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5)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35화(35/213)
* * *
다들 그거 아는지 모르겠다.
뭔가 굉장히 중요한 용무가 있었는데, 깜빡 잊고 잠자고 있다가 일어났을 때의 느낌.
뭔가 굉장히 평화롭고, 또 고요하면서도….
그 묘한 위화감.
살짝 쌔―한 기분이 드는 게, 지금 딱 내 상태였다.
“…뭐야? 나, 설마 의식을 잃었던 건가?”
정신을 차려보니 파란 마나허브 꽃밭 위로, 주홍빛 노을이 아름답게 드리우고 있었다.
분명히 아까는 해가 중천에 떠 있었는데 말이다.
‘X됐네.’
이 근방에 대한 정찰 명령을 내릴 때, 분명히 1시간 뒤에 다시 모이라고 했었다.
지금쯤이면 아마 내 행방을 찾으려고 다들 난리가 났을 거다.
그래도 이미 늦은 걸 어찌하리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쩝, 그냥 간만에 꿀잠 잤다고 생각해야겠군.’
덕분에 컨디션도 최고였다.
초재생 덕분에 상처도 말끔히 다 나은 상태.
다만, 팔찌는….
파직― 파지직―
‘아, 이거 완전히 맛탱이 갔네.’
아무래도 수리가 필요할 것 같다.
그래도 목숨은 수리가 안 되니, 죽는 것보다야 팔찌가 고장 나는 게 훨씬 낫지.
‘에휴, 마나허브는….’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못 챙기긴 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
다음에 또 오든가 해야지.
대신에 꿩 대신 닭이라고, 피 터지게 싸웠던 근육질 아기사슴의 사체를 챙겼다.
녹용이라도 달여 먹으려고.
* * *
“에반 공자님―! 어디 계십니까아아―!”
날이 저물어가는 베하마그 산맥의 숲속.
베르딘의 기사들과 나이트 워커의 암살자들은 몇 시간 째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하… 어떻게 이런 일이…….”
하버는 애가 탔다.
벌써 약속 시간보다 반나절 가까이 지나갔다.
해가 지고 난 뒤의 베하마그 산맥은 낮보다 갑절은 위험했기에, 수색작업을 벌일 수 있는 것도 이제 몇 분 안 남은 상황.
“단장님… 이러다가 해가 지고 난 이후에 산에 고립될지도 모릅니다.”
“이미 이 일대는 샅샅이 뒤졌습니다만….”
이제는 하산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다른 기사들이라고 어찌 마음이 무겁지 않을 수 있을까?
하버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그저 답답한 심정에 가슴을 칠 뿐.
“5분만… 아니, 딱 10분만 더 찾아본다.”
“…알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죠. 우리도 도울 테니.”
에반이 걱정되기는 바트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하버만큼 불안하지는 않았다.
일단 베르딘 공자가 사실은 어마어마한 힘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그냥 그가 무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트란은 이에 대해서도 짚이는 부분이 있었다.
‘천마인이라고 했던가요? 아마도 주군께서 심어두신 이 기운 때문인 것 같군요.’
놀랍게도 그것은 에반과 어느 정도 통해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스스스슥―
그들은 멀리서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하버와 바트란은 즉시 알아챘다.
“이 기운은…!”
“아슬아슬하게 오셨군요.”
그리고 곧 모습을 드러낸 소년.
“하아… 하아…! 다들… 많이 기다렸지?”
도대체 뭘 하다 온 건지, 머리는 아무렇게나 뒤엉켜 있고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상태.
그리고 꽤 멀리서부터 황급히 달려온 것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에반 공자니이이임!”
와락―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채로 있는 힘껏 소년을 끌어안는 하버.
으으.
남자가 이러는 건 조금 징그럽긴 한데….
그래도 하버가 얼마나 걱정했을지 알기 때문에 굳이 타박하지는 않았다.
“어허허헝! 무사하셨군요!”
“하, 하하… 당연하지. 걱정시켜서 미안하다.”
토닥토닥.
에반은 가만히 등을 두들겨주며, 놀란 마음을 진정시켜줬다.
그러자 좀 차분해진 하버가 물었다.
“도대체 지금까지 어디에서 뭘 하고 계셨던 겁니까?”
“아, 그게…….”
물어본 사람은 하버였지만, 모두가 소년이 뭐라고 말할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에반은 잠시 고민했다.
‘끙, 뭐라고 하지?’
처음에는 적당히 둘러댈까 하다가,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예전에 토끼 괴물 때는 완전히 검술 초짜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니 그렇다고 쳐도, 지금은 아니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
한참 고민하던 소년은 그냥 직접 보여주기로 했다.
그래서 가죽 주머니에서 사슴의 사체를 꺼냈다.
슈르륵―
“으아아앗~! 마, 마법?!”
“이, 이게 대체…?”
조그마한 가죽 주머니에서 하버보다 더 큰 무언가가 튀어나오는 모습은 충분히 놀랄 만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놀라운 것은 튀어나온 ‘무언가’ 그 자체였다.
머리만 보면 귀여운 아기사슴이었지만, 귀 위쪽으로 솟아 있는 부채꼴 모양의 뿔은 그야말로 웅장했다.
그것보다 더 웅장한 것은 윤기 나는 검은 털로 덮여있는 근육질 몸뚱이였다.
매일 근력을 단련하는 하버와 기사들은 순수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광활한 대지와 같은 대흉근은 대체….”
“훌륭하군! 광배나 복근뿐만 아니라 큰 근육들 사이의 세밀한 근육들까지도 골고루 발달해있다니…!”
바트란과 암살자들도 아기사슴의 사체를 흥미롭게 살펴봤다.
“생전 처음 보는 몬스터로군요.”
“이놈은 도대체 뭡니까?”
“음… 그건 나도 모르겠다. 정찰 중에 우연히 마주쳐서 싸우게 됐는데, 간신히 해치웠다.”
그러고 나서 기력을 소진해서 세상 모르게 자다가 왔다는 얘기는 차마 말하지 못했다.
어쨌든, 하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나저나… 에반 공자님을 애먹였을 정도면, 대단한 놈이었겠습니다.”
바트란과 나이트 워커 암살자들은 아기사슴의 강함에 굉장히 놀란 눈치였다.
여기에는 약간의 오해가 있어 보였는데―
‘맙소사, 오러 마스터를 애먹일 정도의 몬스터라니….’
꿀꺽….
‘역시 베하마그 산맥은… 무시무시한 곳이었군요.’
아무래도 지난번 길버트 공방에서 싸웠을 때 에반의 모습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만, 오해의 당사자는 굳이 설명하기가 귀찮았고.
“아무튼, 다들 걱정시켜서 미안하다.”
“아닙니다! 이제 그러면 용무는 다 끝나신 겁니까?”
“그래.”
에반은 임무 종료를 선언함과 동시에, 성으로 복귀할 것을 명했다.
* * *
에반이 후작부인의 명령으로 베하마그 산맥에 정찰을 나가 있을 시점.
황도에 있던 페르반 베르딘은 제국영주총회 넷째 날의 일정을 마쳤다.
이제 내일부터 남은 3일 동안의 일정은 연회였기에, 첫날 얼굴만 비추고 영지로 복귀하려고 했다.
그리고 오늘 밤은….
‘그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중요하게 처리할 일이 있으니, 오늘 밤은 아무도 집무실에 들이지 말도록.”
“예, 후작님.”
그는 시간이 되자, 황도의 저택 안 집무실에서 채비를 갖췄다.
펄럭―
온통 새까만 로브를 두르고, 얼굴에는 하얀 가면을 썼다.
왼쪽 눈동자 아래쪽에 ‘클로버 7’이 새겨진 가면.
그리고는 품속에서 ‘검은 편지’를 꺼내어 그것을 찢었다.
츠화아아―
그 순간, 놀랍게도 편지지가 검은 마나로 변하면서 페르반을 휘감았다.
왠지 모를 불길함과 사악함이 느껴지는 마나.
하지만 그는 태연했다.
익숙하다는 듯이.
츠즈즈즈…….
잠시 후.
그의 모습은 집무실 안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 * *
지하 깊숙한 곳인 것일까?
아니면 창문이 없는 건물 안일지도.
사방이 캄캄한 어둠 속에 잠겨있는 공간에 정사각형 테이블이 있었다.
화르륵―
그 가운데에서 일렁거리며 타오르는 보라색 불길.
이 공간에 빛이라고는 오직 이것밖에 없어,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의 면면을 비췄다.
참석자들은 테이블 모서리마다 아홉 명.
총 서른여섯 명이었는데, 모두가 칠흑처럼 새까만 로브에 섬뜩해 보이는 하얀색 가면을 쓰고 있었다.
왼쪽 눈동자 아래에 웬 기호와 숫자가 쓰여져 있는.
그중에는 ‘클로버 7’이 새겨진 가면도 있었다.
“올 사람들은 다 온 것 같으니…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지.”
침묵 속에서 울려 퍼진 목소리.
입을 연 것은 ‘스페이드 2’였다.
그는 다양한 안건들에 대해서 얘기하며, 거기에 해당하는 인물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들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스페이드 2’가 아닌 다른 사람이 질문이나 자신의 견해를 말하기도 했는데…
대화 내용은 하나같이 경악을 금치 못할 것들이었다.
“중부의 약물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소.”
“귀족들뿐만이 아니라 평민들에게도 퍼뜨려야 할 것이네.”
“물론이오. 좋은 것은 모두가 알아야 하는 법이니.”
“동부는 이제 곧 제물로 삼을 고아들의 숫자를 다 채울 수 있을 것 같네요.”
“몇 명 남았지?”
“666명까지 이제 127명 남았네요.”
“생각보다 더디군.”
“이것도 서두르고 있는 것이랍니다.”
회의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러다가 진행을 맡은 ‘스페이드 2’가 ‘클로버 7’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래… 사실 오늘 회의에서는 그 누구보다 당신의 얘기를 들어보고 싶었소.”
날카롭게 번뜩이는 눈빛.
그것을 마주한 ‘클로버 7’의 가면 사내.
페르반 베르딘은 드디어 올 것이 왔나 싶었다.
“질문하시오. 대답하겠으니.”
“물론 그래야 할 것이오.”
모두의 시선이 페르반에게 향했다.
사실 가면을 쓰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대부분 누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때문에, 모두가 ‘클로버 7’의 얘기를 듣고 싶어 했다.
일단 첫 번째 질문.
“일단… 갑자기 몇 달 전에 사생아를 입적시켰던데, 그건 어찌 된 일이오?”
시작부터 제법 날카로운 질문이었지만, 이미 준비된 대답이 있었다.
“그 아이를 입적한 시기는 내가 진행하고 있던 ‘그 실험’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났을 때요.”
“알고 있소. 장장 10년을 끌어온 연구였지만… 결국 폐기하기로 했다고 들었소.”
“…아직 확정적인 지침을 듣지는 못했지만, 실질적으로 더 이상 연구를 진행하기 어려워지긴 했지.”
“어쨌든, 그 일과 당신이 입적한 사생아가 뭔가 상관이 있는 거요?”
“그렇소.”
실험은 결국 실패했지만, 그동안의 연구로 얻게 된 유의미한 발견들이 있었다.
이것들을 입증할 수 있는 생체실험 데이터가 필요했고, 그 대상으로 옆에 두고서 관찰할 수 있는 실험체를 들여온 것이다.
당연히 진짜 아들은 아니고, 적당히 닮은 아이를 찾아서 마법으로 암시를 걸어놨을 뿐.
여기까지가 페르반의 설명이었다.
“그러면 혈연검증마법은…?”
“아! 그건 제가 처리해줬습니다.”
대답은 다른 쪽에서 들려왔다.
‘하트 3’이 새겨진 가면을 쓴 인물이었는데, 음성을 변조하기는 했으나 ‘여성’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과연… 그렇군.”
“호호호! 클로버 7도 여전히 지독한 냉혈한이네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들 무난하게 납득하는 분위기였고, 스페이스 2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바로 ‘클로브’에 대한 것.
“그건 ‘우연한 사고’였소.”
“지금… 뭐라고 하셨소이까?”
“크흠, 지금 제국을 뒤집어놓은 그 엄청난 발견이 우연이었다고?”
수군수군―
여기에 대해서만큼은 다들 말이 많았다.
아무래도 믿어지지 않는 눈치였는데―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소만.”
진행자인 스페이드 2도 추가설명을 요구했다.
뭔가 묘하게 날카로운 목소리.
하지만 이미 이런 반응을 예상했던 페르반은 차분히 설명을 이어갔다.
“그 사생아를 테스트할 것이 있어서, 베하마그 산맥의 몬스터 토벌전에 데리고 나갔었소.”
그런데 뜻하지 않게, 입적한 사생아가 평민의 지식이라면서 마법을 통하지 않고 몬스터 사체를 정화할 수 있는 방법을 말했다는 것이다.
“설마 그 방법이 진짜일 줄도 몰랐고, 주변에 너무 많은 자가 목격해버려서 정보를 통제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었소.”
“크음… 뭐, 일단 보고는 이렇게 하겠소.”
하지만 스페이드 2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추가적인 확인과 조사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페르반은 가면 너머로 물끄러미 스페이드 2를 응시하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든지.”
“…그렇다면야, 알았소.”
이후.
회의에서는 몇 가지 주제들이 더 나왔고, 자정이 좀 넘어서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