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4)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4화(4/213)
“…뭐라고?!”
후작은 귀를 의심했다.
에반의 말대로, 그는 반기에 한 번 영지군을 이끌고 베하마그 산맥의 몬스터 토벌전을 벌였다.
몬스터들의 습격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개체 수라도 좀 줄여놔야 습격 빈도가 낮아지기 때문이었다.
‘토벌전 얘기는 또 어디서 듣고…….’
아니, 그것보다 갑자기 무슨 생각으로 몬스터 토벌전에 따라가겠다는 건지, 당최 종잡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 것이냐?”
이지가지로 심경이 복잡해진 후작.
아버지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에반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소자, 이제 베르딘가에 입적했으니 몬스터 토벌은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 아니겠습니까? 비록 제 위로 출중한 두 분 형님들이 계시나, 저 또한 언젠가 그 막중한 사명을 맡게 될 터.”
그때를 위해서라도 아버지와 영지의 병사들이 싸우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담아두고 싶다― 라는 것이 에반의 주장이었다.
“허어―”
후작은 어느새 입이 벌어진 줄도 모르고 잠시 멍한 표정이 되었다.
‘아무리 보통의 일반적인 아이와는 다르다지만, 겨우 열 살인데 이렇게 속이 깊다니….’
그저 놀랍고, 또 기특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에반. 마음은 기특하다만, 토벌전에 따라가는 것은 너무 위험하구나.”
“전투에 방해되지 않도록 후방의 안전한 곳에서 참관만 하겠습니다. 아버지, 부디 허락해주세요.”
“흐음…….”
후작의 고민이 한층 더 깊어졌다.
사실, 실전 경험이야 빨리할수록 좋긴 했다.
“네 생각보다 힘들고 고된 일정이 될 것이다.”
“괜찮습니다.”
“사람이 죽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게 될 수도 있고, 몬스터는 네 생각보다 훨씬 흉폭하고 무서울 게다.”
“이미 각오한 바입니다.”
후작이 엄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에반에게는 일말의 요동도 보이지 않았다.
…….
한참동안 서로 눈을 마주친 두 사람.
하지만 결국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었다.
“휴우… 그래, 알았다. 대신에 준비를 단단히 해야할 것이다.”
“와아! 알겠습니다! 감사해요, 아버지!”
에반의 얼굴이 활짝 피자, 그것을 보며 후작도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흠흠, 그렇게 좋으냐?”
“예! 그럼요!”
이번 토벌전을 기점으로 베르딘 후작령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몬스터.
그 골칫덩어리들을 돈이 되게 만들 테니까.
이 순간.
후작가 막내 공자의 눈빛은 꼭 뭔가 사고 치기 직전의 악동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 * *
3공자가 이번 몬스터 토벌전에 따라간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배우는 것마다 못 하는 것이 없을 정도로 똑똑하고 재능이 넘치는데, 나이에 맞지 않게 속도 깊다고.
이 소식은 성 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고, 후작부인 역시도 듣게 되었다.
“뭐라고?! 그 미천한 꼬맹이가? 확실해?”
“…예, 마님.”
“하녀장! 이게 말이 되는가? 대체 어찌 된 게야?!”
제 자식들보다 갑자기 굴러들어온 사생아가 주목을 받는 이 상황이 달가울 리가 있겠나.
꿀꺽.
바짝 긴장한 하녀장이 목구멍으로 침을 삼켰다.
후작부인이 화났을 때, 괜히 잘못 걸렸다가 쫓겨난 사용인이 한둘이 아니다.
“저어, 그것이… 3공자가 후작님을 직접 찾아갔다 하옵니다. 베르딘가의 사람으로서, 몬스터 토벌하는 것을 직접 보고 싶다고…….”
“하! 어린 것이 벌써부터 영악해서는 정말 꼴값을 떠는구나!”
그녀는 입술을 질근질근 깨물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마음 같아서는 제 자식들도 따라 보내고 싶었지만, 두 아들은 지금 황도의 아카데미에 있었다.
“이이익! 천한 것이 은혜를 입어 영주성에 들어오게 되었으면 없는 사람처럼 찌그러져 있어야지! 분수를 모르고 날뛰어?”
쨍그랑―
애꿎은 유리컵 하나가 대리석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며 산산조각 났다.
그리고 와장창 깨지는 것이 꼭 방 안의 사물이기만 하라는 법은 없었다.
다음 차례는 하녀장 자신이 될지도.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
벌써 십 년이 넘도록 후작부인을 모셔온 그녀는 이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맞습니다, 마님! 원래 천한 것들은 꼭 주제 파악을 못 합니다요!”
“쯧! 내 말이 그 말이네.”
화가 좀 누그러지는 듯한 후작부인.
살짝 분위기를 본 하녀장이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하지만… 요즘 후작님이 그 천한 것을 대하시는 게 영 심상치가 않습니다.”
“그래, 그렇지… 우리 찰스랑 로난에게는 그렇게도 무심하면서, 어찌 더러운 사생아 새끼만 싸고도는 건지!”
후작부인의 말처럼, 원래 베르딘 후작은 자식들에게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어떤 ‘사건’이 있었던 10년 전부터.
하지만 에반이 입적한 이후로는 깜짝 놀랄 정도로 사람이 돌변했으니….
그녀는 분노하는 동시에, 불안해졌다.
혹여 제 자식들이 베르딘 후작가를 물려받는 데 지장이 생길까 봐.
“마님, 차라리 이건 기회인지도 모릅니다.”
하녀장은 그런 심리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그녀가 비밀 얘기라도 하는 것처럼 목소리를 낮추며 은밀하게 말했다.
“으음? 뭐가 말이냐?”
“이참에… 그냥 없애버리시지요.”
꿈틀거리는 후작부인의 눈썹.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느냐?”
“그건 이렇게 저렇게…….”
이때를 놓칠세라, 하녀장이 눈빛을 반짝이며 자신이 생각해둔 방법을 속사포처럼 일렀다.
그러자 후작부인의 입꼬리가 조용히 올라갔다.
“후훗… 꽤 괜찮은 방법이로구나.”
“그러면 쇤네가 이대로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좋다. 일이 잘 풀린다면, 내 너에게 큰 상을 내릴 것이니라.”
“호호호, 마님~! 여부가 있겠습니까.”
하녀장이 즉시 눈빛을 반짝였다.
눈동자에 드러난 감정은 기대와 탐욕.
벌써 이런 경험이 몇 번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방에서 나오자마자, 곧바로 기사단의 숙소로 쪼르르 달려갔다.
* * *
챙― 챙!
하버와의 검술훈련시간.
그런데 예전과는 다르게 연무장에는 목검의 둔탁한 타격음이 아니라, 차가운 날붙이가 마주쳐 울리는 날카로운 쇳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몬스터 토벌전 참관을 앞두고 훈련 강도를 높이라는 후작의 지시 때문이었다.
“에반 공자님! 다시 갑니다!”
슈왁―
번뜩이는 칼날.
하버의 검이 상단세에서 수직 아래로 떨어진다.
진검이니만큼 더더욱 각별하게 힘 조절에 신경 쓰고 있었지만, 그래도 매서운 기세였다.
“크윽…!”
카강!
나는 목검일 때와 마찬가지로 비스듬히 빗겨 치면서 하버의 검격을 흘려보냈다.
“우오오옷! 과연! 대단하십니다!”
또다시 칭찬러시가 이어지려나?
하지만 최근 들어서 수업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정확히는 내가 토벌전에 따라가겠다고 한 직후부터.
“하지만! 토벌전에 따라나서실 것을 생각하면 아직 부족합니다아아앗! 으랴아아아압! 차!”
그가 다소 우악스럽게 힘으로 밀고 들어오며 곧바로 다음 공격을 이어나갔다.
챙― 채챙!
“크으윽… 하버, 좀 살살하지?”
나는 가까스로 하버의 검을 피하거나 막아내면서, 거리를 벌렸다.
아무래도 숨을 고르며 정비할 시간이 필요했는데, 하버는 또다시 지면을 박차며 쇄도해오고 있었다.
“와하하핫! 몬스터들은 살살해주지 않습니다!”
후우우웅―
이번에는 바람 소리부터가 다른 것이, 여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묵직한 한방이었다.
‘아놔! 몬스터한테 죽기 전에, 먼저 죽이려고?’
보자마자 딱 각이 나왔다.
저건 지금 상태로는 절대로 못 막는다고.
‘젠장, 천마기만 쓸 수 있으면…!’
아직 1성에 불과하지만, 천마기로 육체를 강화하면 지금 날아오는 일격 정도는 거뜬히 막는다.
피어오르는 시커먼 오러를 숨길 방도가 없는 지금으로서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지만.
“젠장!”
파밧―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판단이 서자, 나는 즉시 몸을 날려서 바닥을 굴렀다.
무림에서는 게으른 당나귀가 땅바닥을 구른다는 뜻으로 ‘나려타곤’이라 부르며 조롱하는 수법이다.
하지만 바닥 좀 구르는 게, 뭐 어떻다고?
이런 거 저런 거, 다 따지는 놈은 오래 못 간다.
마지막에 이길 수만 있다면야, 바닥?
그까짓 거 몇 번이든 굴러줄 수 있다.
“뜨헙! 에반 공자님?!”
하버도 과감한 움직임에 살짝 놀란 것 같았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파고들었다.
“왜? 실전처럼 하는 거 아니었나!”
쐐애애애액―
기회를 잡자마자, 하버의 심장을 노리고 날카롭게 찔러 들어가는 검.
정확하게 급소를 노린 일격필살의 수법에, 하버는 가슴이 철렁였다.
‘이, 이건 위험하다…!’
쿠구구궁―
저도 모르게 흘러나와 전신을 뒤덮은 푸른 오러.
이건 ‘오러 실드(Aura Shield)’였다.
아르바니아의 기사들이 방어를 위해 오러를 전신에 두르는 기술.
파앙―
“끄악!”
이번에도 천마기를 쓰면 충분히 뚫을 수 있었지만, 별수 없던 나는 묵직하게 뿜어져 나온 오러에 그대로 튕겨 날아갔다.
‘하, 이렇게 답답할 데가!’
몸이 공중에 붕― 떠서 날아가는데, 그저 이 생각만 들었다.
진짜 속 터져 죽겠다고.
“헉?! 고, 공자님!”
순간, 퍼뜩 정신을 차린 하버는 자신이 저지른 만행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하여간 이놈도 못 말리는 팔불출이로군. 죽는 것도 아니고, 저렇게까지 놀랄 필요는 없는데.’
끽해봤자 연무장 바닥 좀 구르면서 아프겠지.
그렇게 나름대로 곧 다가올 충격에 심적 대비를 하고 있었는데……?
푹신.
누군가가 나를 부드럽게 받아냈다.
“괜찮으냐?”
이제는 꽤 익숙해진 중저음의 투박한 목소리.
베르딘 후작이었다.
예상치 못한 등장에 나는 살짝 놀랐다.
“아, 아버지? 여기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흠흠! 며칠 뒤면 토벌전에 나서게 되니, 네 실력이 궁금해서 말이다.”
본인 특유의 어색한 헛기침을 한 후작은 애써 표정을 감추려 했지만,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듯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후, 후작님! 그러니까 이게… 그…….”
황급히 달려와서 부랴부랴 상황을 설명하는 하버.
하지만 후작의 눈빛은 싸늘하기만 했다.
“자네는 이번 일을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게야. 암만 방심했어도 그렇지, 지금 상황이 말이 되는가?”
“죄, 죄송합니다…….”
그래.
이건 하버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게 맞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아무리 내가 예상 밖의 기습공격을 했더라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을 터.
현재, 천마기를 쓰지 않는 나와 그의 전투력 차이를 감안한다면, 내가 이길 확률은 한없이 0에 수렴한다.
‘천마기를 못 쓴다는 게, 상상 이상으로 불편하군….’
나는 어떻게든 최단 시일 내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스윽.
후작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내게 내밀었다.
“…예? 이건 뭐죠?”
“방어용 마도구다. 곧 토벌전도 나가고 하니, 그냥 한번 준비해봤다.”
그가 건넨 것은 웬 팔찌였다.
뭐로 만들었는지 모를 특수한 재질의 검은색 바탕에 은색으로 웬 꼬불꼬불한 문자가 적혀있는, 딱 봐도 꽤 비싸 보이는 귀물.
“한번 착용해 보거라.”
“네.”
딸깍.
나는 그것을 왼손에 찼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크기가 자동으로 조절되어, 손목에 부드럽게 감겨왔다.
오오.
착용감부터 장난 아니다.
“시동어를 외치면 방어마법이 작동될 게다.”
걸려있는 마법은 리플렉트 실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을 넘어서서, 튕겨내는 기능까지 더해진 4서클 마법이었다.
‘이 정도면, 우리 영지 살림에는 꽤 부담되는 물건이었을 텐데?’
솔직히 좀 놀랐다.
내 생각보다 훨씬 좋은 물건이어서.
그런데 진짜 놀랄만한 것은 따로 있었으니―
“흠흠! 그리고… 별건 아니지만, 상시 작용하는 패시브 마법도 걸려있단다.”
“오, 어떤 마법인가요?”
솔직히 별 기대도 안 했다.
메인이 방어마법이니까, 그냥 덤으로 얹혀있는 떨이겠거니 싶었는데.
“마나의 속성을 감춰주는 마법이다.”
“…네???”
오히려 이쪽이 ‘진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