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8)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38화(38/213)
* * *
“아까 하던 이야기나 마저 해보지.”
“아… 예. 지부 설립 준비는 이제 다 끝났고, 후작님이 오시는 대로 개소식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기쁜 소식에, 내 입가에는 미소가 절로 피어났다.
“그러면 워프게이트 설치는 언제부터 가능한가?”
“지금부터라도 바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반쯤까진 머리에 네모난 안경을 코끝에 걸치고 있는 노인이 자신 있게 말했다.
마탑의 베르딘 지부장이 될 6서클 마법사 에르몬드.
하지만 옆에 있는 분홍색 곱슬머리 아가씨가 추가로 설명을 보탰다.
“하지만 그 전에 게이트 설치 위치에 대해 영주님이 확정해주셔야 하고, 설치와 운영에 들어가는 마나석도 영지 측에서 확보해주셔야 합니다.”
부지부장인 5서클 마법사 로웰라였다.
그녀는 일전에 마탑 대외협력국장인 얀델과의 협상에서 그렇게 조율된 것으로 들었다고 했다.
뭔가 염려가 된다는 뉘앙스였는데….
“알고 있다. 마나석은 우리 베르딘에서 확실히 책임지도록 하지.”
나는 마나석이 언제까지 필요한지 구체적인 시기를 물었다.
“끄음… 설치에 필요한 전량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초공사에 들어가는 절반 정도의 물량은 가급적 빨리 확보가 되어야 합니다.”
그게 있어야 기초공사를 끝낼 수 있고, 그래야 다음 단계를 진행할 수 있으니 말이다.
“끙, 절반이라….”
“허허헛! 워프게이트는 마나석만 잘 확보되면 무난히 완공될 겁니다.”
에르몬드가 사람 좋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혹시 베르딘에서는 우리 마탑지부에 또 요청할만한 사항이 있으십니까?”
“아, 물론 있지.”
그냥 있는 것뿐이랴?
어떻게 유치시켰는데, 두고두고 뽑아먹을 작정이다.
“혹시 검은 방벽에 가봤는가?”
“아! 봤습니다.”
에르몬드는 제국 건국 이전부터 존재했다더니, 정말 신비롭기도 하고 웅장하기도 하다면서 감상을 말해줬다.
“맞다. 하지만 오래된 만큼 보수도 많이 필요하다.”
만약 몬스터들이 대규모 공습이라도 해오면, 지금 상태로는 막아낼 수 없을 테니까.
살짝 당황한 에르몬드.
“…예?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그런 일은 없지 않았습니까?”
“여태까지 그런 일이 없었다고, 앞으로도 그런 일이 없을 거라는 것은 너무 안일한 생각 같군.”
그렇다.
당장 5년 뒤에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고!
베하마그 산맥으로부터 일어날 재앙을 생각한다면, 지금부터 부단히 준비해 놓아야만 했다.
“그, 그러면 베르딘 3공자님께서는 어떤 것을 원하시는지…?”
“검은 방벽에 강화 마법을 최대한으로 걸어다오.”
추가적으로 장거리 및 광범위 공격용 마법병기들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으음… 그런 것들을 운용하기에는 마나석이 너무 많이 들 텐데요?”
“맞습니다, 에반 공자님. 지금 저희는 워프게이트 설치하고 운영할 마나석 모으기도 벅찰 거예요.”
생기발랄한 붉은 단발의 여인.
옆에 앉아있던 베르딘의 마법사 도로테아도 덧붙여서 말했다.
뭐, 다들 베르딘과 루크가 어떤 딜을 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런 얘기들을 하는 것이겠지만….
‘마나석은 아낄 수 있다면 아끼는 게 좋겠지.’
“그에 관해서는 내게 아이디어가 있는데.”
“예? 베르딘 공자님께서… 마법도 아십니까?”
에반은 자리에 모여 있는 세 명의 마법사들에게, 자신이 구상한 여러 가지 병기들을 선보였다.
“확실히 마법적인 에너지 그 자체로 적에게 피해를 주려면, 마나석이 너무 많이 소모되겠지.”
하지만 물리적 에너지로 마법적 에너지를 보완할 수 있는 병기를 만든다면?
“예를 들면… 이런 것들.”
슥슥슥―
펜과 종이를 가져오게 해서 즉시 뭔가를 그려 보이는 소년.
분명히 처음에는 애들 낙서처럼 보였는데, 곧 세 명의 마법사들은 입을 쩍― 벌리고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되었다.
“맙소사! 어떻게 이런 생각을…?!”
“이, 이거라면 가능할 거예요!”
종이에 그려진 것은 기존의 마력포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마나광선을 뿜어내는 것이 아니라 폭발하는 커다란 쇠구슬을 날려 보내는 대포였다.
그 밖에도 수십 개의 창이나 화살을 마력을 이용해서 한꺼번에 쏘는 기계장치.
돌이 아닌, 충격에 의해 폭발을 일으키는 아티팩트를 날리는 투석기도 있었다.
‘후후… 당연히 가능하겠지.’
이것들은 미래에 존재했었던 ‘마도공학(魔道工學)’의 산물들이었으니까.
‘5년 뒤에 일어날 재앙.’
마나석의 소진이 급속도로 빨라진 당시 상황에서, 어떻게든 마나를 아끼면서 전투를 지속하려고 고안해낸 새로운 학문이었다.
“허헛… 정말 놀랍습니다. 이것 논문으로 만들어도 학계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겁니다.”
그런데 세 마법사들은 여기에서 동일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마력포를 닮았지만, 마나를 뿜어내는 것이 아니라 웬 이상한 쇠구슬을 날려 보내는 대포.
“끄음! 이렇게 되면, 마나는 그냥 이 쇠구슬을 적진으로 날려 보내기만 하는 역할이고 실제적인 공격력은 이 쇠구슬의 위력에 크게 의존하게 되는데요…?”
“도대체 저 쇠구슬은 대체 뭡니까?”
화약의 위험성을 알고 황실에서 엄격히 관리해온 무림과는 달리, 아르바니에는 화기(火器)라는 개념이 없었다.
‘마법’이라는 편리한 광역살상 및 파괴 수단이 있어서, 굳이 번거롭게 개발할 필요가 없었달까.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나는 고민 끝에 ‘익스플로전’ 마법이랑 비슷한 효과를 일으키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오오! 아티팩트가 아닌데 그런 물건이 있다니…!”
“정말 신기하군요. 에반 공자님은 나이에 비해서 정말로 박학다식하신 것 같습니다?”
“크흠, 뭐… 평민으로 자라오다 보니, 살기 위해서 온갖 잡기(雜技)와 잡지식들을 익혔을 뿐이다.”
아무래도 이들은 내가 만들 화기(火器)가 마법이 아니라고 하니, 그 위력을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뭐, 상관없었다.
때가 되면 ‘이것’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물건인지 알게 될 테니까.
‘정마대전 당시에 혹시 몰라 배워놨던 것을 이렇게 또 써먹게 될 줄은 몰랐군.’
원래는 본교에서도 ‘이것’을 개발한, 폭발에 미친 그 노인네에게만 허용되었을 정도로 위험한 물건.
나는 ‘이것’의 제조만큼은 직접 엄격하게 관리해서 어디에도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할 생각이었다.
“일단은 여기 있는 것들부터 만들어주도록 하게.”
“허허헛… 알겠습니다. 아직 지부가 설립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일거리가 쏟아지는 느낌이로군요.”
지부장 에르몬드는 처음에 일을 던져준다고 하니, 대놓고 부담스러워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뭔가 불타오르는 느낌?
아무래도 내가 제시한 새로운 관점이 마법사로서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 같다.
자고로, 그들은 호기심에 살고 죽는 족속들이었으니.
“연구나 무기 제조에 필요한 비용은 얘기해.”
“예. 이제 더 말씀하실 것은 없으신지요?”
“으음…….”
더 얘기할 거?
완전 많지.
하지만 이미 지금도 엄청나게 숙제를 많이 던져놨기 때문에,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것으로… 아!
“얼마 전에 베하마그 산맥에 정찰을 나갔을 때, 내 아티팩트가 고장 났다.”
후작이 선물해준 팔찌.
이게 마나 속성을 감춰주는 기능도 있어서, 가급적 빨리 수리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거는 옆에 있던 도로테아가 나섰다.
“저기… 에반 공자님? 그 팔찌 수리는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으응?”
“그거 만든 사람이 저거든요.”
“…뭐?”
솔직히 놀랐다.
그리고 나뿐만이 아니라 마탑지부의 두 마법사도 꽤 놀란 것 같았다.
“이거… 제가 봐도 수준이 꽤 높아 보이는 물건인데, 도로테아 양의 아티팩트 제작 능력이 생각보다 뛰어난 것 같네요?”
“헤헷… 과찬이세요.”
칭찬에 약한 그녀가 실실거리며 대번 풀어졌다.
하지만 지금 좀 바보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것과는 달리, 방금 로웰라가 했던 말은 결코 과장이나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도로테아는 4서클 마법사.
그리고 대개의 마법사들은 자기 서클보다 낮은 단계의 아티팩트를 만들어내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니….
“으허허헛! 이거 이거― 베르딘이 인재의 보고였군요! 에반 공자님도 그렇고, 도로테아 양도 말입니다.”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리는 에르몬드.
처음에 베르딘으로 발령이 났을 때는 시골 깡촌에서 조용히 여생을 즐기게 되겠구나 싶었다.
편하기야 하겠다만, 왠지 시원섭섭한 느낌.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막상 와보니, 조용한 여생은커녕….
‘마치 이제 막 피어나려는 꽃봉오리 같구나.’
그는 빗나간 예상이 그리 싫지 않았다.
변방에서 오랜 세월 웅크려 있던 이 후미진 영지는 과연 어떤 꽃을 피워낼 것인가?
에르몬드는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 * *
한바탕 소란이 있었던 제국영주총회 피로연.
그 첫째 날이 지나가고, 프레이아 백작은 카니온 후작저로 황급히 달려갔다.
“프레이아 백작? 이 밤중에 어쩐 일인가?”
“허허, 기별도 없이 갑작스레 방문해서 죄송합니다. 허나 긴급히 의논드리고 싶은 사안이 있어서….”
프레이아 백작가는 카니온 후작가와 마찬가지로 중부에 지방에 속해있었다.
그리고 알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지만, 프레이아 백작은 확실하게 카니온 후작에게 줄을 대놨다.
“흐음, 한번 말해보게.”
“예… 그러면…….”
인자해 보이던 백발의 호인은 어디 갔는지, 지금 이 자리에는 제 뒷배의 눈치만 보는 쥐새끼만 있었다.
그가 말한 것은 베르딘 후작부인과 함께 사생아 에반 베르딘을 제거하려다가, 오히려 보냈던 가문의 기사들이 포로로 잡혔다는 이야기.
“쯧쯧, 실수했군. 아무리 마음이 급했어도 그렇지, 가문의 기사들을 그렇게 보내면 되겠나?”
“…송구합니다.”
이제 자기 선에서는 방법이 없었던 프레이아 백작은 카니온 후작에게 방법을 간구했다.
그런데 돌연 비릿하게 웃어 보이는 후작.
“크크큭… 허나, 베르딘 후작이나 그 사생아 애새끼도 제명에 죽을 운명은 아닌가 보군.”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자네가 오기 전에 1황비궁에서 사람이 왔었다네.”
“아! 설마…?!”
프레이아 백작은 대번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낮에 연회장에서 있었던 소란.
담배를 물고 있던 카니온 후작이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던 프레이아 백작에게 연기를 뿜으며 말했다.
“후― 그래. 1황비마마께서 어떻게든 베르딘, 그 촌것에게 오늘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라고 하셨다네.”
“아! 그러면 혹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살짝 희망을 본 프레이아 백작.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히죽.
“우리, 이렇게 하기로 하는 건 어떻겠나?”
카니온 후작의 제안은 충격적이었다.
“예?! 저, 정말… 그렇게 해도 뒤탈이 없겠습니까?”
“크하하하! 이봐, 프레이아 백작. 지금 급한 사람은 나보다는 당신인 것 같은데, 꽤 여유가 있나 보지?”
“헛… 그,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프레이아 백작의 얼굴에는 핏기가 싹 가셔있었다.
그 제안이라는 것은 ‘귀족 살해’.
즉, 베르딘 후작을 죽여버리자는 것이었다.
“하, 하지만 어떻게….”
“영지로 돌아가는 길에 해치울 생각이네.”
아무리 베르딘 후작이 ‘파이브 소드’라 불리는 강자라지만, 카니온이 음지에서 부리는 처리반들을 보내면 확실하게 해치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제국법에 따라 장자에게 후계의 우선권이 있으니, 자네 손주가 차기 베르딘 후작이 되지 않겠나?”
“오오! 맞습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백작의 눈동자 속에는 탐욕이 가득했다. 하지만 카니온 후작도 그냥 남 좋은 일을 해줄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고-
“자네 설마… 내가 이렇게 도움을 주는데, 아무런 감사의 표시도 없는 것은 아니겠지?”
“예? 무, 물론입니다! 혹시 어떻게 해드리기를 원하시는지….”
카니온 후작은 프레이아 백작의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생각해놓은 바가 있었다.
“만약 자네 손주가 차기 베르딘 후작이 된다면, 몬스터 사체로 만든 물건들을 원가에 넘기게.”
물량은 생산량의 최대 40%.
내야 할 세금이나 여러 가지 부대 비용들을 생각하면, 제대로 남는 것이 있을지 의문일 정도였다.
‘흐으으읍…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는군!’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일단은 살고 봐야 했으니까.
“…알겠습니다.”
“크크큭, 현명한 선택일세.”
이날 밤.
두 사람은 위 내용을 담아 계약서에 서명했고―
음지에서 움직이는 카니온의 전담 인원들이 행동을 개시했다.
베르딘 후작을 죽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