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7)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37화(37/213)
여태까지 모여들었던 귀족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귀찮은 작자가 나타났다.
‘…프레이아 백작.’
이자를 단순히 ‘귀찮은 놈’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제 딸년과 함께 에반을 죽이려고 작당을 했는데.
‘너구리 같은 영감이 뻔뻔하게… 감히!’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검을 뽑아 목을 치고 싶었으나,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모여든 귀족들은 프레이아 백작에게 길을 내줬다.
아무래도 베르딘 후작에게는 ‘장인’이었으니, 아쉬워도 어쩔 수 없었으리라.
“그래그래, 부인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것을.”
“…현재 영지 상황이 바쁘게 돌아가는지라 저만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쯧쯧, 그렇구먼. 내 손주들도 잘 있는가?”
“…지금 헤브론이 학기 중이니, 수학에 여념이 없을 것입니다.”
헤브론 아카데미는 학기 중에는 아무도 개인적인 사유로 학원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공식적으로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의 황족을 빼고.
“에구~ 손주 놈들 얼굴 본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구먼. 부인이랑 같이해서 한번 영지로 찾아오시게.”
생김새만 보면 허연 백발에 한줄기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수염까지, 이렇게 인자해 보일 수가 없었다.
건네는 말들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사위의 가정을 걱정해주는 돈독한 사이로 보일 터였다.
그러나 페르반 입장에서는….
‘교활한 영감 같으니라고.’
그 한마디 한마디가 심기에 거슬렸다.
여기에다가 이어지는 질문은 더욱 가관이었다.
“헌데 요즘 딸아이가 걱정이 많은 것 같던데… 최근 자네가 새롭게 들여왔다는 그 아이는 대체 어떻게 된 겐가?”
순간 베르딘 후작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고, 좌중의 사람들은 모두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아무리 불만이 있어도 이걸 공개적인 자리에서 드러내다니?
물론, 조금만 머리가 돌아가는 귀족들은 프레이아 백작이 굳이 왜 이 얘기를 꺼냈는지 알고 있었다.
베르딘 후작의 치부를 쥐고 흔들어서, 단물을 빨아 보겠다는 노골적인 속셈.
이쯤 되자, 페르반도 더는 참고 있을 수 없었다.
“프레이아 백작, 아까부터 말이 짧군.”
“뭐, 뭣이…?!”
다짜고짜 튀어나온 반말에, 당황한 프레이아 백작.
아무리 10년 전 어떤 사건을 겪은 이후로 성격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그가 아는 원래 베르딘 후작의 성격은 아무리 화가 나도 속으로 삭이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불쾌감을 드러내다니…?
백작이 아연실색해져 있을 때.
“아무리 장인이라고는 하지만 이곳은 공식 석상이고, 제국에는 엄연히 폐하께서 만들어놓으신 작위 제도가 있다네.”
한마디로, ‘나보다 작위도 낮은 놈이, 어디서 자꾸 하대를 하냐?’는 뜻이었다.
파르르….
“이이익……!”
수치감과 분노로 인해서 수염이 떨려오는 백작.
하지만 맞는 말이기에 뭐라고 따질 수도 없었다.
“제가… 반가운 마음에 그만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다음부터는 주의하도록 하게.”
“예, 하지만 방금 노구가 드렸던 질문에 대해서는 필히 대답을 해주셔야 할 겝니다.”
이대로 순순히 물러나지는 않겠다는 굳은 의지.
그러나 이 또한 말하지 않느니만 못하게 되었다.
페르반의 입가에 피어난 차가운 조소.
“집안 문제를 논하기에는 황궁의 연회장은 적절치 않은 듯하네.”
“허허… 그렇군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했지만, 프레이아 백작의 얼굴은 이미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아까 맨 처음에 인자해 보이던 모습은 어디로 갔을까?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은 사리 분간 못 하고 사위의 재물을 탐하여 흠을 잡다가, 뻔히 속내를 보이게 된 욕심 많은 노인네만 있을 뿐.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아! 오늘 아침에 영지에서 보고를 받았는데, 내가 영지를 비운 사이에 어떤 불온한 무리들이 막내 공자를 죽이려다가 실패했다는군.”
“…!”
웅성웅성―
그 순간, 주변이 소란스러워졌고 프레이아 백작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가 애써 태연한 척하지만, 바짝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것참… 다행이군요. 혹시 어떤 놈들의 소행이었는지도 알아내셨습니까?”
“글쎄? 아직은 모르지만 대부분 생포했다고 하니, 곧 밝혀지지 않겠나 싶소.”
“…그렇군요.”
프레이아 백작은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서, 이제는 표정 관리가 아예 안 될 정도였다.
페르반이 입가에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
“그러면 아까 백작이 얘기했던 대로, 이 일은 차후 따로 얘기해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만.”
처음에 말을 걸어올 때는 기세등등했지만, 결국에는 꼬리를 말고 도망가는 형국이었다.
페르반은 이 상황이 매우 즐거웠다.
그런데 그때.
또다시 주변이 소란스러워지더니, 새로운 누군가가 말을 건넸다.
“이거… 이래서야 연회 자리도 그대에게는 회의의 연속이나 다름없군.”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고 있는 그는….
“폐, 폐하?!”
바르칸.K.아스론.
바로 ‘황제’였다.
“원래 없던 재물은 사돈에 팔촌까지 전부 불러 모은다니, 한동안 고생 좀 하겠어.”
“…송구하옵니다.”
황제는 회의 때 발표했던 내용들과 시제품으로 선보였던 물건이 무척 흥미로웠다고 얘기했다.
“그간 열악한 환경 속에서 몬스터들로부터 국경을 지키느라 애썼는데, 앞으로 베르딘에 번영이 있기를 바라네.”
“황공하옵니다, 폐하.”
여기까지는 그냥 형식적으로 주고받는 대화.
그런데 이어지는 황제의 말을 듣고, 페르반은 살짝 당황했다.
“막내로 들어온 아이가 그렇게도 영특하다지?”
“예? 과, 과찬이십니다.”
“아닐세. 듣기로는 클로브를 통해서 몬스터 사체를 정화하는 것도 그 아이가 평민들의 지식을 알려줬다고 들었네만.”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옵니다.”
페르반은 에반에게 자꾸 관심이 쏠리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황제는 갑자기 대체 왜 이러는 걸까?
단순한 호기심일까?
“기회가 되면 만나보고 싶군.”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이 말을 끝으로 황제는 떠나갔다.
하지만 그가 에반에게 보였던 관심은 강한 여운으로 남아, 페르반의 기분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이런 와중에 또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하하핫! 황제 폐하께서도 와서 관심을 보이시다니! 이거 못 보던 새, 유명인사가 다 됐군?”
“오랜만입니다, 루크 공작님.”
이번에는 그나마 좀 반가운 얼굴이었다.
그가 나름 반갑게 맞아주자, 루크 공작이 씨익 웃으며 물었다.
“그래, 사업 추진은 잘되어 가시는가?”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오늘 연회가 끝나면 곧바로 영지로 내려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이런… 역시 바쁘시구만!”
두 사람은 한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쨍그랑―
갑자기 뭔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연회장 한쪽에서 약간의 소란이 일어났다.
그리고 어떤 귀족이 급히 루크 공작을 찾았다.
“여기 계셨군요, 공작님! 큰일 났습니다! 지금 루크 공녀가….”
“뭐라고?! 아인세라?”
얘기를 듣자마자, 루크 공작은 황급히 그쪽으로 이동했다.
옆에는 베르딘 후작도 함께였다.
‘이런… 자꾸 귀찮은 일에 휘말리게 되는군.’
마음 같아서야 이제 연회장을 뜨고 싶었지만, 하필 같이 얘기를 나누던 와중이라서 혼자만 가보겠다고 하기도 애매했다.
그런데 막상 달려간 곳.
거기에서는 1황자와 아인세라 공녀가 서로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고, 이들의 화두에 있는 것은…?
“거짓말하지 마! 역시 내 청혼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 것은 에반 베르딘인가 하는 그 평민 출신의 천박한 사생아 때문이잖아!”
“1황자 전하, 아무리 황족이라 하지만, 엄연히 제국법상 귀족인 자를 그런 식으로 매도하시다니요?”
그렇다.
에반 베르딘.
자신의 막내아들이었다.
“아인세라! 굳이 관심 없다면, 더러운 평민의 피가 섞인 놈과 어울리지 마라!”
“무례하시군요. 제가 누구와 교류를 하든, 1황자 전하께서 무슨 상관이신지요?”
“뭐?! 무례하다고? 나는 네가 걱정되어서 진심으로 얘기해주는 것뿐이다!”
“네네. 관심 주셔서 감사하지만, 이 이상 선을 넘어오시면 무척이나 부담스러울 것 같네요.”
아인세라의 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출신을 떠나, 제가 본 베르딘 공자는 깜짝 놀랄 만큼 출중하고 귀족으로서 합당한 품격과 소양을 갖췄습니다.”
“그래봤자 평민의 피를 이은 쓰레기에 불과해!”
“그는 단순히 출신만으로 박한 평가를 받기에는 아까운 인재입니다!”
“이런 X발! 그놈이 뭐가 그리 잘났기에…!”
소년과 소녀의 대화는 여기까지였다.
쿠화아아앙―
“거기까지 하시지요!”
갑자기 몰려든 귀족들 가운데 무시무시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그와 함께 터져 나온 노호성.
거기에는 자줏빛 오러에 휩싸여있는 루크 공작이 서 있었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동자.
“1황자 전하, 아무리 황족이시라지만, 이건 지나친 처사 같군요.”
“루, 루크 공작! 하지만 아인세라가 내가 보낸 청혼서를….”
분노한 소녀의 아버지 앞에서, 당황한 1황자는 나름대로 변명이라고 말을 하긴 했지만….
오히려 불 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되었다.
“혼인은 인륜지대사이며, 저는 공녀가 아무리 제 딸이라고 하지만 반려를 정함에 있어서만큼은 그 뜻을 존중해줄 것입니다.
헌데, 제3자라고 할 수 있는 전하께서 이를 강요하십니까?”
다른 것은 몰라도, 아인세라를 건드리다니…!
그가 어느새 1황자의 뒤에 선 1황비를 노려봤다.
“소신은 이번 일을 절대로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루, 루크 공작!”
그리고 루크 공작만큼 화가 난 사람.
페르반 베르딘이 이어서 말했다.
“1황자 전하. 소신의 부족한 막내아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신 것은 황공하오나… 방금 말씀하신 발언에 대해서는 제대로 들은 것이 맞나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는 아이의 어머니가 비록 평민이라고는 하나, 엄연한 제국의 백성이고 황족은 모든 백성들을 두루 보살펴야 하는 입장임을 강조했다.
“또한 어머니의 신분과 관계없이 제국법에 의거, 제 막내아들도 엄연한 귀족입니다.
오늘 있었던, 제 아들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는 추후 1황자궁으로 엄중히 항의토록 하겠습니다.”
페르반의 말투는 지극히 사무적이었고 차분해 보였지만, 거기에는 차가운 분노가 얼어붙어 있었다.
꾸욱.
‘크읏… 변방 시골뜨기 영주 따위가!’
차마 뭐라고 하지는 못하고, 입술만 꾹 깨문 1황비.
그때, 뒤쪽에서 위엄있는 중후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만.”
황제였다.
그러자 1황비와 1황자의 표정이 밝아졌는데, 기대와는 달리 그는 버럭 호통을 쳤다.
“문무백관들과 제국 모든 영주들이 모인 자리다! 헌데 1황자는 이게 무슨 추태인가?”
“아, 아바마마?”
“당장 루크 공녀에게 사과하고, 공작과 베르딘 후작에게도 사죄하도록 하여라!”
1황비는 즉시 억울함을 호소했다.
“폐하, 너무하십니다! 원래 저희가 보냈던 청혼서에 답신을 차일피일 미룬 것은 루크 공작가입니다!”
그러자 루크 공작을 쳐다보는 황제.
그가 근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청혼서에 기한이 있었소?”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기한은 따로 명기되지 않았습니다. 하여… 신중히 고려한다는 것이 답이 늦어졌습니다.”
이제 황제의 시선은 다시 1황비에게로 돌아갔다.
은은한 노기가 어린 눈빛.
“애초에 기한을 두지 않았던 것인데, 어찌 그것을 두고 상대를 핍박한다는 말이오?”
“그, 그것이…….”
“이번 일은 명백히 1황자의 과실이오.”
“으읏……!”
결국 1황제 키르젠은 얼굴이 벌게져서 미안하다고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루크 공작과 베르딘 후작도 더는 물고 늘어지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궁지에 몰려 억지로 받은 사과로, 어찌 감정의 앙금까지 없어질 수 있을까.
“…오늘은 폐하께서 나서주셔서 넘어가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흥… 미안하게 됐군요, 베르딘 후작.”
페르반은 연회장을 떠나면서까지 1황비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그것은 루크 공작도 마찬가지.
베르딘 후작만큼 노골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도 감정이 좋을 리가 없었다.
황제는 물러가는 그들을 보며 가만히 생각했다.
‘에반 베르딘이라… 난놈이긴 난놈이군.’
정작 자리에 있지도 않은 어린 공자가, 내로라하는 제국 귀족들이 모두 참석하는 연회에서 화제의 중심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소년은 황제를 비롯해서 많은 이들의 뇌리에 기억되었고―
* * *
후비적― 후비적―
“뭐지? 누가 내 욕이라도 하나?”
“예? 왜 그러십니까, 베르딘 공자님?”
앞에 앉아있는 마법사가 물었다.
그러자 흑발의 미소년이 귀를 후비며 귀찮은 듯 대답했다.
“아니, 갑자기 귀가 가려워서.”
당사자인 에반은 상상도 못 하고 있었다.
지금 황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