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9)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39화(39/213)
* * *
다그닥― 다그닥―
황궁에서 베르딘으로 향하는 길.
페르반은 마차 안에서 영지에 있는 막내아들과 통신용 수정구로 통화하고 있었다.
[아버지, 회의는 어떠셨어요?]“후후, 네가 전해준 시제품 덕분에 난리가 났었지.”
[역시 성공적이었나 보네요. 연회는요?]수정구 너머로 눈빛을 반짝이는 에반.
소년은 분명히 외조부님이 먼저 접근했을 것 같다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 딱히 반갑지는 않았지만, 네가 준비해준 선물 덕분에 제법 즐겁게 대화할 수 있었던 것 같구나.”
씨익.
[다행이에요. 그것 말고 별일은 없으셨죠?]질문의 형태를 띠고 있긴 했지만, 어느 정도 대답을 예상하고 있는 듯한 말투.
하지만 정작 페르반은 답변을 고심하고 있었다.
‘크흐흠! 별일이라…….’
에반과 편지를 주고받는 루크 공녀에게, 1황자가 에반의 출신을 빌미로 시비를 걸었다는 것.
이게 별일이 아니면 뭐가 별일이겠느냐마는….
“…흠흠, 그래.”
[??]페르반은 굳이 에반에게 이 사실을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
에반이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것 같은데….
상관없을 거다.
겨우 이 정도로 뭘 알아낼 수는 없을 테니까.
“그보다, 내게 말할 것이 있다 하지 않았느냐?”
[아, 보고드릴 내용이 좀 있어서요.]이제 열 살짜리가.
그것도 귀족가에 입적된 지 1년도 안 된 어린아이가 보고를 하겠다니….
보통의 아이가 아닌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정말이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며칠 전에 베르딘 마탑지부랑 회의를 했습니다.]“오호… 내용은?”
[워프게이트 설치에 관련해서 얘기했는데, 우리 쪽에서 위치만 확정해주면 바로 진행할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그래서 자신이 황궁으로 올라오기 전에 함께 의논했던 자리로 확정하고 진행하면 어떻냐는 얘기였다.
“거기 위치가…?”
[광장이요.]어차피 영주의 땅이어서 부지를 따로 확보할 필요도 없고, 게이트를 타고 내렸을 때의 교통도 편이했다.
영주성과의 거리도 그리 멀지 않고, 또 성의 첨탑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니 보안상의 문제도 없어 보였다.
“그래, 알았다. 그렇게 진행하도록.”
[네! 그리고 루크 공작령에서 마나석은 언제쯤 받아올 수 있을까요?]“마나석?”
[설치하는 데 필요한 물량의 절반 정도는 먼저 갖춰져야 기초공사가 마무리될 수 있다고 해서요.]“절반이라… 그건 적잖은 물량일 테니, 성으로 돌아가서 루크 공작과 얘기를 해봐야겠구나.”
한창 아들과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던 페르반.
그런데 문득, 그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살짝 굳은 표정.
“에반.”
[예, 아버지.]“내가 지금 좀 해야할 일이 생긴 것 같은데, 오늘 통신은 여기서 마무리해야겠다.”
[예? 갑자기 무슨 일이신데요?]“아아, 별일 아니다. 나중에 성에서 보자구나.”
[아, 아버지?]핏.
이 말을 끝으로, 그는 아들과의 통신을 끊었다.
그리고는 마차를 세우게 하고 길에서 내렸다.
처억.
“후작님? 갑자기 왜….”
“준비해라.”
“서, 설마…!”
“적인 겁니까?!”
끄덕.
깜짝 놀라는 기사들.
페르반이 신호를 주기 무섭게, 호위 병력 전원이 무기를 꺼내 들었다.
스릉―
검을 뽑아 든 것은 페르반도 마찬가지.
그가 조금 앞쪽으로 걸어 나가, 숲의 어둠 속에 대고 소리쳤다.
“나와라! 이미 다 알고 있으니.”
“크윽… 젠장!”
곧 풀숲 속에서 욕지거리와 함께 수십 명의 괴한들이 튀어나왔다.
하나같이 모두 새까만 복면을 뒤집어쓴 채로.
“많이도 몰려왔군.”
“당황하지 마라! 먼저 알아봤자 달라질 건 없으니!”
“베르딘 후작! 오늘 당신은 여기서 죽는다!”
슈와아아악―
어림잡아 팔십 명은 되어 보이는 적들.
오러를 쓰는 것과 몸놀림을 보니, 하나하나가 실력도 수준급이었다.
그에 비해 후작의 호위는 기사 네 명과 일반 병사들 스물네 명뿐.
“모두 후작님을 중심으로 방어진을…!”
사락―
기사 하나가 비장하게 외쳤는데, 정작 페르반은 그 옆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지키겠다! 지금은 한 놈이라도 더 죽여라!”
우우우웅―
어느새 롱소드에서 일렁거리는 붉은 오러.
페르반은 전방에서 빠르게 쇄도해오는 적들에게 횡으로 크게 일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궤적을 따라 붉은 초승달 모양의 오러가 뿜어져 나와서 날아갔다.
스아아악―
무림으로 치면 검기상인(劍氣傷人).
기(氣)가 신체나 도검을 벗어나서도 그 위력이 유지되어서, 상대방을 타격할 수 있는 상승경지였다.
“오, 오러가 원거리에서?!”
“미친… 산개해라!”
명색이 제국의 오검(五劍)을 상대하는 것이기에,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왔지만 대뜸 이런 화력을 과시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한바.
“아, 안 돼…!”
“이런 X바아아알!”
콰과과광―
“끄아아악!”
괴한들은 이 불의의 일격으로 일곱 명이 죽거나 치명상을 입게 되었다.
지켜보던 호위기사들은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후작님이 우리와 함께 싸우신다!”
“이길 수 있다! 악도들을 섬멸하라!”
“우와아아아!”
병사들의 사기는 단숨에 치솟았고.
“돌격하라!”
그들은 페르반을 중심으로 그와 함께 진격했다.
하지만 괴한들 또한 순순히 물러나지는 않았다.
“으윽… 쫄지 마라!”
“아직 머릿수는 우리가 훨씬 더 많다고!”
“후작도 결국 지치게 되어 있다!”
전장은 순식간에 난전으로 치달았다.
“으아아압!”
서걱―
“커…헉.”
“이 새끼들이…!”
푸슉―
“끄악!”
“센테 경, 뒤에…!”
“뭐?”
촤악―
“어…어억…….”
명불허전이라.
페르반은 파이브 소드라는 명성이 아깝지 않게, 강력한 오러를 뿌리면서 괴한들을 도륙했다.
하지만 호위기사들과 병사들은 하나둘씩 괴한들에게 죽어 나갔고.
쐐애애액―
푹!
마지막 남은 호위기사의 목에 단검이 날아와 꽂혔다.
“크…르릅… 후, 후작님….”
쿵―
그가 바닥에 엎드러지는 것과 동시에, 이제 페르반은 혼자서 모든 적을 상대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남은 적의 숫자는 사십여 명.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혼자서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뚝… 뚝….
칼끝에서 아직 마르지 않은 핏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괴한들은 베르딘 후작을 가운데 놓고 원형으로 포위망을 구성한 채, 서서히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크흐흐… 과연 놀라운 솜씨였다.”
페르반의 정면에서 다가오고 있는 괴한.
복면 너머로 비릿한 웃음소리를 흘리고 있는 그가, 이 무리의 우두머리인 것 같았다.
“네놈들도 제법이구나.”
“이거, 영광이군.”
패색이 짙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태연하게 맞받아치는 후작.
그는 이런 지경이 되었어도, 제발 살려달라든가 하는 비굴한 모습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어떻게든 끝까지 살아보겠다고 처절하게 몸부림을 치지도 않았다.
핏빛처럼 붉은 눈동자.
차가운 그 눈빛 뒤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괴한들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흐흐,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이려는가?”
괴한들의 우두머리가 찔러보듯이 툭 던졌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마.”
페르반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에서 누가 보내서 왔는지 순순히 얘기하면, 편안하게 죽여주겠다고.
“크, 크하하하! 미쳤구나, 베르딘 후작!”
“킥킥! 이봐, 후작 나으리~? 이제 곧 죽는 건 당신이라고!”
괴한들은 후작이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이들은 자신들이 편하게 죽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발로 차버렸다.
“그것참… 유감이군.”
“어엉?”
츠화아아아―!!!
이 말을 끝으로, 갑자기 후작이 끼고 있던 반지가 검게 물들었다.
곧 페르반의 전신을 뒤덮고, 순식간에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새까만 기운.
끈적거리는 무언가처럼 꿀렁거리는 그것은 비탄과 슬픔, 좌절과 절망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이, 이게… 뭐야?”
“X발! 뭔지는 몰라도 빨리 죽여!”
뒤늦게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 우두머리가 명령을 내렸지만….
“리바이벌 오브 나이트메어.”
츠즈즈즛―
악몽의 부활(Revival of Nightmare).
짙은 콧수염 아래로 메마른 입술이 열리는 순간.
괴한들은 모두 동공에서 초점을 잃게 되었다.
“어… 여, 여기는…?”
“이게 뭐야? 나… 분명히 임무 중이었는….”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는 그들은 각자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 새끼들… 갑자기 왜 그래?”
유일하게 마법에 걸리지 않은 수장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는 옆에 있던 한두 명을 흔들어보면서 깨우려고 했는데…?
철그렁―
“끄아아아! 하, 하지 마…!”
꽈아악.
갑자기 무기를 떨어뜨리더니, 자신의 목을 조르기 시작하는 부하.
“미, 미첼! 나, 나는… 죽이려던 게 아니었어!”
“오지 마! 가까이 오지 말라고! 끄아아아아!”
그 밖에도 알 수 없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겁에 질린 표정으로 칼로 자기 몸을 찌르기 시작한 자도 있었고, 흐느끼면서 온몸을 물어뜯는 자도 있었다.
“이, 이런 미친….”
충격으로 넋이 나간 우두머리.
눈앞의 현실은 그만큼 비현실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순간.
머릿속에서 떠오른 단어가 있었으니―
“서, 설마… 이건 흑마법…?”
덜덜덜….
음지에서 험한 일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기기괴괴한 소식들을 많이 접하게 됐다.
그중에서도 잔인하고 엽기적인 것들은 대부분 흑마법과 연관된 것들이 많았는데.
히죽.
“보는 눈이 있구나.”
“히, 히이익…!”
후작은 부정하지 않았고, 복면 너머로 우두머리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다.
“어, 어떻게… 파, 파이브 소드가 흑마법을…?!”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정말이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나가기 위해서 방법을 궁리해보려고 했는데….
사방에서 미쳐가고 있는 부하들의 피와 비명 소리가 난무하고 있는 와중에, 이성적인 사고가 가능할 리가 없었다.
페르반은 섬뜩한 핏빛 눈동자로 괴한들의 우두머리를 가만히 쳐다봤다.
“너는 내 궁금증을 풀어줘야겠구나.”
“내, 내게 뭘 하려고 하는…!”
“마인드 컨트롤(Mind Control).”
츠화아아아―
시동어가 흘러나오는 것과 동시에, 전신을 휘감는 새까만 기운.
“끄아아아아악!!!”
우두머리는 마치 영혼이 무언가에 삼켜지는 듯한 끔찍한 고통 속에서, 마구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곧 다른 부하들처럼 동공에 초점이 풀리면서 멍―한 상태가 되었다.
“후후후, 그러면… 이제 얘기를 들어볼 시간이군.”
감히 어떤 가소로운 작자가 이런 귀여운 짓거리를 벌였는지.
“이름은 뭐지?”
“호브…입니다.”
“너를 보낸 것은 누구냐?”
“그것은…….”
흑마법에 걸린 우두머리는 그가 알고 있는 사실들을 아는 대로 술술 털어놨다.
그리고 모든 정보를 다 들은 뒤에는….
“수고했다. 이제 네 주인에게로 돌아가라.”
“…알겠습니다.”
페르반은 그를 죽이지 않았다.
대신에 자신들이 치열한 격전 끝에 임무에 성공했고, 페르반 베르딘을 죽였다고 믿도록 만들었다.
가서 제 주인을 그대로 속이도록.
‘…주군을 잘못 둔 덕분에 부하들만 죽어났군.’
그는 죽은 호위기사들과 병사들을 보며, 잠시 씁쓸한 감상에 젖었다.
그리고 이 감정은 곧 분노로 뒤바뀌었다.
자신을 암살하려던 배후에 대한 분노.
뿌드득―
“1황비… 그리고 카니온 후작!”
이 빚은 반드시 갚아 준다.
그는 감히 자신을 건드린 것에 대해 처절한 대가를 치르게 해줄 것을 다짐했다.
츠화아아아….
다시 새까만 기운에 휩싸인 후작.
어둠이 걷혔을 때.
이곳에 살아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