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42)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42화(42/213)
“후작님?! 무사하셨군요!”
하버와 기사들 모두가 깜짝 놀랐다.
험악했던 분위기가 일순간 기쁨으로 확 밝아졌다.
한편.
크게 놀라지 않는 내 모습을 보면서, 집사 세바스는 뜨악했다.
“설마… 후작님이 습격으로 돌아가셨다는 소문은 함정이었습니까?”
음, 역시 똑똑하다.
아직 내 대답을 듣기 전이었지만, 안경 너머로 반짝이는 눈동자는 확신에 차 있었다.
제법 그럴싸한 추론이었지만….
나는 씨익 웃어 보이면서 시렌 프레이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글쎄? 아까 아버님의 죽음을 확신하셨던 프레이아 2공자께서는 어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소만.”
하지만 질문을 받은 시렌 프레이아는 제대로 대답해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죽은 사람이라도 본 것처럼 하얗게 질린 표정.
덜덜덜….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분명히 후작은 죽었다고 했었는데…?”
그가 상당히 충격받았는지 무심결에 중얼거리는데, 나는 그 혼잣말을 놓치지 않고 잡아냈다.
“오호, 누군가가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고 확실하게 얘기를 해준 모양이지?”
“헙?! 그, 그건……!”
뒤늦게 실수했다는 듯이 입을 틀어막는 시렌.
나는 그에게 누가 그런 얘기를 했는지 물었다.
저벅저벅.
“나도 궁금하군.”
후작은 응접실 문에서 천천히 우리 자리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그러면서 차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본 영주는 실제로 베르딘으로 돌아오는 길에 괴한들의 습격을 받았다.”
“예?! 진짜로 습격을 받으셨단 말입니까?”
“감히 어떤 놈들이 후작님을…!”
깜짝 놀라는 세바스와 기사들.
특히 세바스는 자신이 생각했던 상황이 아닌 것 같아서 혼란스러워 보였다.
“흉수는 확실하게는 모르겠고, 제법 강한 놈들이 80명 정도 포위하고 공격해오더군.”
“파, 팔십 명!”
“그러면 호위기사들과 나머지 병력은….”
“…나를 제외하고 다 죽었다.”
아-!
함께했던 동료기사들과 병사들이 모두 죽었다는 소식에, 기사들 사이에서 탄식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나 또한 거기에서 죽었을 터.”
이제 후작의 시선은 시렌 프레이아와 사절단을 향하고 있었다.
차가워 보이는 핏빛 눈동자.
“이런 상황 속에서 프레이아 백작가가 찾아와서, 내 죽음을 확신하며 차기 베르딘 후작을 논한다? 마침 저기에 있는 내 막내아들도 프레이아 백작가로 추정되는 기사들에게 습격을 당했는데?”
손톱을 깨물고 있는 시렌은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고 있었다.
“그, 그게….”
“당장 해명해야 할 것이네.”
“그러니까… 저도 그냥 소문으로 듣고….”
“하, 소문만 듣고 본 후작의 죽음을 확신했다?”
후작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이어지는 날카로운 추궁.
“지금 프레이아 공자는 나를 바보로 보는 것인가?”
“그, 그것이 아니오라… 제가 방금은 실수를…!”
궁색한 변명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지하 감옥에 있는 놈들처럼 구금시키고 싶지만, 그래도 상대는 귀족이었다.
명확한 물증 없이, 겨우 이 정도 의혹으로 물리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운 상황.
“더 이상 마주하고 싶지 않으니 썩 물러가도록 하게. 자네의 경거망동이 얼마나 큰 외교적 결례인지는 누구보다 본인이 더 잘 알고 있겠지?”
“소, 송구합니다….”
“오늘의 무례에 대해서는 프레이아가에 엄중히 항의하도록 하겠네.”
“예?! 저, 저기… 그렇게 하시면….”
안절부절못하는 시렌 프레이아.
하지만 결국 그는 찍소리도 못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잔뜩 거드름을 피우다가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 나가는 모습이 꼴 좋았다.
* * *
마탑에는 ‘진실의 방’이 있다.
심문 대상이 하는 대답의 진위를 분별할 수 있는 마법진이 설치된 공간.
귀족들은 중범죄 혐의가 있는 자들을 대상으로, 이곳에서의 심문을 신청할 수 있었다.
단, 심문 과정 중에서 대상의 정신이 파괴 및 손상될지도 몰랐다.
그러므로 심문 대상은 평민 이하로 제한되었다.
여기에다가 신청 요건도 있었으니―
▶ 혈육이 아닌 3명 이상의 증인.
▶ 명확한 범죄혐의 증거
두 가지 중에 적어도 한 가지는 확보해야 했다.
이렇게 해서, 마탑에 사용신청을 하면 심의를 거쳐 일주일 이내 가/부 여부를 알려준다.
“그래, 오늘 베르딘 후작이 마탑에 진실의 방 사용신청서를 냈다는 거지?”
[…그렇다고 합니다.]“심문 대상은 당연히 3공자 에반 베르딘을 습격했던 괴한들일 테고.”
[…예.]수정구 너머로 침통한 표정을 지은 프레이아 백작.
이건 완전히 외통수였다.
괴한들, 그의 기사들이 가진 혐의는 ‘귀족 살인미수’
이는 분명히 제국법이 규정하고 있는 중범죄에 해당되었다.
증인도 함께 있었던 베르딘 기사들이 스무 명 가까이 있으니, 신청 요건은 충분히 충족했다.
대상의 신분도 습격한 기사들 대부분은 평민이었고, 일부가 ‘성씨’를 하사받아 준귀족이긴 했는데…?
‘썩을… 차라리 전부 평민이었더라면 나았으련만.’
진실의 방 사용신청서를 제출할 때에는 심문 대상의 혈액을 함께 제출하게 되어있다.
제국 귀족들은 혈액을 통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오히려 이 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럽게 지금 붙잡혀 있는 괴한들이 프레이아 백작가 소속의 기사들이라는 것이 밝혀지게 되는 것이었다.
[베르딘 후작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요?]“…나도 당황스러울 따름이네. 분명히 나는 목표물을 확실히 사살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말일세.”
[허허… 아랫것들이 일처리를 제대로 못 했나 봅니다? 아니면 허위로 보고를 한 겝니까?]“자네에게는 어찌 들릴지 모르겠으나, 맹세코 이런 적은 처음일세.”
[저런. 그래서 이제는 사태를 어찌하시렵니까?]태연한 듯 말했지만, 카니온 후작은 상대가 은근히 자신을 원망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궁지에 몰린 프레이아 백작은 눈빛부터가 달라져 있었다.
어차피 이래 망하나, 저래 망하나.
‘약아빠진 너구리 같은 노인네가…!’
카니온 후작은 프레이아 백작의 그 눈빛이 매우 괘씸했으나, 그렇다고 함부로 버릴 수는 없었다.
베르딘을 먹고 난 이후에 어떻게 하겠다고 쓴 계약서가 있었으니, 그것이 드러나게 된다면 카니온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될 테니 말이다.
‘이렇게 된 이상….’
아무리 상대에게 명분이 있다 한들, 결국 정치는 힘의 논리.
카니온 후작이 샛노란 눈동자를 섬뜩하게 번뜩이며 말했다.
“프레이아 백작.”
[예, 말씀하시지요.]이어지는 말은 다소 과격했다.
“그냥 쳐들어가서 다 조지도록 하세.”
[…예?]프레이아 백작은 자신이 뭘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카니온 후작이 말한 바는 명확했다.
“베르딘에 영지전을 걸라는 말일세.”
[여, 영지전이요?!]순간, 수정구에 비치는 백작의 눈이 번쩍 뜨였다.
항상 잔머리나 굴리며 움직여왔던 그로서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매우 거친 방법이었다.
[하, 하지만… 지금 저희 영지는 기사단장과 부단장이 모두 저쪽에 잡혀있는지라…….]실로 어리석은 인력 운용이었다.
목표물을 확실하게 제거하기 위해서 무조건 강한 기사들로만 차출하다 보니까 이렇게 됐다.
탐욕에 눈이 멀어 초래하게 된 실수.
[병력의 숫자로는 확실히 우위에 있겠으나, 베르딘 후작은 파이브 소드 중의 한 명이지 않습니까? 과연 베르딘을 확실하게 꺾을 수 있을지는….]하지만 카니온 후작은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크크큭! 그건 걱정 마시게. 내가 도와줄 테니.”
[어떻게 말입니까?]“기사 오십 명을 은밀히 파견해 주도록 하지.”
영지전이 벌어지면, 분쟁 당사자들 외에 타 영지의 개입은 금지된다.
물론 특수한 경우에는 한 영지를 상대로 여러 곳이 영지전을 걸 수 있었지만, 이건 정말 예외 상황.
그래서 카니온 후작이 생각해낸 방법은 기사들을 상단으로 위장해서, 프레이아 영지로 보내는 것이었다.
“이후에 영지전을 선포하면 되지 않겠나?”
[오오… 좋은 생각입니다! 그 정도 지원이면 확실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더 남아있었으니, 영지전을 걸 ‘명분’이었다.
“그거야 이미 적당한 구실을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예?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지…?]“에반 베르딘. 그 사생아 말일세.”
카니온 후작은 베르딘 후작이 평민의 사생아를 입적한 이후에, 그가 후작부인을 학대하고 있다고 말하라고 했다.
또한 이를 항의하러 사자를 보냈으나 오히려 홀대를 받고 쫓겨났다고 하라고.
[허허, 과연… 그렇게 하면 되겠군요.]마침 제국영주회의 피로연에서도 이 일로 베르딘 후작과 신경전을 벌였었으니, 딱 적당하다 여겨졌다.
카니온 후작은 통신을 마치자마자 명령을 내렸고, 상인으로 변장한 기사들은 프레이아 백작가로 떠났다.
며칠 뒤, 프레이아 백작은 베르딘 후작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해왔다.
* * *
“프레이아가… 영지전을 걸어왔다고?”
“…그렇다고 합니다.”
딱딱하게 굳은 집사 세바스.
그도 방금 막 소식을 전해 듣고, 곧바로 후작에게 와서 보고하는 것이었다.
“이 약아빠진 노인네가! 이젠 눈에 뵈는 게 없나 봅니다!”
잔뜩 화가 난 하버가 씩씩거리면서, 언성을 높였다.
그는 오히려 잘됐다며, 자신이 프레이아 백작의 목을 치겠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세 사람은 그렇게 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했다.
“에휴, 하버… 지금 아버지를 장인을 죽인 사위, 뭐 이런 제목으로 제국신문에 대서특필로 싣고 싶은 거야?”
“예?! 아… 그, 그건…….”
“후작님의 대외적 이미지를 생각해서라도, 절대로 프레이아 백작을 죽여서는 안 됩니다.”
세바스가 안경을 밀어 올리며,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대화를 다른 방향으로 관점을 돌렸다.
“도대체 뭘 믿고 싸움을 걸어 왔을까요?”
“흠… 우리가 마탑에 진실의 방을 사용하겠다고 신청하니, 궁지에 몰려서 발악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이것도 내 머릿속에서 나온 생각이었다.
습격 당시, 이들이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라 프레이아의 기사라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계획했다.
― 허! 심지어 함정인 것을 미리 알고, 암살자들을 고용해서 역으로 노렸고?
― 예. 저희들도 전혀 몰랐습니다.
나중에서야 들었지만, 후작, 하버, 세바스 모두 깜짝 놀랐다고 한다.
결국 내 지략을 인정했기에, 지금 이 자리에서 이번 일에 대해서 함께 논의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도 영지전은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잖아요? 정말로 방법이 없었다면, 먼저 물밑에서 협상을 요구했을 것 같은데요.”
“오호라, 네 말은 지금 저놈들이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뜻인 게로구나.”
즉시 눈빛을 반짝이는 후작.
하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러면 에반 공자님은 저들이 뭘 믿고 저런다고 생각하십니까?”
아인세라로부터 이미 들은 얘기가 있으니, 답은 확실했다.
“카니온 후작가.”
움찔.
“…뭐라고?”
이 대목에서, 후작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분명히 자신은 피로연에서의 일을 비밀로 했었으니 말이다.
“에반.”
“예, 아버지.”
“너… 황도의 연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알게 된 것이더냐?”
영문을 몰라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두 사람.
하버와 세바스도 아직 들은 것이 없어서, 이게 다 무슨 얘긴가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저 빙긋 웃어 보이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루크 공녀가 얘기해줬습니다. 이번 일로 카니온 후작가가 베르딘에 악감정을 품게 될지도 모르는데, 미안하다면서 말이죠.”
“흠흠! 그렇구나….”
머쓱할 때마다 나오는 후작 특유의 헛기침.
나는 얼른 덧붙여 말했다.
“아, 오해하지는 말아주세요. 아버지께서 저를 걱정해주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크흠흠! 그래… 내 그날 일에 대해서는 반드시 1황자궁에 따져 물을 것이다.”
“감사해요. 하지만 저 때문에 무리하지는 않으셔도 돼요.”
“에반…….”
살짝.
아니, 좀 많이 감동 받은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 눈빛이 괜히 부담스러워서, 나는 재빨리 다음 얘기를 이어갔다.
“아무튼… 우리가 단순히 프레이아 백작군을 상대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 상태라면, 프레이아 자체만으로는 그렇게까지 큰 위협은 아니었다.
병사들 머릿수가 우리보다 많긴 하지만, 기사단장과 부기사단장을 포함한 기사 40명의 전력 공백은 생각보다 꽤 클 테니까.
“허나… 카니온 놈들이 반드시 개입해오겠지.”
어떤 방식일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베르딘 후작령은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또한 이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
내가 봤을 때는 이것은 ‘위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