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5)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5화(5/213)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이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타이밍에 딱 선물을 받는다고…?
뜻밖의 행운에 놀라서 멍하게 있을 때, 후작이 슬쩍 눈치를 보며 말했다.
“흠흠!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기능이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거라.”
아마 당장은 도움이 안 돼도, 향후 오러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 꽤 쏠쏠하게 써먹을 수 있을 테니까―
라는 것이 후작의 부연 설명이었다.
“…네?”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본 후작의 얼굴에는 혹시라도 내가 선물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아니요! 아버지, 너무 마음에 듭니다!”
“그러냐? …그렇다면 됐다.”
퉁명스레 말해도, 퍽 기분이 좋아 보이는 후작.
그는 언제 위험한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항시 팔찌를 착용하고 있으라고 당부했고, 또 팔찌의 자세한 성능에 대해서는 철저히 비밀로 하라고 했다.
“하버, 자네도 마찬가지일세.”
“넵! 알겠습니다.”
이 말을 마치고, 후작은 유유히 연무장을 떠나갔다.
* * *
영주성의 3층 복도의 가운데 있는 커다란 방.
아직 밖이 환한데도 칙칙한 회색 커튼으로 둘러쳐져 어두컴컴한 이곳은 베르딘 후작의 집무실이었다.
삐거덕거리는 낡은 가구.
고장 나서 더는 소리가 나지 않는 오르골.
빛바랜 가족사진까지도.
‘십 년 전’에 어떤 사건이 있은 뒤로, 이 방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였다.
‘후후… 볼수록 기특하군.’
페르반이 아까 연무장에서 있던 일을 떠올렸다.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게 뻔히 보이는데도, 자신의 표정을 보고서 즉시 환하게 미소 짓던 막내아들.
호적상으로는 두 명의 아들이 더 있었으나, 그에게 진짜 아들이라 할만한 존재는 ‘에반’뿐이었다.
갑자기 기적처럼 나타난 소년의 존재는 무미건조한 무채색의 삶에 조금씩 이런저런 색감을 입혀나갔다.
저도 모르게 훈훈한 미소를 띠고 있던 페르반.
하지만 에반의 출생과 함께 ‘그들’을 떠올리자 눈빛이 돌변했다.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정말로 모른다고 보는 게 맞겠지.’
그는 에반을 입적한 이후로 ‘그들’에게 에반의 정체를 들킬까 노심초사했다. 그렇게 벌써 몇 달이 지난 지금은 좀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은 자신이 거짓으로 보고했던 내용을 곧이곧대로 사실로 받아들인 것이 틀림없었다.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다.’
에반이 깨어날 때의 폭발사고를 계기로, 페르반은 아예 해당 프로젝트의 폐기를 건의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응답이 아직 오지 않고 있었다.
‘설마… 지난 십 년간 수백 번이 넘게 실패했으면서,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린 것인가?’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그들’의 집착과 광기는 누구보다도 ‘그들’의 일원인 자신이 잘 알고 있으니.
때문에, 페르반은 에반이 완전해질 때까지 후작령에 철저하게 숨겨놓고 키울 생각이었다.
그렇게 에반의 성장이 끝나고 ‘그것’으로서 완전한 힘을 갖추게 되면?
히죽.
‘그때야말로 기다렸던 나의 숙원을 이룰 것이니.’
페르반의 입가에 다소 섬뜩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날이 속히 오길 바라며, 그는 며칠 뒤로 다가온 토벌전을 준비했다.
이번 토벌전에는 몬스터도 몬스터였지만, 그에게는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 * *
베하마그 산맥.
아스론 제국의 서쪽 국경과 맞닿아있는 거대한 산맥으로, 산세가 험하고 서식하는 몬스터의 개체 수가 하도 많아서 아무도 넘을 생각을 하지 못하는 오지(奧地)였다.
여기는 왜 이렇게 몬스터가 많을까?
원인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아스론 제국이나, 베하마그 산맥의 반대편에 붙어 있는 왕국들도 수차례 조사단을 파견했지만, 번번이 크나큰 피해만 보고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는 것은 실패했기 때문인데.
세상 모두가 몰라도, 나는 알고 있었다.
이곳에 잠들어있는 ‘그것’의 영향으로, 마나농도가 짙어져서 수많은 몬스터들이 모여들게 된 것이라고.
아울러 ‘그것’이 정확히 5년 뒤에 깨어나서 거대한 재앙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도.
스윽.
나는 말을 타고 가면서 주변에 있는 후작령의 기사들과 병사들을 둘러봤다.
‘그때까지 이들이 충분히 강해지지 않으면, 후작령의 미래는 없는 거겠지.’
실제로 내가 아는 과거의 베르딘 후작령은 재앙을 버텨내지 못하고 멸망했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반드시……!’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해서, 후작령을 강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래서 5년 뒤에도 베르딘 후작령이 망하지 않고, 계속해서 내 힘이 되어줄 수 있도록 말이다.
다만, 걱정되는 부분이 있긴 했다.
‘나비효과…….’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감당할 수 없는 태풍이 되어돌아올 수도 있다는 이론.
솔직히 과거가 바뀌면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걱정되긴 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이미 예정된 비극을 방치한다는 것은 멍청한 짓이었다.
내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 후작이 이끄는 토벌대는 베하마그 산맥 초입에 도착했다.
이름 모를 거목들이 울창하게 우거져서, 대낮인데도 안쪽이 캄캄하게 보이는 마의 숲.
솨아아아―
왠지 불어는 바람마저도 스산하다.
하지만 후작과 기사들은 정례적으로 해오던 일이라 그런지 딱히 별 감흥이 없어 보였다.
“그러면 기존에 전파한 작전대로 토벌을 시작한다!”
“예! 1―2―3 대대는 나를 따르라!”
기사단장인 하버가 말을 타고 앞으로 나서자 군세의 상당수가 선발대로 그를 따라갔다.
“우리도 가자꾸나.”
“예, 아버지.”
이제 시작이다.
나는 후작과 함께 본대에 속해서 진입했다.
아스론 제국의 3대 마경이라 불리는 베하마그로.
* * *
토벌대의 작전은 단순했다.
하버가 이끄는 선발대가 몬스터들을 붙잡아놓으면, 뒤쪽에서 다가오는 본대가 기습적으로 덮쳐서 해치우는 것이다.
“케륵! 케륵! 인간이다!”
“인간, 죽인다!”
이번에도 선발대가 먼저 달려 나간 길을 따라갔더니, 저 멀리 그들이 몬스터들과 싸우고 있는 전투 현장이 보였다.
상대는 고블린 무리들.
“X발, 이게 고블린이라고?!”
“어이, 거기 집중해! 조금만 버티면 본대가 온다!
베하마그 산맥의 몬스터들을 처음 보는 신입 병사나 용병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일반적으로 고블린은 초록색 피부를 가지고 있고, 키가 어린아이 정도였다. 무리를 지어서 움직이고 몬스터치고는 영악했지만, 상대하기 그렇게 어렵지 않은 몬스터.
하지만 이곳의 고블린들은 조금 달랐다.
일단 피부가 검은색이었고, 덩치도 일반 고블린보다 1.5배는 더 컸다.
아마 마나 농도가 높은 곳에서 오래 서식하다 보니 일반 개체들보다 훨씬 강해진 것이겠지.
검은색을 띠는 것도 이곳 마나의 영향을 받은 베하마그 산맥 몬스터들의 특징이었다.
“본대가 도착했다! 선발대는 뒤로 물러나라!”
스릉―
후작은 어느새 허리춤의 롱소드를 빼들고 달려 나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흠흠! 다녀오마, 에반.”
“예. 조심하세요, 아버지.”
“그래… 여기서 잘 지켜보고 있거라.”
짧은 인사를 마친 뒤, 후작이 본대를 이끌고 고블린 무리를 향해서 달려나갔다.
“한 놈도 살려두지 않고 모두 척살한다!”
“주군의 명을 받듭니다!”
“본대는 영주님을 따르라!”
두두두두두―
그가 이끄는 4–5–6–7―8 대대의 기사와 병사들이 지축을 울리며 무시무시한 기세로 진격했다.
나는 내 호위와 척후 및 사주경계를 맡은 9대대와 함께 후작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봤다.
웅― 웅― 웅―
후작의 롱소드에서 선명하고도 강렬한 붉은 오러가 피어오르며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아아압!”
슈왁―
말을 타고 달려 나가며 휘두른 일검.
허리를 비틀었다 되돌리며 횡으로 크게 휘두른 검로에서 칼날 위로 피어오르던 붉은 오러가 거칠게 뿜어져 나아갔다.
콰과과과―!!!
“케륵?!”
“케에에엑!”
붉은 오러는 일순간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해일처럼 고블린 무리들을 집어삼켰다.
슈우우우우….
오러가 마나폭발을 일으킨 자리에는 거대한 상흔이 지면에 새겨져 있었고, 휩쓸린 고블린들이 팔이나 다리, 머리 등이 찢겨나간 채로 널브러져 있었다.
“케, 케륵?! 가, 강한 인간!”
“싸, 싸우면 죽는다! 도망쳐야 한다!”
본능적으로 상대가 강자라는 것을 알아본 고블린들은 그때부터 정신없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후작은 놈들을 살려 보낼 생각이 없다.
“놈들이 도망간다! 놓치지 마라!”
스아아악― 퍼버벙!
후작의 롱소드가 허공에 붉은 선을 수놓을 때마다, 거친 오러가 폭풍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이 와중에도 멀리 떨어진 나를 보면서, 여유롭게 손을 흔들어 보이기까지.
“후후후! 잘 보아라, 에반! 이 아버지의 활약을!”
아오, 진짜….
못 말릴 팔불출이다.
‘큭… 왜 부끄러움은 내 몫인 건가?!’
그래도 후작의 무위(武威)가 대단하긴 했다.
무림인에 비견해봐도 꽤 강한 편이다.
말을 타고 검을 휘두르면서도 전혀 흐트러지지 않은 호흡.
휘두를 때마다 힘있게 뻗어 나가는 검로(劍路).
뿜어내고 있는 오러의 양과 밀도.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봤을 때, 꽤나 ‘완숙’한 경지의 절정고수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아르바니아에서는 ‘익스퍼트 상급’이라고 한다.
푹!
“케… 케르륵!”
마침내 마지막 고블린까지 숨을 거뒀다.
까맣게 몰려오던 놈들은 도망친 몇몇을 제외하고는 전부 죽어서 즐비하게 전장을 메우고 있었다.
‘이제 슬슬 나서볼까?’
돈이 땅바닥에 굴러다녀도, 가치를 모르고 있으니.
“우욱! 우웨에엑―!”
일단 몬스터들의 사체를 보면서, 헛구역질을 몇 번 해줬다.
아무래도 이게 자연스러우니까.
“…괜찮으냐?”
어느새 옆에 다가와서 한마디를 툭 던지는 후작.
그는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하아… 하아… 괜찮…습니다.”
적당히 연기를 마치자,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사실… 몬스터들의 사체는 성밖에서 살 때도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뭐라…?”
“먹고살기 위해서는 뭐라도 필요했으니까요….”
“그, 그게 무슨 말이냐?!”
깜짝 놀란 후작의 목소리가 살짝 커졌다.
그가 짐짓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몬스터의 사체는 오염된 마나를 품고 있다. 먹는 것은 고사하고, 어디에도 쓸 데가 없을 텐데…?”
이 말은 사실이었다.
정화마법을 통해서 정제할 수 있기는 했지만, 이건 돈이 많이 드는 방법이라서 고블린 따위의 잡몹에게는 수지타산이 안 맞았다.
적어도 오우거 정도는 되어야 계산이 맞겠지.
“맞습니다. 이런 지식이 없던 그들은 정화되지 않은 몬스터의 가죽을 벗겨서 옷으로 만들었다가 피부병에 걸리기도 했고, 더러는 멋모르고 먹었다가 탈이 나서 죽은 자들도 있습니다.”
“…그렇구나.”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후작.
하지만 나는 알량한 동정심이나 얻어보자고 이 얘기를 꺼낸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사체를 정화시킬 방법을 찾았습니다.”
“뭐, 뭐라고?!”
웅성웅성―
내 말에 후작은 물론이고, 주변 기사들까지 크게 술렁였다.
“저, 정말 정화마법 없이 몬스터의 사체를 정화할 수 있다고?”
“에이, 말도 안 돼… 그런 방법이 있으면 알려지지 않았을 리가 없잖아.”
대부분 못 믿는 분위기였다.
‘하긴, 확실히 지금은 알려지지 않은 방법이지.’
원래대로라면, 베하마그 산맥으로부터 ‘재앙’이 일어나는 5년 뒤에 밝혀지게 되니까.
하지만 터전이 파괴된 베르딘 후작령의 영지민들이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견했다는 것은 진짜였다.
“…에반, 그 말이 사실이냐?”
후작은 굉장히 혼란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다른 기사들처럼 아예 헛소리로 치부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의 눈동자 속에는 일말의 흥미나 호기심 따위의 것들이 보였으니까.
살짝 끄덕여지는 고개.
나는 자신만만하게 씨익 웃어 보였다.
“예. ‘클로브’라는 풀을 이용하면 됩니다.”