”
프레이아 기사들은 속절없이 스러져갔다.
하버와 싸우고 있는 단장 대신에 병력 지휘를 맡고 있던 부단장 로완.
그는 일반적인 암살자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상대 움직임을 보고, 문득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서, 설마! 저들은… 나이트 워커인 건가?!”
거의 확신에 가까운 질문.
나는 직접 말해주기보다도 히죽 웃으며 빙빙 돌려 말했다.
“후후후! 너희만 저들을 고용하라는 법이 있나?”
“이, 이런 미친 새끼가…!”
혹시나 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나자, 부단장 로완은 복면 너머로 눈이 찢어질 것처럼 부릅떴다.
그리고는 곧 암살자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비난했다.
“부끄럽지도 않나! 당신네들은 의뢰에 실패했으면 염치라도 있어야지, 어찌 암살하려던 표적에게 다시 청부를 받아 의뢰주에게 칼을 겨눈다는 말인가?!”
나이트 워커 암살자들이 듣기에는 상당히 불쾌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
“재미있군요. 설마 암살자에게 의리를 요구할 줄은 몰랐습니다.”
변조된 목소리였지만, 분명 바트란이었다.
오히려 비웃음을 산 로완이 흥분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닥쳐라! 네놈들이 감히 우리에게 이러고도 이 바닥에서 계속 장사할 수 있을 줄 아느냐?!”
“글쎄요. 굳이 그쪽이 저희를 찾아주지 않아도, 이미 찾는 분들이 많아서 말이죠.”
“이이익! 이 버러지 같은 것들이 줏대도 없이…!”
파밧―
결국 제 분을 이기지 못한 그가 바트란에게 달려들었고, 그 순간 나는 놈의 죽음을 직감했다.
‘쯧쯧, 암살자를 상대하는데 흥분하다니.’
아주 작은 틈만 있어도, 그것을 비집고 들어가 표적을 죽이는 자들이 암살자다.
지금 칼을 빼 들고 달려드는 로완은 기세는 매서울지언정, 허점이 너무 많았다.
스르륵―
바트란이 몸을 움직였다.
과연 나이트 워커의 길드 마스터답게, 눈으로도 쫓아가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 그리고 은밀함이었다.
피비빗―
정면 세 군데를 노리고 날아가는 암기.
날이 세 개인 수리검이었는데, 궤적이 나선형으로 휘어져서 막아내기가 제법 까다로워 보였다.
무엇보다 바트란의 손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암청색으로 피어오르는 오러.
필시, 막아도 만만치 않은 위력일 것이 분명했다.
“거기냐!”
슈와아악―
로완은 일단 수리검까지는 막아냈는데-
퍼버벙!
“크윽….”
하지만 그로 인해 순간 바트란의 움직임을 놓쳤고, 바트란은 사각(死角)을 틈타서 우측 하방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는 스쳐 지나가듯 사선 아래에서 위로 휘둘러진 단검.
노리는 부위는 갑주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는 관절 ‘겨드랑이’였다.
서걱―
칼자루를 꼭 쥔 채로 날아오르는 오른팔.
털썩.
“내, 내 팔이… 끄아아악!”
이런 식으로 암살자들은 상대의 팔다리를 잘라냈다.
내가 죽이지 말고 제압하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대부분 정리됐군.’
남은 것은 기사단장 크란츠와 몇몇 기사들뿐.
하버가 자신과 검을 나누던 크란츠에게 말했다.
“어이,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항복하지?”
“으으윽… 시끄럽다! 죽을 때 죽더라도 항복은…!”
―하지 않겠다고 말하려는 것 같았는데.
그는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서걱―
“끄아아악!”
어느새 뒤로 다가온 바트란이 무릎을 베었기 때문이었다.
털썩.
“끄으으… 비, 비겁하다! 뒤에서 암습이라니…!”
잔뜩 핏발이 선 눈으로 소리를 지른 크란츠.
하지만 가만히 서서 내려다보는 바트란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이런이런… 암습을 하는 암살자가 비겁하다고요?”
웃기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건 애초에 대련도, 결투도 뭣도 아니었다.
저들의 일방적인 습격으로 시작된 싸움.
단장 크란츠와 부단장 로완이 제압당하면서, 이제는 슬슬 끝이 보였다.
“다, 단장님이….”
“더 이상 저항은 의미 없다. 항복해라.”
“크윽…!”
철그렁―
결국 무기를 내려놓은 프레이아의 기사들.
실력으로 봐서는 기사단 안에서도 핵심적인 전력인 것 같았는데, 프레이아 백작도 나름대로 큰 위험을 감수하고 결정적인 수를 쓴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결과는 나의 대승(大勝).
포로가 된 이들은 이제 후작부인과 프레이아 백작을 압박해줄 좋은 무기가 될 터였다.
‘후후후, 일이 아주 재밌게 돌아가는군.’
이 소식이 알려졌을 때.
과연 두 사람의 표정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즐거웠다.
* * *
“인질이라니! 천박한 사생아답게 발상도 저질…!”
“아, 시끄럽다.”
푹.
“……! …?!”
나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프레이아 기사단장의 아혈을 짚었다.
그러자 목소리가 안 나오는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에서 지켜보는 기사들과 암살자들도 다 놀랐다.
“에, 에반 공자님? 방금 그건 어떻게 하신 겁니까?”
“아― 이거?”
푹.
“…X발! 도대체 내게 무슨 사악한 마법을… 헛?!”
아하. 이런 욕 하고 있었구나?
다시 아혈을 풀어주자, 크란츠의 욕설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쯧! 치졸하게 암습까지 했는데도 졌으면, 그냥 좀 닥치고 있지, 뭐 그리 말이 많아?”
푹.
“…! …?! … …!”
또다시 아혈을 눌러서 목소리를 잠갔다.
그러자 하버가 옆에서 또 호들갑을 떨었다.
“우워어어어! 정말 대단하십니다! 혹시 이것도 평민들의 지혜입니까?!”
“응?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이제는 알아서 먼저 편하게 오해해주는 그였다.
다른 기사들도 마찬가지.
옆에서 바트란과 나이트 워커의 암살자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건 뭐지?’ 내지 ‘이걸 믿는다고?’라는 표정.
“흠흠! 간단한 기술이니, 나중에 너희들에게도 알려주겠다.”
“오오! 그게 정말입니까?!”
“와하하핫! 에반 공자님과 같이 있다 보면, 신기한 일이 정말 많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진짜입니다! 이제 배운 지 일주일 정도 된 호흡법도 벌써 효과가 느껴지는 게 참 놀랍습니다!”
그러고 보니, 여기에 있는 베르딘 기사들 대부분이 내게 무공을 배우는 이들이었다.
좋아. 이렇게 한 개씩 알려주면 되겠지.
그런데―
‘아직 숨어있는 적이 있나…?!’
왠지 어디선가 뚫어지게 쳐다보는,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다.
홱.
돌아본 곳에는 바트란이 있었다.
어느새 본인 특유의 부드러운 실눈을 뜨고 있었는데, 물끄러미 쳐다보는 그 표정이 마치….
「우리는요? 우리는 안 알려주시나요?」
라고 묻는 것 같았다.
누가 암살자 아니랄까봐 눈빛으로 말하고 있다.
쯧쯧.
[부러워할 필요 없다. 너희한테도 알려줄 테니까.]순간 바로 옆에서 속삭이듯 전달한 목소리.
전음밀입(傳音密入)이었다.
무림에서 흔히 줄여서 ‘전음’이라 부르는 그것.
흠칫!
“바, 방금 분명 귓가에 목소리가…?”
어찌나 놀랐던지, 바트란의 실눈이 번쩍 뜨였다.
그 반응이 퍽 재밌었다.
뭔가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중원의 살수들에게는 기본 중의 기본인 기예를 이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암살자가 전음을 모르다니 말이다.
확실히… ‘마법’이 없어서 그렇지, 기를 다루는 능력은 이곳보다 무림이 훨씬 뛰어난 것 같다.
[이것도 알려줄 테니, 그리 놀랄 것 없고.]“이, 이건… 마법인 겁니까?”
내 전음에, 그가 육성으로 물었다.
“아니. 오러를 응용한 잡기(雜技)다.”
“…이게 ‘잡기’인 겁니까?”
“후후, 알아두면 꽤 유용한 ‘잡기’지.”
사설은 여기까지.
이제는 향후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서 명령을 내려줘야 할 때였다.
“인질들은 목숨만 붙어있으면 된다.”
나는 사로잡은 프레이아 기사들의 발목을 힘줄을 모두 자르도록 했다.
다시는 기사 노릇을 하지 못하도록.
“아, 안 돼! 하지 마! 제, 제발…!”
푸슉―
“끄아아악!”
저항해봤자 소용없었다.
그렇게 작업을 마친 후, 하버가 다가왔다.
“에반 공자님, 복귀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응?”
“이제 성으로 돌아가셔야죠.”
습격범들도 잡았겠다, 그는 당연히 내가 되돌아갈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할 일이 남아있었다.
“아니야, 하버. 아직 정찰 임무가 안 끝났잖아?”
“…네??”
그렇다.
중간에 이상한 놈들한테 습격을 받긴 했지만, 이게 베하마그 산맥을 정찰한 것은 아니었다.
“인질들 데리고 먼저 가 있어.”
“그, 그러면 공자님은요…?”
“나는 베하마그 산맥에 들렀다 가겠다.”
꿍쳐둔 영초를 찾으러 갈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